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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교육 예산, 결손된 학습력 회복에 집중해야

지난 6일 국회서 열린 국민의힘 백년대계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우리나라 학생의 학력저하와 격차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OECD PISA 교육지표 등 국제지표와 국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데이터를 살펴보면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특히 학력저하가 하위권 학생만 아니라 교과내용의 50% 이상을 이해하는 보통학생들까지 나타나 전반적 현상이라고도 했다.학생들의 학력저하는 코로나19가 시작하면서 개학이 미뤄지고 갑자기 전환한 비대면 수업 등으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학부모들도 이런 사정을 감안, 공교육의 발빠른 대응을 요구했으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별다른 진척을 못보고 있는 분위기다.특히 학력저하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교육여건의 차이로 학생 간 학력격차가 더 벌어져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 학교 등교수업이 줄면서 학생들의 정서나 사회성 위축, 심지어 신체건강에까지 나쁜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실제로 다수의 학부모는 온라인 수업이 등교수업보다 학습력이 떨어져 사교육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1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 사태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젠 실제적 대응력을 갖출 때가 됐다. 앞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가 전개된다면 우리의 교육은 이런 부분에서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 교육과 방역을 동시에 만족하지 못하면 현장교육에 상당한 시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7월 교육감 취임 3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서 남은 임기 1년동안 “학생 주도성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팬데믹과 4차산업 시대라는 격변기에 맞는 인재교육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 강 교육감의 생각대로 학생 주도성 교육이 성과를 낼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그러기 위해선 코로나 팬데믹이란 변수에 잘 대응해 나가야 한다. 대구시교육청은 올 추경예산에서 상당 부분을 교육안전망 구축과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학습결손 회복에 투자할 계획이라 했다. 코로나로 인한 교육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노력은 당연하다. 지금부터는 학습력 회복에 따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허리끈을 졸라 매야 한다.

2021-09-09

9월의 기도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 찬란한 태양/ 마음의 문을 열어/ 온 몸으로 빛을 느끼게 하소서// 우울한 마음/ 어두운 마음/ 모두 지워버리고//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9월의 길을 나서게 하소서// 꽃길을 거닐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다보며/ 자유롭게 비상하는/ 꿈이 있게 하소서// 꿈을 말하고/ 꿈을 쓰고/ 꿈을 노래하고/ 꿈을 춤추게 하소서// 이 가을에/ 떠나지 말게 하시고/ 이 가을에/ 사랑이 더 깊어지게 하소서”수녀(修女)의 신분이기도 한 이해인 시인의 ‘9월의 기도’란 시다. 시인의 감성에 신앙인의 영성이 깃들어 가을 하늘처럼 높고 청명하다. 이 시에서처럼 꿈과 사랑이 가득한 세상이야말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여름의 열기가 차츰 가라앉는 9월이면 우리의 마음도 차분해지고 종교인이 아니라도 저 하늘에다 무언가 빌고 싶어진다. 하늘이 높푸르고 햇볕이 정갈해지고 바람이 상쾌해져서 온 누리가 정복한 은총으로 가득할 때, 문득 인간사를 돌아보게 되고 몇 마디 간절한 기도의 말을 중얼거리게 된다.바람이 서늘해진 가을이 오고 있지만 대선정국은 오히려 열기를 더하고 있다. 열기가 증가할수록 혼탁해지는 것이 정치권의 열역학법칙이라고나 할까, 갈수록 온갖 권모술수와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양상이다. 민심도 그에 따라 갈팡질팡 이리저리 휩쓸리고 부화뇌동하여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룬다. 부디 이 뜨거운 혼란과 혼탁의 도가니에서 정의롭고 후덕한 인품의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그래서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 서로가 적개심을 버리고 화합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내년 대선에서는 부디 편을 갈라서 내편이 아니면 다 적이고 악이라는 적패몰이로 반목과 증오를 조장하는 인물이 대통령으로 뽑히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이 먼저라면서 자기편 사람들만 먼저인 정권, 인권을 내세우면서 정작 폭정과 기아에 허덕이는 북녘 동포들 인권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세습독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만 전전긍긍하는 정권, 탈북한 청년들을 포승으로 묶어 강제로 돌려보내는가 하면 안타깝고 간절한 통일의 염원을 담은 대북전단까지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정권, 언론과 검찰과 법원까지 같은 패거리들로 장악해서 저들의 실정과 비리를 덮으려는 수작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정권, 민심을 현혹하기 위한 퍼주기 포퓰리즘으로 나라를 빚더미 위에 올려놓는 정권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높은 수준의 품격이나 지성까지는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수신제가는 갖춘 인물이 지도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패륜과 비행이 일반화되는 천박하고 패역한 사회로 타락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지도자의 자질이 부족하고 성향이 비뚤어지면 그것에 동조하고 아부하는 세력들이 모여들어 득세를 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혼탁해진 윗물이 아랫물까지 오염시킨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언젠가 방한을 한, 아역스타로 이름을 날린 미국의 여배우가 어린 나이에도 참 당찬 말을 했다.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은 불평할 권리가 없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불평하는 세상을 바꾸려고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2021-09-09

나이가 어때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미국 직장에서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다. 입사 원서에도 나이를 쓰지 못하도록 되어 있고 나이가 승진 등에 기준이 되지 않는다.미국대학은 한국대학처럼 65세에 정년 퇴임하지 않는다. 각 교수가 판단하여 자기가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다가 스스로 은퇴한다.지난주 한국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를 향해 “너무 오래 살았다. 100세 정도에는 판단이 흐려진다. 오래 사는 것이 위험하다는 옛말이 생겨난다. 약 80세 정도가 그런 적정 수명 한도선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는 취지로 발언한 변호사가 있었다. 김 교수가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친일적 발언을 했다는 주장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덧붙여 존엄사의 적정 연령이 80세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곡기를 끊어 스스로 떠나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고 한다.필자는 그의 SNS에 “그 나이에 가보지 않고 그 나이 사람을 평가할 때(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으나) 나이를 언급하여 비판하는 것은 올바른 비판은 아닙니다. 20년쯤 후에 본인이 언급한 나이가 되었을 떄 하신 발언을 되돌아볼 때 아마도 깊이 사과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다.그의 답은 “내가 무슨 말을 왜 했는지 알고나 아무 소리나 하시오”였다. 그래도 욕설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다.나이가 많든 적든 우리는 누구든 비판할 수 있고 동의를 표하지 않을 수 있다. 그건 개인의 사고가 자유로운 민주국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판을 하면서 상대의 나이를 거론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도 사고가 잘못될 수 있고 나이 든 사람도 판단력이 정확할 수 있다. 매주 평균 한 개의 강연을 100세 나이에 전국을 누비면서 소화하고 있는 김 교수의 강연을 직접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력이 뚜렷하고 사고가 정확했다. 소위 좌측 사람들의 대물림인지 사회의 어른을 공격하는 태도는 오래전에도 있었다. 이번 사건은 곰곰 생각해보니 그들이 떠받드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미 해봤던 경험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참 별 꼴 다 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005년 모 국무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화를 터뜨리며 터뜨린 발언이다.80대 중반의 고령의 김수환 추기경이 “요즘 나라가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으로 갈라져 있어 너무 걱정스럽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친북 인사들을 싸고도는 데 대해 “우리가 간판만 대한민국이고 지배하는 사람들은 영 다른 생각을 가진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아닌지 분간하기 어렵다”고 한 발언에 대한 반응이었다.패륜이란 말이 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하여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 또는 그런 현상. 국어사전은 패륜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패륜적 발언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누구든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나이에 가보지 않은 사람이 그 나이를 거론하면서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도대체 “나이가 어때서?” 젊은 당신의 사고가 훨씬 위태롭다.

2021-09-09

십리동행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로마가 이스라엘을 지배하고 있을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강제 동원되어 군수물자를 수송하는 일을 하였다. 특히 군인들이 전장으로 이동할 때에 자신의 배낭을 짊어지게 하여 운반하게 했는데 법령으로는 1마일 즉 오리까지만 허용했다. 간간히 이 법을 어긴 병사들이 있었는데 감봉과 명예전역, 매질로 다스렸다는 요세푸스의 기록이 있다. 강제하는 법은 오리까지만 허용하였다. 피 지배계급이 되어 버린 이스라엘 사람들이 억울하게 강제노역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예수님은 “만일 점령군의 한 사람이 그의 배낭을 지고 오리를 가자고 강요하거든 십리를 가 주어라”(성경영역본)고 했다. 그것은 개인에게는 선을 베푸는 행위이지만 한 편으로는 지배자의 정복전쟁을 도우는 악행이기도 하다. 라인홀드 니버는 “불의한 사회 속에서 행한 선한 행위는 불의한 일을 도운 것이 되기에 무효”라고 했다. 에밀 부루너도 “잘못 탄 기차 안에서의 선행은 무효다”라고 했다. 그런데 왜 예수는 십리동행을 하라고 했을까? 예수는 로마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는 힘으로 강제하여 평화를 이루는 이른바 ‘팍스로마나-로마의 평화’를 추구하였다. 로마는 평화를 이루는 길은 전쟁으로 세상을 정복하여 하나의 국가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서 ‘벨룸로마눔-로마의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의 대동아전쟁의 목적을 동북아평화라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예수는 평화는 끝없이 베푸는 선행과 사랑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로마와는 다른 길을 제시했다. 한때 이스라엘도 로마와 같은 방식으로 이스라엘의 평화를 되찾기 위하여 마카비는 창칼을 들고 반란을 일으켜 잠시 독립을 쟁취하고 평화를 얻는다. 그러나 폭력의 힘으로 얻는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기원후 70년 이스라엘은 더 큰 로마의 폭력에 의해 완전 멸망한다. 예수는 이 일을 예견하여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할 것이라고 했다.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한 로마는 세월이 흘러 313년 기독교를 공인하고 이후에 로마의 국교로 선포하게 된다. 나폴레옹의 죽기 전 했던 말로 알려진 “나는 무력으로 세상을 정복하려 했지만 실패하였는데 저 청년 예수는 사랑으로 세계를 정복하였다”는 말과 같이 로마 황제가 사랑의 힘에 굴복한 것이다. 십리동행을 말한 예수의 가르침은 물리적 힘이 강제하려는 세상을 향해 다른 길을 제시한 것이다. 악을 악으로 대항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것이었다. 강제하는 힘과 힘의 대결로 결코 세상의 평화가 오지 않음을 우리는 다 경험하였고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제3의 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21-09-08

