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은 순탄치가 않다. 뒷걸음 치는 겨울이 시샘하며 찬 입김을 내뿜거나 비바람으로 여세를 몰아보려 하지만, 봄물 불어나는 우수 지난 절기는 이미 메마른 겨울의 진영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어쩌면 체념하고 떠나는 겨울의 아쉬움 같은 봄눈이 지난 주에 새벽같이 살짝 내려 눈이 귀한 포항지역에서는 잠시나마 설레임이(?) 쌓이기도 했었다. 계절의 특성에 따라 날씨는 이렇게 을씨년스럽다가도 금세 반갑고 포근함으로 다가오며 시시각각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불규칙적인 날씨나 자연환경에 따라 사람도 간혹 영향을 받게 된다. 예컨대 비오거나 안개 낀 날에 사람들의 우울감과 갑갑함은 더 많이 느껴지게 되고,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파도를 닮아 성질이 거칠어지게 된다는 말들이 빈말이 아니게 들린다. 그만큼 날씨와 환경은 많은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일상 속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날씨가 변하면 사람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게 되고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져 계절이 바뀌게 되듯이, 사람도 겹겹의 일상 속에서 세월의 풍파에 따라 조금씩 변해 가기도 한다.
세상만물의 변화와 혁신은 성장과 존속의 중요한 변곡점이듯이, 사람에게도 체질적인 성장과 심성적인 변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듯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경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십년을 지나더라도 한결같이 믿음과 의리를 지키는 듬직하고 넉넉한 큰바위 같은 사람이 있다. 창조적인 개선과 혁신을 위한 변화는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인성적인 가치와 도의적인 신념은 쉽사리 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화하되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별하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혜롭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水深可知 人心難知)는 말처럼, 사람의 속마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시쳇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비일비재하다. 멀쩡하게 어울리며 흠 없이 잘 지내다가도 하루 아침에 돌변해서 딴 길을 간다거나, 아주 사소한 논점과 견해차로 인해 급기야 결별에 이르게 됨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보아 왔다. 또한 철석같이 믿으며 형제애로 교감하던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배신의 날(刃)을 갈고, 자신의 업신여김은 차치하고 오로지 관념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배타적인 앙심을 드러내는 등 상식이나 양심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니 구밀복검(口蜜腹劍) 같은 성어가 생겨났을까?
사람은 어차피 끼리끼리 만나고 어울리며 모여들게 된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거나 뜻이 통하지 않게 되면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듯이 한 배를 타고 갈 수가 없을 것이다. 하루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다는 변덕스러운 영국날씨만큼이나 예측 불가하고 표리부동한 사람은 결코 어디에서나 동화하고 동행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