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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과 변절

등록일 2024-10-03 18:52 게재일 2024-10-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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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 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 래수필가·시조시인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사람은 심장이 없고, 늙어서도 여전히 사회주의자인 사람은 머리가 없다” 출처가 명확하진 않지만 프랑스와 영·미권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형태로 유행한 말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상과 정의에 대한 열정으로 사회주의와 같은 급진적이거나 진보적인 정치적 성향을 가지기 쉽지만, 나이가 들면서 경제적 안정, 현실적 제약, 사회적 경험 등을 통해 점점 더 현실적이고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사회주의적 신념을 고수하는 것은 현실인식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풍자적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사회주의자들이 인정할 리는 없지만, 아직도 좌우의 대립이 극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젊어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전향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있던 진영으로부터 변절자,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게 마련이다.

한때 운동권이었다가 전향을 한 사람들은 순수한 정의감과 사회개혁 의지로 치열하게 활동을 하다가 공산주의의 실상이나 좌익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태에 실망해서 과감하게 행로를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전향을 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운동권 활동 중에 방화, 살인, 강도 등 범죄행위를 했거나 북한에 약점이 잡혀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쳐 문재인 정권에 이르는 동안 소위 운동권 세력들이 기득권이 되어서 보이는 행태는 그들에게 민주화운동이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민주화였는지 아니면 사회주의·공산화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종북주사파들 중에는 북한으로부터 자금과 지령을 받은 상당수가 노동계, 교육계, 언론계, 법조계 등에 침투하여 사회를 혼란케 하고 국가 전복을 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얼마 전에 타계한 장기표 선생을 비롯해서 김지하 시인, 김문수 장관, 강철서신의 김영환 같은 분들은 전향을 한 후 열성적으로 좌파들의 불의와 비리를 폭로·비판하는 운동을 해왔다.

‘타는 목마름으로’나 ‘오적’같은 시를 써서 유신정권과 군사독재에 저항을 했던 김지하 시인은 운동권의 학생들의 연쇄분신 파동을 보고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며 질타를 했고,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김문수는 우파 정치인이 되어 좌파들과 싸우고 있다. ‘강철서신’이란 문건을 작성·배포해서 북한의 주체사상을 퍼뜨리고 ‘민족해방운동’에 앞장섰던 김영환은 북한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보고 북한의 실상에 실망해서 전향을 했다. 지금은 오로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투신하고 있다.

소위 민주화운동 세력들은 좌파정권의 요직을 차지하거나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했을 때 그들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들이 한 때 젊은 혈기로 저항하고 투쟁했던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것도 아니었고 억압 받는 국민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오로지 진영논리와 정치적 야욕에 빠져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에서 그들의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배신한 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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