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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선거운동 유감

온갖 네거티브와 마타도어가 판친 ‘비호감 대선’이라선지 선거 운동 방식도 ‘극혐’(극도로 혐오한다는 뜻)이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 ‘선거차 유세’ 좀 그만 보고 싶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경찰서에는 연일 시민들의 민원이 쏟아졌는데, 가장 많은 게 소음 관련 신고였다.선거 이틀 전인 3월 7일, 시끄러운 앰프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선거 유세 차량에서 크게 틀어놓은 로고송 때문이었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1번도 2번도 모두 국민을 위한 정치, 민생을 살피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아침 일곱시부터 저질 로고송 틀고 소음공해나 만드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인지 묻고 싶었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삶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정치는 무슨 정치.아직 더 자야 하는 사람들도 있고, 밤에 일하고 아침에 자는 3교대 근로자들도 있고, 고시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있고, 아이 재워야 하는 부모들도 있고, 명상이나 독서로 차분하게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있다. 타인 삶의 평화를 함부로 침해하는 이들이 어떻게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시민들이 왜 이른 아침부터 저급하게 개사한 ‘남행열차’, ‘진또배기’, ‘질풍가도’ 따위 유세송을 들어야 하는가? 옆동네에서는 ‘찐이야’, ‘찰랑찰랑’이 울려 퍼졌을 테니, 품위 없는 선거 유세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마찬가지다. 앰프를 얼마나 크게 틀었는지 온 동네가 쿵쿵거렸다. 부아가 치밀어 112에 전화 거니 1390 선관위로 연결해줬고, 선관위는 다시 내가 사는 지역구 선관위로 통화를 돌렸다. 세 차례나 민원을 넣어 항의한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데 가서 또 그 난리를 치려는지 시끄러운 유세차량은 30분 후 물러났다.소음뿐만이 아니다. 도로 통행을 막아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도 허다하다. 빨간 점퍼, 파란 점퍼, 노란 점퍼 입은 당원들이 떼로 모여 마치 자기들 세상인양 차도와 보행로를 점거한다. 그야말로 무법천지다. 군산에서는 국민의힘 유세 차량이 시장 골목 입구에 버티고 선 채 차량 통행을 20여분 동안 가로막아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현장에서는 고함과 욕설 항의가 빗발쳤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택시 타고 김포공항 리무진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동안 민주당 유세 차량이 고가도로 옆 편도 1차선을 점령한 채 비켜주지 않는 바람에 결국 버스 놓쳤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40분 넘게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분노가 뻗쳤다.이 볼썽사납고 시끄럽고 혐오스러운 선거 유세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는지, 정치인들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낡은 방식을 고수한다면 유권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 곧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이번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2030세대 표심을 잡으려는 각 정당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의 권리나 이익이 침해되는 걸 견딜 수 없어 한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걸 극도로 경계하면서 자신 역시 남으로부터 작은 피해도 입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기성세대는 집단을 과시하고 공동체의 동일성 논리로 ‘우리’의 승리를 위해 소음공해나 교통 불편쯤 괜찮다고 뭉개지만, 젊은 세대는 철저히 개인이다. 집단이라는 다수의 폭력이 소수적 삶의 평화를 위협하는 걸 참지 못한다. 개인주의자들인 2030세대는 공정과 평등에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고, 사회적 약자 등 타자에 대한 배려를 항상 의식한다. 웬만해서는 지하철 임산부석과 노약자석에 앉지 않는다. 위법한 호의나 원칙을 무시한 배려는 거절한다. 공공질서를 지키고, 법을 준수하는 한 사람의 성숙한 시민들이 모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고 믿는 이들이다.시끄러운 로고송 틀고, 마구잡이로 길 막으며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정당들이여 제발 정신 차려라. 이제는 음주운전이나 성범죄에 관대했던 쌍팔년도가 아니다. 여전히 구시대적 감성으로 법과 질서 따위 가볍게 무시해도 되는 줄 아나본데, 그러다 국민들한테 혼난다. 타인 삶을 함부로 침해하는 행위에 2030세대가 얼마나 엄격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음주운전 사고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옛날 같으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그릇된 온정주의가 설쳤겠지만, 요즘은 “예비 살인자, 다른 사람 죽이지 말고 깔끔하게 혼자 죽으라”고 한다. 싸구려 로고송 틀려면 실내 체육관 빌려서 당신들끼리만 들어라. 넉 달 후면 지방선거다. 지켜보겠다.

2022-03-22

포켓몬이 돌아왔다

요즘 없어서 못 구한다는 문제의 포켓몬 빵. 친구가 포켓몬 빵 사겠다며 새벽같이 일어나 편의점 순회를 돈다고 이야기 했을 때, 나는 그 옆에서 대놓고 피식 비웃었더랬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들른 편의점에서 우연히 포켓몬 빵을 발견한 뒤론 문제의 빵 구하는 재미에 푹 빠지고 말았다.운은 처음이 다였는지 그 다음날에도, 심지어는 보름이 넘어가는 데도 포켓몬 빵 구하기는커녕 그림자 보기도 힘들어졌다. 점점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자 어느덧 포켓몬 빵을 구하기 위해 옆 동네와 옆옆 동네 편의점까지 원정을 나서는 열정을 보이고 있었다.포켓몬 빵은 2000년대 초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올해 4월 22일 돌연 모습을 드러내었다. 총 7종으로 구성되어 16년 만에 고스란히 돌아온 포켓몬은 출시 2주 만에 약 35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고, 편의점 빵 매출 1위 자리를 단숨에 꿰찼다. 3월 19일 기준 SNS상에선 #포켓몬빵 해시태그로 등록된 게시글만 해도 4만3천 개나 된다.2030세대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덕에 물량 구하기도 쉽지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해서 현재 편의점 당 하루 1~2개의 빵만 입고되고 있을 정도다.워낙 희귀하다 보니 천오백 원짜리 포켓몬 빵에 이만 원 가량이나 하는 초콜릿이나 사탕을 끼워 파는 상술도 생겨났다. 편의점보다 마트 물량이 더 많다고는 하지만 1인당 포켓몬 빵 구매 개수가 5개로 제한이 걸려 있는데다 마트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다 보니 이마저도 쉽지 않다.포켓몬 빵의 인기 비결은 바로 빵과 함께 들어있는 ‘띠부띠부 씰’이다. 떼었다 붙였다 하기 쉬운 스티커로 총 159개의 포켓몬 캐릭터로 구성되어 있다. 귀여운 스티커를 보며 잠시 소소한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어릴 적 포켓몬 빵 하나 사며 행복해했던 추억으로 복기하는 재미도 있다. 더군다나 이렇게까지 포켓몬 빵을 사는 이유는 아무나 살 수 없단 희소성과 SNS나 친구들 사이에서 상황을 공유하여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것 또한 한 몫 하는 듯하다.159개의 띠부 씰을 전부 모으는 컬렉터들도 많다. 띠부 씰이 무작위 랜덤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빵을 구한다 한들 스티커가 중복되는 경우가 생긴다. 컬렉션을 다 모으기 위해선 기약 없는 빵 사기를 계속 해야 하고, 한계가 있다 보니 오히려 컬렉터들의 소유하고 싶은 심리를 자극하는가 보다.현재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띠부씰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희소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인기 많은 ‘뮤’와 ‘뮤츠’ 캐릭터 스티커는 개당 최대 5만원선으로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여러 군데 전전해본 결과 포켓몬 빵을 사기 위해선 몇 가지 간단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집근처 포켓몬 빵을 파는 편의점을 확인해야 한다. 안파는 편의점을 제외하고선 동선을 체계적으로 짜야 하기 때문이다.또 중요한 점은 각 편의점마다 물건이 입고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제품이 들어가는 시간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고객 유입량이 적은 한적한 편의점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상황이 녹록치 못해 사람 많은 편의점 위주로 돌아야 한다면, 편의점 앱을 이용하여 해당 편의점 재고 파악을 한 뒤 가면 좋다. 물론 편의점으로 가는 사이 팔릴 수 있단 위험 리스크가 있다.기다림을 즐길 수 있다면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해 대량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도 매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기나긴 완불 대기를 감내해야 한단 단점이 있다.진심인 듯 보이지만 내게 포켓몬 빵 사기는 일종의 가벼운 취미다. 산책도 할 겸, 같이 걷는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겸 이곳저곳을 열심히 걷고 있다. 다행히 날도 좋아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우연히 마주친 포켓몬 빵 하나엔 어찌나 기쁜지 모른다.너무 조급하게 하루하루 생활하다 보니 가끔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 행운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듯싶다. 행운은 생각보다 가까이 머물러 있고, 만약 보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뚜벅뚜벅 두 다리에 힘주고 찾아 나서면 되는 거니 말이다. 오늘도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이곳저곳 소소한 운을 맞이하러 나가본다.