왈츠는 사랑을 싣고

정미영 수필가 사랑은 하나의 점이다. 임계점. 한 물질이 다른 성질의 물질로 변하는 계기를 임계점이라 하는데, 나에게 사랑은 임계점과 같다. 무뚝뚝한 내가 어설픈 애교를 부리며 이전의 나와는 다른 나를 만난다.나는 첫 번째 점을 하나 둘 셋 쿵짝짝, 왈츠를 추며 찍었다. 초등학교 5학년 체육 시간에 세계 민속춤 중의 하나인 왈츠를 배웠다. 선생님은 스텝을 가르쳐 주시며 남학생의 왼손바닥에 여학생의 오른손을 얹고, 여학생의 왼손은 남학생의 오른팔 위에 얹으라고 하셨다.우리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싫다고 소리를 질렀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데 어떻게 손을 잡느냐고 너스레를 떠는 아이도 있었고, 남자끼리 여자끼리 하자고 타협하는 친구도 있었다. 시끄러운 소동에 선생님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셨다. 체육 실기를 왈츠로 한다며 잘 따라하라는 엄명을 내리신 것이었다.먼저 인사법부터 시작했다. 발의 움직임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멋진 왈츠를 출 수 있겠지만, 그 보다 인사를 제대로 해야 격식이 갖춰진 우아한 춤이 완성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들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선생님의 구령에 맞춰 동작을 익히기에 바빴다.선생님이 카세트 버튼을 누르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움직였다. 멋쩍은 듯 웃으며 딴청을 피우던 아이들이 서서히 리듬을 탔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어느 정도 기본기를 익혔다고 생각하셨던가 보았다. ‘밀과 보리가 자라네’ 노래의 어린이 왈츠 율동을 가르쳐 주시며 모둠별로 시험을 본다고 하셨다. 마주보는 짝지와 손뼉을 치기도 하고,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짝을 바꾸는 동작을 가르치셨다.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습하던 중이었다. ‘친구를 기다려 한 사람만 나오세요. 나와 함께 춤추세’를 부르며 짝을 바꿨다. 그런데 내 앞의 남학생이 빙글 돌면서 다시 제자리로 왔다. 자기는 짝을 바꾸기 싫다면서. 나는 반 아이들이 보는 앞이라 얼굴을 붉히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으나, 속으로는 친구의 엉뚱함이 싫지 않았다.우리 둘은 소꿉놀이 친구였다. 스스럼없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놀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애를 멀리했다. 어느 날 알게 된 친구 아빠의 대학 교수라는 직업이 부담스러웠다. 두 집안의 생활 형편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졌다. 열등감은 때로는 진실이 아닌 것도 사실인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 친구네를 들락거리며 마주쳤던 그 애 어머니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나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구나, 스스로 단정 짓고는 마음 아파했다.그런 나 자신이 싫어 마음속에 울타리를 쳤다. 나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려던 친구의 마음이 넘어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사실은 그 애를 바라보는 것마저 설렜던 나 자신을 단속하기 위한 처방이었다.친구의 진심이 나비처럼 춤추듯 날아든 것은 순전히 왈츠 때문이었다. 설레며 두근거리는 내 마음의 박자와 왈츠의 리듬은 기분 좋게 일치했다. 그렇게 첫사랑은 왈츠를 추며 내 마음에 점을 찍었다. 임계점. 열등감이 옅어지며 더 이상 친구 앞에 섰을 때 주눅 들지 않았다. 예전처럼 친구의 집 서재 가득 꽂혀 있던 책을 빌려 읽기도 하고, 마당 한 켠에 붉게 익은 석류를 따다 함께 나눠먹기도 했다.우리 둘이 만들어 갈 이야기는 석류 알맹이처럼 빼곡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학년이 끝나갈 무렵, 친구네가 멀리 이사를 가면서 끝이 났다. 새콤달콤하면서도 아쉬운 기억만을 남긴 채로. 그렇게 시나브로 내 기억 속에서 그 아이는 잊혀졌다.아니, 잊힌 줄 알았다. 살면서 문득 나도 모르게 ‘밀과 보리가 자라네~’ 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고개가 저절로 까닥거려지고 발장단은 신명이 난다. 그러면서 유난히 머루처럼 까맣던 친구의 눈동자를 아스라이 떠올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첫사랑을 만날 것만 같은 기대 때문일까? 어렸을 때 내 눈빛이 가장 반짝였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리움이라는 또 다른 점 하나를 찍는다.

2021-09-08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문명의 붕괴’ 표지. 아나바다 운동을 벌인 시절이 있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받아 쓰고 다시 쓰자는 준말인데, 20세기 말,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IMF 구제금융 사태를 이겨내려고 사람들이 펼친 운동이다. 사람들은 쓰지 않는 물건을 서로 바꾸고, 교복이나 교과서를 물려 주고 장난감과 동화책은 서로 나누었다.구두쇠 - 돈이나 재물을 쓰는 데 몹시 인색한 사람.노랑이 - 속이 좁고 인색한 사람을 비유로 일컫는 말.자린고비 - 아니꼬울 정도로 인색한 사람을 앝잡아 이르는 말.수전노(守錢奴) - 돈을 모을 줄만 알고 쓰려고는 하지 않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색한(吝嗇漢) - 아까워서 나눔에 인색한 사람.구두쇠는 ‘굳다’와 ‘쇠’가 결합한 말이다. ‘굳다’는 무엇을 헤프게 쓰지 않아 남는다는 뜻이며 ‘쇠’는 돌쇠나 마당쇠처럼 사람 이름에 붙는 접미어다. 굳은 땅에 물이 고인다는 격언처럼 함부로 돈을 낭비하지 않고 아껴 쓰는 사람이다. 벽쇠, 벽보 또는 구두배기라고도 한다. 세간에서 말하는, 구두 뒤축이 닳을까 봐 쇠를 박아 신었다는 데서 유래하지 않았다.자린(73BC吝) - 고약하고 인색한 마음, ‘절인’이라는 말을 음만 따서 한자로 적은 말이다.고비(考59A3) - 지방을 쓸 때 현고학생(顯考學生)과 현비유인(顯59A3孺人)을 쓰는데, 한 자씩 따서 돌아가신 부모를 가리키는 말로 쓴다.자린고비의 어원에는 일화가 있다. 옛날 충주 땅에 부자가 살았는데 그는 제사를 지낼 때마다 지방(紙榜)을 새로 쓰지 않았다. 한 번 쓴 것을 기름에 절인 뒤 해마다 그것을 다시 썼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지방은 불에 태워 없애는 것이 관례인데, 종이 조각을 아끼려고 기름에 절여 두고두고 쓰니 얼마나 짠돌이겠는가, 그 사람을 일컬어 ‘절인고비’라고 불렀는데, ‘절인’이 변하여 ‘자린’이 되고 사람들은 그를 ‘자린고비’라고 불렀다는 설이 전한다.짠돌이, 짠순이, 짠지, 굳짜, 깍쟁이, 꽁생원, 좀팽이, 수전노(守錢奴), 인색한(吝嗇漢), 알뜰하다, 살뜰하다, 알토란 같다 같은, 아낌에 관한 낱말이 우리네 삶에 녹아 있는다.연산군은 채홍사(採紅使)라는 관리를 두고 조선 팔도의 미녀들을 뽑아 기녀로 삼았다. 이들을 운평(運平)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의 수가 1천 명이 넘었다. 이들 가운데 인물이 빼어나고, 가무(歌舞)에 능한 운평을 뽑아 궁궐에 살게 했다. 이들이 흥청(興淸)으로, 흥청에게 녹봉과 몸종을 주었고, 그 가족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임금의 총애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천과(天科)흥청, 반천과(半天科)흥청, 지과(地科)흥청으로 서열을 매겼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이 장녹수이다. 연산군은 중종반정으로 폐위되고 말았는데, 연산군이 쫓겨나며 생긴 말이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고 전한다.지구에 닥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 곳곳에 지진, 해일, 폭우, 태풍 등 예전과 그 양상이 다르다. 인류는 그동안 지하에 묻힌 석탄, 가스, 석유 등을 뽑아 물 쓰듯 썼다. 화석연료에 불을 붙여 숱하게 태웠으니 지구의 기온이 오르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인류의 기술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지구가 뜨거워지면 인류는 멸망한다. 물질문명이 주는 편리에 취해 흥청망청하는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제레드 다이어몬드의 ‘문명의 붕괴’는 문명의 붕괴와 그 원인을 탐색한 책이다. 문명의 붕괴를 초래하는 요인은 환경파괴, 기후변화, 적대적인 이웃, 우호적인 이웃과의 교역, 이런 문제를 대하는 자세이다. 이 다섯 가지는 복합적으로 작용해 문명의 붕괴를 가속한다. 저자는 환경 파괴 문제를 가장 위협적으로 보았고, 그중에서 산림 파괴를 가장 중대한 원인으로 꼽았다.지구의 나이는 45.5억년이다. 뜨거운 혼돈의 시간을 지나 대지와 대기가 안정을 찾고 이후 생명이 탄생해 번성과 멸종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지구 곳곳에 멸종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로 추리해 보면 그동안 현재의 인류와 비슷한 문명이 번성하다가 붕괴했다고 상상할 수 있다. 문명을 이룬 생명체가 멸종하면 빌딩이나 다리 같은 문명의 흔적은 대략 백만 년이면 완전히 지워진다고 한다.한 번 무너진 지구의 균형이 다시 안정되려면 몇백 또는 몇천 만년이 지나야 한다. 지각이 몇 번 뒤집히고 지구가 리셋(reset)되면 다시 생명체가 태어난다. 지금까지 지구상에 인류문명 같은 문명이 몇 회나 흥청(興淸)했다가 망청(亡淸)했을까./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9-08

10월말 위드 코로나…희망고문에 그쳐선 안돼

코로나19와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위드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명률을 낮추는 새로운 방식의 방역체제 도입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회에 나와 “우리나라의 위드 코로나 가능 시점을 10월 말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60%를 돌파한 백신 1차 접종률이 성인 80% 이상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10월 말을 위드 코로나 전환점으로 본다는 것이다.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 이상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하며, 그 시기는 2차 접종이 완료되는 11월말 쯤이 적당하다고 했다. 유럽 등은 이미 위드 코로나 방역체제로 들어가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고 일상의 회복을 즐기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포한 이스라엘은 지난 4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하루 1만명대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위험 상황도 전개되고 있다. 이 나라 보건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과 입국자 관리, 확진자 모니터링, 백신접종, 신속한 검사 등을 방역의 주요 전략으로 삼고 위드 코로나 체제를 견지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는 장기화하는 팬데믹 상황에선 불가피한 선택이다.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희망하는 국민도 지금으로선 최상의 방책으로 여긴다. 코로나 속에 일상을 찾고 희생을 최소화하자는 위드 코로나 전략은 그래서 반드시 성공돼야 한다.그러나 유럽 국가 사례에서 보듯 위드 코로나 체제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적지 않은 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 방역체제 전환에 따른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유럽 국가의 사례를 연구하고 치밀하고도 과학적인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은 그동안의 정부 방역체제가 규제 만능으로 흘러 자영업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반발한다. 행정편의적 발상으로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가 또 다시 국민에게 희망고문하는 결과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말로만 K방역을 외칠게 아니라 세계가 주목할 성과를 내야 K방역이라 자랑할 수 있다.

