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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립 영웅 홍범도 장군의 재평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광복 76주년 홍범도(1868∼1943) 장군이 먼 이국땅에서 귀환하였다. 그는 카자흐스탄 크즐오라다를 떠나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되셨다.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으나 이국땅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시고 사후 78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것이다. 만주 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는 영웅적인 전투 승리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그의 항일 투쟁을 높이 평가하는데 정작 고국은 그를 외면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최고 훈장인 대한민국장을 서훈 받고 영면에 들었다.평양 출신 홍범도 장군은 머슴살이하는 부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출산 후유증으로 모친은 사망하고 부친마저 그가 9살 때 돌아가셨다. 그도 머슴살이를 하다 190㎝의 장대한 기골로 조선군 나팔수로 선발되었다. 그 후 금강산 신계사에서 승려 생활을 하다 비구니스님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2007년 필자도 금강산 신계사를 다녀왔지만 그가 거쳐 간 사찰임은 전혀 몰랐다. 10년간 포수 생활로 그는 총 솜씨가 뛰어나고 산을 잘 타 ‘나르는 홍범도’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 후 그는 의병 전쟁에 참전하여 주재소 습격 등 많은 전공을 세운다. 일제가 그를 회유하기 위해 그의 부인에게 귀환 편지를 쓰라고 강요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순절하였다.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7일 대한독립군이 최초로 일본군에 승리한 전투이다. 이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은 일제의 75사단의 월강 추월대와 교전하여 일본군 175명을 사살하게 된다. 물론 이 전투는 홍범도 장군 단독 전투가 아닌 합세한 독립군 연합의 승리이다. 독립신문은 이 전투에서 아군 장교 1명과 사병 3명만 희생되었다고 보도했지만 이 전과에 관해 일본은 인정치 않는다. 이 전투의 승리는 그해 10월 김좌진 장군의 청산리 전투 승리로 직결되고 당시 독립 운동가들의 사기를 크게 북돋아 주었다.일제는 이 전투의 패배로 만주에서 대대적인 독립 운동가 색출 작전을 벌인다. 그는 인근 연해주로 긴급 피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집권한 레닌은 그의 항일 투쟁을 높이 평가하여 권총 한 정과 군복을 선사했다. 러시아는 그에게 작은 국영농장 콜호즈 책임자로 임명한다. 그는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정책에 의해 고려인 약 18만만 명과 함께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한다. 항일 영웅 홍범도 역시 자신의 뜻과는 무관한 디아스포라 신세가 된다. 그는 고려인의 도움으로 극장 수위 생활을 하다 해방 2년 전 세상을 떠났다.홍범도 장군이 고국에 안장되고 최고 훈장이 추서된 것은 늦으나마 무척 다행한 일이다. 북한이 뒤 늦게 홍범도 장군을 평양에 모시려 하였으나 카자흐스탄 당국과 현지 고려인들이 거부하였다. 북한 당국이 항일 혁명의 역사는 온통 김일성 항일 투쟁역사로만 국한했던 편협한 결과이다. 일부에서 홍범도의 공산당 입당 경력과 ‘자유시 사변’시의 행적을 비판하지만 그의 봉오동 전투 공적까지 폄하해선 안 된다. 이는 철 지난 이념 논쟁에 불과할 뿐이다.

2021-08-25

대구 식수원이 독성물질로 오염됐다니 충격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7월 28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매주 2차례 대구시민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매곡취수장 앞에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을 측정했더니 무려 435ppb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WHO와 미국 환경청은 마이크로시스틴의 먹는 물 기준 1일 허용치를 1ppb로 정해 두고 있으며, 20ppb 이상이면 물놀이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 독성은 청산가리보다 적게는 20배 많게는 200배 가까이 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같은 지점에서 조사했을 때는 0.11ppb로,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4천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환경단체들은 녹조현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채수 지점의 위치 선정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가 녹조가 별로 없는 지점을 선택해 수질 오염도를 분석해 왔다고 했다.수질을 조사한 환경운동연합측은 “환경부는 강 중앙의 위, 중간, 아래 물을 떠서 검사한 뒤 문제없다고 하는데 실제 현장에 가보면 녹조덩어리가 취수장으로 들어가는 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끔찍하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수돗물 정수 시설 성능에 따라 대부분 독성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고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틴의 높은 수치는 상수원 안전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은 구미시민의 취수원인 해평취수장 앞에서는 60ppb, 부산의 식수원인 물금취수장 앞에선 8.1ppb가 검출됐다. 대구시민의 식수원이 가장 오염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낙동강 수질 오염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대구시민들은 수돗물의 안전성 여부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사실 낙동강의 녹조현상을 직접 보면 누구든지 이 물을 먹어도 되나라는 걱정을 하게 된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해평취수원을 대구 수돗물로 일부 이용하는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동의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구미지역 정치인들의 반대로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또 다시 숙제로 남게 됐다.정부는 낙동강물을 식수로 이용하는 대구와 부산시민의 건강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우선 낙동강 수질오염을 막는데 총력을 쏟아야 하고, 수돗물 취수장을 비교적 수질이 좋은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

2021-08-25

확인 없는 저널리즘은 누더기가 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뉴스가 넘치는 세상이다. 하루 중에도 새 뉴스가 다른 뉴스를 덮을만큼 뉴스거리가 쏟아진다. 미디어가 시민들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뉴스거리라고 간추려 정리하는 기능을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이라 불렀다. 매체의 그 기능이 무색해질 정도로 새로운 소식거리가 많다.그럴수록 언론은 책임있는 기사발굴과 취재 그리고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과 뉴미디어가 범람하여 언론지평이 흔들릴수록 매체는 본연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에 더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이 본질적인 소명을 실천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필자는 ‘사실 확인’이라 부르고 싶다.‘언론의 요소들(Elements of Journalism)을 저술한 코백(Bill Kovach)과 로젠스틸(Tom Rosenstiel)은 ‘언론의 기본은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하였다.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기사를 작성하지만, 사실에 근거하고 직간접 취재를 통해 그 사실을 확인한 후에 보도행위가 있어야 한다. 사실을 벗어난 한 자락의 기사가 초래하는 위험은 상상을 넘는다. 미확인보도, 따옴표언론, 가짜뉴스는 모두 기자가 확인을 소홀히 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확인없이 마구 게재된 기사가 만들어내는 피해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언론인이라면 확인하며 글쓰는 일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사실로 확인한 끝에야 진실이 드러날 수 있으며 진정한 알 권리가 확보될 터이다.언론중재법을 두고 걱정하는 소리가 있다. 이해는 하면서도, 국민과 국회가 언론을 무슨 연유로 걱정하게 되었는지 돌아보는 일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언론환경이 온라인과 디지털을 수용하면서 기존 레거시미디어의 책임 바른 언론행위가 디지털미디어의 폐습을 오히려 닮아가면서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이전에도 물론 부적절한 언론행태가 없지 않았지만, 디지털환경이 펼쳐지면서 그 폐습은 급속도로 자리잡았다. 속도경쟁과 특종문화가 변화하는 매체환경을 만나 ‘확인’은 아예 거추장스러운 일거리가 되고 말았다. 저널리즘의 본령인 ‘사실확인’이 무너진 자리에는 병든 언론이 만연하게 마련이다.언론중재법이 언론재갈법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함은 물론, 언론계와 언론인은 이를 계기로 본질을 회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자유의 당당함을 유지함은 물론 충실한 사실확인을 토대로 한 책임있는 저널리즘을 회복해야 한다. 그 어떤 사실확인도 없이 의견과 주장을 게재한 후에 ‘아니면 말고’식의 언론행위는 사라져야 한다. 병폐가 얼마나 깊었으면 오늘같은 국민의 우려를 만났을까 돌아보아야 한다.민주주의를 구현함에 있어 언론의 자유는 기본이 아닌가. 돌아가는 사정을 시민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언론은 사실확인에 성실해야 한다. 언론행위가 구실이 되어 부당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확인을 최우선에 두는 언론행위가 있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사실확인이 분명한 언론을 기다린다. 언론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선다.

2021-08-25

아기 울음소리 없는 사회

우리 사회가 아기 울음소리 없는 사회로 추락하고 있다. 사람이 한 나라의 국력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데, 인구가 지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으로 줄어든다면 어떻게 될까.아파트가 남아돌기 시작해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줄어든 인구 만큼 소비자 역시 줄어들어 자동차 판매량도, 스마트폰 판매량도 크게 감소하게 된다. 나라를 지킬 군인 충원도 어려워지고, 경찰과 소방관도 턱없이 부족해질 수 있다. 기업들은 인력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다.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의 0.92명보다 0.08명(-8.9%) 감소했다. 이는 1970년 통계작성이 시작된 후 역대 최저기록이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세계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정말 너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0.84명까지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 수는 20만명대로 내려 앉았다.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합계 출산율은 1.61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들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지난해 우리나라는 27만2천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300명(10.0%) 줄어 역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1970년대만 해도 10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 2017년에 30만명대로 추락했고, 지난해 20만명대까지 떨어졌다.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나라의 경제성장이나 국력신장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아기 울음소리 넘치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25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현명한 선택을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던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이 일부 경북 도의원의 반대의견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지난 20일부터 제325회 임시회를 열고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위한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내달 2일 본회의에 상정될 이 안건은 25일 상임위에 올렸으나 도의원간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려 결론을 내지 못하고 최종 결론을 다음달 1일로 연기했다.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은 지난해 7월 군위군 소보면, 의성군 비안면이 통합신공항 이전지로 결정이 날 무렵, 조건부로 내세운 약속이다. 당시 대구시와 경북도, 시도의회가 약속 이행에 공동합의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에는 대구시의회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을 의결했고 대구시도 행정안전부에 이를 건의했다.그러나 지난 23일 대구시 새공무원노조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반대 성명을 내는가 하면 경북도의회에서도 도세 위축을 우려한 일부 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군위군서는 대구편입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대구편입을 두고 도민간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4일 간부회의에서 “생니를 뽑아 후손이 잘된다면 생니를 뽑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이 말은 군위군을 떼어주더라도 경북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생니를 뽑는 아픔은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잘 알다시피 대구와 경북은 매년 수만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이 절박하다.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건설로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추진하는 통합신공항 건설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자칫하면 가덕도공항으로 사람과 물량이 쏠려 이곳은 동네공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통합신공항이 지구촌 곳곳을 누빌 항로를 갖추는 등 경쟁력 있는 관문공항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지역의 산업 유치 길도 당연히 넓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 등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특히 지금은 대구와 경북의 응집된 힘이 있어야 신공항 건설의 동력이 생긴다. 군위의 대구 편입과 관련한 경북도의회의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겠다.

