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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대구역·4차순환선 개통, 대구의 경사다

내일(30일) 대구에서는 시민들의 숙원이었던 서대구역과 대구4차순환도로 개통식 행사가 열린다. 31일 오전 6시41분부터 열차운행이 시작되는 서대구역은 이제 대구의 두 번째 고속철도 정거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서대구역에 정차하는 KTX·SRT 고속열차는 평일 기준 총 36편이다. 서대구역이 개통되면 동대구역 한군데에 집중됐던 대구의 관문이 서대구권역으로까지 확대돼 그동안 낙후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던 서구지역 일대가 새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서대구역 역세권인 이현동, 평리동, 비산동의 유동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할 전망이다. 달서구와 달성군 주민들도 20~30분 내에 접근 가능한 고속철도 교통망을 가지게 됐다. 5년 후(2027년)에 서대구역을 기점으로 달성군을 관통하는 철도인 대구산업선이 개통되면 대구염색산업단지, 서대구산업단지, 대구국가산업단지, 대구테크노폴리스 등 주요 산업단지와 서재·세천지역 주거밀집 지역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공단 출퇴근 근로자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31일 정오부터는 대구 4차순환선도 완전히 뚫린다. 수성구 범물동에서 달서구 상인동을 잇는 앞산터널 등 29.1㎞는 앞서 부분 개통했고, 나머지 32.5㎞ 구간이 이날 전면 개통에 들어간다. 4차순환선은 1987년 기본계획 수립 이후 35년 만에 완공하는 도로다. 이 도로는 경부고속도로(칠곡 분기점), 중앙고속도로(동명·동로 나들목), 대구부산고속도로(상매 분기점)와 직접 연결되면서, 그동안 상습정체 구간이었던 서대구 IC 소통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대구 서부권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에게는 물류비 절감 효과도 클 것이다.대구시민들은 30여년간 공사현장을 지켜보면서 4차 순환선 완전 개통을 기다려왔다. 이 도로는 북구 칠곡에서 달성군, 달서구 상인, 수성구 지산·범물을 거쳐 동구 율하, 혁신도시까지 대구 외곽지대를 하나로 연결하는 도로다. 앞으로 4차 순환도로가 시내 구·군별 주요 병목지점의 교통량을 분산해 정체 현상을 해소하고, 대구 경제활성화와 환경개선에도 기여하길 기대한다.

2022-03-28

샤이 오미크론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샤이 오미크론은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자가진단키트를 통해 양성 진단을 받았음에도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나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환자군을 일컫는다.정치권에서 자신이 보수성향이지만 보수임을 인정하지 않는 유권자를 가리켜 ‘샤이 보수’라고 부르던 데서 비롯된 신조어다.우리나라에서 최근 25일간 잇따라 20만명 이상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한 것도 샤이 오미크론 때문이란 분석이다. 샤이 오미크론 현상이 만연하게 된 데는 코로나 방역수칙에 따르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속사정이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판정이 나올 경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몸살, 기침, 발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어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아야하지만 PCR 검사를 외면하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게된다. 대체근무자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7일간의 짧은 기간 동안 교육 과정 없이 능숙하게 매장을 운영할 사람을 구하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또한 인력을 구한다 해도 인건비 등 소요비용이 자영업자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일 평균 1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가 대체 인력을 사용해 7일간 매장을 운영하면 최저임금·8시간 기준 51만여원의 인건비를 줘야 한다. 한 주 동안 벌어들인 매출의 대부분을 인건비로 지출해야 한다. 이러니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어도 PCR 검사를 꺼리게 된다.샤이 오미크론은 정부가 코로나에 걸린 국민의 삶을 제대로 보살펴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내가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되어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구나’라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샤이 오미크론이 사라져야 코로나 확산도 막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28