2021-09-08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셜앱인 네이버·카카오에 대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있다.현재 국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는 법안들이 대거 발의된 상태로, 전혜숙 민주당 의원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표적이다.법안은 각각 지난해 12월, 올 1월 발의됐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위 간 중복 규제·규제관할권 다툼 문제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부가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선물하기, 결제, 쇼핑, 웹툰, 보험, 금융, 게임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변화해 퀵서비스, 꽃 배달, 미용실, 네일숍, 영어 교육, 실내 골프장, 주차 대행 같은 분야까지 진출했다. 카카오는 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은행 같이 모바일 이용이 불편했던 영역에 진출해 간단한 조작과 직관적 기능을 앞세워 시장을 혁신, 소비자 편익을 우선시했다는 입장이다.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간과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기존 시장에 진입한 다음 무료 이용으로 경쟁자를 제친 뒤 가격과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이다. 카카오택시가 대표적이다. 무료 서비스를 앞세워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뒤 최근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을 시작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포털에 국내 언론 뉴스를 무료 전재하면서 키운 영향력으로 광고 등을 독식하며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상생경제를 도외시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경고장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8

대구취수원 갈등 이젠 TK정치권이 풀어라

대구수돗물 일부를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공동 사용하는 문제가 그저께(7일) 대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유력주자인 정세균·이재명·이낙연 후보 모두 대구취수원 다변화 문제에 대해 찬성입장을 나타내며, 구미의 현안해결에 대한 공약도 제시했다. 대구취수원 다변화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다. 정 후보는 총리로 재직하던 지난해 2월 대구가 코로나19 1차 대유행으로 고통을 겪을 때 3주간 대구에서 숙식하며 방역활동 전반을 지휘했다. 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구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깨끗한 물 문제다. 30년간 풀지 못한 취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해 대구에 깨끗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시민께는 취수원 이전으로 안전한 물을 공급하고, 구미시민께는 KTX 구미역사 신설로 보답하겠다. 상생의 길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구취수원 다변화문제와 관련해 대구와 구미가 갈등을 겪는 부분은 정부가 적극 나서서 중재하고, 상수도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도 정부 주도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해평취수장 대구·구미 공동사용문제는) 국무총리 시절 긴 시간 논의 끝에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그 협약이 진전돼 얼마 전 구체적 합의에 이르렀다. 물 문제 해결은 이웃 지자체간의 상생을 위한 타협이고, 환경오염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결단이자 역사적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대구수돗물 해평취수장 공동이용 문제는 지난달 12일 장세용 구미시장이 조건부로 수용하면서 원만히 해결되는 듯했지만, 최근 구미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26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KTX 구미역사 신설’ 등 구미지역 현안해결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향적으로 검토돼 취수장 공동이용 협정이 조속히 체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도 드러났듯이, 오염된 대구 수돗물을 낙동강 상류에서 취수하는 문제는 누가 봐도 현안 중의 현안이다. 취수원 문제로 얽힌 대구·구미간 갈등은 이 지역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한다.

2021-09-08

위드코로나를 기다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코로나19가 질기다. 인류를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은지 500일이 다가오는데 도무지 물러설 기색이 없다. ‘뉴노멀’이라지만 세상은 몰라보게 바뀌었고 관계도 조금씩 틀어져간다. 만나고 어울리며 부대끼고 정겹게 돌아가야 할 인간사가 ‘사회적거리두기’로 차단되고 단절되어 이전의 모습을 회복할 길이 있을까 싶다.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는다지만 일터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느낌은 그리 고운 게 아니다. ‘원격진료’가 세심한 의료진의 손길을 대신할 수 있을까. 비대면강의가 넘실거리지만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물론, 교우들 간의 정서마저 끊어진다.가을학기 개강을 했지만 교정의 모습도 벌써 을씨년스럽다. 북적이는 강의실과 낭만넘치는 캠퍼스풍경은 오간데가 없다. 학생들이 근처에 있는 듯 하지만 강의현장에는 사람이 없다.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비대면접촉으로 마감할 것인지. 학생들이 학교와 강의를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어긋난 나머지 바람직한 모습을 영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공교육의 현장에도 같은 우려가 없지않아 온라인수업의 확대는 물론, 학교 교육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학교는 왜 다니는 것이었을까?학교로부터 기대하는 바가 ‘공부’에만 있을까. 코로나19 와중에 학력저하가 걱정되고 학력격차가 벌어질까 마음이 쓰이지만, 학교의 존재이유가 ‘학력’에만 있었을까. 학교에서 진짜로 배우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만나고 헤어지며 어울리고 나누는 가운데 깊어가는 인간애를 배우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지만 미움과 갈등도 어떻게든 헤쳐가며 애증이 쌓이는 학우들과의 관계형성. 그것 뿐인가. 학생과 선생, 교수와 제자 사이에 무르익는 정서와 관계는 교풍을 만들고 전통을 세워가는 다리가 아니었을까.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백신접종과 방역효과와 함께 이제는 보다 유연한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차단과 단절에만 기대는 방역은 인성을 무너뜨릴 위험에 봉착하였다. 재택근무의 효율성과 함께 생산성 높은 대면업무도 다시 불러와야 한다.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시들어가는 캠퍼스 분위기도 기운을 다시 차려야 한다. 학업보다 훨씬 중요한 관계형성을 배우도록 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썰렁한 여러 마당을 사람들로 새롭게 채워야 한다. 문화가 융성하고 사회가 역동성을 찾도록 방역의 기조를 살폈으면 싶다.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사람이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회복하도록 또다른 판을 짜내야 한다.학교와 일터 그리고 장터는 사람으로 북적여야 제맛이 아닌가. 만나지 못한 사이 혹 상처받은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하고, 포스트코로나의 뉴노멀이 만남을 버거이 여기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충격과 두려움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지혜롭게 극복하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 위드코로나로 다가서면서, 뉴노멀이 인간의 본성을 망각하지 않도록 잘 설계해야 한다.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2021-09-08

청소년 창업 교육이 답이다!

이주형 산자연중학교 교감 자연은 모든 것을 비울 준비를 시작했다. 비움으로써 영원한 성장을 이루는 자연! 자연에 없는 단어 중 으뜸은 미련이다. 미련 없이 이륙하는 단풍의 모습은 그 자체가 경이로움이다.나라에도 비움 현상이 심한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이 청년 일자리!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겐 청년 취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부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을 검색하면 지금 이 나라 청년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사는지 알 수 있다.“청년 실업률 10.7% 치솟아, 21년 만에 최대치!”행복해야 할 취업이 트라우마가 된 지금, 청년들에게 희망은 없을까? 그들에게 희망을 줄 모범 답을 어느 기업가가 제시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런데 이 말에 맞장구를 칠 청(소)년은 얼마나 될까! 이 나라 교육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대거리를 안 하면 다행이다.청소년 희망 직업 조사 결과만 봐도 교육이 청소년의 꿈을 얼마나 고정관념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지금 청년 실업률은 당장 지금 발생한 문제가 아닌 누적된 문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청년 취업 트라우마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많은 청년이 실업의 굴레 속에서 좌절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해결 방법은 뭘까?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까지의 교육을 비우는 일이다. 이 일에 미련을 두면 안 된다. 미련을 두는 순간 변화의 취지는 변질하고 만다. 입시라는 거대 공룡이 우리 교육을 장악한 지 오래다. 지금부터 그 공룡의 부피를 줄이면서, 그 자리에 진로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을 넣어야 한다. 의자 뺏기 놀이처럼 기존에 있는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간에 새로운 의자를 만드는 힘을 청소년들에게 길러줘야 한다.맹모삼천지교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에 있어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 모든 것에 있어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청소년 때부터 기업가 정신 교육, 즉 창업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청소년의 진로 세계관은 무한대로 넓어질 것이다. 이미 교육 선진국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창업 교육을 의무 교과로 편성하여 운영 중이다. 지금의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CEO들이 바로 어려서부터 창업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자연은 벌써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길수록 시행착오도 그만큼 줄어든다. 청년이 될 청소년에게도 미리 창업 교육을 한다면, 그들이 청년이 되었을 때 창업을 절대 낯설어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교육계에도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청소년 비즈쿨 프로그램 등 청소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이들을 정규 교과로 들여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이 마음껏 창업에 관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창업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청소년 창업 교육이 청년 실업을 극복할 답이다.

