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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용기

등록일 2021-11-17 20:08 게재일 2021-11-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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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랍비이며 사회 운동가인 마커스는 부켄발트 강제수용소에 숨겨져 있던 904명의 아이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구출하는데 힘썼다. 그때 구출 받은 아이 중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이 있었다. 위젤은 유대인들이 교수대에서 죽어갈 때마다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라고 탄식소리를 듣는다. 신의 부재는 위젤이 수용소에 있는 동안 내내 던진 질문이었다. 그 순간 그는 “나는 교수대에 죽어가는 저들과 함께 있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고 신이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의 부재를 깨닫고 용기를 얻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를 구출하는데 힘쓴 마커스는 아들이 소아마비로 죽자 절망 가운데 아인슈타인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때 아인슈타인은 “아들이 더 이상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의식이 불러오는 ‘착시적 망상’에 불과하며 존재의 방식을 달리할 뿐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했다. 틸리히는 죽음이 가져오는 절망은 존재하던 것이 없어지는 ‘비존재의 충격’때문이며 만일 죽음이 비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방식을 달리하는 것으로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고 하면서 이를 ‘존재의 용기’라 했다. 비존재는 절망을 가져오지만 존재는 희망과 용기를 불러온다는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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