대통령과 당선인이 국민 통합 중심돼야

김진국 고문 정부 이양이 소란하다. 어떤 자리도 전·후임자 사이가 좋기는 쉽지 않다. 비교당하고, 궂은일의 책임과 좋은 일의 공덕이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제왕적’이라는 말을 듣는 대통령 자리는 오죽할까. 같은 정당 내에서 정권을 넘겨도 전·후임자 사이에 앙금이 남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니 정권 교체에서는 어느 정도 잡음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번에는 좀 지나치다.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일도 대통령과 당선인이 대립할 문제는 아니다. 집무실은 쓸 사람이 결정할 몫이다. 여론을 물어보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일 수는 있지만 방을 비워줄 전임 대통령이 왈가왈부하는 건 남의 집 제사상 간섭하는 꼴이다.물론 그 일이 현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참견한다면 거기까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자마자 청와대를 시민에게 공개하려면 후임 대통령이 입주할 때와는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일하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렇게까지 서두를 이유는 없다.최근 여론조사마다 과반수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반대한다. 이런 탓인지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기대치가 55%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87%, 박근혜 전 대통령은 78%, 이명박 전 대통령은 84%였다.선거가 끝나면 새 대통령에게 기대가 모이는 게 정상이다. 저조한 기대치는 선거전이 격렬했던 탓도 있지만, 그 후유증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윤 당선인이 ‘국민 통합’을 강조했지만, 실행이 더디다는 말이다. 당선인과 그 측근들이 던지는 말들이 너무 날카롭다. 반대 진영에서 승복하지 않는 언행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국민 통합의 책임은 결국 국정을 이끌어갈 윤 당선인에게 있다. 전임자, 경쟁 정당을 끌어안아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는 데도 실패했다.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오래 못 간다.임기 초 지지율은 국정의 틀을 잡아나가는 동력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특히 악재다. ‘밀월 기간’도 날려버렸다. 선거가 끝났는데도 정치권이 전투 모드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리서치 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찬성 61.4%, 반대 34.3%)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반대 의견이 많다. 서울은 반대 55.8%, 찬성 39.3%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호남과 세종·인천·경기·제주에서 이겼다. 그런데 민주당에 호재가 생긴 것이다. 대통령 선거의 여파가 남아 있어 판세를 뒤집기 어려웠는데, 대선 득표 차가 크지 않은 서울·충청에서 의욕이 생겼다.문 대통령은 18일 참모진들에게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은 하지 말라”고 입 단속했다. 그런데 21일 “촉박한 시일에 국방부·합참·대통령비서실 등 이전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반대했다. 급반전의 배경이 민주당의 지방선거 전략이라고 의심받을 만하다.대통령 선거 때도 문 대통령은 투표 하루 전인 8일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의도했건 아니건, 여성 표가 이재명 후보로 모이게 도왔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에는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 문제를 차치해도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선거 때문에 협력하지 못한다면 비극이다.윤석열 당선인은 당선되는 순간 국민의힘이나 지지자들의 당선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당선인이다. 집무실을 하루 일찍 옮기는 것보다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 현 대통령과 경쟁 정당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상대가 그 손을 잡지 않더라도, 포용하는 노력을 보이고, 국민이 거기서 진심을 느껴야 통합할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분열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은 불행했다. 이제라도 통합의 상징이 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전·후임자가 손을 잡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김진국 본사 고문