2021-09-08

우리 산의 생태가 살아나고 있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산림청은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63%를 산지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어딜 가나 산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대구 앞산은 필자의 아파트 코앞에 있다. 50년대 중반 어린 시절 필자의 고향 산은 모두 황폐한 민둥산이 많았다. 우리는 어른들을 대신해 민둥산에 나무 심기 부역을 다녔다. 나무라고는 없는 황토 민둥산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어딜 가나 산림이 울창하다. 십여 년 전 북한 개성공단 야산에 나무를 심은 적이 있다. 필자가 본 북한의 산은 대부분 내 어릴 때 보았던 민둥산이다. 북한 주민들이 땔감으로 벌목한 결과이다. 비만 오면 북한의 비 피해가 큰 것도 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산에는 나무가 빽빽하다. 고향 산의 산림이 너무 우거져 산소 잃은 사람도 상당수다. 대구 앞산에서도 이제 산 짐승을 종종 볼 수 있다. 올 초 어느 따뜻한 봄날 앞산 순환도로에서 멀지 않는 산비탈길을 혼자 산책하고 있었다. 지난해 태풍에 넘어진 아카시아 고목 위에 귀여운 새끼 고양이 4마리가 정겹게 앉아 있었다. 황갈색 줄무늬의 새끼 고양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어미를 기다리는지 새끼 고양이는 가까이 가도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릴 때 시골집 뒷마당에서 밤늦게 울던 도둑 고양이들이 떠올랐다.앞산에는 용두, 고산, 강단, 안지랑, 큰골 등 계곡이 많다. 골골마다 길의 경사가 다르고 풍광 역시 다르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강단골은 도로만 건너면 바로 접할 수 있다. 이곳에서도 필자는 고라니를 수차례 만났다. 노루나 고라니는 포수를 피해 도망치다 왜 도망치는지를 몰라 다시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얼마전 궁둥이의 흰털이 아름다운 큰 고라니 한 마리를 보았다. 그날 저녁 산을 내려오는데 고라니의 외마디 울음소리가 들렸다. 새끼를 찾는 것인지 배고픔인지 알 길이 없었다.지난달에는 큰 골로 산행을 갔다 멧돼지 무리를 만났다. 덩치가 큰 어미는 새끼 여러 마리를 데리고 산을 오르고 있었다. 멧돼지는 필자를 먼저 보았는지 가파른 길로 새끼를 데리고 도망쳤다. 초등학교시절 집에서 키웠던 까만 토종 돼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산 입구에는 멧돼지를 만나면 조용히 피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일전에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동네까지 출몰한다는 기사도 읽었다. 오늘 본 멧돼지도 새끼의 먹이를 찾아 내려오다 도망친 것일까.고향집 돼지우리에 키우다 늑대에게 잃어버린 귀여운 돼지가 생각났다.대한민국 산은 이처럼 산림의 생태가 복원 되었다. 우리 산이 살아 있음은 우리의 미래를 밝게 한다. 우리나라는 넓고 황량한 러시아나 미국과도 다르다. 우리는 어딜 가나 차로 10여분이면 아름다운 강산을 접할 수 있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의 산하는 잘만 가꾸면 세계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우리 국토의 삼면이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으로 연결되어 있다. 남북의 철길이 열리고 동해와 서해길이 연결되면 우리는 아름다운 관광국이 될 수도 있다. 산림당국이 일찍부터 우리 산에 경제성 있는 나무로 조림까지 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2021-09-08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김규종 경북대 교수 요즘 포털사이트에는 올라오지 않는 것이 없다. 각종 뉴스와 오락을 비롯해 인간이 구하는 온갖 내용이 여기저기서 손짓한다. 얼마 전부터 ‘책’의 골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어차피 책과 시작한 인생살이, 책으로 끝날 공산이 크기에 관심이 가는 터.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삽화까지 곁들인 소개란이 제법이다.글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은 사서 읽어야겠군, 하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광고와 비슷하면서도 광고를 넘는 출판사들의 내공이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런 글 가운데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네이비실 군사훈련 과정 가운데 침대를 정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것이 훈련생들의 첫 번째 과제라고 한다.침대를 정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자신이 잠들었던 공간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은 사소하지 않다. 자신이 만들어낸 지난 밤의 흔적을 정리-정돈하는 것과 그것을 배제한 채 다른 일과에 착수하는 것은 차이가 크다. 우리 일상은 생산공정의 일관작업처럼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인생에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삶은 소소한 일상의 반복에 토대를 두고 조용히 진행된다. 잠자고 밥 먹고 씻고 일하고 사람 만나고 쉬고, 이런 일상의 무수한 순환에 기초하여 인간의 평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일상의 흐름에서 어느 한 가지가 빠지거나 소홀해진다면 그다음 일과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늦잠에서 깨어난 아침 풍경을 떠올려보면 자명해진다. 흐트러진 잠자리를 내팽개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서둘러 옷을 걸치고, 일터로 황망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에게 평온하고 생산적이며 안정적인 하루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다. 침대를 잘 정리한다는 것은 그 하루의 일상을 차분하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시작하는 일을 뜻한다.침대 정리라는 사소한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대할 것은 거의 없다. 자신의 신변조차 허투루 넘어가는 인간은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수롭지 않은 그깟 일로 사람을 평가하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대범하고 담대하며 그릇이 큰 인간은 그런 시덥잖은 일은 두루뭉수리로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다.일찍이 노자는 “아름드리나무도 작은 싹에서 생겨나고, 구층 누각도 삼태기 하나의 흙에서 비롯되며, 천릿길도 발아래서 시작한다”는 말을 남겼다. 크고 중요한 모든 것의 출발은 하나같이 작고 미소한 것이다. 사소한 일상 혹은 습관 하나 통제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어느 날 문득 위대한 사상가나 정치가 혹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그래서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거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아침저녁으로 대면하는 아주 작은 일상에서 자기에게 보여주는 성실한 자세는 다가올 먼 미래에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다. 일컬어 ‘수적천석(水滴穿石)’ 아니겠는가?!

2021-09-07

이런 공존

강길수 수필가 장마철보다 지루한 가을장마가 잠시 멈춘 출근길이다. 처서 아침이다. 학교 뒤 담장 곁을 지나가는데, 누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지막한 작은 나팔꽃 한 송이다.자세히 바라다본다. 나팔꽃 덩굴은 삼사십 센티미터 정도 자란 망초 대를 감고 올라가다가 중간쯤에서 남보랏빛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나팔꽃 줄기와 망초의 대는 담장 콘크리트 벽과 보도블록 사이의 좁은 틈바구니에서 싹터 올라 자라났다. 둘 다 어려 보인다. 용케도 미화원의 풀 뽑는 손길도 피했다. 그러잖아도 근자에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한데, 이 척박한 환경의 틈에 망초와 어우러져 살면서 꽃을 피우다니 반갑고, 기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네댓 해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우리 아파트 낮은 담벼락에 나팔꽃이 많이도 피어났었다. 짙은 핑크빛과 남보랏빛 나팔꽃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침마다 축제를 벌였다. 떠오르는 해님 따라 새로 밝은 아침을 노래하며 일터로 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우리 기쁘게 살아내어요!’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했었다. 그런 날엔, 나팔꽃 생기를 듬뿍 받아 하루가 더 즐거웠었다.기쁜 마음 안고 사무실로 향했다. 여남은 걸음을 가다가 문득, 사진 한 장이라도 남기고 싶어졌다. ‘퇴근길에 찍자’하는 생각이 나자 ‘아침나절이 가면 나팔꽃은 지잖아!’하고 속말이 나왔다. 되돌아가 핸드폰 사진 한 장을 찍었다. 별반 변한 게 없는데, 주위에서 나팔꽃이 줄어드는 현상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또, 주어진 메마른 환경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함께 살아내는 망초와 나팔꽃이 사람보다 나아 보였다. 서로 자기만 살려고 한다면, 둘 다 저리 성하게 자라 꽃피우지 못했을 테니까.저녁에 집에서 핸드폰 사진을 열어보았다. 구석구석 새로 살피고 싶어서였다. 망초도 안개꽃보다 작은 흰 꽃들을 피우고 있었다. 나팔꽃 줄기는 망초의 온몸을 휘돌아 감고 올랐다. 처음 볼 때는 나팔꽃과 그 잎 두어 개, 망초 잎과 약간 휘어질 듯 서 있는 망초 대와 그 머리의 흰 꽃들이 전부였다. 열악한 틈에서 움터 자라나고, 꽃피워 열매 맺으려 서로 보듬고 살아내는 나팔꽃과 망초. 그 삶 안에 우리 생태계와 우주가 하나 되어 녹아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무한소와 무한대가 하나로 이어 있듯이….이방원의 하여가와 성삼문의 단심가가 떠오른다. 그런 건 인간 욕망덩어리일 뿐, 저 나팔꽃과 망초가 어우러져 사는 삶에는 비교될 수 없다. 모든 존재의 만남은 우연이면서 또, 필연이다. 나팔꽃 씨앗과 망초 씨가 공교롭게 저 담장 밑 틈바구니에 나란히 떨어진 것은 우연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함께 싹트고 자라나는 일은 필연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만일 저 망초가 인간이라면, 자기 몸을 저렇게 칭칭 감아 오르는 나팔꽃 덩굴을 가만히 놔둘까. 적폐로 몰아세우지 않을까.인간은 자연을 배우며 살아야 할 존재다. 지구란 행성의 생태계 안에서, 어우러져 살아내야 할 공동체 일원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나팔꽃과 망초의 공존처럼….우리나라도, 국민도 이렇게 공존할 수는 없을까.

2021-09-07

여당 순회경선, TK현안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더불어민주당 주요 대선후보들이 대구·경북 지역 경제가 그동안 전·현 정권으로부터 홀대를 받아 심각하게 낙후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오는 11~12일 실시되는 대구·경북지역 순회경선을 앞둔 득표전략이긴 하겠지만, 정치권과 지자체는 여당의 최종 대선후보 공약에 이 지역 현안이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5일 대구 상공회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구·경북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기존 정치 세력이 하지 못한 일을 이재명이 하겠다”면서 TK 6대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내용은 미래형 자동차산업과 로봇산업 육성, 구미~대구~포항권 이차전지 소재산업 벨트 구축 등이다. 이낙연 후보도 지난 6일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인 대구·경북이 있었기에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다. 대구·경북이 IMF를 거치면서 싼 임금의 노동력을 찾아 지역기업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제조업의 위상이 많이 축소됐다”고 밝히면서 “대구·경북을 광역경제 생활권으로 묶어 신(新) 제조업 수도를 겸하는 메가시티로 발전시키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공약실현을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지원단을 설치하겠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도 같은 날 “대구·경북 침체엔 전 정권의 책임도 무관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엔 낯부끄럽다”고 밝히면서, 경북 전역 무료버스 사업 시행, KTX 구미역 신설 등을 공약했다.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지난 3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대구 경제가 전국에서 꼴찌다.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며 TK 지역민을 조롱하던 때와는 판이한 분위기여서, 여당 주요 대선후보들의 TK 공약이 지역민들로선 일면 위로되는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구·경북은 인사나 예산, 국책사업 등에서 수많은 패싱을 당해 왔지만, 이전 보수정권에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대구·경북 정치권과 지자체는 이번 대선에서 여당 주요후보들이 득표를 위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질 때 TK현안이 이들의 주요공약집에 포함되도록 총력전을 펴야 한다.

