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다. 그러나 그 실수가 반복되면 문제다. 더구나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르고, 고칠 생각도 하지 않는 건 최악이다. 천주교 신자들은 수시로 가슴을 치며 ‘내 탓이요’를 외친다. 신부에게 ‘고해(告解)’라는 것도 한다. 죄를 짓고, 용서만 빌면 해결이 되나. 자기 잘못을 성찰해 통회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이 앞서야 한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3%, 국민의힘은 19%로 나타났다. 전국 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 45%, 국민의힘 19%로 비슷하게 나왔다. 70대 이상을 포함해 모든 세대에서 민주당이 앞섰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한국갤럽조사는 대구·경북(TK)에서도 민주당 34%, 국민의힘 27%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찍은 유권자가 이민을 한 게 아니다. TK 주민의 정치적 성향이 갑자기 바뀐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갑자기 예뻐서도 아니다. 국민의힘이 실망하게 한 탓이다. 정치를 하다 잘못할 수도 있다. 수많은 당원 중에 이상한 사람이 몇 명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수습할 생각도 없는 집단이라면 희망이 없다.
12·3 비상계엄 직후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라는 의견이 70%, 탄핵 찬성이 74%였다. 아무리 내가 표를 준 대통령이라 해도 헌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이 준 것보다 더 많은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면 용서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국민의힘 다수 의원은 비상계엄을 막지 않았다. 그런 판단을 한 당 지도부에 항의하지도,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국민의 뜻을 거슬러 친위쿠데타를 시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감쌌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명확한 의견 표명을 하지 않는 것은 윤 전 대통령의 반헌법적 행동에 동조했다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다. 반성은커녕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은 의원도 많다. 오히려 ‘친윤’ 핵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당을 좌지우지했다. 윤 전 대통령 비판을 오히려 ‘배신’으로 몰아 비난했다. ‘의리’라고 포
장했다. 국민의힘이 조직폭력배 집단인가. 국민, 공익보다 의리가 중요한가.
국민의힘의 목표가 뭔가. 정강·정책을 국정에 반영해 국리민복을 도모하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집권해야 한다. 정당의 최고 목표는 집권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고, 당의 정책을 입법하기 위해서는 국회 다수 의석도 차지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반대하는 길을 가는 이유는 뭘까. 나머지 3명이 그 정당에서는 다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집권이나 보수 정책 반영과는 거리가 멀다. 당권 장악, 재선을 통한 개인적 영달을 노린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TK에서마저 뒤집히고 있다. 부자 살림을 다 거덜 내고, 쪽박을 놓고 다툴 건가.
당의 주인은 누구일까. 파면된 대통령인가, 중진의원인가, 당원인가, 아니면 국민인가. 당의 목표가 집권인가. 아니면 쫓겨난 대통령 경호인가. 중진의원들의 자리보전인가. 전체 국민을 반으로 나누면 오른쪽 반쪽에서는 30%만 해도 절대다수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결코 집권할 수 없다. 그래도 제2당으로는 살아남을 거라고 자위하는 걸까. 정당도 불멸의 조직은 아니다. 대통령을 배출할
수 없는 불임 정당은 망할 수밖에 없다.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어물쩍 덮어도 될 일이 있고, 아닌 일이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놓인 처지가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막으면 잘 풀릴 것 같은가. 고통만 길어지고, 멸망으로 가는 길만 재촉한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는 김문수 대선후보에게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치는 본인의 영예를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 봉사의 정신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훈계했다. 권한을 행사했으면 그만한 책임도 져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정치가 열린다. 이 지경이 되도록 이미 많이 하지 않았나.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