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임시변통으로 집권당 문제 해결될까

등록일 2022-08-28 20:08 게재일 2022-08-29 3면
스크랩버튼
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참 가지가지 한다. 앞이 안 보인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집권당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당 대표는 당 윤리위에서 6개월간 직무를 정지하고, 그래서 만들어진 비대위원장은 무효가 됐다.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판사 탓을 했다. ‘우리법연구회’를 들먹였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 다시 망신만 했다. 헛발질이 한두 번이 아니니 한 번 더 했다고 부끄럽지도 않다. 판사를 원망하는 논리가 겨우 ‘정당 자율성 침해’란다. 어물쩍 마음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사실 법으로 따지는 정치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 부재를 의미한다. 법으로만 재단한다면 정치가 왜 필요하나. 법조인이 정치권에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은 정도가 지나쳐 모든 정치 이슈를 법원에 넘겨놓았다. 직접 넘겼건 정치를 포기해 넘어갈 명분을 줬건 마찬가지다. 이제 와 법원의 간섭을 나무라는 게 기가 막힌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결정에 대해 바로 이의신청했다. 27일 의원총회에서는 당헌·당규를 바꾸어 다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말이 재구성이지 기존 비대위의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완하되 정치적으로는 이제까지 해온 방향으로 직진하겠다는 말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당헌·당규까지 사후에 꿰맞추는 꼼수다. 대한민국의 집권당이 이 정도인지 정말 개탄스럽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한다.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꽉 막힌 집권 세력이 정권을 잡자마자 섣부르게 정적부터 제거하려다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치력은 하나도 없다. 자신들의 장기인 법으로 덤볐다 되치기당했다. 그런데도 직진이다.

이의 제기하고, 항고하고… 당헌·당규를 고치고, 비대위를 또 구성하고, 가처분 신청하고, 소송을 끌고…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건가. 이준석 대표가 복귀할 때까지 끝낼 수는 있는 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허둥대는지 알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5년이 긴 시간도 아니다. 정적을 만들 필요가 뭔가. 하루하루가 황금 같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 경제와 안보는 하루 앞을 모르게 격변하고 있다. 엄혹한 국제 환경과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며 민생은 바닥을 보인다. 여야 없이 모두 끌어모아 달려들어도 힘든 국면에 집권당 내부 쪼개기 정치로 시간을 보낼 건가.

이준석 대표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 집권당을 이 지경으로 몰아간 것은 ‘내부 총질’이라고 비난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이 대표의 책임을 물으려면 ‘윤핵관’도 피해갈 수 없다. 지금 당을 이끄는 게 ‘윤핵관’이고,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드러난 집권 초기 인사를 주무른 게 그들이다.

국민의힘 현 지도부는 중요 계기마다 딴 이슈를 만들어 망쳐왔다. 휴대폰 문자를 노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해복구 노력은 사라지고,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만 주목받았다. 집권당이 단합해 분발하자고 모인 연찬회는 ‘4 미인론’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숟가락 노래’로 사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가처분 기각을 공언하고, 우리법 출신 판사라는 가짜 뉴스에 낚여 망신만 당했다.

하는 일마다 도움은커녕 사고만 치고 다닌다. 이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건 무슨 쇠고집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임시지도부라 해도 완전히 다시 구성하는 게 옳다. 당장 원내대표부터 다시 선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윤핵관’은 뒤로 빠져야 한다. 이 대표만이 아니라 그들부터 선당후사(先黨後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부담이 윤 대통령에게 간다. 윤 대통령이 사태를 정리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윤 대통령도 좀 더 크게 보아야 한다. 선거 당시의 소소한 감정은 빨리 털어야 한다. 표를 주었건 아니건, 좋건 싫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다. 국가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책임은 모두 대통령의 어깨에 있다. /본사 고문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김진국의 ‘정치 풍향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