2021-09-07

7조 투자 이끈 포항시, 산업구조 다변화 轉機로

포항시의 기업투자 규모가 최근 4년동안 6조8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지역경제 파급 효과도 19조5천억원 상당에 달해 타 시도의 주목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포항시민은 물론 경북도민 모두가 반가워해야 할 소식이다. 포항시는 1968년 포항제철 설립 이후 포항제철의 성장과 함께 도시가 발전해 왔다. 국가기간산업으로 성장한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철강생산업체로 등장하면서 지금은 세계 최대규모 철강생산업체로 발돋움했다. 포항시는 포스코의 독보적 성장에 힘입어 국제적으로 철강도시로 이름을 올렸다.이번 포항시의 투자가 특별히 반가운 것은 이차전지, 바이오, 수소분야 등 신성장산업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경기에 따라 지역의 경제가 좌지우지되는 단선적 경제구조에서 복합적 경제구조로 변화할 수 있는 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포항은 특구지정과 국가연구시설 및 실증단지 등을 갖춘 타지역과는 차별화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어 기업의 지속적 투자도 예상된다. 양극재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에코프로는 영일만 산단에 이차전지 소재분야에 2025년까지 1조7천억원을 투자하고 연이어 5천억원도 증설할 계획이라 한다. 공장이 완공될 경우 인력 채용규모가 3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GS건설이 1천억원 규모로 이달 중 영일만 산단내 공장 착공에 들어가며 포스코 케미칼은 양극재와 음극재 공장을 동시에 발주시킨다는 계획이다.또 한미사이언스도 그린바이오산업 중심인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 3천억원을 투자, 제약바이오산업을 육성할 계획으로 있다.포항시의 전략적 투자 유치로 포항시는 4년이란 단기간에 기업유치 효과를 극대화 했으며 뿐만 아니라 첨단 신성장 중심의 산업지형으로 바꾸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신성장산업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등 포항산업 지형의 대변혁을 통해 제2 영일만 기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포항시는 그간의 노력으로 경제분야에서 이룬 가시적 성과를 잘 관리하여 포항이 탄탄한 경제 산업도시로 다시한번 도약하도록 해야 한다. 영일만신항과 블루밸리산단 등 뛰어난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 전국 최고 신산업도시가 되도록 팔을 걷어부쳐야 할 것이다.

2021-09-07

니캅 속 여성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20년 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남성없이 외출도 못하게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탈레반 정권은 이와 관련 과거처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들이 속속 발표하는 여성관련 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최근 한 여성이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져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내 사립대학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니캅(niqab)착용을 강제했다는 외신도 들어오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여대생은 니캅을 착용하지 않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으며 남녀 간 수업은 분리가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커튼을 쳐서 서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교사만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한다.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위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 카불시내에 4명의 여성이 종이 한 장씩을 들고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직은 탈레반이 시위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없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보장 시위가 더 확산된다면 어떤 형태의 시위 진압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슬림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마치 가시밭길 같이 험난해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7

여태 능소화는 피었는데

김락기시조시인 · 칼럼리스트 능소화는 야릇하다. 재택생활에서 바깥나들이를 할 때면 머나 가까우나 강렬한 다홍빛 원색으로 메며든다. 도색적·뇌쇄적 매혹을 풍긴다. 지금 하추교역기 꽃들이 사방에서 피고진다. 나라가 온통 꽃 세상천지다. 세계 10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는 사계절 내내 꽃들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집 발코니에는 제라늄꽃이 핀다. 몇 달 전 수십 년 만에 한강 유람선을 탄 적이 있다. 강변에 펼쳐지는 야경은 장관이었다. 저녁이 이슥하자 빌딩 숲에 켜지는 청사초롱 꽃들이 뭇별처럼 반짝이며 이내 속가슴을 후벼들었다. 밤낮없이 피는 꽃들 가운데 능소화는 이즈음 어디서나 쉬이 볼 수 있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로 읊거나 필묵으로 치는 제재다. 1930년대에는 ‘서울에서 사직동 덕흥대원군 사당 담장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꽃이었다.’고 문일평의 ‘화하만필’은 이른다. 꽃말 ‘명예’나 별명 ‘양반꽃’이 어울리는 까닭이다. 나는 한때 이를 문인화로 치면서, 담장을 낀 길녘이 능소화와 잘 어울림을 느꼈다.“능소화 드리우고 호박넝쿨 덮이어도/토석담 그 골목이 왜 그리도 무료한지/담벼락/기대고 서서/꿈 그리던 몽상들∥성벽 담이 높다 해도 단풍 들고 눈 내리면/묻어두던 정감들이 서럽도록 그리워서/예서 또/거닐어보는/그때 여느 발자취.” 내 졸음 ‘돌담길’ 부분이다. 10여 년 전 군위 팔공산 자락 한밤마을을 지날 때 감회다. 어떤 블로그에는 능소화가 피어 있는 고향마을 돌담길에 남아 있는 유년시절, 서럽도록 그리운 한 폭의 풍경화라고 평했다. 담벼락이나 큰키나무 가지들을 된통 휘감고 어우러진 모습은 화려하고 장대하다. 치렁치렁한 원추꽃차례-청록색 이파리와 주황 또는 선홍빛 꽃떨기가 보색 대비되어 인상 깊게 여운이 밴다.지금까지 오늘날 우리나라의 겉쪽 풍경이었다면, 나라 안쪽 모습은 어떤지 보자. 작년 4·15 총선거에 대한 무효소송 재검표 현황을 예로 든다. 인천 연수을·경남 양산을·서울 영등포을 지역구 등이 진행되었다. 국민이 믿는 최후의 보루는 대법원의 공정한 재판이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며, 선거소송은 180일 이내에 처리토록 되어 있다. 이와 달리, 주심 대법관의 얄궂은 행태에 민심의 꽃들이 분노로 시들고 있다. 공병호 박사 같은 분들이 피를 토하듯 부정선거라고 열변한다. 이상하리만큼 주류언론은 침묵한다.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는 지난 8월 24일 ‘자유민주주의 근간, 헌법의 기초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열망과 각오는 임계점을 지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국민의 3대 주권 중 투표권이 유명무실화된다면 저항권을 넘어 혁명권이 실행될지 모른다. 시들다 지친 꽃들이 태풍처럼 돌변할 수 있다. ‘능소화’가 이름 그대로 하늘을 원망만 하랴. 싱싱한 채로 떨어지는 꽃을 문일평은 주목했다. 시조 올린다.‘꽃 같은 세상’꽃네는 애시당초/꽃 세상을 꿈꿨거늘//행여나 아니어라/속내 몰래 저어하면//떨어진/저, 저 꽃잎들/핏빛으로 물들라.

2021-09-07

촉법소년, 우리 모두의 문제

최근 한 동영상을 보았다. 외제차를 훔쳐 달아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차에서 내린 이들은 한 눈에도 앳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들이었다. 차를 왜 훔쳤냐는 기자의 질문엔 손가락 욕설과 입에 담기 힘든 욕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 중 2명은 촉법 소년으로, 훔친 차로 운전을 했지만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이란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촉법소년이란 만 10세이상 14세 미만 형사 미성년자이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 소년은 죄질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소년재판을 받게 되지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촉법 소년이라 분류되며 범죄를 저질렀을 시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을 받게 될시엔 범죄의 강도에 따라 보호관찰서로 인계되거나 정해진 시설로 넘겨지는 시설위탁처분, 소년원 송치처분등이 내려진다고 한다. 여기서 가장 의아한 건 어떠한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거다.이러한 너그러운 법안을 악용해 촉법소년들은 더한 범죄를 저지른다. 과거 서울에서 차를 훔친 8명의 청소년들은 대구까지 내달렸으며 경찰과의 추격 도중 대학생이던 배달기사의 오토바이를 쳐선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결국 얼마 못 가 붙잡혔으나, 경찰서 안에서 셀카를 올리며 ‘한 달 뒤에 보자’는 글을 sns에 올려 반성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이들은 이전에도 주유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나거나, 차량을 절도하는 행위를 반복했음에도 촉법소년이라 매번 풀려났다고 한다. 결국 운전대를 잡은 청소년만 소년원으로 송치되었으며 나머지 소년들은 경찰 조사 후 곧장 훈방되었다.아주 오래 전부터 소년 범죄나 만행은 대두되어왔지만 날이 갈수록 죄질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들의 성에 대한 관념 또한 옳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최근 CCTV가 없는 지하실에 또래 여학생을 데려가 성추행한다거나, 동영상을 몰래 찍어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일례가 또 발생했다. 또래 아이를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하는 사건은 십여 년 전부터 끊임없이 문제되곤 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으니 안타깝다.N번방 사건의 일부 가담자 중엔 촉법소년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피해자는 깊은 상처를 가슴 속에 묻으며 영원히 사회 복귀에 실패하지만, 가해자는 어린 나이에 잠시 비행을 했단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과 교화를 통해 사회 복귀에 안전하게 성공한다. 깨끗한 전과 기록으로 사회에 복귀하여 거리를 활보할 수 있도록 법이 나서서 도와주기 때문이다.촉법소년의 범죄 유형은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등의 강력범죄 죄목에 해당된다. 실제로 만 13세부터 꾸준히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대검찰청은 3회 이상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발표하기도 했다.현재 여러 나라에서도 소년법을 나이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는데, 검색해본 결과 스코틀랜드는 촉법소년에 해당되는 연령을 8세 미만이라 규정했으며 미국의 일부 주에선 7세 미만 정도로 해당 연령이 낮은 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촉법소년들의 잇따른 만행에 형사 미성년자와 촉법소년의 연령대를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물론 어느 정도 가이드 기준이 있어야겠지만 단순하게 나이로 죄질을 달리하여 책임을 묻는 것이 최선인가 싶다. 나이와 무관하게 죄는 죄고 저지른 건 실수가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 저지른 범죄에 중점을 두어 합당한 처벌과 교육을 받아야 한단 생각이다. 이 문제는 꼭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극적인 영상을 창출해내는 어른의 책임, 법적 교육의 부실 문제나 가해자를 묵인하려는 태도와 가벼운 비행이라 치부하며 넘어가는 어른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영화 ‘시’에 등장하는 양미자는 세상은 아름답고 시는 숭고한 것이라 믿는다. 자신의 손자가 성폭행으로 한 여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단 걸 안 뒤론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 않음을 알게 된다.대부분의 어른, 특히 가해자의 부모들은 불쾌한 현실에 눈을 돌리거나 상황을 덮기 바쁘지만 양미자는 추악한 현실에 두 눈을 맞추어 고통에 응한다. 결국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자세히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건 모두가 해결해나가야 하는 문제다.