2022-03-27

영양군수의 최고 덕목은 청렴성

임시권 영양문화원장 영양군민은 군민들의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지도자를 원한다.6.1 지방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 왔다.지방선거는 앞으로의 4년 동안 지역의 대소사를 이끌어나갈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선거이다.그렇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은 언제나 멋진 지도자 지역을 위해 희생하는 참된 일꾼을 원한다.인구 1만 7천명의 작은 지방자치단체인 영양군도 예외는 아니다.언제나 군민들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잘 사는 지방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지도자를 군민들은 간절히 원하고 있다.사사로운 이득에 눈이 어두워 편 가르기로 영양군의 화합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닌 영양의 미래를 위해 깊고 넓게 보면서 영양군이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지속적으로 군민들과 소통하고 군민들의 삶속에 녹아 들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말이다.차기 영양군을 이끌어 갈 지도자는 영양군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군민들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활함에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지 항상 고민하고 실천해 옮기며 현재 삶의 질이 중요한 가치가 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제는 군민생활과 가까운 정책으로 행정의 체질개선을 통해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양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영양군은 지난 시간 동안 다양한 공모사업 신청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사례가 많다.이에 안주하지 말고 차기 어떤 지도자가 영양군을 이끌어 갈지 간에 군민들의 편의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직접 발품을 팔아 예산을 확보하는 군정 활동이 필요 할 것이다.한 두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중앙부처와 상급기관의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정책을 호소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다.요즘 군수들은 군수가 될 인물의 자질중 청렴함을 최고의 덕목이라 여기기 때문에 행정 업무처리 절차와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어떠한 상황에서도 개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으로 일부 집단과 단체에 흔들리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군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좋은 안건들을 정책에 반영시켜 군민들이 원허는 정책을 펼 수 있는 그런 훌륭한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지도자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는 물론 권한까지 가지는 자리다.영양군수라는 자리는 1만 7천여명 영양군민의 눈높이를 맞추고 군민 모두가 염원하는 사업추진을 추진해 풍요로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리다.항상 군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군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라 생각한다.‘모든 국민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가 된다’는 프랑스 계몽 사상가인 루소의 말이 있다.이번에도 그리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후보들이 선거 때는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군수후보가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돈과 권력을 좇아 기회주의적으로 산 인물인지 주민을 섬기고 정의와 유능함을 갖춘 참사람인지 당사자들의‘역사’를 봐야 한다.다른 후보를 비방하면서 자신을 드높이려는 후보보다, 다른후보의 장단점과는 무관하게 자신이 얼마나 ‘실적’과 ‘실력’을 갖고 있는지를 다정하게 논증하는 후보를 주목해야 한다.한고을의 지도자는 일편단심 군민을 편하고 잘 살게 하려는 생각으로 불철주야 노력할 정직한 사람, 당장의 인기를 위해 초상집이나 행사장만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사람이 아닌, 사사로운 이익에 마음을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아닌, 영양군의 미래를 길게 보고 넓게 보고 깊이 보면서 묵묵히 한길로 매진할 품성과 자질을 가진 사람, 영양이 발전해 나갈 방향에 대해 군민과 시민단체와 토론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실천해 나갈 방도를 의회와 숙의할 줄 아는 사람, 공무원으로서 참된 봉직관을 가진 공무원을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이 군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나는 그런 참 좋은 후보를 만나서 동행하고 싶다.

2022-03-27

목련이 목련했다

목련 투어를 나섰다. 지난해는 보문단지와 동리목월문학관 지나 서출지까지 발도장을 찍었었다. 올해는 다른 곳으로 골랐다.첫 코스로 화천리 산수유 보러 갔다가 발견한 목련 한 그루다. 어느 문중의 선산인지 햇살 가득한 언덕에 봉분이 나란히 몇 기 엎드린 곳에 꽃나무가 병풍처럼 들러져 있었다. 그 나무 중 우뚝 키가 큰 목련이 봉오리를 가득 달고 있었다. 며칠이면 꽃문을 열 것으로 보여 오늘 찾았다.산비탈에 주춤주춤 차를 세우는데, 아직 만개하지 않은 목련이 노란 산수유 군락지 위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반긴다. 가지에 산새들이 다닥다닥 앉은 모양새다. 가까이 가려니 꽃그늘에 평상이 하나 놓였고 그 아래 잔디밭에 손님 셋이 소풍 온 듯 무언가 나누며 소담스럽게 웃는 소리가 번졌다. 산소에 다니러 온 주인장인가 싶어 목련 사진만 찍고 갈게요 하니, 자신들도 객이니 걱정하지 말고 찍으라 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컷, 산수유와 더불어 한 컷, 활짝 핀 가지를 줌으로 당겨 한 컷 찍었다. 마지막으로 목련을 보러 온 그들을 넣어서 원경으로 한 컷 더 찍었다.찍으며 보니 찻상이 참 곱다. 다도를 즐기는 사람들은 꽃이 피는 곳을 찾아다니며 꽃자리를 깔고 즐긴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만났다. 아기자기한 상꾸밈을 보고 감탄하자 차 한 잔 맛보라며 자리를 내준다. 민폐 같아 사양하니, 세 사람 중에 큰 카메라를 옆에 둔 분이 자신도 목련 찍으러 와서 처음 만난 사이니 그냥 껴 앉으라고 부추겼다. 못 이기는 척 꼽사리를 꼈다. 앉자마자 우리가 올 것을 알고 기다렸단 듯 붉은색의 천으로 된 찻상을 깔아주며 찻잔에 받침까지 받쳐서 삼색 과일까지 담아 꾸미는 것이었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벌이 내는 날갯짓 선율을 들으며 오래된 보이차와 눈 속에서 딴 국화차와 초록빛 고운 말차까지 대접받았다.차를 마시는 사이에 꽃 사진을 찍으러 사람들이 주위를 서성댔다. 나만 아는 곳인가 했더니 좋은 사진을 찍으려고 잘도 좋은 곳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꽃 향에 차향에 사람 향에 취해 생각보다 오래 머무른 듯해서 서둘러 감사 인사를 나누고 다음 장소로 발길을 재촉했다.두 번째 찾아간 곳은 오릉이다. 넓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기와 담장 위로 솟아오른 목련이 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모습이 눈부셨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참을 넋 놓고 꽃 감상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 소나무 숲을 따라 돌다 보면 능이 넷이다가 셋으로 줄었다 다시 다섯으로 돌아온다. 오릉은 4명의 신라초기 박씨 왕들과 박혁거세왕의 왕비인 알영부인의 능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신라의 초기 묘들은 돌무지덧널무덤이 아닌 널무덤 또는 덧널무덤으로 조사돼 이 오릉이 신라초기의 왕릉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넓은 능을 다 돌아보려면 하루해도 모자란다. 오늘의 우리 목표는 숭덕전 앞의 목련이다. 멀리서 보니 벌써 웨딩 사진 찍는 일행들과 바주카포 같은 렌즈를 달고 온 동호회 사람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목련의 자태에 홀려있었다. 많은 이들 중에 빨간 외투를 입고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는 여인이 눈에 뜨인다. 산수유 그늘에서도 열심히 서성대던 일행이었다. 내가 들고 간 빨간 하트 우산을 빌려 사진을 찍더니 어디서 산 것이냐 묻는다. 가격까지 알려드리니 주변의 다른 분까지 받아적는다. 히힛, 역시 사진에 진심인 분이다. 담장에 붙어서 나란히 심은 탓에 기와지붕이 꽃그늘에 가려진다. 목련의 키가 거기에 서 있던 시간을 말해주려고 건물의 높이를 뛰어넘었다. 파란 하늘, 까만 기와 하얀 목련의 삼박자가 카메라 셔터의 속도를 빠르게 했다.친구가 새로 집을 지었다. 목련 투어를 다니는 내 생각이 나서 한 그루 심어야겠다고 집 어느 즈음에 심으면 좋은지 나에게 물었다. 아파트에만 살아온 내가 어찌 알겠나 했더니 이곳에서 답을 얻었다. 담장 따라 심어놓으니 어느새 담을 훌쩍 뛰어넘어 밖을 지나는 사람도 즐기고 담 안의 주인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풍경을 담을 수 있으니 좋다. 목련이 하루를 가득 채웠다. /김순희(수필가)