2021-08-25

낄끼빠빠 합시다

‘낄끼빠빠’라는 말은 “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지자”라는 뜻이다. ‘낄끼빠빠’만 잘 해도 어디 가서 욕먹을 일 없다. 사회생활, 특히 인간관계에서 꼭 필요한 게 이 ‘낄끼빠빠’의 지혜다. 학생들 술 마시러 가는 데 꼭 껴서 같이 놀려는 교수님, 친구 커플들 여행가는 데 같이 놀러가겠다는 모태솔로, 결혼식장에 신부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 하객,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오버하는 조연 배우… ‘낄끼빠빠’는 곧 눈치가 있고 없음의 문제다. 염치의 척도이기도 하다.물론 나라고 ‘낄끼빠빠’ 잘 하며 산 건 아니다. 학부 시절 학과에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다. 나중에 안 얘기지만 그 애는 나 아닌 다른 녀석에게 이미 관심이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든 마음을 얻으려고 설쳐댔다. 둘이 놀고 싶지만 학과에 소문 날까봐 괜히 마음에도 없는 말로 “병철아 너도 같이 놀자” 한 건데, 나는 혹시나 싶어 정말 적극적으로 열심히 놀았다. 얼마나 보기 싫었을까? 지금 돌아봐도 얼굴이 화끈거린다.시간강사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재작년 수업했던 4학년 학생들이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가겠다고 해 나도 마침 제주도에 낚시 가는 일정이 있어서, 학생들에게 숙소와 렌터카를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학비 버느라 아르바이트하며 아끼고 모아 여행 경비를 마련했을 텐데, 졸업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역할은 딱 거기까지여야 했다. 괜한 오지랖을 부려 운전기사를 자청해서는 학생들의 여행 일정 내내 동행했다. 자기들끼리 찍는 기념사진에도 등장하고, 저녁마다 한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셨다. 얼마나 불편했을까? 미안한 마음 감출 길 없다.그렇다고 끼지 말아야 할 데 끼고, 빠져야 할 데 안 빠지기만 한 건 아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그동안 여러 군데 문예지와 문학 단체 등에서 편집위원이나 임원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내 경력과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다. 어떤 형태든 ‘감투’라는 걸 쓰면 사람이 우스꽝스러워진다는 게 내가 가진 아름다운 편견이다. 그 편견이 나를 나로 살게 해준다. 나는 아직도 ‘글은 혼자 쓰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낄끼빠빠’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난 얼마간 시끄러웠다. 김연경 선수에게 무례한 질문과 감사 인사를 강요한 배구협회 유애자 홍보부위원장이 논란이 됐다. 여자 배구선수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 선수에게 “포상금이 얼마인 줄 아느냐”를 계속 묻더니 배구연맹 총재, 배구협회 회장, 금융회사 회장 이름을 줄줄이 읊어댔다. 그러고는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하라고 강요했다. 그야말로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이다. 윗선에 잘 보여 출세의 동앗줄 잡으려는 이들의 과잉충성은 언제쯤 사라질까? 익명으로 돈만 보내고 생색은 내지 않는 성숙한 후원 의식은 언제쯤 자리 잡을까?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가 당내 계파 간 갈등으로 번져 후보 사퇴한 음식평론가 황교익씨 소동도 ‘낄끼빠빠’ 문제다. 후보로서 자격을 갖추고 절차를 준수했다 하더라도 유력 대권후보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신의 지원서 제출이 임명권자에게 일종의 ‘청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관광공사 사장으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다고 했는데, 아무리 의욕이 있고, 또 잘 해낼 능력이 있더라도 더 의욕 있고 더 잘 할 사람에게 양보했어야 한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9년 강릉국제영화제 구경 갔을 때의 일이다. 개막식에 앞서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됐다. 맨 처음 안성기 배우가 등장해 환호성이 컸는데, 곧이어 국회의원이 레드카펫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고요속의 워킹이 시작되었다. 호텔 사장, 부구청장, 도의회 의원들이 줄줄이 오르자 정말이지 박수는커녕 야유가 쏟아졌다. 이건 뭐 레드카펫이 아니라 수치스런 조리돌림이 되어갈 무렵, 당시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인기 절정이던 김서형 배우가 등장해 죽어가던 레드카펫을 겨우 살렸다. 빛이 난다.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축제에 정치인, 기업가, 지역유지들이 왜 얼굴을 들이미는 지 모르겠다. 과잉의전은 언제쯤 사라질까? 레드카펫 행사 제안을 받더라도 내가 낄 데가 아니라며 거절할 줄 아는 눈치를 높으신 분들에게 기대해볼 수는 없는 걸까? 제발 ‘낄끼빠빠’ 좀 잘 합시다!

2021-08-24

말 많고 탈 많은 노튜브 존

출퇴근 길, 그리고 잠들기 전 꼭 빼놓을 수 없는 건 유튜브다. 언제부턴가 책 대신 유튜브로 빈 시간을 때우게 됐는데, 택스트를 읽는 것보다 피로감이 덜하고 손쉽게 유쾌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다수의 연예인이 유튜브에 뛰어 들었고, 먹는 방송은 ‘mukbang’이란 이름으로 전세계적인 유행을 이끌고 있다. 초등생의 직업 선호 1위도 유튜버라니. 유튜브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일상 가까이 거대하게 존재하고 있다.며칠 전 유명한 식당 앞에서 유튜버는 받지 않겠다는 안내문을 봤다. 일명 노튜브 존(No-Youtuber zone)이라 부르는데, 말 그대로 유튜버는 식당 입장이 제한되며 이 안에선 어떤 영상 촬영물도 찍을 수 없단 뜻이다.한때 논란을 일으킨 노키즈존에 이어 최근엔 맛집 위주로 노튜브 존이 성행하고 있다. 사전에 합의 없이 대뜸 현장에서 촬영 가능 여부를 묻는다거나, 약속 없이 주방까지 촬영을 하는 무분별한 방송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단 이유에서다. 2019년 한 개인 방송인이 동의 없이 가게 주방에 들어가 점원과 손님에게 피해를 준 이후 생기기 시작했다.유명한 일례로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또한 가게에 들어가 음식이 맛이 없단 평을 남겼고 결국 그 가게는 손님의 발길이 끊겨 폐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엄밀히 말하면 피해를 입히는 방송인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만 있는 게 아닌, 다양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자극적인 영상물, 과감 없이 드러내는 콘텐츠로 이슈를 만들어 내며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오래전부터 빈번했다. 개인방송에 대한 엄격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일부 가게가 나서서 노튜브 존을 선언한 것으로 보여진다.모든 크리에이터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이야길 한다거나, 대뜸 춤을 추거나 과한 리액션으로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몇몇 개인 방송인을 본 적 있다. 한때 한 플랫폼에선 길거리에서 예쁜 여성을 발견 하여 외모 평가를 하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했다.몇몇 개인 방송인은 야외 촬영시 시청자가 후원하면 금액에 맞는 리액션을 장소나 상황 불문 보여준다. 그들에게 문제가 되는 건 태도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춤을 춘다거나 과도한 리액션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데 개의치 않아 한다.문제는 이 뻔뻔한 행동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금전적인 이익을 얻으며, 이를 단순 흥미로 받아들여 즐기는 구독자가 존재한단 거다. 10대와 20초반 사이에서 자주 쓰는 언어나 유행어도 대부분 이들의 영상 속에서 등장한 것인데,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는 유행어나 성적 조롱은 정말 가만히 듣기 힘들 정도다.그러니 노튜버 존을 내건 식당들의 입장도 이해 간다. 실시간 방송은 주위 손님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할 수 없으니 고스란히 얼굴이 공개 되는데, 이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손님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촬영을 한다고 해도 시청자와 꾸준히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하고 식사를 즐기러 오는 사람에겐 충분히 방해 될 수 있다. 더한 문제는 무료 홍보를 약속하며 공짜 식사나 서비스를 요구하기도 하는 방송인도 있다는 점이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무례한 개인 방송인 때문에 양심적인 방송인 까지 모두 난처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엄연히 사업장은 업주가 노력을 들인 공간이고, 진상 고객을 거부하는 것 역시 가게 주인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다. 출입 금지라는 극단적 상황에 안타까우나, 법으로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니 어찌할 수 없이 택한 선택일 것이다.게다가 노튜브존만 성행하는 것이 아닌, 중고등학생의 출입을 막는 노 유스 존, 카페에서의 공부를 막는 노 스터디 존, 침을 뱉는 다거나 고성방가를 하는 행위 때문에 등장한 노 래퍼 존 등등 다양한 이유와 형태로 입장을 막는 곳도 있다. 어떤 이유로 특정인의 출입을 막는 곳이 있다는 건 마냥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닌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최선은 나의 태도를 다시금 점검해보는 일일 것이다. 많은 이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건 어떤 이유든 정당화 될 수 없다.