2021-09-07

시간강사로 산다는 것

얼마 전 급하게 돈 들어갈 데가 있어 은행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승인을 거의 앞두고 급여 소득 증빙 차 건강보험자격득실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해서 서류를 발급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직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 가입자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출을 받지 못했다. 지난 2년간 한국연구재단 박사 후 국내 연수 연구원으로 4대 보험 혜택과 함께 고정 급여를 받았는데, 그게 종료되면서 건강보험 자격에도 변동이 생긴 것이다. 세 곳의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출강하고 있지만,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로 분류되어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까지만 적용이 되고 건강보험은 해당되지 않는다.인문학 연구자들은 대학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 그야말로 ‘잉여인간’이 된다. 박사학위까지 받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이제 와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거니와 이미 30대 중후반을 넘긴 나이다. 시간강사를 속칭 ‘보따리장수’라고 부르는 것은 이 학교 저 학교를 떠돌아다니며 강의 시수대로 급여를 받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이번 학기 세 학교에서 다섯 개 강좌 총 14시간 수업을 한다. 시간당 강의료는 3만5천원에 불과하다. 다 합해봐야 월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박봉이다.세 시간짜리 수업 하나를 위해 강의록을 만들고, 교재 연구를 하고, 강의 및 평가 계획서를 작성하고, 학생들의 과제물을 읽고 일일이 피드백을 해준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환경에서는 품이 더 많이 들어간다. 25분짜리 수업 영상 세 개를 촬영하고, 자막을 입히고, 인코딩을 하고, 인터넷 강의실에 업로드하는 데 1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거기에다 아동학대 예방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청탁금지법 교육, 교수법 특강, 산업안전 교육, 장애 인식 개선교육 등 온갖 교육까지 이수해야 한다. 교강사 업적평가에 포함되기에 밤을 새워서라도 영상 강의를 다 시청해야만 한다. 녹록지 않지만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도 그 노력을 좋게 봐줘서 매번 강의평가 때마다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작년에는 학교 전체 교강사 중에서 강의평가 3등 했다. 그래도 강의료는 3만5천원이다.박봉보다 더 서글픈 것은 시간강사를 그저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대학과 정부의 인식이다. 며칠 전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이수하러 교육부 중앙교육연구원 사이트에 접속했다. ‘직급명’을 필수 입력해야 해서 직급코드 조회란에 ‘강사’라고 쳤더니 ‘전임강사’는 나오는데 시간강사는 없었다. 전임강사가 아닌 나는 어떤 직급명을 택해야 하나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직급없음(방과후강사)’을 클릭했다. 교육부의 직급코드 데이터베이스에 시간강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출강하는 한 학교에서는 내게 ‘캡스톤디자인’이라는 교과목을 맡겼다. 학과에도 처음 도입되는 수업 모듈을 시간강사인 내가 잘 알 리 만무하다. 용어조차도 생소하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산업체와 협업해서 무언가 실용적인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산학 협력 프로젝트다. 시를 읽고 쓰는 문예창작과 시 창작 수업을 산업체와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막막하다. 담당 강사인 내가 직접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협업할 산업체를 선정하고, 과제 신청서와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지원받는 과제 경비 정산을 해야 한다. 학과에는 최대 2천만원의 지원금이 나오고, 산업체 담당자와 학과 전임교수에게는 멘토 수당이 지급되지만 정작 교과목 운영 강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강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강사들이 처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9년과 비교해 강사 자리는 2만여 개 줄었고, 정부는 사립대 시간강사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 개정된 강사법대로라면 대학은 강사에게 1년 이상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하면서 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을 적용하고, 방학 중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강사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이용해 처우는 제대로 보장하지 않으면서 강사에게 수업 외 업무까지 떠맡긴다. 게다가 대학들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강사 수를 줄이고, 초빙교원과 겸임교원을 늘리는 편법으로 강사법을 무색하게 하는 중이다.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당근마켓에서 2006년식 낡은 스쿠터를 40만원 주고 사서는 배달대행 부업을 시작했다. 엄마한테는 괜히 말했다 싶다. 배달 라이더들 사고가 많은 요즘, 아무리 걱정하지 말라 한들 엄마는 걱정하실 것이다. 속이 탄 엄마는 “공부를 그렇게 많이 했으면서 할 일이 그것밖에 없어?” 말했고, 나는 “공부를 많이 해서 할 일이 이것밖에 없는 거야” 대답했다.

2021-09-07

몸과 마음 사이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근 20일째 가을장마가 계속되다 보니 우려와 이변도 뒤따르고 있다. 집중호우가 수시로 내리고 태풍이 쏟아낸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부분적으로 유례없이 많은 피해를 가져왔다.또한 일조량이 부족해 곡식과 과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예찰과 더욱이 장기적인 우천과 흐릿한 날씨가 주는 우중충함으로 코로나 블루의 침울함이 더욱 깊어질지도 모를 가을의 길목이다.사람이 보고 듣고 맡고 맛보며 느끼는 등의 감각은 순전히 외부적인 현상과 사물에 대한 반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즉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향기로운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희소식을 듣거나 맛난 것을 먹으면 기쁘고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개인적인 감각기관의 촉수에 따라 인식과 느낌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동일한 현상을 두고도 달리 여길 수 있음은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어떤 사실을 인지한다는 것은 몸으로 느끼거나 받아들인 것을 마음이 알고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인지과학(認知科學) 측면에서는 인간이나 생물의 인식과정을 대상으로 한 지식의 표현, 추론기구, 학습, 시각·청각 등의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를 오래 전부터 진행해왔다. 하지만 몸이 느끼는 것을 마음마저 일치시켜 함께 느끼기란 결코 만만찮고 쉽지 않은 일이다.몸은 반사적으로 반응하고 직감적으로 움직이는데, 마음은 태평이고 무덤덤할 때가 많다. 또한 행실은 바르고 착한데 마음은 악하고 독한 경우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곧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이며, 마음은 가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몸은 원하는데 마음이 뒤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몸과 마음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것, 그것은 곧 진심과 진솔함이 아닐까 싶다.옛 현인들은 몸과 마음의 일체와 수양을 위해 수신과 도야를 일삼으며 마음의 밭에 진실의 나무를 심고자 노력했다. 진실되고 너그러운 마음의 바탕에서 건실한 나무가 튼실히 자라난다고 굳게 믿었다. 궁극적으로 몸과 마음은 하나이고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감각적, 감정적 상태와 신체적 변화 사이에는 연관성이 많다. 이를테면 사랑에 가슴이 뛰고, 슬픔에 창자가 끊어지며, 분노에 피가 치솟는다고 하는 것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몸과 마음 사이에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명상(瞑想)’이 있다. 흐트러진 마음을 모으고 번잡함을 가라앉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명상은, 사유와 관조를 통해 성찰하는 일종의 마음수련이라 할 수 있다. 알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듯이, 평온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비추어보면 코로나에 찌든 심약함도, 구름처럼 드리워진 우울감도 말끔히 치유되지 않을까?

2021-09-06

1인가구, 그리고 가족의 재구성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실장 ‘건강가정기본법’ 제15조에 5년마다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동안 제1차 (2006∼2010)와 제2차(2011∼2015), 그리고 제3차(2016∼2020) 가족정책 성과를 기반으로 한 가족 환경변화에 따라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기존 ‘공동체로서의 가족 지원’에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구체적으로 첫째, 가족의 다양성을 반영했다.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 가족 유형에 따라 차별하지 않으며, 비혼 및 1인가구 증가에 따라 좀 더 유연한 돌봄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둘째, 모든 가족의 안정적 생활여건보장이다.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이나 사각지대 없이 가족에 대한 지속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셋째,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존중한다. ‘공동체로서의 가족 지원’에서 ‘가족과 개인의 삶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권리를 반영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의 일환으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현재 1인가구가 30.0% 이상을 차지하고 그 비율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면 1인가구 정책지원이 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 그 간 세대별 1인가구에서 제안한 정책 이슈로 20~30대는 주거지원 및 주택정책, 지역사회 안전, 결혼 진입 장벽 해소와 결혼문화 개선이었다. 40~50대는 준고령자 취업훈련 및 직업알선 연계 활성화, 지역사회 다양한 자녀돌봄 인프라의 구축 및 정보제공, 긴급 위기지원서비스 확대 및 지역사회안전망 구축, 가부장적 성 역할 및 가족문화의 전환 캠페인 확산, 다양한 가족의 삶을 수용하는 성숙한 사회문화 조성이었다. 70대 이상 노년세대는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빈곤문제 해결, 고령 1인가구의 가족유대감 유지 강화 및 사회적 통합 제고 노력 등을 필요로 하였다. 때문에 1인가구 주요정책은 크게 주거지원과 (특히 여성 거주자를 위한) 생활안전을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었다. 1인가구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큰 문제로 생활안전이 대두됨에 따라 여러 지방자치단체는 생활안전 관련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지금까지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지원이 대부분 주택구입 등을 위한 자금지원 및 주택공급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입주민을 위한 적절한 주거환경의 유지·관리 및 이에 대한 정기적 점검 등을 다루는 주택정책은 부족하다. 무엇보다도 여성 안심택배서비스 등도 무인 택배함의 설치·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택배함의 유지·관리 및 택배함 이용 등과 관련된 개선점·한계점에 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가족이 과거와 달리 질적으로 변화했지만 사회적 지원체계는 가족 기능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젠 제도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1-09-06