2022-03-22

‘윤핵관 일선후퇴’ 조언, 받아들여질까

심충택 논설위원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같은 의원들은 인수위가 끝나는 대로 뒤로 물러나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만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거국중립내각은 여야가 함께 내각에 참여해 초당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갑자기 위기 상황에 처하거나 전시 등 비상시에 구성된다. 김 전 대표의 생각은 국민의힘 의원, 특히 당선인의 측근들이 내각 자리를 양보하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3석)과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113석에 그친다. 윤석열 정부는 당장 코로나 극복을 위한 추경안 편성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협조가 절실하다.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제18대 대선 막바지에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지금의 윤핵관 논란과 흡사한 ‘친박(근혜)사태’가 발생했을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발탁돼 위기국면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친박감별’ 논란으로 판세가 급격하게 요동치자 박근혜 후보는 최경환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읍참마속’하고,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전격 재구성해 당선됐다.윤핵관 사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최측근들의 전횡에 반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지고 지방으로 잠적하면서 외부에 노출됐다. 이 대표가 지목한 윤핵관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이다. 권성동 의원은 당시 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을 겸직했고, 윤한홍 의원은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 경선 직후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당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2선 퇴진을 선언하고 공식직함을 가지지 않았다.윤핵관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선인의 최측근 자리로 돌아왔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후 사실상 인수위 구성을 진두지휘했다. 권 의원은 새정부 초대 법무부장관 입각설과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다. 윤 의원은 인수위 주요보직을 맡고 있고, 6월 지방선거에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장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전격 지명하자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그의 인사 스타일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척도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중용한다는 ‘의리’와 주변의 ‘조언’ 모두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 새 정부 청와대와 내각, 공공기관의 주요 인사도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따라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대표의 쓴소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2022-03-22

국민의힘 개혁공천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국민의힘의 사전 작업이 본격 진행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 적용할 페널티 규정과 역량강화시험 제도를 신설하는 등 강한 개혁공천 모습도 보인다. 출마요건을 강화한 ‘공천감정 규정’은 현역 국회의원 지원시 10%,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을 시는 15% 페널티를 준다는 내용이다. 예를들어 대구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홍준표 의원은 25% 페널티가 적용된다. 그는 2020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한 뒤 대구 수성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국민의힘이 이 규정을 도입한 이유는 이번 선거에서 현역 의원 공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회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3석)과 합당이 이뤄지면 113석이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과 거국내각을 구성해서라도 식물정부 신세를 면해야 하는 마당에 현역 의원들이 명분없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일종의 해당행위로까지 비칠 수 있다.이준석 대표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역량강화시험’ 제도도 이번 지방선거부터 도입하기로 해 주목된다. 기초·광역 의원 출마자에 대해 시험을 의무화하겠다는 이 제도는 정당 사상 최초의 시도다.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의 경우에는 상대평가 9등급제가 적용된다.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이상,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이상 성적을 얻어야 지원할 수 있다.문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이다. 앞으로 양당 간 합당과정에서 불거질 공천 갈등은 이준석 대표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 대표가 현안을 순조롭게 풀어나가면 리더십을 인정받을 계기가 된다. 어제(2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놓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면서 신구권력이 또 한 번 충돌하고 있다. 현 여권이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대치국면을 만든다는 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출범 20일만에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국정운영 동력이 많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2022-03-22

균형발전

우정구 논설위원 국가균형발전이 국가 어젠다로 채택된 지는 꽤 오래다. 2003년 4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설립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국토균형발전은 국정의 주요 기조로 등장했다.하지만 이같은 국정 기조에도 국토의 균형발전은 지금도 여전히 답보상태다. 불균형 발전에 대한 지방의 볼멘소리는 그동안 그치는 날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상태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인구 분포다.국토 면적 12%에 불과한 수도권의 인구가 2019년 단군이래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2000년 46.3%이던 수도권 비중이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시키기는커녕 시간이 더 할수록 수도권 인구를 더 늘렸다.최근 국세청이 밝힌 ‘광역단체별 상위 1% 근로소득자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1% 근로소득자 100명 중 75명이 수도권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근로소득자 총 19만여명의 74.5%가 서울과 경기, 인천에 산다는 것이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특히 1% 상위권자 수는 대구는 서울의 20분의 1, 경북은 16분의 1에 불과했다.정부가 국토의 균형발전을 20년 가까이 국정수행 어젠다로 삼았지만 지방의 입장에서 볼 때 그동안 달라진 것은 없고 정부는 시늉만 냈다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이 강한 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찰떡같이 약속했던 2차 공공기관 이전조차도 이행치 않았다.대체로 새 정부의 국정 기조는 대통령 취임 초기에 설정된다.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균형발전의 정신이 새 정부에서는 꼭 실행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22

10년 끈 영일만 대교, 포항시민 숙원 풀 차례다

동해안 고속도로 포항∼영덕 구간에 포함된 포항시 남구 동해면에서 북구 흥해읍 일원을 잇는 길이 18km의 해상교량인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에 청신호가 켜졌다.이 사업은 2008년 광역경제권 발전 30대 선도프로젝트로 선정됐으나 경제성이 낮고 국도대체 우회도로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차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지금까지 답보상태에 있다. 2019년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신청했으나 탈락하면서 한때는 “사업 자체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실망감에 빠지기도 했다.그러나 경북도와 포항시, 지역정치권의 끈질긴 노력으로 해마다 정부로부터 20억원의 설계·기본조사비가 책정되면서 사업 개시의 가능성은 열어놓았다.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포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교건설을 약속했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이제 영일만 횡단대교 건설은 실현 가능 쪽으로 무게가 옮겨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최근 윤 당선자를 만나 영일만대교 건설에 대한 공약이행을 건의했고 당선자도 “새 정부가 잘 챙기겠다”고 말해 오랜 지역 숙원 사업에 대한 희망의 불빛이 켜진 상태다.영일만대교는 10년 넘게 끌면서 지역민을 애태운 숙원사업이다. 바다를 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해상교량이 없는 경북으로서는 교통난 해소뿐 아니라 관광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북방교역 시대에 대비해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횡단대교로서 역할도 기대되는 사업인 만큼 사업성에 대한 평가도 과거와는 다르다.영일만대교 건설이 대통령 공약에 포함됐다고 안심하고 기다릴 수는 없다. 공약이 100% 실행된다는 보장도 없다. 이 사업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서는 정부를 설득할 자료 등 자치단체의 만반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가급적 빠르게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는 것이 중요하다.1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투자되는 영일만대교는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힘이 된다. 포항시민의 오랜 숙원이 풀릴 희소식을 기대한다.

2022-03-22

냄비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냄비는 삿포로 라면을 끓여낸다 / 냄비는 동원 참치국을 끓여낸다 / 냄비는 오뚜기 옥수수 스프를 끓여낸다 / 냄비는 파 마늘 햄 미역 깨소금 담고 미역국 끓여낸다 / 냄비는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끓여낸다”김응교 시인의 시집 ‘씨앗/통조림’(하늘연못, 1999)에 실린 두 연짜리 시 ‘냄비’의 첫 연이다. 식구를 한국에 남겨 두고 1996년에 도쿄외국어대학에 공부하러 가서 와세다대학에서 객원교수로 강의하다가 귀국하기까지 12년 동안 일본에서 혼자 생활해야 했던 시인에게 냄비는 소중한 살림살이 도구였을 것이다. 그러니 냄비밥, 냄비국깨나 먹었으리라는 추측은 추측도 아닐 터.라면 하면 냄비다. 그중에서도 포르르 빨리 끓는 양은 냄비가 그만이다. 양은은 구리에 아연과 니켈을 섞어 만든 은색의 합금이다. 우리가 흔히 양은 냄비라고 부르는 노란색 냄비는 양은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실제로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으며 여기에 노란색을 내기 위해 알루미나라고 하는 노란 코팅제를 입힌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냄비에 물을 끓이면 알루미늄이 용해되어 나오고, 알루미늄이나 알루미나는 모두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때문인지 집집마다 한두 개씩은 있었던 양은 냄비가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몇몇 분식집에서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값싸고 가벼운 양은 냄비의 자리를 이제는 스테인리스, 법랑(세라믹), 내열유리, 통주물 등 다양한 재질의 냄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유치한 노란색이 아닌 은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려한 꽃무늬로 치장한 영국제, 독일제, 프랑스제 고급 냄비들이 주방 선반 위아래에서 한껏 그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양은 냄비마냥 쉬이 식지 않고 보온성 좋은 국산 냄비도 쌔고 쌨다.우리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 가운데 냄비 근성이라는 게 있다. 빨리 끓기도 하지만 빨리 식어버리는 양은 냄비에 우리를 빗댄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성향은 우리나라 사람만이 아닌, 이슈에 확 관심을 가졌다가 곧바로 잊고 마는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 성향이라는 주장도 있다.새 대통령 당선자(헌법에 따르면 ‘당선인’보다 ‘당선자’가 적절한 표현이라고 한다.)는 당선된 지 10여 일만에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로 확정하였다.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이는 것과 같은 속전속결 빠른 결정이었다. 광화문 시대 공약은 무색해졌다. 광화문이건 용산이건 ‘국민 속으로’라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국민’의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빠른 결정만큼 빠른 방향 전환이나 철회가 있을 수 있겠다. 반대론도 그렇다. 양은 냄비처럼 빨리 사그라들 수도 있고 뚝배기처럼 오래가거나 보온밥솥처럼 계속 뜨거울 수도 있겠다.내 머릿속에서도 말이 끓는다. 하여, “냄비는 늘 싱싱한 생선을 주는 깊은 바다 같다 / 냄비는 헉헉헉 뜨건 숨 뿜으면서도 / 냄비는 수명 다할 때까지 / 냄비는 군소리 없다”라는 시의 2연으로 ‘군소리’를 식혀 없애고 만다.그렇지만, “모든 것을 담고 모든 것을 끓여” 낼 맛깔난 정부를 정녕 바라면 안될 것인가?

2022-03-22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조현태수필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했던 사람이 있었다. 1822년 독일에서 출생한 하인리히 슐리만. 그가 7살 때 아버지가 선물로 사다 준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를 읽고 트로이라는 도시가 실재하는 장소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 믿음은 그의 일생에 포기할 수 없는 꿈이 되었다. 41세가 되던 해 고고학자의 삶을 시작하였고 마침내 소아시아 트로이 유적 발굴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유적 탐사의 과정에서 엄청난 보화들을 찾아냈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인물이지만 유명한 만큼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기도 하다. ‘과학적 고고학의 아버지’, ‘새로운 학문의 선구자’로 찬란한 조명을 받는 반면, ‘더러운 도굴자’, ‘비과학적인 고고학의 초심자’, ‘문명 파괴자’ 같은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대되는 평가가 공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슐리만은 무역과 은행업 등에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리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고고학을 공부하며 발굴 작업에 뛰어든 인물이었다. 1869년, 아름답고 헌신적이며 ‘일리어드’를 잘 아는 그리스 처녀와 결혼했다. 이듬해 4월, 슐리만과 아내는 조사활동을 시작하여 3년 동안 일꾼 100여명을 데리고 37m 높이 언덕에서 트럭 25만대 분이나 되는 흙을 파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스만 튀르크 정부의 발굴허가를 받아 1871년 10월 첫 발굴을 했다.이후 20년에 걸쳐 7차례 발굴 작업을 한다. 그 결과는 전 세계에 흥분과 충격을 안겨준다. 트로이에만 너무 열중한 탓에 다른 시대 건물들을 무너뜨리거나, 중요한 역사적 실마리가 될 벽돌을 깨뜨리며 깊이 파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엄청난 실수 때문에 오히려 여섯 번째 층에 묻힌 평생소원이던 트로이가 드러나게 된다. 프리아모스 궁전이라고 믿는 돌 건물 8.5m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보석이 발견된다. 팔찌, 브로치, 목걸이, 접시, 단추, 등. 금으로 만든 것이 자그마치 8천700여점과 화려한 금관까지. 결국 평생 꿈꾸어 온 트로이의 보물을 손에 거머쥔다.이 보물들은 후일 슐리만의 유언에 따라 베를린의 선사시대 박물관으로 옮겨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일에 진주한 소련군에게 탈취당해 지금은 러시아가 보관하고 있다.슐리만의 발굴 작업 결과 히살리크 언덕은 도시의 폐허가 여러 겹으로 중첩된 고고학의 보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들이 수천 년간 번영과 멸망을 반복한 장소였다. 이 과정에서 슐리만은 도자기들과 고고학의 방법론인 층서학(stratigraphy)에 큰 관심을 가졌다. 층서학을 슐리만이 처음 고안해 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스케일로 층서학을 적용하여 발굴하고 연구한 것은 슐리만이 처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그 사람이 재물에 욕심이 있어서 도굴에 비견할 만한 일을 했던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많은 역사적 자료를 파괴하고 훼손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로이 유적을 찾아내고 인류문명의 생생한 역사를 증명한 공로는 마땅히 인정해야 할 일이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키워온 꿈의 발현이라는 생각에 지금 시대에도 필요한 가치는 아닐는지.