2021-08-24

팔고(八苦)에 관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윤동주의 ‘팔복(八福)’을 읽노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가 여덟 번 되풀이되다가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로 끝나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시편 곳곳에서 드러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나아가려는 지향이 ‘팔복’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기독교도였던 시인이 ‘팔복’의 원천을 ‘마태복음’ 5장에서 찾았을 것은 자명하다.‘반야심경 마음공부’에서 알게 된 사실은 불교에서 여덟 가지 고통, ‘팔고’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생로병사의 네 가지 고통에 다른 네 가지가 더 있다는 얘기다. 애별리고(愛別離苦), 원증회고(怨憎會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가 그것이다. 사랑하는 대상과 헤어지는 고통이 애별리고, 밉고 싫은데 자꾸만 만나야 하는 고통이 원증회고다. 인간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다.얻고자 하지만 손에 넣을 수 없기에 괴로운 것이 구부득고다. 팔고의 마지막 괴로움은 오온에서 비롯되는 괴로움이다. 오온은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다섯 가지다. ‘색즉시공’이 가리키는 ‘색’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수), 그것이 불러오는 생각(상)과 거기서 발원하는 행동(행) 그리고 그것을 인식하는(식) 다섯 가지를 가리킨다. 그 모든 것에 괴로움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인간계는 태어나고 늙어지고 병들어 죽어가는 기본적인 네 가지 고통 말고도 후자의 또 다른 괴로움 네 가지가 중층적으로 엮어져 있다. 만일 고타마 붓다가 ‘원증회고’를 설했다면, 정말로 놀랄 일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유와 평등, 형제애를 몸소 실천한 분이 싫고도 미운 사람과 만나야 하는 고통을 설하다니?! 애별리고만큼이나 원증회고는 우리를 괴롭힌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대상을 날마다 대면해야 한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는가!구부득고는 21세기 한국인들을 좌절시키는 괴로움 가운데 하나일 듯하다. 아파트 공화국 시민으로 아파트 한 채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심란하겠는가! 남들 타고 다니는 화려한 외제 자동차는 또 어떤가! 명품 가방과 핸드백 혹은 고가의 보석류를 갈망하는 사람이 그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이런 사람들은 노자의 ‘도덕경’ 44장을 읽고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 “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 (知足不辱 知止不殆 可而長久)”내가 생각기로, 가장 커다란 고통은 역시 오온에서 발원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을 가리키는 ‘색’이 불러오는 수상행식(受想行識)의 과정과 결과는 언제나 상상 이상이기 때문이다. 살아있음을 가리키는 가장 명료한 근거는 분명 즉자적인 욕망과 욕망을 달성하려는 구체적인 실현방식일 것이다.윤동주는 생에 내재한 이질적인 요소인 ‘슬픔’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아닐까! 욕망하는 자들의 실현 불가능한 현실태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도로서 ‘슬픔’ 말이다. 그래서 차라리 ‘영원히’ 슬픈 족속으로 인간을 규정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2021-08-24

해평취수원 공동이용 문제 국무총리가 풀어야

대구 수돗물을 구미 해평취수원에서 일부 공급하는 문제가 또다시 핫이슈로 등장했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전제조건을 내걸며 해평취수원 공동이용에 공식적으로 동의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구미지역 일부 정치인들이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구미을)과 구자근 의원(구미갑)은 최근 각각 성명서를 내고 “주민대표와 주민들이 지킨 물을 장세용 구미시장이 독단적으로 팔아먹으려 한다”, “장 시장이 100억 원에 구미시민의 미래를 팔았다”며 장 시장을 공격하고 있다. 구미시의원 22명 중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장 시장이 정치적 논리로 대구취수원 이용을 수용한 것이라며 비난하고 있다.민주당 소속 구미시의원들은 그저께(23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 9일 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해평취수원 공동 이용이 상생의 정치 및 구미시 발전 방안이라는 공감대와 김재상 구미시의회 의장의 간곡한 호소에 따라 공동 성명서에 동의했다. 장 시장의 대구취수원 이전 조건부 수용은 말 그대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다”고 밝혔다.해평취수원 공동이용 문제가 또다시 대구·구미간의 갈등요인이 되는 것에 대해 대구시민들의 실망감은 크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지난 30년간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에 대구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고통을 갖고 있다. 하루 30만t의 물을 대구로 가져가도 구미지역 수량·수질에 문제없고 재산권 침해도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권 시장의 말처럼 대구시민은 현재 식수원인 낙동강 취수원이 대규모 공업단지 바로 하류에 있어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못한 지 오래됐다. 구미시민들은 이웃사촌 정신으로 낙동강 물을 대구와 나눠 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길 기대한다.취수원 공동이용문제는 국무총리실이 중심이 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KTX 구미역 신설 등 구미의 현안 해결과 취수원 공동이용에 대한 협정서 체결을 위해서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는 것이 맞다. 대구시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하루빨리 환경부와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간 4자 협정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1-08-24

경북 해수욕장 폐장, 내년엔 마스크 벗고 만나길

지난달 9일 개장한 경북 동해안 24곳의 해수욕장이 22일 모두 폐장했다. 개장 초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이어지고 가을장마까지 겹치는 바람에 해수욕장 이용객 수는 작년보다도 4만여 명이 줄어든 41만 명으로 집계됐다. 예년에 수백만 명씩 찾아왔던 경북 동해안 피서객 인파와 비교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여파가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철저한 방역관리와 피서객의 안전수칙 준수로 해수욕장과 연계된 코로나 감염자 발생이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경북도도 단 한 명의 확진자 없이 45일간 운영을 마친 것을 반가워했다.반면에 해수욕장 개장기간 동안 한철 장사를 바라며 영업을 해 온 주변 상가들은 매출이 오르지 않아 울상을 짓기도 했다.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코로나19로 영업을 망친 상인들 입장에선 해수욕장 폐장의 뒤끝이 씁쓰레할 수밖에 없다. 내년도에는 코로나 없는 해수욕장 개장이 되길 바라뿐이다.경북도는 동해안 해수욕장을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시군 관계자들과 해수욕장 운영평가를 실시하고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을 중심으로 개선책을 마련해 내년도 해수욕장 운영에 반영키로 했다.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은 좋은 환경임에도 관광객이 매년 조금씩 줄고 있다. 한때 49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던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은 코로나19 직전 해인 2019년에는 100만 명 선으로 줄었다.코로나19 사태로 강원도 동해안 해수욕장의 피서객도 크게 줄었으나 올 여름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작년보다는 소폭 늘었다고 한다.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도 있으나 경북이 배울 점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에 해수욕장을 개장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코로나 상황이 끝난다 해도 해수욕장 이용의 패턴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경북은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곳으로 명승지가 많다. 동해안과 가까운 역사관광도시 경주도 끼고 있다. 내년 해수욕장 개장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만나길 기대하면서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의 관광객 유치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겠다.

2021-08-24

둘 중 한 명이 노인인 나라

영국의 풍자작가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는 영국인 걸리버가 항해 도중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 소인국과 거인국을 차례로 경험하는 이야기다.제1편은 주인공인 걸리버가 키가 6인치도 안되는 소인이 사는 나라로 들어가 경험한 내용으로 꾸몄고, 제2편은 키가 교회 철탑만큼 큰 거인국에 들어가 왕의 장난감 취급당하다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내용이다.한 나라의 인구 가운데 두 사람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면 과연 믿을 사람 있을까. 아무리 고령화 사회로 진행이 빨리 된다 하더라도 한 사람 건너 노인을 만나는 상황이라면 믿기가 어렵다.최근 감사원의 의뢰로 통계청이 추계한 100년 후의 한국의 인구실태 조사보고서를 보면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인구절벽을 상상했던 우리의 인구문제가 이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통계청은 2017년 기준으로 출산율과 국제이동, 기대수명이 중간 정도로 유지된다고 볼 때 100년 후인 2117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을 52.8%로 추정했다. 50년 후인 2067년은 49.5%다. 2017년 고령화 비율은 13.8%다.통계적 추정치에 불과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이런 결과를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조사에서 100년 후 한국의 총인구는 2017년(5천136만 명)의 절반도 안되는 2천81만 명으로 밝혀졌다.지역별로 보면 대구는 2017년 246만 명이던 인구가 100년 뒤 지금의 22%인 54만 명, 경북은 지금 268만 명이던 인구가 70만 명으로 추락한다. 부산은 342만 명이 100년 뒤 73만 명으로 떨어졌다. ‘걸리버 여행기’에서나 보는 이상한 나라의 모습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놀랍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8-24

장보고와 재당신라인

오늘날 해외여행이나 이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전근대시대에는 한 국가 안에서 자신이 사는 지역 이외에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것은 특별한 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의 통제와 불편한 교통수단 등을 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오고가거나 심지어 정착하는 일까지 있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장보고와 재당신라인들이었다. 이 글에서는 그들이 다른 나라로 건너간 이유와 시대적인 배경을 살펴보고자 한다.사람들의 이동 또는 이주는 흔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고대 국가의 성립 과정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세력과 현지 토착 세력의 결합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동이나 이주는 보편적인 사건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국가 체제가 본격적으로 갖추어지기 시작하면 많이 줄어든다. 즉 세금 징수나 노동력이나 병력 동원 등을 위해 인원을 파악하고 통제하기 때문이다.신라인들이 해외로 이주한 사례는 6세기 말부터 등장한다. 587년 귀족의 아들인 대세(大世)와 그의 친구인 구칠(仇柒)이 서쪽 나라로 가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은 뜻(西遊之志)을 품고 떠났다고 하며, 621년에는 설계두(薛7F7D頭)가 골품제도에 불만을 품고 당으로 건너가 당 태종의 고구려 원정에 참전하기도 했다.이에 신라인들의 이주는 자신의 의지를 바탕으로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816년에 기근이 들자 중국으로 가서 식량을 구한 자가 170명이나 되었다는 기록을 볼 때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신라를 떠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신라를 떠난 사람들이 주로 정착한 곳은 당의 등주(登州), 초주(楚州), 양주(揚州)였는데, 이곳은 오늘날 산둥성(山東省)과 장쑤성(江蘇省) 일대로 비교적 한반도와 가까웠다.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신라방(新羅坊), 신라촌(新羅村)은 당에 건너간 신라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했던 곳이었다. 비교하자면 오늘날 해외에 있는 코리아타운 정도가 될 것이다.당에 정착한 신라인들은 당의 지방통치자인 절도사의 관리가 되거나 신라 및 일본과의 무역 등에 종사했다. 특히 일본 스님인 엔닌(圓仁)이 838년~847년 사이 당에 유학왔던 일을 기록한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는 신라인들이 각종 편의를 베풀어 주고, 입·출국 관련 일을 대신 처리하거나 심지어 그가 귀국할 때 항로를 정하고 배를 운항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신라인들이 당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현지 사정에 밝았으며 바닷길에 익숙했기 때문이다.사실 이들이 당에 정착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670년대 이후 벌어진 당의 정치적 혼란과 755년에 발발한 안록산의 난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과정에서 국경 밖의 이민족을 통제하던 절도사가 반란 진압 과정에서 획득한 지방 행정 및 군사에 대한 권한을 이용해 자신들의 통치 구역인 번진(藩鎭)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대립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지방 통치에 대한 재량권을 확보했다. 즉 절도사가 지방에 있었던 이민족을 통제하게 된 것이다.또한 부여받은 재량권을 통해 그들 가운데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힘이 있었던 소위 유력자(有力者) 또는 유지(有志)를 절도사가 등용하여 이민족에 대한 통제를 맡겼던 것이다. 즉 변형된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압한다)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의 변화는 당 중앙정부의 의지보다 안록산의 난 이후 지방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던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제도화되었다.장보고가 당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근본적으로 당이 이민족이나 그들의 문화를 잘 받아들였던 경향과 관계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당의 국력 약화와 함께 이민족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졌던 상황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신라는 당시 중앙의 진골귀족들의 왕위 계승 분쟁으로 인해 혼란한 상황이었으며, 호족이라는 불리는 세력이 지방에서 점차 세력을 넓히고 있었다. 전경효 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이 무렵 서해는 주인이 없는 바다였다. 신라와 당 어느 나라도 서해를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장보고는 바다를 통해 자신의 세력을 키워갔다. 그런데 해적들은 이 바다에서 무역을 방해하고 사람들을 납치하여 노비를 삼는 일을 저질렀다.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하고 해적들을 퇴치한 것은 바다를 둘러싸고 다투던 경쟁자를 제거한 것이 아닐까?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얻기 위해 백성이나 국민을 위한 다는 명분을 내건 자들이 많았다. 장보고도 해적에 시달리는 신라인들을 구원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신라와 당 어느 나라의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 서해를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여 한 것일지도 모른다.장보고는 당의 황제, 신라의 왕 그리고 서해의 주인공인 자신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꿈을 꾸었을 것이다. 장보고를 비롯해 재당신라인들이 서해를 배경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어느 권력도 미치지 못한 9세기 바다라는 특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21-08-23