2022-03-27

기후위기, 누가 대신 막아주지 않는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인류는 20세기에 전 지구적인 산업화를 통해 기념비적인 발전을 이뤄냈지만, 21세기를 맞이하면서 대재앙 수준의 위협에 처해있다.재앙은 2020년대가 시작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지구 온도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호주와 미국, 브라질에 발생한 엄청난 산불로 주변 도시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대규모 메뚜기 떼가 덮친 아프리카에서는 작물과 초원이 초토화됐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전염병도 전 세계로 확산됐다.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감축하지 않으면, 파멸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기후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정부는 지난해 10월 8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해 2018년 배출량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주요국가 NDC 수준을 보면 미국 45.8%, 영국 45.2%, EU 39.8%, 일본 38.6%로 우리나라가 특별히 높은 감축목표를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불쑥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에 반발과 우려를 자초한 것이다.정부가 발표한 2018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계획을 보면, 전체적으로 7억2천760만t에서 4억3천660만t으로 40% 절감하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2억6천960만t에서 1억4천990만t으로 44.4%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20년 6.6%에서 2030년 30.2%까지 늘려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미다. 산업 분야에서는 2억6천50만t을 2억2천260만t으로 14.5% 줄이고, 건물에서 32.8%, 수송에서 37.8%, 농축수산에서 25.9%, 폐기물에서 46.8%를 줄인다는 계획이다.지금 우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행동과 선택이 다가올 미래 세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지구가 파국으로 치달을 확률이 낮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주장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손놓고 있어서는 안된다.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치명적 과오는 국민을 구경꾼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국민이 보기에 탈원전 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어차피 폐기될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이끌었다. 중요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자기편 사람들이 태양광을 통해 한탕 해 먹는 판’으로 비추어지도록 했다.기후대응에 대한 해결책은 이제 국민 모두의 숙제가 되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도 문제해결의 당사자다. ‘정부가 알아서 해결하겠지’하는 생각으로 떠넘길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다.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해결책을 잠시 유예할 따름이다. 국민 모두 지구재앙을 막는 것을 나의 일로 여기고 나서야 한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느긋한 자세를 가져선 안 된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내 집 지붕이나 베란다, 공장 지붕, 회사 공터에 당장 작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일에서부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일, 사용안하는 가전제품의 전원을 끄는 일, 휴대폰과 차량을 1년 더 쓰는 일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이런 실천이 단순한 윤리·도덕적인 행동이라는 사치스러운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정부나 대기업, 국제기구가 지구의 대재앙을 막아줄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우리는 임진왜란을 당하여 왕과 조정이 의주까지 도망치고 난 후에도 결국은 백성이 의병을 조직해서 목숨 걸고 나라를 지켜낸 민족의 후손이다. 정부의 무능과 금융기관의 일탈로 IMF사태까지 맞았지만, 전 국민이 한마음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고, 소맷자락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도 있지 않은가.글로벌 빅4 회계법인 중 하나인 딜로이트 경제연구소(Deloitte Economics Institute)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대처할 경우 앞으로 반세기 동안 경제적 누적 손실은 현재가치 기준으로 약 93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보고서는 한국이 205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1.5℃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발맞춰 과감한 ‘기후행동’에 나선다면 2070년까지 약 2천300조 원의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이면 2천300조 원의 이익을 얻고, 안 줄이면 935조원의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앞으로 9년이 기후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최악의 상황을 맞기 전에 개인은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정부는 재앙에 대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도입해야 한다.