8만 원짜리 그림 5천억 원에 팔리다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미술품들 중 가장 비싼 것은 어떤 작품일까?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이다. 그렇다면 ‘모나리자’의 가격은 얼마일까? 이 작품은 한 번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 가격은 알 수 없다. 그런데 ‘모나리자’가 얼마인지 대략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작품의 보험가를 살펴보면 된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하는 작품들은 만에 하나 발생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돼 있다.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추정가격이 산정되는데 이것을 보험가라고 한다. ‘모나리자’의 보험가는 1962년 기준 1억 달러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지난 60여 년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환산하면 무려 8억6천만 달러가 넘는다.그렇다면 지금까지 미술시장에서 ‘공식적’으로 팔린 가장 비싼 작품은 무엇일까? 역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다. 2017년 크리스티의 뉴욕 경매에서 레오나르도의 작품 ‘살바도르 문디’(1500년경)가 4억5천3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그림을 구매한 사람은 사우디 왕자 바드르 빈 압둘라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이미 몇 차례 경매에서 거래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영국인 프란시스 쿡은 1900년 이 작품을 구입했다. 그림은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레오나르도의 작품이 아니라 그의 제자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세월이 흘러 1958년 쿡의 손자가 이 그림을 45파운드, 약 8만원에 팔아 버렸다.같은 그림은 2005년 다시 경매를 통해 1만 달러에 판매됐다. 대대적인 복원과정을 거친 후 ‘살바도르 문디’는 레오나르도의 작품으로 감정됐고, 그림은 이후로 계속해서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작품의 가격이 치솟게 된다. 2013년 스위스인 아트딜러 이브 보비에가 8천만 달러에 그림을 구입했고 같은 해 러시아 사업가가 1억2천750만 달러를 지불해 새로운 주인이 됐다. 그리고 2017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5천33억 원에 낙찰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해 어느 투자회사가 그림을 매입했고, 한참동안 행방이 묘연해진 그림은 2019년 6월 사우디 왕세자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4월 12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사우디 왕자의 호화 요트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작품 가격이 치솟은 시점과 요인은 분명하다. 2005년 이뤄진 복원과 레오나르도의 작품이라는 감정 결과가 작품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장 권위 있는 미술사학자와 전문가들이 감정에 참여했을 것이다.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과학적 분석도 이뤄졌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조금의 오류 가능성도 없이 완벽하게 진품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이전의 모든 측정치와 감정은 추정일 뿐이다. 최고의 권위자들이 잘못 판정해 위작을 진품으로 거래된 경우도 다수 있다. 국내에서는 어느 작품을 두고 미술가는 위작이라 주장하고 소장 미술관은 진품이라 주장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반대로 위작범이 체포돼 범행을 자백했음에도 미술가는 자신의 작품이라 주장한 웃지 못할 사례도 있다.이 모든 사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돈, 욕망, 허영이다. ‘살바로드 문디’가 정말 레오나르도의 작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다만 돈에 대한 욕망이 미술을 통해 허영을 일깨우면 8만 원에 팔렸던 그림이 5천억 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진작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욕망에 비례해 그림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해 본다.2018년 10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을 든 소녀’가 15억원에 낙찰됐다. 판매가가 결정되는 순간 액자 안 캔버스가 아래로 밀리면서 그림이 잘게 절단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 일이 벌어진 이후 작품의 가격은 오히려 급등했다. 뱅크시의 작품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올 10월 소더비 경매에 출품된다고 한다. 추정가는 64억에서 96억 원 사이라고 한다./미술사학자

2021-09-06

월성 동쪽에 황룡사는 어떻게 지어졌나?

고려시대 시인 김극기는 시 ‘황룡사(皇龍寺)’에 ‘층층이 사다리 휘감아 하늘로 오르려하니 주변의 온갖 산수들 한눈에 들어오네...(생략)... 동도를 굽어보니 수많은 집들 벌집이나 개미구멍인양 더욱 아득하네’라고 표현하였다. 선덕여왕 때 세워진 황룡사 구층목탑을 의미할텐데 구층목탑을 올라갈수 있는 사다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뒤로하고 얼마나 높았으면 집이 벌집이나 개미구멍처럼 보였을까 하고 궁금해진다. 신라 경문왕 12년(872년)에 황룡사 목탑을 중수하면서 심초석 사리공 사리내함에 새긴 기록 찰주본기(刹柱本記)에는 ‘(탑의) 철반 이상은 높이가 7보이고 그 이하는 높이가 30보 3자이다’라고 하는데 지금의 기준으로 환산하자면 약 80m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니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그렇게 보일만도 하다. 구층목탑의 규모만 보더라도 황룡사는 신라사찰의 가장 큰 규모의 국가사찰이자, 호국사찰이었음을 알 수 있다.황룡사는 신라 진흥왕 553년부터 고려 고종 1238년 폐사되기 전까지 약 680년 동안 이어진 호국사찰이었다. 단일 사찰이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몇백 년 동안 명맥을 이어져오기란 쉽지 않다. 황룡사가 오랫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비결의 실마리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찾을 수 있는 건 아닐까? 고려시대 편찬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그 어떤 사찰보다 황룡사에 대한 창건부터 중수, 폐사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국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었으리라.창건과 관련된 기록에는 “553년 2월 진흥왕이 월성 동쪽에 궁궐을 짓고자 했으나 황룡(黃龍)이 나타나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여 사찰을 짓고 황룡사(皇龍寺)로 했다”는 것이다. 즉, 원래 황룡사가 자리한 곳은 궁궐을 짓기 위함이었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찰로 사업변경이 이루어진 것이다.황룡사는 국가의 계획하에 국가 주도로 건립된 국찰이었고, 당시 불교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사찰로 백고좌회(百高座會·국가적 행사로 개최된 큰 법회), 연등회 등 중요한 국가행사를 담당한 곳이기도 했다. 진흥왕의 염원을 품고 건립된 이후 안타까운 폐사를 맞이하기까지 신라인의 마음속에 황룡사는 단순히 종교적 의미의 사찰뿐 아니라 신라인들의 정신이 투영된 곳으로 고려시대로 왕조가 바뀌었어도 사찰이 갖는 의미는 쉽사리 사라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황룡사가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불탔을 때 당시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을지.그렇다면 황룡사는 지금의 자리에 어떻게 건립되었을까? 지금의 황룡사는 위엄 있었을 건물지와 함께 금당에 자리 잡고 있었을 장육존상 그리고 구층목탑의 웅장함은 볼 수 없지만 큰 주춧돌과 대석을 통해 옛 황룡사의 전성기를 짐작할 수 있다. 발굴조사 결과를 통해 황룡사의 면적은 약 8만㎡ 이상으로 확인되었는데 면적만 보더라도 당시 황룡사가 얼마나 거대했을지는 상상이상일 것 같다. 그런 황룡사가 세워지기까지 단순히 건물을 짓기 위해서만 많은 공력이 들어간 것은 아니다. 즉, 황룡사가 들어서기 위한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과 재료 그리고 시간을 쏟아낸 대공사는 불가피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1976~1983년 문화재연구소에서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황룡사가 들어선 일대는 본래 저습지였음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즉, 군데군데 늪지처럼 물이 고여 있어 사람이 거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버리진 땅을 당시 사람들은 흙과 돌을 날라 채워가며 지금의 황룡사 부지를 조성하였다. 이를 황룡사 ‘대지조성층’이라 부르는데 성토된 깊이가 2m가 넘는 곳도 있다. 조성방법 또한 주목 할 만하다. 건물을 세울 때는 건물지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기반을 다지는데 주변의 흙을 깎아 평탄화 시키거나 부족한 흙은 가져와 기초를 다진다. 황룡사는 습지였기 때문에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모여있는 물 위로 돌과 흙을 부어 성토하였다. 성토 방법은 다양하지만 황룡사는 주로 비스듬하게 경사지도록 흙을 부어 점차적으로 대지를 넓히는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발굴조사 결과를 보면 본존불을 모시는 금당의 경우 경사성토된 곳을 다시 굴착한 후 수평으로 다시 흙을 반복하여 판축하여 건물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정여선 학예연구사 이런 방식으로 황룡사는 건물지의 중요성과 규모에 따라 성토된 흙을 되파기 하여 다시 채우거나 경사로 성토된 위에 건물을 건립하였다. 또한, 회색니질의 습지층 위에는 솟아올라오는 물을 다스리기 위함인지 자갈이나 사람 머리만한 돌을 깔거나 채운양상이 확인되기도 한다. 생각하면 할수록 당시 기계의 힘을 빌려 대지를 조성한것도 아니었을텐데 그 거대한 면적을 오롯이 인간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지금도 황룡사를 가보면 금당지, 목탑지, 중문지 등 주요 건물지는 주변보다 높게 주춧돌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큰 주춧돌을 통해 그 위에 기둥과 지붕의 규모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 아래 습지를 메우고 건물을 세운 많은 신라시대 사람들의 노력이 스며있음을 기억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21-09-06

몬티 홀 문제

몬티 홀 문제(Monty Hall problem)는 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국산영화 ‘D.P’에 나오는 퍼즐 문제로, 미국의 TV 게임 쇼 ‘거래를 합시다(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퍼즐이다. 퍼즐의 이름은 이 게임 쇼의 진행자 몬티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퍼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해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에 참가했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 문 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참가자가 자동차를 가지려할 때 원래 선택했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바꾸지 않는 것이 유리할까?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정답을 맞출 확률이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참가자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지 않을 때 자동차가 있는 문을 선택할 확률은 1/3이지만, 처음 선택한 번호를 바꾸면 확률은 2/3으로 증가한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고를 확률이 1/3이지만 사회자가 문을 열어주면 1/3 확률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확률이 옮겨져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문에 자동차가 있을 확률은 2/3가 되기 때문이다.몬티 홀 딜레마는 인간이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전통 경제학 가정의 허를 찌르는 사례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서 후보를 고르는 것도 몬티홀 문제에 비견되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06