2022-03-22

노송(老松) 아래 아무것도 없었다 (Ⅴ)

-수목장을 할 것입니다.필립이 말을 꺼냈다. 선산에 안장하거나 납골당에라도 모셔야 하지 않겠느냐? 작은아버지와 친지들은 입을 대고 싶었겠지만 그들은 지쳐있었다. 칠십 대 후반의 노인들이 삼일장을 오롯이 견뎌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차피 필립의 뜻대로 될 일이기도 했다.필립은 만식을 꼭 닮아 있었다. 한번 마음을 정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았다. 아집이라 말하기에는 근거가 명확했고 일방적이라 말하기에는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중시했지만, 그럼에도 결론은 자신의 뜻대로 되어 있었다. 필립의 뜻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만식이었다. 두 사람은 자주 의견이 부딪혔다. 필립의 정원에 모란을 심는 것부터 회사의 운영과 미래에 대한 계획, 투자 등의 문제까지, 거의 모든 방면에서 그들은 의견이 달랐다.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거라. 우리는 아주 조금 의견이 다를 뿐이다. 둘 사이의 의견 대립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가족들에게 만식은 말했다.나는 너의 아버지가 아니냐. 내 돈으로 하는 것이지 않느냐. 어차피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지. 만식은 간단하고 유치한, 그러나 치명적인 말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필립과 마주 앉았다. 나와는 아주 조금 다를 뿐이지 않느냐. 네가 양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만식이 물었다. 그 작은 차이가 모여 큰 흐름이 되는 것입니다. 필립은 말하고 싶었지만 번번이 말하지 못했다. 고개를 끄덕였고 만식은 주위의 가족들 혹은 임원들을 둘러보며 웃었다. 필립은 만식의 웃음이 흐뭇함인지 비웃음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너의 세상이 오거든 너의 뜻대로 해라. 만식은 필립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필립은 그 말을 믿었다. 나의 세상은 반드시 오지, 내 뜻대로 할 수 있겠지. 또 한 가지, 그 세상이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두드리지 않고 소리가 나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형이 죽은 후 필립에게 주어진 것들이 늘어났다. 형이 했던 역할을 대신하는 것만큼 필립의 세상이 넓어졌다. 하지만 필립은 주어진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얻어냈다는 성취감보다는 하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컸다. 올해에는 이것이 다음 해에는 저것이 주어졌지만 기대와 욕망은 주어진 것을 넘어섰다. 눈앞에 있지만 손에 닿지 않는 것,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얻을 수 있는 것, 누군가의 손에서 나에게로 전해져야만 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커져 갔다. 만식은 너의 세상이라는 말로 필립을 달래려 했지만 만식이 인공 장기를 하나씩 달 때마다 필립의 세상은 한 걸음씩 멀어졌다.-반은 저희 집 정원에 있는 회화나무 아래에, 반은 서울 사옥 정문 앞의 소나무 아래에 모실 것입니다. 정원에 있는 회화나무는 아버지께서 손수 심으신 것입니다. 제가 모란을 심으려 했던 자리였지요. 집안에 정승이 나도록 해주는 나무라 하시며 심으셨습니다. 아직 정승이 나지는 않았지만 직접 심으신 뜻을 기리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자손이 성장해가는 것을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사옥 정문 앞의 소나무는 오 년 전 양산 통도사 계곡에서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소나무가 버텨온 세월만큼 회사가 오래도록 위로 뻗어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이셨습니다. 건강한 노인의 상징이라고도 하셨지요. 그 아래에 모시겠습니다. 김강 작가 2017년 제21회 심훈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 ‘소비노동조합’ ‘여행시절’(공저) ‘당신의 가장 중심’(공저) 등을 썼다. 칠 년 전 여름 필립과 만식은 통도사에 있었다. 통도사의 담을 옆으로 두고 흐르는 작은 계곡 맞은 편 줄지어 선 노송을 함께 보았다. 허허, 그 참, 허허. 그 참. 만식은 굽히지 않고 하늘로 솟아 있는 노송들을 보며 연신 감탄의 말을 뱉어냈다. 오랜 세월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며 스님들의 독경 소리를 들었을 것 아닙니까? 저들이 곧 부처가 아니겠습니까? 만식은 옆에서 안내를 하던 주지스님과 필립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했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 분야에서, 한 위치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도를 깨치게 되는 거지요. 요즘은 제가 꼭 그런 사람이 된 기분입니다. 팔 수도 없는 것이며 가져가기도 힘들 것이라는 스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만식은 계곡의 노송 한 그루를 옮겨와 심었다.그날 필립은 노송 아래의 것들을 보았다. 계곡의 노송들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한 아름이 넘는 지름을 가진 노송들이 서로 간격을 두고 서 있을 뿐이었다. 이제 막 자라난 어린 소나무도, 노송의 허리춤까지 따라잡은 청년의 소나무도 없었다. 오로지 노송들만이 계곡의 깊이만큼 솟아 있었다. 그중 한 그루를 옮겨 오던 날 필립은 그 빈자리에서 자라날 새 소나무를 생각했다.

2022-03-21

추상미술의 기원에 대하여

알아볼 수 있는 구체적인 형상이 없는 미술작품을 가리켜 추상(抽象)이라고 한다. 원래 추상은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된 특징이나 성질을 추출하여 파악하는 인식작용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연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추상은 구상과 대비되어 비구상적인 미술을 가리키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그렇다면 미술가들은 언제부터 추상을 그리기 시작했을까?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몇몇 미술가들이 있다. 러시아 출신으로 독일 뮌헨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바실리 칸딘스키, 네덜란드의 피트 몬드리안, 감각의 궁극을 탐구한 우크라이나 태생의 카지미르 말레비치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 중 칸딘스키는 자칭 추상미술의 아버지이다. 그의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미술에서의 추상은 고전적 미술 관념에 균열을 일으키며 현대미술을 태동시킨 여러 미술가들의 실험들이 종합되고 집결되어 나타난 미술현상이기 때문에 특정 미술가를 추상의 창시자로 지목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추상의 태동과 전개과정에서 칸딘스키의 역할과 미술사적 업적은 충분히 결정적이라 할 수 있다.칸딘스키가 추상의 가능성, 다시 말해 대상을 그리지 않더라도 그림이 될 수 있다고 직감한 것은 1896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프랑스 인상주의 전시에서였다. 여러 작품들 중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끌로드 모네의 작품 ‘건초더미’였다. “불현듯 나는 마침내 처음으로 한 점의 ‘그림’을 보았다. 카탈로그의 제목을 읽고서야 그것이 건초더미를 그린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림을 보아서는 알아볼 수 없었다. 대상을 알아볼 수 없었던 것이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화가는 어떤 권리로 이런 식으로 불명확하게 그림을 그렸단 말인가. 이 그림에서 대상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먹먹하게 느껴졌다.” 모네의 작품 앞에서 칸딘스키는 지금까지 그림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겨졌던 대상이 사라지더라도 여전히 그림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생각으로부터 그의 추상으로의 미학적 여정이 시작되었다.칸딘스키에게 추상의 가능성을 계시한 모네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미술가이다. 인상주의는 사실주의와 더불어 고전미술의 문법을 파괴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빗장을 열어준 미술사조이다. 사실주의는 저널리즘의 매서운 눈초리로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시민사회로부터 잉태된 여러 사회문제들을 은유적 수사 없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미술에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했다. 반면 인상주의는 미술의 내밀한 조형원리에 집중함으로써 규범과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미술에 퇴적된 고정관념들을 하나씩 제거해 갔다. 아카데미즘으로 대변되는 전통미술이 고정된 관념을 닫힌 원리에 입각해 그림을 그렸다면 인상주의자들은 그들이 직접 ‘본 것’을 그리기 시작했다.‘무엇을 보는가’하는 문제는 곧 ‘세계와 어떻게 관계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전미술이 배우고 익힌 것을 그려냈다면 인상주의는 본 것을 그렸다. 고전미술이 관념과 지식에 관한 것이라면 인상주의는 시각적 경험에 맞닿아 있다. 보는 것을 그리고자 하는 화가는 필연적으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과 대결할 수 밖에 없다. 칸딘스키가 보았던 모네의 ‘건초더미’는 이러한 근본적 물음에 대해 화가가 탐구해 가는 과정이다. 모네에게 건초더미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저 황량한 벌판에 놓인 대상에 불과하다. 그가 정말로 그리려고 했던 것은 공간, 대상, 빛, 대기 등의 요소들이 시각적 경험에 작용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대상을 다른 조건에서 반복해 그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모네는 추상이 아니라 건초더미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화면에 담았지만 칸딘스키는 그 안에서 대상을 넘어선 추상 회화의 가능성을 보았다./미술사학자