문장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맛

유독 어떤 문장들은 읽고 지나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문장은 어떤 뜻인지 알듯 말듯해 끝없이 미끄러지며 그 주변을 맴돌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마치 내 청춘의 한 조각인 것만 같아 유독 가슴 아프게 나를 물어뜯기도 한다. 또, 며칠 전부터 내 머릿속에서 오가던 희부윰한 생각들을 그야말로 딱 맞는 문장으로 풀어낸 누군가의 글이 주는 그 시원함 때문에 잊지 못하고 어딘가에 갈무리해두었다가 답답한 마음이 들 때마다 꺼내보게 되기도 한다. 하나의 문장이 나의 마음속에 던지는 것, 그리고 조금씩 살이 붙어 무시할 수 없는 어떤 또 다른 것이 되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언어로 된 무언가를 읽는 이유일지도 모른다.우리를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고 반드시 건드리고 지나가는 문장은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다. 어떤 문장을 읽고 혼란에 빠진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마음의 방심 상태를 그 문장이 습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대개 격언이나 금언, 경구, 잠언 등을 의미하는 아포리즘(aphorism)은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비틀어 혼란에 빠뜨리거나, 반대로 그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선언하면서, 그것을 읽는 우리를 새삼스럽게 만든다.오스카 와일드는 하나의 문장을 통해 인간의 심리적 허점을 찌르는 분야에 있어서는 가장 탁월하다고 해도 좋은 작가였다. “경험이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실수에 붙이는 이름이다”라든가 “유혹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에 굴복하는 것이다” 같은 문장은 인생에서 번민에 빠진 인간에게는 찌릿거릴 정도의 혹독함을, 아직 번민을 경험하지 않은 인간에게는 당연하고 만연한 사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생각의 자유를 허용한다. 한 권의 책으로 묶어도 충분한 오스카 와일드의 문장들에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답답한 삶의 국면들을 잠시 벗어나도록 하는 단호함과 새롭게 찌르는 시각이 있다.또, 어떤 문장은 우리를 그 책 속에 들어 있는 세계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박제가 된 천재를 아시오?” 이상(李箱) 소설 ‘날개’의 첫 문장은 그것을 읽는 순간 우리를 여기 현실이 아니라 그가 펼쳐놓은 상상적 기호놀음 속으로 끌어들여 그 속에 길을 잃게 만든다. 어떤 미로는 출구로 빠져나갈 때보다 그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 더 의미 있는 것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는 문장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나 “역사에 걸쳐 여성은 익명의 존재였다”는 문장의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어떠한가. 그것은 단지 하나의 문장에 불과한 자리를 넘어, 독자로 하여금 그 속으로 뛰어 들어가 그 세계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보고 싶도록 만들지 않는가. 이 문장은 절대로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붙들어 더 깊숙한 곳까지 끌고 들어간다.그래서, 어떤 문장은 마치 익숙한 노래 가사처럼 사라지지 않고 맴돌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서 문득 떠올라 내가 그 문장을 통해 고민하고 있던 장면들을 소환한다. 하나의 문장에 압축된 기억, 그리고 하나의 문장의 여백에 남겨진 기억들이 그것을 읽었던 시절에 우리를 바로 그 때, 그 세계 속으로 초대하는 것이다.그러니, 우리가 독서를 한다는 것은, 그 책 속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 들어 있는 문장에 귀 기울이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우리를 붙잡는 문장의 뒷맛은 우리를 오랫동안 그 책 속에 머물도록 만든다. 그러니,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한 소설의 명문장에 너무 구애될 필요는 없다. 어떤 문장이 우리를 붙드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니 말이다. 마음을 붙드는 자기만의 문장을 갖는 것은 독서를 통해 우리의 마음이 웅숭깊어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홍익대 교수

2021-08-23

섬김으로 완성되는 혁신의 미학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오늘날, 많은 기업체에서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과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룬 회사의 성공적인 혁신 스토리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으면 변화와 발전에 한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2008년초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요청한 혁신컨설팅에 필자가 참여하게 된 회사는, 칼라강판과 도금강판을 생산하여 국내와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표면처리강판 전문 중소기업이다.방문 첫날부터 필자는 하루 종일 현장을 진단하면서 현장 곳곳에 산재돼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발굴했다. 그 결과에 대한 설명과 해결방안을 논의하고자 사장실에 들렀을 때 당시 CEO의 강한 이미지와 과묵함에 중압감이 들었었다. 현장진단 항목인 환경관리, 설비관리, 품질관리의 문제점은 물론 안전상의 위험점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는 내내 함께 참석한 공장장들은 사장의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봐 불안한 눈빛으로 안절부절하는 듯했다. 발표가 끝나자 최사장은 몇 분간 침묵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내가 어떻게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며 말문을 열었다. 필자는 사장이 보기와는 다르게 편안하게 대해 주며 고민 끝에 질문해준 것에 한가지 제안으로 답변했었는데, 그것은 바로 “전원이 참여할 때까지 사장의 솔선활동과 격려활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그로부터 1년동안 실제로 그 사장은 꾸준하게 솔선활동과 격려활동에 참여했다. 또한 개선활동에 여념 없는 현장을 찾아가 독려하고, 배려와 진심이 우러나는 섬김의 자세로 직원들을 챙기는 ‘서번트(Servant)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다. 그 결과 현장과 설비는 몰라보게 탈바꿈했고, 품질 불량률, 설비 고장률, 안전재해율 등의 성과지표는 최고의 실적으로 나타났으며, 모범적인 혁신활동으로 P사의 혁신페스티벌(IP)에서 최우수 혁신사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었다.이와 같은 변혁과 결실의 요체는 CEO의 의지와 솔선, ‘서번트 리더십’으로 귀결된다고 본다. 변화의 촉매가 컨설턴트라면 혁신의 화룡점정은 섬김의 리더십이다. 리더는 인간존중이 바탕이 되고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직원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진실되게 섬기는 자세로 경영자 스스로 솔선하여 모범을 보일 때, 혁신의 발걸음은 성공을 향한 꾸준한 각도로 변모될 것이다.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한다.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리더에게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고, 리더는 직원 스스로 혁신역량을 개발하도록 배려하며, 창의적 사고로 무장할 수 있도록 ‘서번트 리더십’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과거에는 전쟁에서 패하면 죽음이지만, 현대에는 변하지 않으면 도태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다. 섬김으로 완성되는 혁신의 미학은, 변화와 진화의 성공기반은 물론 기업의 독창적인 혁신문화로 정착돼 지속가능한 발전과 미래 경쟁력의 특장점이 될 것이다.

2021-08-23

계절의 和音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풀벌레 울음소리가 한결 맑고 또렷해졌다. 처서 지난 하늘은 조금씩 높아져가고 아침저녁의 공기가 서늘해지니, 새벽녘이나 해거름에 새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온갖 벌레들의 합창이 청아하기만 하다. 특히 비가 오고 난 뒤나 습도가 높은 날에 많이 울어대는 지렁이 소리는 어찌나 크고 선명한지, 귀를 의심할 정도로 요란하지만 결코 시끄럽거나 어수선하게 들리지는 않는다.여름날의 문서를 벽장 속에 넣어둔다고 하는 처서(處暑)는 더위를 마감하고 선선해지는 때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수일째 가을장마가 계속되기도 하지만, 맑은 날에는 노염(老炎)이 만만찮게 꼬리를 물기도 한다. 계절이 바뀌게 되는 현상은 달력의 숫자보다도 먼저 미세한 자연의 변화나 울림에서 느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여름날을 노래하는 매미나 가을날을 부르는 풀벌레들의 거침없는 울림이다.“소나기 멎자/매미소리//젖은 뜰을/다시 적신다//비오다/멎고//매미소리/그쳤다 다시 일고//또 한여름/이렇게 지나가는가//소나기 소리/매미소리에//아직은 성한 귀/기울이며//또 한여름/이렇게 지나보내는가” -김종길 시 ‘또 한여름’ 전문최근 들어 장마 같은 비가 수시로 내리다 보니 소나기도 잦아졌다. 무더위와 코로나에 시달리는 후줄근한 일상의 쉼표 같은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지고 나면, 때에 따라서는 하늘에서 고운 무지개가 피어나며 잠시나마 행운의 몸짓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소나기 그치기가 무섭게 매미들은 약속처럼(?) 일제히 선율을 토해낸다. 마치 퍼붓는 소낙비 마냥 온 사방에서 열창(熱唱)을 쏟아내며 여름날을 노래한다. 하긴 7년을 땅 속에서 살았으니 한달 남은 일생을 옹골차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혼신을 다해 뜨겁고 벅차게 여름날의 세레나데를 구가하는지도 모른다.아직은 한낮의 매미소리가 쟁쟁한데, 어느새 귀뚜리며 여치 따위의 풀벌레와 지렁이까지 합세하여 자연의 시계소리 같은 가을의 시작음(始作音)을 연주하는 듯하다. 하찮은 미물도 이렇게 때가 되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온 힘으로 외치거나 울고 노래하면서 계절의 화음을 이어간다. 피고지는 꽃처럼 자연의 변화는 이처럼 울림이나 색채 등으로 아무런 거리낌이나 막힘없이 이치에 순응하며 넘겨주고 이어져서 조화로움을 더해가고 있다.과연 인간사회에서는 이 같은 자연의 편안한 어울림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일까? 물러나고 나설 때를 알고 목소리를 내고 침묵할 때를 알며, 타인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배려와 존중의 지혜는 그토록 까다롭고 체득하기가 어려운 것일까? 사람에게는 말과 글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 이상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낄끼빠빠하며 신뢰와 융통성있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알량한 학식과 경박한 언행은 빈번한 엇박자로 자신과 주변을 찡그리게 하는 불협화음으로 치달아, 종국에는 자승자박의 그물에 갇히게 되는 꼴이 될런지도 모른다.물소리와 바람소리, 새소리와 풀벌레소리 등은 결코 아무렇게나 울리고 들리는 것이 아니라, 동화와 상생으로 공명하고 조율되며 변주하는 것이리라.

