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었는데도 한낮에는 여전히 30℃를 넘는 폭염이다. 지난여름은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할 정도로 더위가 심해서 기상이변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즘 우리나라 정국(政局)이 그런 날씨를 많이 닮았다.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바뀐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좌파 세력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국회를 교두보로 현정권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의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온갖 패악질로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고유권한인 특검(특별검사제)과 탄핵 발의를 남발해서 정부기관을 마비시키고, 검찰과 사법부까지 협박하는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 저들의 당대표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탄핵하고, 노조에 장악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막기 위해서는 연거푸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를 사퇴시키더니 결국 이진숙 위원장을 탄핵소추 해놓고 있다.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어떻게 정부를 방해하고 위협하고 공격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주는 세계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든 역사든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연일 열대야를 이어가던 밤 기온은 이제 제법 선선해졌고, 들판에 나가보면 벼들이 벌써 고개를 숙이고 영글어 간다. 고추가 빨갛게 물들고 코스모스도 피기 시작한다. 정치권에도 늦게나마 계절이 바뀌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이 바뀌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지난 정권이 임명한 판사들도 하나씩 교체되고 있다. 하지만 방문진 신임이사 임명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판결을 내린 것처럼 아직도 지난 계절의 잔재처럼 일부 남아서 사법체계를 어지럽히는 판사들이 없지는 않다.
지난 정권 비리의 수사를 막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정치권의 범죄 수사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가 된다. 사실 문재인 정권은 들어서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박근혜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모조리 탈탈 털어서 사법처리했다. 그래 놓고 정작 자신은 온갖 의혹이 있음에도 2년이 넘도록 수사 한번 받지를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딸과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
문재인 정권의 비리와 범죄혐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대하다. 가장 심각한 적폐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흔들고 국방과 안보를 무력화한 것이다. 국정원과 군기무사의 기능을 축소·박탈하고 정기적인 군사훈련조차 폐기하는 등 주적인 북한에 대해 거의 무장해제를 한 수준이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해수부 직원 피살 방치 같은 반인권적인 작태에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생태계를 파괴하여 막대한 국익손실을 끼친 것, 울산시장선거 개입과 옛 사위의 이스타항공 취업 관련 뇌물수수 혐의도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아무튼 시원한 가을바람이 후텁지근한 여름의 열기를 날려버리듯,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지난 적폐를 일소하여 가을하늘처럼 맑고 푸른 정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저만치 가을이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