2022-03-21

연기연금제도의 허와 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연금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방법은 있다. 바로 국민연금법상에 있는 연기연금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현재 국민연금을 10년 이상 가입하면, 만 62세부터 숨질 때까지 매달 노령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에도 여전히 일을 해 소득이 충분하다면, 연금을 받는 시기를 미루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최대 5년 간 연금 수급 시기를 미뤄 연금수급액을 늘릴 수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매달 연금액에 0.6%씩 이자가 붙어 1년에 7.2%, 최장 5년을 미루게 되면 36%의 연금액을 더 받을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 한 번으로 제한됐던 연기 신청이 오는 6월부터 여러 번 가능해진다. 국민연금공단이 초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수급권자의 선택권을 좀 강화하는 차원에서 최장 기간이 5년인 건 변함이 없지만 그 안에서는 여러 번 신청할 수 있는 걸로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이같은 연기연금제도 가입자 수는 지난해 약 7만8천명으로 1년 사이 33%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연기연금제도를 신청할 때 꼭 유의해야 할 점도 있다. 무엇보다 평균적인 수명보다 좀 더 이르게 사망할 경우에는 자신이 적립한 국민연금 마저 다 찾아먹지 못하게 되는 불리한 경우를 당할 수 있다. 따라서 당장 생활비가 아쉬운데 연금수령액을 좀 더 늘려 받겠다고 미루는 건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연금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연금공단도 가입자 본인의 경제적인 소득상황과 건강상태 등을 꼭 고려해 신중하게 신청을 결정하라고 당부하고 있다.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그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21

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안보적 함의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이다. 강대국들의 국익이 충돌할 때 약소국의 이익은 무시된다. 강대국 간 전략경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지정학적 ‘중추국(pivot state)’은 외교·안보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유사한 지정학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한국도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우크라이나의 비극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관’과 러시아의 ‘현실주의 국제질서관’의 충돌이다. NATO의 동진(東進)을 우려해 온 러시아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의 NATO가입 추진을 침공의 빌미로 삼은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러파(동부지역)와 친서방파(서부지역)의 지속적인 대립과 갈등, 특히 동부 돈바스지역에서 계속되어 온 친러 반군의 분리·독립운동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의 외교·안보에 커다란 함의(implication)를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힘이 지배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직시하고,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평화는 이상(당위론)이지만 전쟁은 현실(경험론)’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허구임을 증명했다. ‘평화는 목적이고 전쟁은 수단’이다. 국가는 국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전쟁을 활용하며 전쟁의 승패는 수단, 즉 전력(戰力)의 질과 양에 달려있다.동맹은 자체 방위력을 보완해주는 힘이다. 우크라이나는 방위력도 약했고 동맹국도 없었다. 북핵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에게는 핵 억지력을 제공하는 한미동맹이 사활적 중요성을 갖는다. 경제안보 차원의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와 군사안보 차원의 한미동맹은 질적으로 다르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경중(輕重)을 고려하여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한국 외교안보전략의 핵심이다.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핵무기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영국·러시아와 체결한 ‘부다페스트 협정’으로 안전보장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그 협정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 우크라이나가 ‘절대무기인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침략도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는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 또는 핵 공유협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마지막으로 국내정치에 대한 안보적 함의이다. 친러파와 친서방파의 대립은 우크라이나를 약화시켰고, 친러 반군의 무장투쟁은 러시아의 개입 명분이 되었다. 한국정치에도 엄존하고 있는 자주파와 동맹파, 친미파와 친중파의 대립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외세에 악용될 수 있다. 중추국의 위치에 있는 한국이 북핵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주와 동맹, 동맹과 균형을 둘러싼 이분법적 흑백논쟁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내부의 분열이 외부의 침략을 불러온다.’는 사실이다.

2022-03-21

청와대 이전비용 놓고 신구권력 또 충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하자, 청와대에서 “예산집행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어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신구정권 충돌의 뇌관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지출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22일 예비비 안건의)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이처럼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 뜻을 밝히면서 관련 예산 작업도 당분간 추진이 어려워졌다.윤 당선인은 집무실 이전에 496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판단, 이 비용을 예비비로 충당하기로 하고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에 예산 지원을 요청했었다. 예비비는 정부가 재난 등 예측할 수 없는 지출요인이 발생했을 때 충당하기 위해 미리 책정해 놓은 일종의 비상금이다. 윤한홍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이전하는 예산 산출자료는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했다.더불어민주당에서는 “추경을 하면 모를까 예비비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예산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5월 10일이 돼야 출범하는 차기정권이 인수위 단계에서 500여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집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방부 이전을 국민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당선인의 횡포”라는 논리를 펴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슈를 지방선거로까지 끌고 갈 태세다.청와대는 당초 “당선인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오늘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지출 안건을 승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지난 16일 첫 회동 무산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싼 신구권력의 충돌 2라운드를 바라보는 국민의 걱정이 크다.

2022-03-21

신공항 일대 경제특구 지정, 바람직하다

경북도가 군위·의성지역에 조성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변을 경제특구(자유무역지역)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안동대학교를 통해 자유무역지역 지정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지난 18일에는 중간 보고회도 가졌다.경북도가 신공항 주변을 자유무역지역(FTZ)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 경제물류중심공항으로 키우려는 신공항 조성 취지와도 부합하는 일이다.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의 지원이 가능해져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고 산업단지의 경우 분양가를 낮출 수 있어 국내외 기업들의 유치에도 유리해진다. 또 무역진흥 등 국제물류가 원활해지고 지역개발도 촉진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경북도는 현재 신공항 건설에 따라 군위와 의성에 각 100만평 규모 신도시와 산업물류단지 조성을 계획 중이다. 대구경북 미래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키울 신공항 주변에 대한 야심찬 투자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대구경북은 국내뿐 아니라 환동해 물류의 거점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자유무역지역 지정은 이런 측면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국내 기업들도 지역의 신공항이 제대로 된 경제물류공항으로 조성될 것인지를 지켜보고 있다. 중장거리 국제노선 확보와 1천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국제공항으로 성장할 것인지 또 장차는 연간 25만t의 화물처리가 가능한지도 따져 지역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국내 거점공항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지역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신공항을 대구경북 미래 100년 먹거리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인프라 투자는 더욱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마땅하다.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해서는 윤석열 당선자가 조속한 건설을 약속한 사업이다. 신공항을 대한민국의 관문공항으로 성장시키고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경쟁력을 확보시키는 것은 지역의 노력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신공항 주변의 경제자유지역 지정을 국가정책으로 이끄는 것 또한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의 역량과 노력에 달렸다.

2022-03-21

상호작용의 이치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모처럼 흠뻑 내린 봄비가 대지의 생명을 일제히 깨우고 있다. 어느새 양지 바른 비탈엔 여린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앙상하던 가지엔 움이 트는가 하면, 서둘러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傳令)들은 새뜻하게 웃음짓고 있다. 언 땅과 세찬 바람 속에서도 뿌리와 가지를 건사했기에 땅의 기운과 봄볕의 입김으로 당당히 땅을 헤치고 일어서며 온몸으로 꽃을 피우는 것이다. 노래하듯 흐르는 개울물의 졸졸거림을 추임새 삼아 연둣빛 수양버들이 긴 머리칼을 풀어헤치며 봄맞이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봄은 색깔의 변화로부터 온다. 파릇한 새싹이며 연푸른 잎새, 울긋불긋 진달래와 복숭아꽃, 노란 산수유와 개나리, 새하얀 목련과 눈송이 같은 벚꽃 등이 돋거나 피어나면서 천연색 봄의 향연이 시작된다. 삭막하고 스산한 무채색의 겨울 화폭에 군데군데 채색의 삽화가 그려지고 더해지면서 화사한 봄의 캔버스가 알록달록 채워지는 것이다. 봄에 피는 노란 꽃은 어쩌면 봄을 대표하는 컬러가 아닐 듯싶다. 샛노란 개나리와 유채꽃은 희망이나 쾌활, 기대 등의 꽃말을 차치하고라도 노오란 꽃물결을 보기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지 않을까 싶다.노란 병아리 역시 봄날의 이미지를 더해준다. 노란 개나리꽃 울타리 옆으로 아장아장 걸어가는 병아리떼는 얼마나 귀엽고 앙증맞을까? 3~5월경에 자연부화하는 병아리의 탄생과정은 신기하기만 하다. 껍질을 경계로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고 쪼면서 껍질을 깨고 나와 새 생명이 탄생하게 된다. 어미 닭이 알을 품고 있다가 때가 되면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부리로 쪼게 되는데 이것을 ‘줄(5550)’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에 반응해서 바깥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하여, 줄탁동시(5550啄同時)는 생명의 오묘한 탄생 순간이라 할 수 있다.두 존재가 하나의 계기로 모아졌을 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이 비유는, 결국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즉 아무리 좋은 의견을 가지고 있어도 한 쪽의 힘이나 논리만으로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까? 이렇듯이 어떠한 사물이나 상태의 대부분은 작용과 반작용처럼 동작과 반응으로 나타나는 상호작용의 결과와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가정이나 직장, 사회생활 등과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이처럼 긴요하고도 치밀한 상호작용의 원리와 동작구조를 갖게 되는 것이다.무엇이든 한 쪽의 주장이나 노력만으로 성사되지 않는 것이 세상사의 흐름이고 이치다. 학업을 펼치거나 창작활동의 영역에서도 스승의 가르침이나 우연찮은 동기부여를 통해 문리(文理)가 트이고 번뜩이는 예술혼이 살아날 수도 있다. 행운도 어쩌면 준비되지 않은 곳엔 깃들지 않는 인간적 노력의 산물이듯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꾸준히 노력하며 쉼없이 추구하는 손길이 어떤 상황이나 시간과 합치되면 보다 긍정과 희망적인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2022-03-21

