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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친일몰이, 피해망상인가

등록일 2024-08-22 17:51 게재일 2024-0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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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해를 입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을 가지는 심리적 상태를 피해망상(被害妄想)이라 한다. 이는 정신질환의 주된 증상 중 하나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나타난다. 유전적 요인도 있고 도파민, 세로토닌 같은 뇌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유발될 수도 있다. 심한 스트레스나 트라우마가 원인일 수도 있고 약물남용이나 신체적 질병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피해망상의 주요 증상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 감시, 음모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비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해치거나 속이거나 이용하려 한다고 믿는가 하면, 주변의 사소한 일에도 자신을 겨냥한 의도적인 공격이나 비난이 있다고 느껴서 과민반응을 한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CCTV를 설치하는 등 비정상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일제의 식민통치 기간 우리 민족이 직간접적으로 받은 고통과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나 일제에 대항해 싸우다 순국하신 분들과 온갖 고초를 겪으며 옥살이를 하신 분들, 그 유족들의 원한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일제의 죄악상을 낱낱이 밝히고 항일투쟁을 하다 순국하셨거나 고초를 겪으신 분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와 보상도 마땅히 따라야 한다. 역사적 사건의 진상은 학자들이 철저히 규명할 일이고, 개별적이고 개인사적인 일들은 문학작품 등을 통해 조명되기도 했다.

올해는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지 79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제 일제의 식민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80세 이상 되는 노인들 뿐이다. 그분들 중에는 아직도 상당한 트라우마를 가진 분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사실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우리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방심하다가는 또다시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될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우려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단계에 이른 지금도 그런 우려를 하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친공·좌파들은 아직도 일본에 극도의 피해의식을 가진 것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금도 일제의 식민지라는 착각에 죽창이라도 들고 싸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걸핏하면 들고 나오는 좌파들의 친일몰이는 그런 피해망상이나 위기의식은 아닌 것 같다.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수시로 친일몰이를 꺼내드는 것은 궁지에 몰린 국면을 뒤집어 보려는 교활한 수작인 줄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프랑스와 독일이 지금 우방으로 지낸다고 침략전쟁의 과거를 잊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듯,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정책도 일제의 침탈을 망각하거나 용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좌파 정치인들이 당면한 사법리스크 방탄용으로 써먹는 친일몰이에 현혹되어 퇴행적 과거집착에 함몰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오로지 새로운 역사를 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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