2021-08-23

대선 주자들, ‘부동산 블루’에 응답하라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부동산공화국에 살고 있는 서민들은 집값 폭등으로 ‘벼락거지’가 되었다. 손 놓고 앉아 있을 수 없어서 ‘영끌’과 ‘빚투’로 집을 샀지만, ‘빚 폭탄’을 안고 있으니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청춘들은 평생 빚 갚다가 인생 끝나게 되었으니 ‘이생망’이라고 한탄한다. ‘부동산 블루(우울증)’가 덮친 대한민국의 민낯이다.나라꼴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무능한 정권의 오판과 오기가 주범이다. 집값 잡는다고 26차례나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모두가 ‘사람 잡는 실책들’이었다. 인간본성과 시장논리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었으니 처방이 제대로 나올 수가 없었다.정권이 저질러놓은 잘못은 고스란히 국민의 고통이 되어 돌아왔다. 대출상환의 부담 때문에 출산까지 미루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가상화폐와 같은 투전판에 뛰어들어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아파트 매입문제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까지 벌어졌다.온 나라가 부동산 블루를 앓고 있으니 대선의 최대 이슈는 집값 안정이다. 하지만 후보들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으려고 실효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가 문제라고 진단하는 후보는 공급확대와 세금완화를 주장하고, 투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후보는 투기규제와 세금강화를 역설한다. 이는 프리드먼(M. Friedman)이 지적한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현상이다. 부동산 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급격하게 냉·온탕(규제와 공급)을 반복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이제는 정치지도자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부동산을 많이 가진 것이 고통이 되게 하겠다”고 했던 것처럼, 부동산 문제는 보수나 진보의 이념문제가 아니다. 후보들은 각자의 대책을 제시하고 상호검증을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특히 집값 안정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이슈, 즉 ‘공급확대’와 ‘투기규제’ 그리고 ‘지방발전’이 정책경쟁의 핵심이다.공급확대와 투기규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공급확대는 부지확보와 재원조달방안이 핵심이며, 투기규제는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다. 특히 후보들은 투기규제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보유세 인상’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 또한 공급확대는 지방발전과 연계되어 있으며, 지역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다. 서울공화국을 해체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을 지방 거점도시로 분산시켜야 한다. 대선 주자들이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하여 국가균형발전의 당위성을 회피하면서 부동산 블루를 해결하겠다고 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부동산공화국은 ‘존재가치’가 아니라 ‘소유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다. ‘꿈’을 쫓는 사람은 어리석고 ‘돈’을 쫓는 사람이 똑똑하다고 평가받는 이 부동산 광풍(狂風)의 나라에 정말로 희망은 없는가? 국정을 책임지겠다는 대선 주자들은 이 엄중한 물음에 반드시 분명한 응답이 있어야 한다.

2021-08-23

코로나로 외국인 발 묶여 농번기 인력난 비상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고추와 벼, 과수 등 여름작물의 수확철을 앞둔 농촌지역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농촌지역 일손 부족현상을 상당 부분 해결해 주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입국을 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경북도의 경우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영양군 661명을 비롯해 문경시 56명, 봉화군 104명 등 3개 시·군에 모두 821명이 배정됐으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지 못하는 바람에 영양군에만 112명이 배정됐을 뿐이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를 배정받은 영양군도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올해 우즈베키스탄 계절근로자 112명을 고추·수박 재배 농가 42곳에 배정했지만 이들 중 10여명이 무단이탈했기 때문이다.영양군은 계절 근로자들이 단체로 이용하는 SNS에 무단이탈 시 부과되는 벌금과 불법체류 시 우즈베키스탄 현지 친·인척들의 보증지불 등 불이익에 대해 공지하며 이탈자의 자진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전 산업분야에 걸쳐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외국인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고임금 직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농촌지역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일당이 8만원 정도이지만 다른 산업 현장은 12만원에서 18만원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포항과 경주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하면서 농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농촌에서는 농번기에 ‘고양이 손도 빌린다’고 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하다. 농가에서 인력이 가장 필요한 때는 봄철 농번기와 추석이후 9월말부터 11월까지다.경북도내 농가에서는 지난 봄철 파종기 때도 심각한 일손부족현상을 겪었다. 경북도는 가을철 수확기 일손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도청과 시·군에 근무하는 전 공무원, 농협·군부대·향우회 등을 총동원할 예정이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가에서 큰 기대를 할 정도는 아니다.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잘 정착돼 농촌지역 인력난이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1-08-23

취약지 점검 등 가을 태풍에 선제 대응을

기상청은 제12호 태풍인 오마이스가 세력이 약해져 한반도에는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25일까지 전국에 많은 양의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남부지방 중심으로 최대 400mm가량 폭우가 내리고 산사태 등도 우려된다고 예보했다. 여름이 끝나가는 8월 말에서 9월에 오는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더 무섭다. 태풍은 보통 여름에 많이 발생하나 위력은 가을에 오는 태풍이 더 세다는 뜻이다. 가을 태풍의 위력이 센 것은 태평양의 해수온도가 가장 높을 때이기 때문인데, 태풍은 해수온도가 높을수록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역대 태풍 피해액을 보면 2002년 루사(8월30일∼9월1일)와 2003년 매미(9월12∼13일)가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두 태풍 다 가을 태풍이다. 피해 규모가 5조원과 4조원으로 집계됐다. 태풍 피해액 기준 10위권 안에 가을 태풍이 6개나 된다.최근 몇 년간 가을에 꼭 1개 이상의 태풍이 찾아왔다. 경북 동해안지역도 거의 매년 태풍이 통과하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2018년 태풍 콩레이에 이어 2019년 태풍 미탁으로 울진과 영덕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2020년에도 태풍 하이선이 지나가면서 경주, 포항 등 경북 동해안지역에 상채기를 남겼다.1959년 추석 연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사라는 가을 태풍의 위력을 보여준 역대급 태풍으로 기록된다. 태풍의 위력을 가늠케 하는 중심부 최저기압이 952hpa이다.올해는 다행히 태풍 오마이스의 세력이 약해졌으나 가을장마가 겹쳐 8월말까지는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한다. 자치단체서는 산사태 취약지나 지하차도, 상습 침수지역, 배수펌프장 등을 사전 점검하고 특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또 농촌에서도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비 피해를 입지 않게 세심한 관리와 대책이 필요하다. 해마다 닥치는 재난이지만 사전에 충분한 대응만되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당국의 관리와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지금 지구촌은 지구온난화로 기상이변의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54일의 사상 최장 장마를 겪으면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유비무환이라 했다. 재난 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겠다.

2021-08-23

퀵 커머스 시대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가져 온 변화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배달서비스의 대중화요, 짧은 시간에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퀵 커머스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다.퀵 커머스 선두업체인 바로고가 24일부터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10분만에 집앞에 배달하는 동네 편의점·마트 배달서비스 ‘텐고’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운영중인 창고를 거점으로 현장에 대기중인 라이더가 주문 즉시 역삼동·논현동 일대에 10분 이내 단건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10분 배달’을 모토여서 앱명칭도 ‘텐고(Tengo)’로 정했다.소비자는 요리하다 급하게 필요한 마늘, 영화보면서 먹을 수 있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아이스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즉시 받아볼 수 있다. 창고에 상시 대기하고 있는 라이더가 주문 즉시 출발하고, 다른 경유지 없이 한 곳만 배달한다.배달대행 업계가 정보기술(IT)기반 종합유통·물류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도심형 거점 창고를 구축해 식당에서 갓 조리한 음식은 물론 편의점·마트 물건이나 제조약, 스마트폰, 유심칩 등 배송가능한 모든 상품을 30분 이내 배달한다. 바로고는 현재 GS25, CU, 이마트24, 미니스톱 등 편의점 업체와 계약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6월엔 CJ올리브영 즉시 배송서비스 ‘오늘드림’주문 건 배달을 시작, 최대 3시간내 배송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대면진료지원 플랫폼 ‘닥터나우’와 손잡고, 처방약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퀵커머스 사업은 10분 배달로 독일 스타트업중 최단시간 유니콘 반열에 오른 식료품 배달업체 고릴라스가 모델이다. 비대면·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퀵 커머스 서비스는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 추세로 읽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23

공무원

조현태수필가 요즘 뉴스 중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두 가지를 간추려보면 코로나19 관련 보도와 차기 대선 주자 관련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둘 다 ‘어떻게 국민을 안전하고 바르게 섬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대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공무’라는 어휘 자체가 공중을 위한 업무를 뜻하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은 업무의 대상이 국민이어야 한다는 기본에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을 상대하다보면 별별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흡족하도록 맡은 업무를 처리하기란 대단히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맡은 바에 열과 성을 다할 수밖에 없는 직업도 공무원이 아닌가 한다.특히 모든 국민을 상대로 가장 힘겨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종사자들의 노고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어떤 한 부분에 애써 노력하면 그에 반하는 사람이 있고, 그 분야를 고려하면 또 다른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이런 보도를 보노라면 미국의 유명한 공무원 ‘라 구아디아’를 떠올리게 한다. 법원 판사와 뉴욕시장을 맡았던 그의 놀라운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La Guardia Airport라는 공항 이름까지 생기게 했을까.그의 명 판결이 있던 날, 법정에 참관한 사람들 마음이 한결같지는 않았다. 그의 판결이 옳다고 여긴 사람도 있었고 그르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뜬금없는 십 센트의 벌금까지 참관인들에게 부과했지만 아무도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원이 같은 마음이 되도록 하나로 묶어 준 판결이었다. 심지어 피고와 원고까지 공감하게 했으니 말이다.사람의 생각이란 각양각색이어서 의견도 분분하지만, 같은 생각으로 공감되어지는 요건이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마음이 꿈틀거릴 때 아무도 그 사랑을 억누르지 않게 되고 긍휼한 마음으로 통일되는 것이다. 아무리 사랑 어쩌고 해도 그 순서에 자신을 앞장세우면 반드시 반론에 맞서게 된다. 사랑은 남을 위해야 한다는 말이리라.나는 선거 시기가 올 때마다 우스운 경우를 본다. 선거 전에는 재래시장이나 뒷골목까지 나타나 구십도 절을 하면서 성실한 머슴이 되겠다고 호소하고는 당선 후 자신의 권세나 명예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어떻게 국민 없는 공무가 있으며 자신이 앞서는데 남을 사랑할 수가 있을까? 물론 모든 공무원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차라리 봉사보다는 직장 개념으로 근무하는 말단공무원이 더 사랑스럽지 않은가.어떻게 보면 예비후보들이 선별진료소 간호사 또는 자원봉사자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냐하면 시작할 때와 끝날 때의 긍휼함에 차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4차 대유행을 치달리고 있는 요즘, 자연재해 측면에서 보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구를 지도하며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무리 좋은 헌법이 있더라도 그 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감염병이 아무리 무섭다 하더라도 모든 국민이 하나같이 바이러스에 대처한다면 이기지 못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우리 국민 전체가 스스로 공무원이 되어야겠다.