일과 열 그리고 에너지 절감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기온이 올라가거나 몸을 움직여 운동이나 일을 하게 되면 인체에서 열이 발생해 땀으로 배출되듯이 기계나 물체도 작동을 하게 되면 열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지금은 우리가 열(熱)은 입자들의 평균운동에너지로 무수히 많은 작은 입자들의 운동이 우리에게 열로 감지되고 온도로 측정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고 있다.아인슈타인의 원자론을 1908년 장 바티스트 페랭이 증명하기 전까지 많은 과학자들은 열을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 자연철학자 라부아지에는 열은 “칼로릭(Caloric)이라는 원소가 흐르는 것”이라 했고, 사디 카르노는 칼로릭의 흐름이 모든 열기관의 동력이라고 생각했다.영국의 물리학자이자 군인이었던 벤저민 톰슨은 대포의 포신을 물에 담그고 포신의 내부에 세게 마찰을 가하면 물이 계속 뜨거워 진다는 사실로 열은 마찰이라는 운동 또는 일에 의해 상승한다는 것을 알았다.이로써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고 일은 물체에 힘을 가했을 때 힘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거리, 즉 힘과 거리의 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힘은 자연계의 중력, 전자기력, 양력, 강력을 이용하여 만들 수 있으며, 기업은 이 자연계의 힘을 이용하여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여 자원으로 활용한다. 기업 입장에서 에너지는 도입과 운용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낭비없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에너지절감 여덟가지(8R) 착안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사용중인 에너지를 회수하여 타 설비 에너지원으로 재이용(Reuse), 에너지 사용조건을 최적화하여 적정필요량으로 감소(Reduce), 설비 개선을 통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재활용(Recycle), 설계 제작시 원류관리를 통해 성에너지원으로 변경하거나 설비개량으로 사용 억제(Refrain), 고효율 설비로 재설계(Redesign), 적정 위치로 재배열 및 재배치(Relayout), 운전 조건이나 방법의 재변화(Rechange), 제품 부품 원료 설비의 재구성(Reformulation) 등이다.필자가 지도한 회사 중 전기로를 이용하여 용강을 생산하는 공장의 재설계, 재변화를 통한 에너지절감 사례를 소개하면 공장 전체 700여대의 Motor류에 대하여 공정과 용량 별 사용현황을 전수 조사하여 필요량을 재설정하거나 고효율 Motor로 교체하고, 상시와 일시로 가동 방법을 변경하여 연간 5억원의 비용을 절감한 예가 있다.설비 뿐만 아니라 우리 몸 또한 외부로부터 음식을 섭취하여 체내 기관에서 분해, 소화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은 포도당이라는 에너지를 생산하여 세포에 공급하고 소비하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가능한 몸속에 비축된 에너지를 아끼려고 본능적으로 작용한다.기업의 개선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에너지생성과 사용 원리를 이해하고 사람은 생산에 필요한 도구나 물건을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편하게 사용하고 되돌릴 수 있도록 재배치하고 설비는 에너지를 낭비없이 사용하도록 개선한다면 직원과 회사 모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2022-03-21

백세시대, 맞춤형 노인체육정책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최근 고령화로 인한 노인건강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를 개정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노인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한 맞춤형 체육 및 스포츠 활동 프로그램과 관련 단체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시설을 지원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그럼에도 법령이 정비된 지 2년이 다되어가지만, 여전히 노인들에게 꼭 필요한 과학적 정보 제공, 밀착형 체육시설 확충,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노년기는 노화로 인해 건강과 체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인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건강 및 체력상태를 현재보다 젊은 나이에 비교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실제 자신의 객관적인 건강 및 체력상태 지표와 다를 수 있다.따라서 과학적 측정 자료를 기반으로 건강 및 체력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건강 및 체력상태 인지도가 체육 및 스포츠 활동 참여와 관련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노인의 건강과 체력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지를 객관적 측정과 진단으로 좀더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노인건강증진센터의 건강검진과 국민체력100의 체력측정사업이 연계해 건강 및 체력상태 측정 및 진단에 의한 객관적 지표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인 체력측정 항목은 고령 노인과 자신의 체력상태를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노인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간이형 체력측정 항목과 장비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건강 및 체력상태가 허약하고 고령인 노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노인 거점 시설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으로 찾아가는 서비스 형태로 운영해서 접근성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체력관리 서비스는 단순히 체력상태뿐만 아니라 건강 관련 체력측정도 포함하고 있어 체력 및 건강상태를 정확히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이는 체력관리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거나 지식이 없어서 체력관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 개선과 체육 및 스포츠 참여 유인 측면에서 필요하다. 건강 및 체력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전제되어야 건강 및 체력상태 맞춤형 운동 상담과 처방이 가능하고 참여를 유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노인의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체력관리 방법 관련 정보와 지식 제공 매체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정보나 지식 제공은 다수의 노인에게 동시에 반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또한 경로당 등을 활용한 체력관리 방법 관련 정보와 지식 제공은 노인의 요구에도 부응한다. 경로당은 노인의 30% 내외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노인 거점 시설이고, 경로당을 이용하는 이유로 건강증진 프로그램 이용이 친목도모와 식사서비스 이용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체력관리 방법에 관한 정보와 지식 관련 자료 등을 경로당 등의 시설에 비치하도록 한다.노인의 선호도가 높은 공공체육시설과 기타부대체육시설이 확충되어야 한다. 공공체육시설 조성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생활 밀착형 체육시설 조성 사업을 통한 기타부대 체육시설 확충이 필요하다. 기타부대체육시설은 노인복지시설, 경로당, 공공주택단지 등의 체육시설을 의미하는데, 노인의 주요 생활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체육시설 이용의 가장 큰 제약 요인인 접근성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다.기존 시설은 리모델링 형태로 추진하고, 노인복지시설과 경로당 등이 신규 조성되는 시설에는 체육활동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조성은 이용 노인의 특성에 부합하고 일상적으로 이용 가능한 기능을 우선으로 하도록 한다. 경로당 시설 등은 70세 이상 노인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최근 감소 추세로 돌아선 70세 이상 노인의 생활체육 참여율 촉진에 기여할 수 있다.아울러 건강상의 문제로 체육활동 참여에 제약을 받는 70세 이상 노인의 건강과 체력상태를 진단해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건강문제는 체육활동 참여 진입 자체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노인의 건강수준에 적합한 운동처방은 체육 및 스포츠 활동 참여 진입 장벽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다.현재 체력인증센터와 보건소 등 사업기관 단위에서 필요에 의해서 한시적으로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적, 물적 한계로 소수만이 통합건강체력관리 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70세 이상 노인은 상대적으로 적다. 노인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통합건강체력관리 사업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업 운영 주최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최근 정부부처들이 발표한 통계자료에서 70세 이상 노인들이 규칙적인 참여와 전혀 참여하지 않는 생활체육 참여율 양극화가 가장 심하게 나타난다. 백세시대를 목전에 둔 노인들의 자발적이고 규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맞춤형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2022-03-20

섬, 울릉도, 독도… 대통령 당선인에 바란다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대선의 열기가 끝나고 대한민국호의 5년을 책임질 정부가 준비되고 있다. 선거 기간 동안 다양한 공약들이 제시되었지만 도서지역과 관련한 내용이 빈약해 아쉽다.지금 울릉도와 울릉도의 부속섬, 독도 그리고 대한민국 섬은 가장 빠른 인구소멸과 기후위기를 겪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안 해결을 시급히 요청받고 있다.이번 대선 기간 동안 한국섬재단, 한국도서섬학회 등 섬 관련 단체에서는 대통령에게 바라는 섬 정책을 위한 정책 공약을 제안한 바 있다. 섬주민 기본소득제, 섬주민 출산장려제, 한국연안여객선공사 설립, 권역별 전천후 종합병원선 건조, 섬·해양 기후위기 대응 국제기구 설립, 일·휴식·관광을 연계한 워케이션센터 조성 및 섬 주민 주택제도 개선이 그것이다.무엇보다 섬 주민에게 이동권 보장은 섬 주민복지의 최우선이다.섬 주민은 지리적 여건 상 내륙에 비해 교통은 물론이요. 의료, 교육, 문화, 복지 부분에서 매우 제한된 공공서비스를 받고 있다. 도서지역이라고 해서 택배비를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마냥 오히려 공공서비스는 섬 주민의 박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울릉도(독도)는 태풍이 내륙을 통과하고 4~5시간 뒤에 태풍의 중심권에 접어드는데 내륙을 통과하면 더 이상 재난대응이라는 공공서비스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게 그간의 섬을 대하는 현실이었다.섬에서는 아플 때도 바다 날씨가 좋을 때 다쳐야 한다. 의료 인프라의 낙후로 수시로 내륙에 헬기를 요청해 응급환자를 후송하고 있는 실정이다.하지만 잦은 기상악화로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체계의 공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 동해상 조업 어업인의 신속한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닥터헬기의 울릉도 상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공중보건의로만 이루어진 울릉의료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울릉지역의 의료원이 아니라 동해 해양영토 관리거점 의료기관으로서 기능 확대가 필요하다.울릉도의 부속섬으로서 독도가 아닌 ‘홀로 섬’으로서 독도를 바라보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독도 영토관리 정책 또한 수술이 필요하다.독도가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근간에는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 섬이라는 밑바탕이 깔려 있다. 하지만 현재의 영토관리 정책은 독도 자체에 매몰되어 있으며, 주민 혹은 어업인의 삶의 터전으로서 독도 보다는 영토안보 부분에 집중되어 있는 편이다.독도의 지속가능한 관리를 위해서도 울릉도-독도를 연계한 영토관리 및 단순히 지키는 독도에서 생산하는 독도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서로만 독도 역사 왜곡을 배운 일본 청소년들에 대응하여 우리 청소년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직접 독도를 체험하면서 독도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울릉도 및 독도행 여객선비의 대폭 할인이 필요하다. 독도 관람방식 또한 3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사진만 찍고 쫓기듯 떠나는 관람방식이 아니라 더 오랜 시간 체류하며 울릉 주민을 활용한 해설사 안내도 듣는 보다 여유로운 관람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독도 학술 연구 또한 진일보가 필요하다. 지금 독도 해역은 울릉도와 함께 한반도 해역에서 가장 급격한 표층 수온 상승률과 함께 급격한 해양생태계 변화를 겪고 있다. 그동안 한반도 해역에서 보고되지 않았던 미기록 어종들이 독도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해양보호생물인 유착나무돌산호의 최대 군락지가 독도에 서식하고 있다. 현재처럼 몇 시간 또는 특정 계절에 한정된 연구가 아닌 독도에 연구자가 상주하며 정밀 관찰이 필요하다. 연구자와 어업인이 연계한 독도 수산자원 관리도 시급하다. 독도 서도의 주민(어업인)숙소와 연계하여 독도관람객, 행정관리 공무원, 독도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독도입도지원센터의 설립이 필요한 이유이다.더불어 울릉도 출신 인재 양성을 통한 울릉도와 독도 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다. 울릉도 출신의 인재들이 울릉도의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울릉도를 빠져나가 결국 육지에 정착함으로써 울릉도 미래발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울릉도 출신 인재들이 성장하여 울릉도와 독도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 연구기관 및 대학에 울릉도와 독도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 프로젝트에 울릉도 출신 학생들이 참여하면 울릉도의 교육 여건 개선과 함께 지역 맞춤형 현장 연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동해 해양영토 관리의 거점인 울릉도의 미래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울릉도의 열악한 정주여건은 울릉도(독도)의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사는 어민들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울릉도가 잘 살아야 부속섬인 독도를 잘 지킬 수 있다. 국회에 계류중인 울릉도(독도) 지원 특별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지속 가능한 섬을 위한 각별한 관심을 요청한다.

