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금의 시대정신(時代精神)

등록일 2024-10-17 18:07 게재일 2024-10-18 18면
스크랩버튼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한 시대의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을 시대정신이라고 한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 처음 사용한 말로, 그는 인류 역사의 어떤 시대이던 간에 그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 있다고 보았다. 각 시대마다 역사적 배경, 문화적 변동, 사회적 변화 등과 관련하여 그 시대를 지배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형성되고, 그것이 철학, 예술,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통해 표출된다는 것이다.

2024년 지금, 우리사회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아니 무엇이라야 하는가? 일제강점기에는 나라의 독립이 시대정신이었고, 해방 이후 제5공화국까지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당면한 과제였다.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 한국의 시대정신은 포용과 다양성, 기술혁신과 인간성의 조화, 지속가능한 환경, 사회적 정의, 글로벌 시민의식, 정치적 성숙과 같은 가치들을 바탕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가치들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정국의 정상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권은 도무지 정상이 아니다. 입법부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고 사법부를 위협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종북주사파들이 주축이 된 야권은 애초부터 타협이나 공조의 대상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문재인정권 적폐에 대한 수사로 궁지에 몰린 야권·좌파 세력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성질 고약한 놈이 장기를 두다가 외통수에 몰리면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장기판을 엎어버리는 것처럼, 지금 야권이 짜낸 사법리스크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도 아예 국정의 판을 엎어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조기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사실이 없다. 그래서 물고 늘어지는 것이 ‘약한 고리’로 보는 김건희 여사다. 문재인 정권 때부터 법무장관들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직에서 내쫓으려고 탈탈 털었던 것도 김 여사였다.

김 여사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 여러 가지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대통령을 탄핵할 만큼 중대한 사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물러설 야당이 아니다. 기왕에 판을 뒤엎기로 작정을 한 이상 무슨 짓이든 끝까지 밀어붙일 것이다.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경제든 안보든 위기가 닥쳐 국정파탄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래야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이재명이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의 안중에 나라와 국민 따위가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교통질서를 위해서 교통법규의 준수가 필요하듯,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치가 바로 서야 한다. 검찰과 사법부가 제 기능을 다해서 사법정의가 실현되면 부화뇌동하는 민심도 안정과 상식을 회복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절실한 시대정신이다.

浮雲世說(부운세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