2021-08-22

국경일에는 태극기를 달자

윤영대수필가 광복절 아침, 맑은 하늘을 보며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꽂고 머리를 내밀어 밖을 살펴보니 태극기의 펄럭임이 드물다. 지난 제헌절에도 토요일이라 그랬는지 국기게양이 적었다.다른 곳은 어떤지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오쯤 나서서 우리 아파트부터 둘러보았는데 가끔 내리는 소나기 탓인지 드문드문 4~5개, 아예 없는 통로도 있다. 인근의 신축 고층아파트 단지는 베란다가 안 보이는 유리 벽면이라서 그런지 국기 단 곳이 아예 안 보이고 어쩌다 한 집의 창밖으로 꽂아둔 태극기는 절벽에 홀로 외롭게 핀 한 송이 꽃 같다. 환여동을 지나 양덕동과 장성동의 대단지까지 둘러보는 큰 도로변에는 그래도 가로기(街路旗)가 열 지어 펄럭이고 있으니 아름답다. 몇몇 아파트 단지 안에도 들어가 보았으나 몇 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뿐 마찬가지다. 연휴라서 그런지 즐비한 상점에도, 한적한 마을 골목길에도 드물었다. 텅 빈 학교에는 외롭게 게양되어 있는데 값비싼 조각작품들이 놓여있는 대단지 아파트 입구에는 국기 게양대가 아예 없다. 무언가 아쉬웠다.국기는 5대 국경일과 국군의 날, 그리고 정부지정일에는 게양해야 하고 현충일과 국장일에는 조기(弔旗)를 걸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기법과 그 시행령에는 국기 관리 및 선양 방법 등과 함께 ‘모든 국민은 국기를 존중하고 애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국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국가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과 홍보 활동 등 국기 선양사업을 추진·지원한다’고 되어있다. 또 국기에 대한 경례, 맹세, 그리는 법 등이 상세히 규정되어 있고 게양방법과 위치도 정해 두고 있다.단독주택은 대문 왼쪽, 공동주택은 난간 중앙 또는 왼쪽에 달도록 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도시에서는 거의 아파트에 살다 보니 태극기 달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난간이 있으면 건물 벽면에 기울여 달 수 있겠지만 앞면이 거의 유리도 덮어져 있는 경우 달 곳이 마땅찮으니 방법을 마련해야겠다.국기게양의 전국 실태는 어떨런지 SNS를 훑어보았더니, 높은 빌딩에 홀로 게양된 곳도 있고 대부분 10% 미만의 상태라고 알리고 있다. 그런데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동주택 태극기 달기 운동’으로 수십 층 난간에 일렬로 나란히 걸려 있어 장관을 이룬다. 높은 아파트의 벽면 가득히 태극기가 펄럭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거대한 화판에 태극 꽃을 그린 퍼포먼스와도 같겠다. 그런데 수원과 안양시청에서는 평화를 기원한다며 한반도기를 내걸었다니 참 어이가 없다.코로나 지원도 좋겠지만 태극기를 전국 가구에 나누어주고 앞으로 국경일에는 온 나라가 태극기의 물결로 일렁이도록 하면 어떨까? 지자체 민원실, 편의점, 문구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상품이나 기념물로도 주고 전입자, 혼인신고자에게도 증정품으로 나누어 주자는 의견도 있다.국경일을 그냥 놀아버리는 공휴일로 보내지 말고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드높이고 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 집집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름다운 그 날을 보고 싶다.국경일에는 우리 모두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충성을 굳게 다짐해 보자.

2021-08-22

대마 주산지 안동, 국가 헴프 산업 전초기지 되다!

권영세안동시장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연못만 바라보다가 빠져 죽고 말았고, 그 자리엔 수선화가 피어났다. 수선화(narcissus) 향기의 마취 성분에 연유하여 마약을 뜻하는 영어 단어 ‘narcotics’가 유래했다고 한다.마약은 의학이 발달하기 전 고대부터 고통을 억제하는 민간 요법으로 사용돼왔다. 기원전 3천여 년 수메르인들이 아편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됐고, 기원전 1천500년 파피루스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2천727년 중국 최초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 대마 씨앗을 치료에 사용한 기록이 있고, 삼국지에는 화타가 대마로 마취해 수술했는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 동의보감에도 대마가 오장의 기가 부족할 때, 정신을 맑게 하고 딸꾹질, 타박상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 수백년간 삼베옷의 원료로 이용해온 대마가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마 속 유용한 물질이 의약 원료 등으로 활발히 사용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일반적으로 대마라고 알려진 대마초(마리화나)는 대마의 꽃이나 잎에서 추출된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라는 환각 성분을 이유로 역사적으로 숱한 사회적 이슈를 생성하며 부정적 시각을 고착화해왔다.이와 구별하여 ‘헴프’는 대마 속 환각 성분인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가 0.3% 미만인 대마식물과 그 추출물을 의미한다. 헴프에는 CBD(칸나비디올)라는 천연 성분이 있어 통증과 염증을 줄이고, 간질 발작을 조절하며 정신질환과 중독을 치료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아뇌전증, 치매, 파킨슨병에 효과가 크다고 한다. 이미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등 50여개 국가에서는 의료용 목적으로 대마를 합법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칸나비디올(CBD)은 이미 하나의 새로운 산업 분야로서 매년 20% 이상의 성장세를 어어나가고 있다. 미국 그랜드 뷰 리서치(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7년 전세계 대마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이어 대마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그린러시’라 불리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마초 합법화 공약과 함께 기대감을 모으던 지난해 12월, 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국내에서도 대마 활용을 위한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2020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는 대마 주산지인 안동 일대를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 자유특구에 지정했다. 이로써, ‘마약’은 곧 ‘범죄’라는 사회통념과 마약류관리법 등에 막혀 70여 년 동안 시도조차 못한 대마를 활용한 산업화의 문이 비로소 열리게 됐다.안동시 임하면과 풍산읍 일대의 헴프특구에는 2021년까지 약 38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특구사업에는 (재)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한국콜마(주), (주)유한건강생활, 교촌에프앤비(주), (주)우경정보기술 등 21개의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안동 대마 재배지에는 최신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팜이 조성됐고, 앞으로 6개 기업에서 약 20t의 헴프를 재배해 총 62kg의 CBD(칸나비디올)를 추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료의약품 제조와 전주기 이력관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헴프 활용을 위한 모든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공정 전주기에 대한 표준 방식이 도출되면 이를 근거로, 마약류관리법도 개정될 전망이다.안동시는 헴프 실증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대한민국 헴프 산업을 견인해나갈 수 있도록 관련 기관, 기업과 협력하고 행·재정적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특구 사업으로 30여 개 기업이 안동에 유치되면 신규고용 약 70여 명과 함께 수출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대형 공장이나 중견 기업이 없는 안동으로서는 청년 일자리 마련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수백년간 옷감으로 활용되며 명맥을 이어온 대마가 바이오 신기술을 만나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면서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고령화, 인구감소에 시달리는 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1-08-22