2022-03-20

다음 세대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유영희 작가 문학을 어떻게 읽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입장 차이일 수도 있지만 세대 차이이기도 하다. 사회적 이슈를 다룬 문제일수록 세대 차이가 더 느껴진다. 현직 국어교사들이 편집한 청소년 참고서에 실린,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읽는 관점에도 세대 차이가 나타난다.월가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필경사 바틀비는 변호사가 하라는 일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른 번역으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면서 거부한다. 선생님들의 작품 해석은, 바틀비를 채용한 변호사를 근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고용주로 보고, 바틀비의 거부를 체제에 대한 ‘수동적 저항’으로 해석하고 체제를 비판하는 인물로 설명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해서 청소년들은 변호사는 충분히 바틀비에 공감하려고 충분히 노력했고 바틀비의 거부가 무리하다는 점을 들며 선생님들의 해석에 이의를 저항한다.‘필경사 바틀비’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번역도 많지만 논문도 엄청나다. 그중에는 끝까지 바틀비를 책임지지 않았다고 변호사를 비난하는 관점, 바틀비를 통해 변호사가 변해가는 모습에 주목하는 입장, 바틀비의 행동이 이해 불가라는 논문도 있다. 세계적으로 이 작품에 대한 논문이 몇백 편이고 해석하는 관점도 수십 가지이며, 심지어 현대의 내로라 하는 사상가들이 이 작품을 통해 자기 철학의 관점을 정립했다고 한다. 이런 작품을 도식적으로 해석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윤흥길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나 전광용의 ‘꺼삐딴 리’의 작품 해석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에서는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에 대해 세입자 권 씨는 순수한 사람이고 비정한 산업사회의 피해자인데 비해, 집주인 오 씨는 이해타산적이라고 해석한다. ‘꺼삐딴 리’의 주인공 이인국은 일제 강점기 때도, 소련 점령 때도, 월남 후 남한에서도 사회 공동체는 신경 쓰지 않고 혼자 잘먹고 잘살았다는 이유로 비판하고 있다.그러나 교과서를 읽는 청소년들의 독법은 다르다. ‘아홉 켤레’의 집주인 오 씨가 세입자를 어디까지 도와야 하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꺼삐딴 리’ 이인국에 대해서도 이인국의 능력을 부러워하며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독법을 틀렸다고만 할 수 있을까?구두 아홉 켤레를 가지고 있는 세입자 권 씨는 정말 순수한지, 집주인 오 씨는 어떤 사람인지, 이인국의 잘못은 뭔지, 내가 그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바틀비의 거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바틀비를 고용한 변호사는 바틀비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청소년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같이 토론해야 할 때가 왔다.이런 질문으로 토론하다 보면, 삶과 공부가 일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대 간 소통도 가능해질 것이다. 정답을 낼 수 없는 작품을 도식적으로 해석해주고 문제 내고 채점하는 방식을 고집한다면, 세대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

2022-03-20

표본 경고등

강길수 수필가 표본(標本)이 반란을 일으켰다. 모집단(母集團)을 두 표본으로 나눠 이달 치른 3·9 제20대 대선 개표 결과 이야기다. 표본에서 통계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개표 날, 나도 밤을 꼬박 지새웠다. 초저녁 사전투표 함을 먼저 개표하여 여당 후보가 앞서갔다.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게 나오는 점이 이상했다. 선거 공정성 회복을 위해 부정선거 척결을 주장하는 이들의 논거가 생각나 ‘그럼, 그렇지’하는 마음도 들었다. 당일 투표함이 열린 후부터 제1야당 후보가 표 차를 따라잡아 역전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였다. 안도의 한숨도 나왔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젊은 날, 경영학을 배우며 공부했던 통계학책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모집단은 이번 대선의 투표자 총수를 뜻하고, 두 표본이란 사전투표자 수와 당일 투표자 수를 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대선의 최종투표자 수는 340만6만7천853명, 투표율은 77.1%, 사전투표율은 36.9%다. 이것은 총투표자 중 사전투표자 비율이 47.9%다. 거의 절반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다는 뜻이다. 두 표본의 크기는 모두 1천600만명 이상이다. 내 통계학적 상식으로는, 모집단에 대한 표본의 크기가 이 정도면 통계적 분석도 필요 없이 그 데이터가 서로 차이 나면 안 된다.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의 최종득표율은 여당 후보가 사전 52.57%/당일 39.08%이고, 제1야당 후보는 사전 43.82%/당일 56.24%다. 두 후보의 사전투표득표율에서 당일 투표득표율을 뺀 값은 여당 후보 +13.49%, 제1야당 후보 ·12.42%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번 대선의 모집단과 두 표본의 데이터 차이는 없어야 한다. 통계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따라서 이 개표 결과는, 어떤 의도적 작업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사전투표 개표 초기(3.65% 개표 시)의 여당 후보와 제1야당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51.66%와 45.25%로 6.41%를 여당 후보가 앞서갔다. 개표율 50.89% 때의 양 후보의 득표율은 동률 곧, 48.29%를 보였다. 그 후 제1야당 후보 득표가 역전하여 꾸준히 그 차이를 이어갔다. 결국 새벽에 최종득표율 여당 후보 47.83%, 제1야당 후보 48.56%로 0.73%의 적은 차로 제1야당 후보가 승리하였다. 시계열에 따른 득표율 변화는 사전 투표함을 먼저 개표해 일어난 통계적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우리 사회 일군의 사람들은 재작년 총선 이후, 나라에 선거 정의를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는 총 9%가 넘는 득표 조작이 있었다는 통계적 주장도 있다. 선거표본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만일, 어떤 세력의 선거 조작으로 그 결과가 뒤바뀐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국헌문란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생명이다.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죽이는 행위다. 부정선거 주장을 단순히 선거 음모론으로 치부만 할 일은 아니다. 그 근거를 파헤쳐 사실로 확인되면 결단코 고쳐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나라의 자유민주주의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022-03-20

미래 100년, 김천 발전 이끌 지도자가 돼야

안용우 김천상공회의소 회장 김천은 과거 조선말까지 평양, 개성, 강경, 대구와 함께 전국 5대 시장 중 하나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 상업과 유통이 부흥했으며, 대구보다 더 큰 장이 열렸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대구 다음으로 경북에서 두 번째로 시(市)로 승격될 만큼 위상과 자격을 갖춘 도시였다. 또한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와 일반철도, KTX가 교차하는 사통팔달로 인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교통과 물류의 도시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비록 우리시만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이러한 김천시가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면서 인근도시인 구미처럼 일찍 공업화에 편승하지 못한 탓에 도시의 발전은 침체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하지만, 현재 우리시는 율곡동 일원에 조성된 경북 김천혁신도시를 중심으로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기술, 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2개 주요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공공기관과 지역기업이 연계한 첨단전기자동차, 드론, 튜닝카 등과 같은 미래 먹거리산업 육성과 신성장산업 발굴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원천이 되고 있다.이러한 시기에 김천이 더욱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시장을 뽑기 위한 시민들의 선택 또한 중요하다.새롭게 선출되어 미래 김천을 이끌어갈 김천시장에게 바라는 점들을 몇가지 적어 본다.첫째, 시민들이 행복한 김천을 만드는 것이다.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행복도 감내하면서 거리두기와 방역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빠른 일상회복으로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를 이겨내고 다시금 코로나 이전의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둘째, 청렴이 최고의 경쟁력이다.시장의 위치는 누구보도다 공정하고 엄격한 잣대로 시정을 펼쳐야 한다. 낮은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고 쓴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알아야 공무원들의 행정도 신뢰할 수 있고 김천시의 위상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타지역에서 김천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친절하고, 신속한 행정으로 신뢰를 쌓는다면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셋째, 미래 김천을 위한 안목이 필요하다.KTX고속철과 2027년 개통 예정인 김천-거제간 남부내륙선, 김천-전주간 철도망과 대구권 광역철도 연장 등 우리시는 사통팔달의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로 재도약할 좋은 기회이다. 교통이 편리한 김천시가 그저 흘러지나가는 곳이 아닌 사람들과 기업들이 찾아오도록 교통과 물류의 활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또한, 일반산업단지의 추가 조성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청년층의 외부유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천혁신도시와 구도심의 균형 있는 발전과 일할 수 있는 청년층 인구유입을 위한 인프라 조성,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여 도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넷째, 스포츠 인프라의 적극적 활용이다.우리시는 종합스포츠타운 조성이 잘 되어 있고, 김천상무의 1부 승격으로 스포츠마케팅 또한 원활한 상황이다. 이러한 강점들을 100% 활용하고, 제2의 스포츠타운 조성으로 국내외 대규모 대회를 더 많이 유치하여 스포츠도시로의 위상을 높여 나가야 한다.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유치하는 만큼 지역 상경기 또한 활성화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공약의 성실한 이행이다.시장으로 출마하는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나름의 선거 공약들을 보면 후보자들의 신념과 소신을 엿볼 수 있다. 미래 김천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시민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줄 수 있는 공약인지, 김천시의 실정에 적합하고 실현가능한 공약인지 신중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김천 시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시민들과의 약속인 공약을 성실히 이행해야할 의무가 있다.아무쪼록 김천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소통과 화합으로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의 실현뿐만 아니라 미래 100년을 내다보고 성장할 수 있는 김천시가 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굳건한 주춧돌과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2-03-20