아프간의 비극이 한국에 주는 교훈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아프간의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다. 시민들은 패닉에 빠져 공항으로 달려갔고, 아수라장이 된 군중 속에서 두 살 아기는 압사하고, 미군 수송기에 매달렸던 청년들은 모두 추락사했다. “아기라도 살려 달라”고 철조망 위로 자식을 건네는 엄마의 모습이 눈물겹다. 게다가 IS의 자폭테러로 수백 명이 사상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된 카불의 비극이다.누구를 탓하랴. 자업자득(自業自得)이었다. 허울뿐인 30만 정부군이 6만 탈레반에게 백기 투항했다. 결사 항전하겠다던 대통령은 국민을 버리고 참모들과 함께 해외로 도주했고, 그의 동생은 탈레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대통령부터 콩가루 집안인데 누가 나라를 지킬 수 있겠는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정부가 미래를 결정할 기회를 줬는데도 그들은 스스로 포기했다.”고 한 이유다.아프간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현실주의 안보전략이다. 국제정치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가안보의 최선은 ‘자신의 힘’이며, 차선은 ‘동맹의 힘’이다. 하지만 동맹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줄 뿐이다. 바이든은 “아프간정부가 포기한 전쟁에서 미군이 희생돼선 안 된다.”고 하면서 “국익이 없는 곳에 계속 머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록 동맹이라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가 없거나, 동맹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한미동맹도 ‘미국우선주의’와 충돌되지 않도록 잘 관리되어야 한다.나아가 정치지도자에게는 ‘솔선수범’의 교훈을 준다. 전시에 영국은 지도층이 제일 먼저 전장으로 달려갔지만, 아프간은 대통령이 제일 먼저 도망갔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어떤가?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내로남불’과 ‘흑백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은 망국의 길이 아닌가? 무엇이 잘못되면 ‘내 탓이 아니라 네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이 지도자 자격이 있는가? 여당의 전 대표가 “윗물은 맑은데 아랫물이 흐리다.”고 한 궤변을 보면 ‘솔선수범’이 무엇인지를 알 리가 없다.국민에게 주는 교훈도 적지 않다. 민주공화국의 흥망은 권력 주체인 국민에게 달려있다. 도산 안창호는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은 일본도 아니요, 이완용도 아니요, 바로 나 자신”이라고 했다. 확고한 주인의식의 발로다. 국민이 항상 깨어 있어야 아프간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외침은 자유의 향유에 수반하는 국민의 책임과 희생을 일깨워 준다.아프간의 비극은 1975년 베트남 비극과 판박이다. 두 나라는 똑 같이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후 미군이 철수하자 붕괴했다. 6·25때 흥남철수와 카불의 난민철수도 다르지 않다.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평화협정과 미군철수의 의도가 이제 명백해졌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던가? 오늘의 비극은 어제의 역사를 망각한 대가다. 우리의 내일을 위해 아프간의 비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2021-09-06

인센티브 적용 추석방역, 일상회복 시험대다

정부가 추석연휴 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접종완료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적용키로 하면서 향후 코로나19 방역 방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정부는 다음달 3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지역은 4단계, 비수도권지역은 3단계를 유지하되 6일부터 사적모임 기준 일부를 완화했다. 수도권은 접종완료자를 포함해 6인까지 모임이 가능하고 대구와 경북 등 비수도권은 접종완료자 4인을 포함 8인까지 만남이 허용된다.수도권의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도 밤 9시에서 밤 10시로 연장했다. 수도권에서는 식당과 카페에서만 허용되는 완화기준이 3단계 지역인 비수도권에서는 식당, 카페뿐 아니라 PC방, 노래방, 헬스장 등 모든 다중이용시설에도 적용된다.특히 추석연휴 전후 1주일간은 가정에서 접종완료자 4명을 포함 8명까지 가족모임이 가능하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도 환자와 면회객 모두 접종완료자일 경우 방문 면회도 허용한다.정부는 앞으로 한달간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통제 가능한 수준이 되면 내달부터 일상에 가까운 방향으로 방역조치를 더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이 낀 방역기간의 성과를 예의주시해 강화냐 완화냐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인센티브 완화 조치는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한 출구전략이다. 현재 34% 수준인 접종완료률이 앞으로 가파르게 오른다면 이 정도의 인센티브 적용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성급한 것인지 일상으로 안정적으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인지는 지금부터 두고 봐야 한다. 전문가도 위드 코로나로 가기위해서는 방역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금씩 일상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접종완료률이 50%에 도달하지 못해 성급하다는 견해도 있다.최근 일주일간(8월 29일∼9월 4일)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하루 평균 1천671명으로 전주보다 30명이 줄었다. 아직도 4차 대유행의 기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 일상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희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는 백신접종 속도를 높이고 국민은 정해진 방역수칙을 잘 따라야 한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의 방역 결과가 코로나 방역의 향방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2021-09-06

어린이집 폐원 속출…‘보육의 公共性’ 아쉽다

저출산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경북도내 어린이집 폐원이 속출하고 있어 걱정이다. 도내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은 어린이집이 그나마 젊은 부부를 잡아 놓을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한편 어린이집의 안정적 운영기반 확립을 위해 보육정책이 전환될 필요가 있다. 올해 8월말 기준 경북도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공립·민간·가정 어린이집은 1천637곳이다. 지난 2018년 1천976곳에서 2019년 1천844곳, 2020년 1천725곳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면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어린이집은 25곳에 그쳤다. 어린이집 폐원의 가장 큰 이유는 낮은 출산율 때문이다. 경북지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00명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둘째 아이를 낳는 부부가 없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전체 합계출산율 0.84명보다는 높지만,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경북도내 출생아는 매년 평균 1천500명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울릉군의 출생아 수는 30명을 기록하며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그다음 영양군 52명, 군위군 59명, 청송군 78명으로 나란히 출생아 수 전국 최하위권을 차지했다. 이처럼 출생아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니 어린이집들이 원생을 채우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어린이집은 아이를 키우는데 필수적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어린이집 폐원을 남의 일처럼 방관해선 안 된다. 농어촌지역, 특히 조손가정의 경우 어린이집은 보호자가 안심하고 일을 하고,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어린이집 원생수가 한명이 남더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유치원은 교육부가 담당하고 있다. 같은 나이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느냐, 유치원에 가느냐에 따라 지원이 달라져 각종 선거 때마다 보육계에서는 통합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데 이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소도시나 농어촌지역에 있는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 수준으로 지원해서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2021-09-06

성냥의 추억

지금은 라이터에 밀려 추억의 물건이 됐지만 성냥에 얽힌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많다. 성냥은 1880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와 약 100년 가까이 서민의 사랑을 받아 왔다.부싯돌을 금속에 마찰하거나 나뭇가지를 서로 맞비벼서 불을 일으켰던 시절을 생각하면 성냥의 발명은 서민생활을 일깨우는 혁신적 역사다. 19C 말 개화승 이동인이 일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져온 것이 한국에 들어온 계기다. 당시 성냥은 한통 값이 쌀 한되 값과 막먹을 만큼 비쌌다. 그래서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1910년 이후 일본인에 의해 인천과 부산 등지에 성냥공장이 설립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됐다.6·25 전쟁 이후 전기가 귀하고 정전이 잦았던 시절, 성냥은 가정의 필수품이다. 서울에서 정전이 한 번 일어나면 갑성냥 3만갑이 팔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성냥은 가정마다 필요해 집들이 선물로도 잘 팔렸다. 성냥 불처럼 살림이 확 일어나라는 뜻이다. 성냥값이 오르면 요즘 석유값 인상처럼 신문에 가격 인상이 늘 보도되곤 했다.라이터가 나오고 성냥의 효용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던 1970년대 말까지도 전국에는 300여 개의 성냥공장이 있었다. 경북 의성에는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남은 성냥공장이 하나 있었다. 성광성냥 공장으로 1954년 공장이 설립돼 2013년에 문을 닫았다. 한 때 160명의 종업원이 이곳에서 일을 해 의성을 대표하는 기업이기도 했다.이 공장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한 경영인의 뜻에 따라 지금은 이 공장이 의성군에 기증됐다. 의성군은 역사문화 자산으로 잘 보존해 관광자원으로 삼겠다고 했다. 문화유산이 꼭 거창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성냥공장도 우리의 삶의 흔적을 더듬어 볼 문화로서 가치는 충분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05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흔들리지 말고 추진해야

군위군 대구 편입안에 대한 경북도의회의 투표 결과가 이도 저도 아닌 찬반 모두 불채택으로 결론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2일 경북도의회는 의원 57명이 투표해 군위군 대구 편입안에 채택 28표, 불채택 29표, 반대안에는 채택 24표, 불채택 33표로 부결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도의회의 의견을 “찬성·반대 의견없음”의 형태로 사실관계만 적시하고 행안부에 건의할 예정이라 한다. 군위군의 대구편입은 통합신공항 이전의 전제조건이다. 지난해 7월 대구시와 경북도, 대구시의회, 경북도의회가 편입을 약속했고, 특히 경북도의원 53명은 이에 동의하는 서명도 했다. 이번 도의회의 결론은 도의원 스스로가 약속을 깬 것이다. 정치적 신뢰가 무너지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신의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도민을 대표한 의회가 책임을 회피한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위기감을 주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런 일이다. 대구시·대구시의회와 달리 경북도의회가 도출한 결론은 신공항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도의회의 의견없음이 신공항 건설에 발목을 잡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또 행안부가 의견이 없다는 도의회의 결론을 두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해 줄지도 의문이다. 통합신공항 추진에 암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이번 결과로 행안부가 주민투표에 붙일 가능성도 있으나 20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문제와 정치적 갈등이 분출할 소지가 있어 행안부 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군위군민과 군위군 통합신공항추진위가 “대구 편입없이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도 없다”는 주장을 펴며 경북도의원 전원 사퇴를 요구하는 등 반발 기류도 심상찮다. 통합 신공항 건설이 또다시 표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신공항은 대구와 경북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프로젝트다. 특히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선 할 일도 태산같다. 이번 경북의회의 결론은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이에게 우려를 주었다. 그렇다고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지가 꺾이어서는 안 된다. 신공항 건설이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202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