안동

자두가 맛있는 계절이다. 물렁한 것보다 단단한 식감이 취향이라 과일가게에 가면 주먹만 한 자두를 골라 바알간 부분 한 입 깨물어보고 산다. 새콤한 맛이 입안에 번진다.어릴 적 내 고향 안동에서는 자두를 자두라 부르지 않았다. 우리 집 담장에도 이웃집 미정이네 마당에도 한 그루씩 있던 추리나무, 누구보다 봄을 부지런히 준비해 잎보다 먼저 하얀 꽃을 피웠다. 후루룩 봄바람 따라 꽃이 떨어지면 그 자리에 꽃잎 대신 초록색의 열매를 내민다. 새끼손톱만 하던 초록색이 하루하루 옅어지다 연두색이 될 즈음 우린 나무를 흔들어 추리를 따먹었다. 한꺼번에 나무를 터는 게 아니라 올려다보고 젤 굵은 것을 골라 하루에 몇 개씩 골라 먹었다. 빨갛게 다 익을 즈음엔 몇 개 달려 있지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만으로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우리 동네에서는 추리였던 과일이 자두라는 걸 포항으로 전학을 오며 알았다. 포항이 고향인 남편은 자두를 애추라 불렀다. 애추를 따먹다 나무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가물탔다고 했다. 가물타다, 진짜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한쪽 발에 반깁스를 하고 출근했다. 발을 잘 못 디뎌 접질렸다며 한동안 절룩거려야 한다니 여름에 고생이라고 위로해 주었다.출근 전에 남편이 ‘가물탔다’라고 해서 웃었다고 했더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다. 발목 접질렸다는 말이라고 해도 듣느니 처음이라고 포항에서 나고 자란 사람조차 모른다고 했다. 고향 친구들 단톡방에 물어도 안 쓰는 말이라니 나만 아는 말이었나?저녁에 남편에게 가물탔다라는 말을 아무도 모르더라고 하니, 핸드폰을 펴서 한참을 찾더니 글 한 편을 보여주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모아 명사, 동사, 형용사로 나눠 뜻풀이를 자세히 해 놓았다. 한쪽 발로 뛰기는 깨금뛰기, 그저께는 아~레, 인지 가 온나는 지금 가져오라는 뜻이다. 도련님은 대렴, 빻은 가루는 채가 아니라 얼기미로 곱게 치고, 방문에 구멍이 나면 한지 대신 문조오를 발라야 한다. 많은 사투리 사이에 가물탔다도 껴 있다.옆에서 큰아이가 혼자 하기 제일 힘든 일이 갈비집에 가서 고기 구워 먹는 일이라니 누구든 ‘비우만 넙적하면 된다’고 남편이 답한다. 아들에게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냐고 하니, 문맥상 얼굴에 철판 깔면 된다는 뜻 같은데 비우가 무엇인지 넓적하면 된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단다. 그렇지, 뜻만 통하면 되지 정확한 의미까지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여름 방학 특강 마지막 날, 안도현 시인의 시를 주제로 수업을 했다. 안동 옆 동네인 예천에서 태어난 시인도 자두를 추리라고 불렀다고 썼다. 포항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문제로 내었더니 처음 듣는 말이라 전혀 떠올리지 못해 ㅊ, ㄹ 초성까지 힌트로 주어도 온갖 모음을 다 갖다 붙이고 나서야 정답을 맞혔다. 자두가 추리라니 신기하고 재밌단다.수업을 끝내고 핸드폰을 켜자 울릉도에 살러 간 친구의 문자가 당도해 있었다. 안도현 시인의 신간을 읽다가 ‘안동’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자 내 생각이 났다며 시 전문을 꾹꾹 눌러 적어 보냈다. 시 속에 시인의 어머니는 매화로 피고, 누이에 대한 시를 적어서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싶지만, 집 나간 아버지가 30년 넘게 돌아오지 않아 누이는 태어나지 못하고, 그래서 누이에 대한 시는 한 줄도 시인에게 오지 못 한 채 안동시 태화동 어머니 아파트로 저녁은 절룩거리며 오고 있다고 읊조렸다.문자를 읽으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포항에 어느 교실에서 내가 안도현의 시를 아이들 입에 떠먹이는 순간에 친구는 바다 건너 울릉도 학교 관사에 엎드려 같은 시인의 시를 읽다니, 그것도 많은 시 중에 안동을 읽다니. 혹시 우리 교실에 CCTV 달아 놓고 지켜본 것이냐고 농담을 건네니 친구도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고향 떠나와 포항에 산 지 40년이다. 안동에 살았던 시간은 겨우 14년, 그 안동이 이런 기적의 시간을 만들어 내게 보내준다. /김순희(수필가)

2021-08-22

섬의 날과 울릉도(독도)의 현실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난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잠재 성장 동력인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섬의 날을 지정했다.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유인도 464개를 포함하여 약 3천300여개의 섬이 분포하고 있다.독도를 부속 섬으로 두고 있는 울릉도는 우리나라 섬 중에서(제주도 제외) 육지부 면적기준으로 8번째로 큰 섬이며, 인구 기준으로는 12번째인 섬이다. 그러나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는 섬만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섬 중에서 육지부 면적이 가장 넓은 섬이며,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섬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울릉도의 부속섬인 독도는 한반도 본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동해 한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 항로 중에 연간 100일 내외로 여객선 결항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1974년 최고 2만9천810명의 정점을 찍었던 인구는 올해 7월말 기준 8천990명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 추세와 함께 우리나라 유인도서 중에서 향후 평균인구 예측 감소율보다 2배 가까이 인구감소가 추정되는 섬이다. 또한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05년 16.9%에서 2018년 22.7%로 급격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섬이다.의료 인프라가 열악해 1년에 50회 이상 응급환자가 해양경찰청 헬기 등의 도움을 받아 육지로 긴급 후송되는 섬이기도 하다.최대 수산 소득원인 오징어 어획량은 해양환경변화에 따라 2000년 1만359t에서 2019년 711t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북중어업협정에 의한 2004년부터 매년 많게는 수천 척 이상의 중국 어선의 동해 북한 수역 조업에 따른 동해 오징어 남획과 기상 악화시 중국 어선의 울릉도 연안 피항에 따른 해저시설물 훼손, 해양쓰레기 배출, 기름 누출 등으로 2중고를 겪고 있는 섬이다.지난해 9월 울릉도를 강타해 아직까지도 복구가 한창인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보여 주듯 동해 한 복판에 위치하여 각종 자연재해에 수시로 노출되어 있다. 해안가 50t의 육중한 테트라포드를 터널 내부로 옮길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였고, 방파제가 유실되고, 울릉도 해안 지질 관광 명승지인 해안산책로가 파손되고, 항구내부에 정박하였던 10여척의 선박들도 침몰되거나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지만, 태풍 피해보다 울릉도 주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섬 주민으로서 소외감이었다. 언론에서 흔히 태풍이 동해상을 빠져 나간다고 보도할 때 울릉도는 본격적인 태풍 영향권의 시작이다. 그래서 울릉도 주민들은 절규하였다. “울릉도도 대한민국 땅입니까?” 그동안 태풍 때마다 울릉도를 유령 섬 취급하였던 언론의 태도와 함께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등 총체적인 낙후 지역에 사는 울릉도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을 대변한 절규였다.울릉도는 육지와의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여건이 매우 열악하다. 1년에 100일 넘게 여객선 결항은 물론이요, 3시간 이상의 배 멀미로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또한 마찬가지이다.다행히 울릉도 교통여건 개선에 관심을 둔 뜻있는 분들이 모인 업체에서 9월 16일 예정으로 2만t급 초대형 카페리호를 취항한다고 하니 결항률의 획기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코로나19에 의한 관광객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항이 유지될 지는 여전히 걱정이다. 통제와 규제의 여객선 안전 대책에서 벗어나 섬 복지 차원에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안 여객선 공영제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선사의 영세성, 여객선의 노후화 등 문제와 함께 육상 교통비보다 과도한 여객선 요금(포항-울릉간 여객선 요금은 km당 316원, 서울-부산간 ktx 요금은 km당 135원 가량)이 주민과 관광객의 발목을 잡고 있다.역사를 돌이켜보면 2가지 섬 정책의 민낯을 보게 된다. 1629년 조선 조정은 제주도민들이 육지로 나가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200여년간 펼쳤다. 제주도민들이 말, 전복 등 특산물의 지나친 진상과 그에 따른 부역 증대 등으로 섬을 떠나자 특산물 진상, 군액 축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편으로 1417년 조선 조정은 울릉도(독도) 섬을 비우게 하는 정책을 400여년간 펼쳤다. 섬에 사람이 거주하면 왜구들의 노략질이 많아지고 섬을 기반으로 본토에 침략하기 때문에 섬을 비우자는 논리였다. 섬 주민의 삶과 섬의 가치를 등한시한 정책이었다.섬의 날 제정을 계기로, 그리고 한국섬진흥원 개원을 계기로 보다 섬 주민 중심의 섬 정책을 기대해본다. 더불어 섬은 그 특성상 섬마다 높은 다양성과 함께 단편적인 학문체계로는 접근하기 힘든 복합성이 존재한다. 육지와 바다의 통시적 접근이 필요한 공간이다. 다학제간 현장 중심의 접근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살고 싶은 섬, 가고 싶음 섬, 지속가능한 섬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풀 열쇠가 있다. 그 핵심에 울릉도(독도)가 있다.

2021-08-22

반세기 동안 땀과 수고로 바꾼 대한민국의 위상

박문하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나라가 태극기를 달고 국제 마라톤 경기에서 처음 우승한 것은 서윤복 선수가 출전한 1947년 미국의 보스톤 마라톤 대회였다. 160cm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동양인 선수가 태극기를 가슴에 붙이고 결승선으로 다가 올 때도 저게 어느 나라 국기인지 대한민국을 아는 나라가 없었다고 한다.동대문에서 서대문까지 전차를 따라 다니며 연습을 했고 일본이 버린 헌옷을 주워 입고 리어카 바퀴에서 떼어낸 고무를 신발에 덧대어 뛰었다는 안타까운 후문도 있다.마라톤 출전을 위해 보스톤으로 갈 때는 미 군용기를 얻어 타고 갔지만 귀국할 때는 여비가 없어 화물선을 얻어 타고 18일 만에 도착했다고 하니 실로 믿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눈물겨운 이 모습이 그 당시 대한민국의 실상 이었다.지난 20세기의 대한민국은 시련과 절망의 연속이었고 더불어 고난과 도약이 교차한 격동의 나날 이었다. 1945년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고 1948년에 남북한이 각각 독자적인 정부수립을 한후 전쟁과 정치불안,보릿고개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북한과 달리 민주와 자유, 시장경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수출중심의 새로운 경제 정책의 시동을 건다. 그 정책원년인 1962년 수출규모 5천660만 달러는 아프리카의 우간다, 카메룬에게도 뒤지던 세계 104위 였다.대한민국의 경이로운 발전을 상징하는 백미는 2010년, 국제사회의 엄격한 실사과정을 통해 국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가입된 일이다.전문가들은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이 받은 원조규모는 개략 127억달러 정도로 지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반세기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대규모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드디어 원조를 주는 공여국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이고 세계에서는 23번째 쾌거이다. 이처럼 놀라운 성공스토리는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얼마전 코로나19 와중에 감동스런 기사하나가 실린 것을 보았다 ‘50여년 만에 한국으로부터 받은 보답’이란 제목의 이 보도는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 뉴욕주에 사는 샌드라 네이선씨는 은퇴한 인권, 노동변호사로 올해 75세인 그녀는 하루에 20만명 이상이 발생하는 코로나 와중에 50년전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일한 자신에게 ‘코로나19 생존박스’라는 소포가 배달되고 있다.이 예기치 못한 선물 안에는 한국을 위해 봉사한 귀하의 헌신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마스크 100장, 항균장갑, 홍삼캔디, 은수저, 비단부채, 피부보호제 등이 들어 있었다. 네이선씨는 여러 언론인터뷰에서 ‘마치 1968년부터 나를 향해 기나긴 여행을 다녀온 상자 같았다. 거기에 담긴 마법 같은 것이 나를 눈물짓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시카코 대학을 갓 졸업하고 21세 때 한국평화봉사단에 자원한 네이선시는 춘천에서 여고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 당시 한국은 질병과 독재, 가난과 6·25전쟁으로 폐허처럼 찌들어 있었다.아이들은 신발도 없이 돌아다녔고 밤이면 쥐들이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로 밤잠을 설쳐야 했다. 뒷간에는 화장지도 없었고 겨울에는 얼음을 깬 물로 세수를 해야 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교실에는 작은 숯불난로 하나가 전부였다.이런 환경에도 학생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열정은 추위를 녹일 정도였다. 그리고 2년 후 정든 학생들을 뒤로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그로부터 50년 후 눈부신 발전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나이 든 네이선씨를 지켜 주겠노라며 잊지 않고 코로나 19 생존 물품을 보낸 것이다.10년전 2011년에 한국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아 남편과 함께 서울을 찾은 그는 ‘상전벽해’라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며 감동했다는 말도 전 한다.독일의 역사가 슈펭글러는 그 어떤 강대국이나 민족도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다고 했지만 토인비는 그런 역사 숙명론을 거부하면서 자연 조건이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서는 제대로 된 문명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 한다.이집트 역사도 독사가 우글거리는 나일강변 밀림지역으로 옮겨 농경과 목축을 선택한 부족이 찬란한 문명을 일궈냈다. 중국의 문명도 온화한 기후와 맑은 물이 흐르는 쾌적한 양쯔강 아니라 쿤룬 산맥의 혹독한 추위로 배조차 다닐 수 없고 사시사철 혼탁한 물이 흐르는 험난한 황허 강변에서 꽃피웠다.오천년 동안 외침과 가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부존자원 하나 없이 분단위협에 시달리면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반세기만에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바꾸어 놓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오직 앞만 보고 다려 온 반세기 동안 피땀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을 다가올 50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더 높이 더 튼튼하게 쌓아가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2021-08-22