봄의 반영

비가 이틀째 내린다. 기우제를 지내며 오래 기다린 만큼 반가워 봄비님이라 치켜세운다. 창가에 밤새 속살거린 빗소리 덕분에 바스락거리던 세상이 촉촉해졌다. 물빛 머금은 봄을 맞으러 우산을 받쳐 들고 나들이를 나섰다.신경주역에 다다르니 비는 안개로 모습을 바꾸며 산 위로 기어오른다. 기찻길을 이고 선 다리 밑을 지나 들어가니 동네가 나타났다. 화천 3리다. 화천이라는 동네 이름은 김유신 장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냇가에 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꽃내’라고 불렀다 한다. 후에는 꽃내가 화천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꽃내가 더 정겨운데 누가 한자 이름으로 고쳐 불렀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김유신 장군이 보았던 꽃이 무슨 꽃일까, 마을 안으로 접어드니 논두렁 가에는 하얗게 매화가 피었고, 빈 밭에는 주인 몰래 광대나물이 가득 피어 보라색 이불을 펼쳐놓은 듯하다. 신라 화랑들은 이 길로 산에 올라 몸과 마음을 수련하였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훈련하는 모습 또한 꽃처럼 아름다웠을 것이다. 꽃내를 서성이며 이 동네를 오르내리는 화랑의 행렬을 상상해 본다. 산 정상에는 김유신이 검으로 내리쳤더니 반으로 갈라졌다는 바위가 있다. 그래서 산 이름이 단석산이 된 것이라 한다.마을 입구에 낮게 모여 앉은 집부터 산수유 한 그루씩 담장 안에 들여놨다. 산수유 마을이라고 불릴만하다. 몸에 띠를 두른 당산나무 옆으로 계곡을 따라가지를 늘어뜨린 노란 물결이 차를 세우게 했다. 길옆에 주차하고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나눠 마시며 비에 젖어서 바람에 흔들리는 산수유를 감상했다.속이 따뜻하게 데워졌으니 백석암을 향해 걷기로 했다. 금방 백석암의 아랫절이 보였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저수지가 나타나면서 민가는 사라진다. 산길이지만 차를 타고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길을 따라 오를수록 산수유나무가 식구를 불려갔다. 단석산을 오르는 길이 가팔라질 때까지 포장이 된 길이다. 백석암까지 1킬로미터 정도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올 즈음 산수유 군락지가 펼쳐진다.골짜기 가득 산수유가 들어차 물안개마저 노란빛이다. 물소리도 계곡을 훑어 내려오다 노랗게 취한 듯 부서진다. 우리 일행도 몸피 굵은 산수유가 오래 묵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알아차리고 잠시 제자리에 머물러 사진 찍기 삼매경에 빠졌다. 비가 내리는 날씨라 잔뜩 흐린 하늘이었지만 숲은 노랗게 조명을 밝혀놓았다.함께 이야기를 들으려 계곡과 계곡을 잇는 다리 위에 물이 고였다. 그 속에 산수유가 빨갛게 지난 열매를 떨궈 놓자, 참나무가 빈 가지를 드리운다. 가만히 보니 까만 가지에 빨간 꽃이 핀 한 폭의 수묵화였다. 반영이다. 반영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한 것을 다시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봄이 지난가을이 전해준 빨간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비를 통해 표현한 시였다.무엇에 반영하느냐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비치는 상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다. 거울과 같이 매끄러운 곳에 반영이 되면 선명하게 비칠 것이고, 잠시 고인 물에 어린 모습은 부드러운 선으로 상이 맺힐 것이다. 하지만 시냇물과 같이 움직임이 있는 물에 반영이 된다면 흔들리는 형태로 일렁일 것이다.산수유는 약재로 쓰려고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다. 그래서 집 가까이 심어서 열매를 약으로 썼다. 누구는 신장에 좋으라고 길렀고, 누구는 겨울에 약해진 몸을 보하려고 열매를 땄다. 안에 든 코르닌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해서 꾸준하게 챙기면 갱년기 증상에도 좋다고 하니 친구들과 함께 챙겨 먹어야 할 약재다.김종길 시인은 아버지가 따온 붉은 열매가 자신의 몸속에 붉게 흐르게 했고, 문태준 시인은 농부처럼 산수유나무도 그늘을 넓히며 한 해 농사를 짓는다고 썼다. 그렇게 산수유는 농사꾼이라는 물체에 닿아서 약재로, 시인에게 닿아서 수십 년을 사람들에게 읊조려지는 시로 반영되었다. 봄의 반영에 나를 드리운다./김순희(수필가)

2022-03-20

국민의 눈으로 판단하라

김진국 고문 정치에 왜 명분이 필요한가. 무조건 싸워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이기면 진 쪽을 다시는 덤벼들지 못하게 짓밟고, 지면 불복하고, 발목을 잡으며 호시탐탐 복수 기회를 노리고…. 국민이 먹잇감이고, 그걸 차지하려는 맹수의 싸움이라면 그래도 된다. 제왕들의 전쟁도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다. 대통령 후보들도 스스로 ‘머슴’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주인인 국민의 눈으로 보면 달라진다. 부정하지 않고, 일 잘할 머슴을 선택할 권리가 주인에게 있다. 좋은 머슴을 고르려면 경쟁시켜야 한다. 어느 한 쪽도 없앨 수 없다. 선택권이 사라지면 머슴이 횡포를 부린다. 지고도 불복해 일을 못 하게 발목을 잡으면 피해가 국민에게 간다.새 대통령 취임식이 50일도 안 남았다. 정권 이양을 둘러싼 신·구 권력의 알력이 심하다. ‘레임덕’의 유래가 된 시기다. 이름과 실제 힘 사이의 거리가 고통을 준다. 넘기는 쪽은 아쉽고, 불만이다. 넘겨받는 쪽은 의욕이 과잉이다. 과격한 일부 지지자들의 아우성은 논외로 치자. 그렇더라도 정권의 핵심 정치인들까지 불복(不服)하는 것은 걱정스럽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시시비비가 분명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면 냉정하게 볼 수 있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건국 이후 정권 교체가 많았다. 하지만, 정상적인 교대는 드물다. 불행한 퇴임이 많은 탓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해외로 쫓겨갔고, 박정희 대통령은 비극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위기로 확실한 레임덕을 맞아, 김대중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수습에 나섰다.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가족의 뇌물 수수 의혹으로 수사받았다. 문서 반출 논란도 있었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봉인한 것으로 알려진 전임 대통령 문서들을 어디선가 찾아내 임기 내내 ‘적폐 청산’ 칼날로 삼았다.정권 재창출에 성공한다고 순탄한 건 아니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친구를 믿고 권력을 넘겼지만, 백담사로 유배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함께 감옥에 갔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북 송금 수사로 집권당이 쪼개지는 곡절을 겪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사람보다 오히려 노무현 정부 사람을 썼다.이번 정권 이양도 덜컥거린다.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회동이 무산됐다. 문 대통령이 18일 윤 당선인을 빨리 만나고 싶다며 실마리를 풀었지만, 언제 돌부리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임기 말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한 양측의 의견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쪽에선 “대통령의 인사권에 왈가왈부하지 말아라”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오만한 내 사람 챙기기”라고 으르렁댄다.간발의 득표 차이가 갈등을 증폭시킨다. 24만7077표.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이다. 올인한 도박판에서 한 끗 차이로 모두 빼앗긴 꼴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총선에서는 50%에 못 미치는 득표로 3분의 2 의석을 차지했다. 우리 제도의 문제지만 선거 결과는 승복해야 한다.자기를 부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문빠’는 자기 진영의 잘못을 인정해본 적이 없다. 패배 원인의 하나인 ‘내로남불’이 승복을 가로막는다. 신념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까지 정권 교체 여론이 50%를 넘었다. 상대 정당이 잘한 게 아니라 스스로 무너졌다. 반성하지 못하면 달라질 수 없다.왕권 이양이 아니다. 국민의 눈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기업 사장의 89%가 임기 절반을 다음 대통령과 같이 일한다. 임기 마지막까지 낙하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책 방향도 다르다. 청와대 근무자나 민주당 당직자들이다. 이런 보은 인사는 국정 방해다. 그렇다고 선거가 끝났는데 패배 정당을 모욕하는 건 피해야 한다. 정치는 전리품을 얻는 전투가 아니다. 국민을 위한 봉사다. 정권 교체는 반복해 일어난다. ‘블랙리스트’도 안 되지만 넘겨주는 측의 금도도 필요하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정치하는 자는 그 정도의 명분은 세워야 한다./본사 고문

2022-03-20

‘타이타닉’을 보지 않은 남자

김규종경북대 교수 코로나19의 선물 가운데 하나는 세계의 다채로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로 만원이 되곤 했던 2020년 이전의 대형 영화관들은 장삿속에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윤이 남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를 주로 수입하여 배급했다. 복합 상영관이라는 것은 말뿐이고, 실제로는 잘 팔리는 서너 개 영화 일색이었다. 그런 상황이 코로나19 이후 일변하였다.장삿속에 정신이 나가 있던 복합 상영관들이 정말로 다양한 영화를 세계 전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내가 본 영화는 대개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제작된 것이다. 프랑스, 에스파냐, 핀란드, 도이칠란트, 일본, 영국, 홍콩, 중국 등등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소재 또한 폭력-속도-사랑-공상과학 일변도를 넘어서 우리의 현실과 상상력을 극대화한 경우가 많았다.205명이 들어갈 수 있는 복합 상영관에서 핀란드 영화를 보았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라는 긴 제목을 가진 영화. 영화 제목에서 의도적으로 빠트린 어휘가 있다. 영어로 표기된 원제에는 있지만, 수입 과정에서 일부러 뺀 것 같다. ‘눈먼’이라는 어휘가 남자 앞에 있었건만, 수입사는 한사코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장애인 영화라는 걸 숨기고 싶었던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다발성 경화증으로 가슴 아래 육신이 마비되어 휠체어에 전적으로 의지해야 하는 남자 야코가 주인공이다. 더욱이 그는 경화증의 결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중증 장애인이다. 아침마다 그를 깨워주는 다정한 문자 메시지가 멀리서 날아온다. 그가 사는 곳에서 천 km 떨어진 곳 사는 또 다른 여성 장애인 시르파다.시르파는 혈관염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그녀의 소망은 바이오 생약 치료다. 그러나 의사의 진단은 항암치료가 필수적이며, 생약 치료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는 시르파. 야코는 혼자 움직일 수 없는 몸이지만, 그녀를 찾아가서 만나겠다고 마음먹는다. 다섯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야코는 충분히 시르파를 만날 수 있다.장애인 택시를 타고 정거장으로 가다가 그가 운전기사에게 라디오 소리를 높여달라고 부탁한 다음 “자유다!” 하고 외치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이면 당연한 것으로 느끼는 이동의 자유와 권리가 야코 같은 중증 장애인에게는 사후의 낙원이자, 그림 속의 성찬일 따름이다. 자신의 차폐된 공간을 벗어나 모험을 강행하는 야코가 공중에 대고 소리치는 ‘자유’는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이던가?!오늘 우리가 누리는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유의 이면에는 그것을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선배 투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공기처럼 물처럼 차고 넘치는 값싼 물건인 양 당연시한다. 영화를 보면서 장애인들이 매일 겪는 장벽과 차별과 슬픔이 느껴진다. 그러니 생각해보자. 세상에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자명한 사실을!

