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방송사 대담프로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갇히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너서클은 조직 내에서 소수집단을 형성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을 일컫는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의 수장도 이너서클에 포위되면 외부 비판여론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
정치부 기자 시절 각종 선거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여야 후보들의 캠프를 경험했다. 외부인에 대해 개방적인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너서클 중심의 꽉 닫힌 캠프도 있었다. 주로 거물급 후보들의 선거캠프가 닫혀 있는 경향이 강했다. 이너서클 멤버들이 외부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선거캠프의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문고리 권력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도 ‘문고리 3인방’ 논란이 제기됐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 해체론’을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이너서클 견제와 당 외연확장을 위해 잘한 일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19일 최재형 당 혁신위원장을 만나 “혁신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 그제(22일)는 혁신위 전체회의에도 참석했다. 혁신위는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당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이었던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권한’을 당 윤리위에 넘기는 방안을 ‘1호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폭발성이 강한 ‘공천시스템 개혁안’ 대신 ‘윤리위 기능 강화’를 최초 혁신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친윤그룹과 마찰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다.
친윤그룹이 혁신위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이준석 혁신위’가 공천개혁을 주도해 2년 뒤 총선 공천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안 의원의 혁신위 해체 주장도 이 전 대표와 혁신위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감과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 위원장도 이 점을 우려해 지난주 최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논쟁적인 것은 다듬어서 2단계 정도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공천개혁안을 미리 꺼낼 경우 혁신안 수용여부를 두고 당내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천시스템 개혁안을 당의 주요의제로 삼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은 지금 여당처럼 비대위 상황에 처해 있을 때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출될 당 대표는 누구든지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놓는 개혁을 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총선이 임박할수록 의원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공천개혁의 합의안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해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변화다. 내년 총선은 보수와 진보 지지층 결집이 확고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지역이 다수일 것으로 예측된다. 여당의 개방성도 전제돼야겠지만, ‘이너서클 울타리를 벗어난’ 윤 대통령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민심을 얻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