비극의 땅

지난 14일 발생한 7.2 규모의 강진으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최소 2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실종자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조그만 섬나라가 온통 쑥대밭으로 변했다.섬 주민들은 다 무너진 집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다. 비가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이 바깥에서 잠을 청한다. 여진으로 더 많은 건물이 무너질 것이 두려워서다. 적어도 7만7천여 가옥이 완전 파손되거나 손괴됐다.아이티는 서쪽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동쪽에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접해 있다. 지난 2010년에도 대지진으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어 아이티하면 지진을 떠올린다. 1804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경제적 기반이 약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1인당 GDP 719달러(2017년), 실업률은 60%를 넘는다. 지난달에는 아이티 현직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당했다. 이번 대규모 지진이 겹치자 외국에선 이곳을 비극의 땅이라 부른다.비극의 땅이 한 군데 더 있다. 미군의 철수로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다. 이곳 역시 혼돈 중이다.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장악하자 이곳 국제공항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에 타지 못한 일부 시민은 비행기 랜딩기어나 날개에 붙어 있다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최근에는 아프간 정부군과 관료들이 처형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돌며 그곳의 참혹한 현실이 있는대로 전해졌다. 아프간은 러시아와 중국, 인도, 중동이 교차하는 교통요지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에도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비극의 땅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강한 국력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22

경북 100명대 감염, 방역 고삐 더 죄야

코로나 청정지역인 경북에서 하루 1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 4차 대유행의 흐름이 끝 간데없어 보인다.지난 21일 의성군 공립요양병원에서 34명의 집단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날 경북도내 확진자는 모두 111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신천지 사태로 115명이 발생한 이래 도내서는 1년5개월만에 처음으로 100명대를 넘었다. 대구 34명을 포함하면 이날 대구와 경북에서 145명의 확진자가 하루 만에 발생한 것이다. 의성군은 1단계인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했다. 비교적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평가되던 경북 농촌지역까지 코로나 확산세가 뻗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졌다. 특히 의성 요양병원의 확진자 34명 중 24명은 2차 백신접종을 완료하고도 감염된 돌파 감염자로 확인돼 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경북은 최근 포항과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번진 코로나가 농촌지역까지 확산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농촌지역이라고 긴장감을 늦추고 있어선 안 된다.경북에서 111명의 환자가 발생한 20일 전국에서는 이틀째 2천명대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로 300명대 수준이던 중증환자 수가 400명대로 올라섰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행(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대로 2주 연장키로 하고 수도권 업소에 대해서는 영업제한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또 현재의 코로나 대응체제를 ‘위드(with) 코로나’ 방식으로 전환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는 접종률이 높아야 성과를 기대할 수 있어 현재 20%대인 국내 접종 완료율로는 아직은 시기상조다.22일 0시 현재 대구와 경북에서는 101명(대구 51명, 경북 50명)의 신규 확진이 발생, 여전히 높은 감염세를 보였다. 오랜 기간 코로나 사태로 피로감이 누적된 주민 사이에는 긴장감이 다소 이완된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 신규 확진자 3천명대 발생을 우려하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대안없이 당국이 거리두기만 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럴수록 방역 기본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을 넘기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2021-08-22

巨與의 ‘언론중재법 폭주’ 막을 방법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을 오는 25일 강행처리하기로 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은 제2, 제3의 조국을 만들어내고 날개를 달아주는 악법”이라며 “자유가 박탈된 탈레반 같은 국가에서 살기보다 목숨걸고 싸워서 인간답게 사는 길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과 필리버스터 등을 검토 중이며, 민주당이 이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할 경우 헌법소원을 낼 방침이다.민주당 대선주자 대부분은 언론중재법 폭주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언론사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이 필요하다”고 했고, 기자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는 “제가 현직 기자라면 언론중재법을 환영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만이 유일하게 “소위 돈 있고, 힘 있고, 빽있는 사람들이 ‘한겨레, 경향. 그래 잘 걸렸어’라면서 이 법으로 소송을 건다고 하면 기자도, 데스크도, 회사도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민주당은 야당과 국내외 언론 등의 강력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이 법안을 일방 처리한 데 이어, 내일(24일) 법사위를 거쳐 25일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이 법안에 대해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배상액을 손해액의 5배까지 정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 ‘허위·조작기사’에 대한 판단기준의 모호성 때문이다. 이 법률이 통과되면 언론사 사회부에 근무하는 사건·사고 담당 기자라면 언제든지 ‘허위·조작기사’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취재기자나 편집국 간부들이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로·비판기사나 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5배 징벌규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권력자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될 경우, 언론의 권력감시기능 약화는 물론 권력에 대한 눈치보기가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2021-08-22

국민의힘 최고위는 캠프대변 기구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당 중진들의 공격 속에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이준석 대표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도층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 개혁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한 말이 귀에 남는다.이 대표가 밝힌 정당개혁과제는 “유력자에게 줄 잘 서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인식되는 폐쇄적 당 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선출직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했다.내년 지방선거는 대선결과가 나온 후 3개월여 뒤에 치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대통령 당선자가 주도적으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러한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자격시험이라는 제도도입을 통해 공천과정을 시스템화하겠다는 발상이다.지금 국민의힘 원내·외 중진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해 유력 대선주자에게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여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몰려 있다. 이들 중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이런 현 상황을 감안해서 나온 말이다.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캠프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인해 ‘다중분열’됐다는 소리는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 열망을 뒤로하고 경선 주도권부터 잡고 보자는 식의 ‘캠프식 당내 정치’에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유권자 눈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 곧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지만, 너도나도 당 대표를 흔들면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버스가 출발하면 곧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각 캠프 이해관계자들이 일일이 ‘밤놔라 대추놔라’며 트집을 잡을 경우 국민의힘이라는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관위원장 선출문제가 대표적인 뇌관이다. 여기에다 압박면접이나 역선택 방지 조항 삭제 등 경선룰을 두고서도 각 후보 간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내·외 중진 대부분이 이미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 합류해 진지를 구축하는 바람에 이러한 갈등을 흡수할 ‘중간지대’도 없어져 버렸다.윤 전 총장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오는 25일 경선준비위가 개최하는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해 갈등이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야권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당내 유력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이다.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당 분열은 곧 패망이니 모두들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은 바로 자신들이 ‘봉숭아학당’과 ‘콩가루집안’의 주역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2021-08-22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작고하신 부친의 가훈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였다. 글자를 새긴 명판을 거실에 걸어놓곤 하셨다.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자는 하늘도 돕지 않는다는 교훈은 어려서부터 귀에 박히도록 새기게 되었다.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탈레반의 수도 카불 장악 이후 카불 탈출의 대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아프간 전쟁을 끝내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1조 달러가 넘는 돈을 써가면서 30만 명의 아프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켰지만 탈레반에 무기력했는데, 미군이 더 남아 지원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들이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더이상 싸워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국가를 위하여 싸우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개입을 마다하지 않았던 냉전 시대의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점에서 미국은 초당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모양새이다.스스로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울 의지가 없는 나라를 위해 미국이 언제까지라도 대신 싸워 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맹국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북한의 주한미군 철수는 단골 메뉴로 나오는 북한의 주장이다. 최근 김여정의 하명에 따른 한미군사훈련 축소가 실현화 되면서 주한미군 철수의 목소리는 높아질 조짐이다.북한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의 핵심은 “우리끼리”를 앞세우지만, 침략전쟁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이 유럽과 한국에서 미군이 현 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주장에 흔들리는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큰 근심거리다. 남북교류 건물을 폭파해도 한마디 항의도 못하는 상황은 한국이 과연 북한의 침략야욕과 싸울 의지가 있는지 의문케 한다. 남북 군사 합의 이후 북측이 말하는 것처럼 남측은 무엇을 배신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연락사무소가 폭파되었다.아프가니스탄 사태에서 보듯이 싸울 의지가 없는 국가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원칙이 적용된다면 한국의 앞날은 위태롭다. 과거 김관진 국방 장관은 북한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계획에 대해 전단을 뿌리면 군사적으로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북한은 우방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기 위해 늘 “우리끼리”라는 구호로 유혹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대한민국의 대북 정책이 아니고 북의 대남, 대미 공작의 하청 용역이었다는 혹평들도 있다. 이제 하청업자 역할을 더이상 해서는 안 된다.이제는 강한 한미, 한일 공조를 통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핵우산이든 자체 핵개발이든 강한 모습을 보여줄 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다.미군의 주둔은 우리가 싸울 의지가 확고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통일을 구걸하지 않을 때 통일의 기회는 더 가까이 올 수 있다. 북한과의 평화는 우리가 싸울 의지의 강한 힘을 보여 줄 때에만 가능할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뿐이다.

20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