2022-03-20

국민의힘 ‘현역의원 공천 최소화’에 공감

국민의힘이 이번 주 6·1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대구·경북 지역에 적용할 공천 잣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국민의힘은 일단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공천을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공천은) 과거로 회귀한 인물이 아니라 미래로 전진할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기존 정치인 위주가 아니라, 미래 정치를 리드해 나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 후 여소야대 정국에서 의석수를 최대한 늘려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당연히 우선순위에 둬야 할 공천기준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3석)과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113석에 그친다.국민의힘 현역의원 중 광역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홍준표 의원(대구시장)을 비롯해 서범수 의원(울산시장), 윤한홍 의원(경남도지사), 김성원·김은혜 의원(경기도지사), 윤상현 의원(인천시장) 등이다. 이들 의원들이 대거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해당 지역구는 보궐선거가 치러져야 해 민심이 악화할 수 있다. 많은 국민세금이 들어가는 보궐선거 귀책사유가 국민의힘에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면 국민의힘은 3·9 대구 중·남구 보궐선거 때처럼 후보도 내지 못한 채 의석을 잃을 수 있다. 새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국회 상임위별 의석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역의원들이 뚜렷한 명분없이 단체장 선거 출마를 고집할 경우 당은 당연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그야말로 박빙의 승리를 거뒀다. 뭔가 한 부분만 더 삐걱거렸다면 선거에서 졌다. 현 정권의 산실인 이 지역 지방선거에서 과거처럼 ‘밀실공천’이나 ‘인지도중심 공천’을 하면 민심이 동요하고,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도 떨어질 수 있다.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실력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주길 바란다.

2022-03-20

대구·경북 혼인 건수 전국 최저, 일자리가 답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대구와 경북은 혼인 건수에서도 전국 최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통계청이 최근 밝힌 2021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19만3천건으로 전년보다 9.8%가 줄었다. 1970년 통계작성을 시작한 후 최저치다. 2016년 28만2천건으로 30만건을 밑돈지 불과 5년 만에 20만건 밑으로 떨어졌다. 대구지역 혼인 건수는 지난해보다 12.6%(1천53건), 경북은 9.8%(880건)가 각각 감소했다. 특히 대구는 7천287건으로 2019년 1만대건이 무너진 후 해마다 1천여건씩 떨어지고 있다. 인구 1천명 당 혼인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도 대구와 경북이 각각 3.1건으로 조사돼 전국 평균 3.8건을 밑돌았다. 대구와 경북의 조혼인율은 전국 꼴찌다. 전국적으로 결혼 건수가 떨어지는 것은 인구감소와 미혼 남녀 결혼관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지난해 경우 극심했던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통계당국은 분석했다.문제는 대구와 경북의 혼인율이 전국 꼴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독 대구와 경북 미혼 남녀들이 다른 지역보다 결혼을 기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젊은이가 일자리를 찾아 이곳을 떠나는 것과 연관해 분석해 본다면 우리 지역의 혼인율이 낮은 것도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것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한 조사에 의하면 결혼적령기 남성의 절반이 “집 마련 등 결혼조건을 갖추기가 어려워 결혼을 기피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혼인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개인의 경제적 여건 충족이 주요 원인이다.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면 혼인율을 높이는 다양한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좀 더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주민의 삶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에 전력해 가야 한다. 도시가 살 수 있는 길이다.GRDP 전국 꼴찌 등 지역이 가지고 있는 꼴찌라는 불명예를 하나둘 벗어던질 수 있게 지자체의 분발이 필요하다.

2022-03-20

되풀이되는 ‘알박기 인사’ 논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에 ‘알박기 인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 첫 오찬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불발된 것도 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측은 윤 당선인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요구 등 무리한 압박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알박기인사에 대한 이견때문이라고 했다.한마디로 신·구권력이 인사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부딪친 셈이다. 정권 인수·인계작업이 험난해질 모양새다.국민의힘은 17일에도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 지명 등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윤 당선인과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가 불과 1개월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이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대통령직에 주어진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며 “내 사람 챙기기, 알박기 인사에 전념하는 것을 보니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고 비판했다.실제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시절 3년간 정무특보로 일한 명희진 전 특보는 지난달 25일 한국남동발전 상임감사로 임명됐고, 가스안전공사는 지난 10일 임찬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임기 2년의 상임감사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들의 인사에 대해 “5월9일까지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사실 ‘알박기인사’ 논란은 역대 정부에서도 매번 반복돼왔다. 새로 권력을 잡은 정부가 과거 정부에서의 인사권 행사를 ‘알박기’라고 규정, 물갈이를 시도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참여정부 때에는 2004년 5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어지간히 하신 분들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기가 남은 정부 산하기관장의 퇴진을 촉구했다.이명박(MB) 정부 초기엔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퇴진을 압박한 바 있다.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으로 시끄러웠다. 이 사건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거나 사퇴를 종용한 사건이다.대법원은 올해 초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런 사례들을 문재인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정권교체 후 통합과 포용의 정치로 나아가려면 원만한 정권이양작업이 필수적이다. 정권교체기의 갈등과 반목은 진영간 갈등과 마찰을 극대화하고, 마침내 국론분열의 위기에 이르게 한다. 현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

2022-03-17

SK 1조대 투자, 구미경제 활력 기폭제 되길

대기업의 잇단 철수로 침체 분위기에 빠져 있던 구미경제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기업인 SK실트론이 구미 3산단에 1조500억원을 투자해 300mm 반도체 웨이퍼 공장을 증설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도체 웨이퍼는 반도체 기판의 핵심소재로, 최근 전기자동차 및 5G 시장을 기반으로 수요가 날로 증가하는 분야다. 특히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생산이 대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한 투자라는 면에서 구미산단 활성화에 기여할 부분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우리나라 전자산업 메카로 명성을 떨치던 구미산단은 최근 삼성, 한화, LG 등의 계열사 사업장이 잇따라 폐쇄되거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LG전자 TV 라인의 해외이전에 이어 태양광 사업장 폐쇄, 한화 구미사업장의 충북 보은 이전, 또 삼성물산의 패션부문 사업 중단으로 구미사업장이 폐쇄되는 불운이 이어졌다.이번 SK실트론의 1조원대 투자는 그야말로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구미가 소재, 부품, 장비 중심도시로 거듭나도록 행정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고 구미 상의도 적극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누구보다 반기는 사람은 구미시민이다. 작년 12월 구미형 일자리사업으로 시작한 LG BCM 양극재 공장의 설립과 함께 SK 실트론의 통 큰 투자가 구미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구미산단은 경제물류 중심공항으로 조성될 군위소재 통합신공항과 위치적으로 가까워 공장의 입지여건도 대폭 개선될 예정이다. SK 실트론의 투자를 계기로 더 많은 기업이 구미산단을 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치권 노력이 필요하다. 웨이퍼 공장이 구미에 오기까지 구미시의 노력이 컸다. 지자체의 노력이 도시의 경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더욱 분발해야 한다. 새 정권의 탄생으로 높아진 지역민의 기대감을 채워주길 바란다.

2022-03-17

‘특화산업 육성’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대구상공회의소가 최근 대구지역 기업 362곳을 대상으로 ‘최근 지역 경제 상황에 대한 대구 기업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의 84.6%가 ‘지방 소멸에 대한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42.6%는 지방 소멸 위협이 심각한 정도라고 했다. ‘대구와 수도권 간 격차’에 대해서도 ‘더욱 확대됐다’는 응답이 77.9%를 차지했다. 응답기업들은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로는 절반이상(52.4%)이 지역 특성에 맞춘 특화산업 육성을 꼽았다. 대구상공회의소 측은 “새 정부가 지역 특화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 주길 바란다”고 했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해 연말 대구·경북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특화산업 육성과 관련, “지역균형발전의 한 축이 지역특성화산업의 경쟁력 확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지역특화산업육성은 새롭게 등장한 지역개발정책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지역경제 활성화나 지역개발의 촉진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역특화산업은 지역의 자원과 인력, 기술력과 전통을 바탕으로 성장하므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관련효과가 매우 크다.대구시와 경북도도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에서 이 지역 특화산업 육성을 국책사업으로 반영해 줄 것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가 대표적인 특화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의료산업을 비롯해서 로봇산업, 물산업, 미래차산업, 에너지산업, 스마트시티 분야다. 경북지역은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첨단 바이오 신약개발, 친환경·자율주행 모빌리티 산업, 차세대 소부장(부품·소재·화학업종)산업, ‘경북 푸드밸리’ 산업 등이 있다.지금까지 정부주도로 추진되어 온 특화산업육성정책은 여러 부처별로 다양한 사업이 추진돼 효율적이지 못했고, 지원자금도 너무 적어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 새정부 인수위에서는 국정과제 리스트를 만들면서 지방소멸위기와 직결된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을 국정운영의 핵심정책으로 삼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를 바란다.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