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번 시원하게 한다 싶었다. “문재인 같은 인간은 무능하다.” 그뿐 아니 다. “문재인은 비열한 사람”, “문재인이 오늘날 우리 국민이 겪는 모든 고통의 원흉이다.” 최동석 신임 인사혁신처장이 과거에 했다는 발언이다.
그의 평가가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표현이 너무 거칠다. 야당의 반발은 약과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윤건영 의원은 SNS에 “화가 많이 난다”라며 “치욕스럽기까지 하다”라고 비판했다.
최 처장의 말에도 새길 만한 대목이 없지 않다. 그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보은 인사’ 비판이 일자, “인사는 ‘코드인사’를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임명권자와 성향이 비슷한 인사를 기용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성보다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말도 완전히 부정만 할 수는 없다.
그는 “문재인 정부 장·차관들 명단을 쭉 봐라. 다 문재인 같은 무능한 인간들”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단식 농성 중단을 설득하러 광화문에 갔다가, 갑자기 자신도 동조 농성을 시작했다. 즉흥적이고, 감성적이다. 남의 눈을 의식한다. 앞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하고, 돌아서자마자 다른 행동을 하는 일이 잦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 연이은 타운홀 미팅에서 현장 민원을 단호하게 잘랐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일선의 개별 민원을 처리할 권한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SPC 사고에 대해서는 꼬치꼬치 추궁했다. 프레스에 팔이 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떠올랐다. 매정해 보이고, 당사자는 섭섭해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하는 게 맞다. 지도자가 가질 태도다.
이런 두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최 처장의 언행은 너무 나갔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 원천 배제 7대 원칙’을 “아주 멍청한 기준으로 나라를 들어먹었다”라고 비난했다. 위장전입, 병역 기피, 불법 재산 증식, 탈세, 연구 부정행위라는 기존 원칙에 성범죄와 음주 운전을 더한 것이다. 그는 “일꾼이 몸 튼튼하고, 일 잘하면 되지”라고 했다. 이게 단순히 도덕성으로만 치부할 문제들인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익을 해치고, 법을 어길 수 있는 사람에게 공직을 맡겨도 되나. 도덕성이 없으면서 유능한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다.
그는 특히 성 인지 감수성에 문제가 있다. 문 정부가 성범죄를 인사 원칙에 추가한 걸 비난했다. “예쁜 여자는 얼굴값 한다”라면서 “된장끼 있는 여자가 명품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정치적 타격을 주기 위해 기획’됐다며, “점점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고 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했다. 당시는 안희정 충남지사·오거돈 부산시장까지 민주당에서 성추행 사건 연거푸 터질 때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반성문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비굴한 짓”이라고 욕을 퍼부었다. 조 전 장관에게는 “정치하라. 재능을 썩힐 필요가 없다”라고 부추겼다. 그러다 조 전 장관이 조국혁신당을 만들자 태도가 돌변했다. “조국은 이론도 없고, 과거도 숨기고 있다”, “금수저의 ‘있어빌러티’ 때문에 속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단한 철학이 아니다. 이재명에게 유리하면 선(善)이고, 그와 적대하면 악(惡)이라는 이분법이 뚜렷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하늘이 내린 민족의 축복이자 구원자”라며, “5년은 짧다. 10년, 20년은 해야 한다”라고 찬양가를 불렀다. 왜 발탁됐는지 짐작이 간다.
그는 강선우 의원에 관한 질문에 “TV도 없고, 신문을 안 본다”라면서 피하고, “도덕성 관련된 것을 공개적으로 청문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교육정책의 기본도 모르는 교육부 장관, 약자를 존중하지 않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나. ‘코드인사’를 인정하더라도,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진영주의라면 곤란하다. 몰(沒) 도덕이 대한민국의 공직자상일 수는 없다. 더구나 그의 역할이 공직을 전리품으로 나누는 것을 인사 혁신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위험하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