2022-03-27

유영하 대구 출마설…또 ‘친박타령’ 할텐가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다소 뜬금없는 소리로 들리지만, 지난 24일 귀향한 박 전 대통령이 사저 앞 환영식 자리에서 “좋은 인재들이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 한다”고 발언한 것이, 유 변호사를 지원하겠다는 근거로 얘기되고 있다. 유 변호사도 지난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관풍루’에 출연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이든, 2년 후 총선이든 국민이 원하고, 여건이 무르익으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출마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유 변호사는 그러면서 “앞으로 박 전 대통령과 상의할 것”이라고 밝혀, 박 전 대통령에게는 사전에 출마의사를 타진하지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박 전 대통령의 의중은 확인되지 않지만,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설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대구와는 별 연관이 없는 유 변호사가 단지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대구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으니 시민들이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부산 출신이며, 경기 군포에서 세 번 총선에 출마해 낙선했다.만약 박 전 대통령 생각과 상관없이 측근이라는 명분만으로 유 변호사가 출마를 결정한다면 말리고 싶다. 박 전 대통령을 다시 한번 정치적인 수렁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입주 환영 행사에서 “사면 결정 후에 달성 여러분이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돌봐주겠다는 기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고, 제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박 전 대통령이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며 정치적인 행보를 할 경우 또다시 ‘친박논쟁’이 불붙을 것이고, 온갖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래도 폐쇄적이고 낡은 도시라는 소리를 듣는 대구 이미지가 더 악화할 수 있다. 대구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존경받는 국가원로 역할을 하면서, 시민들과 일상을 함께 하며 건강을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2022-03-27

대구산업선 확정, 서남부권 경제성장 축으로

서대구역에서 대구국가산업단지를 잇는 대구산업선 건설사업이 거의 10년만에 공사에 들어가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2019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으로 선정된 대구산업선 건설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했다. 총사업비 1조4천595억원이 투입되는 대구산업선이 드디어 올해 실시설계에 들어가 내년 착공, 2027년 개통하게 된다는 소식이다. 단선철도 36.4km의 대구산업선이 개통되면 서대구역에서 대구국가산업단지까지 전동차로 30분대 연결이 가능해진다. 대구 달서구와 달성군 일부 등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대구 서남부권 지역의 교통난 개선에 획기적 전기가 될 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전 구간 지하로 건설되고 9곳의 정류장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대구도시철도 1.2호선과 환승체계도 구축된다고 하니 일반시민은 물론 인근 11개 산단 10만여 근로자들의 출퇴근 편의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국토부가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산업선의 생산유발효과는 2조6천억원, 고용유발효과는 1만9천명이다. 대구산업선 신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적지 않다. 특히 이달말 개통되는 서대구역사와 연계되면서 역세권 개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만하다.또 서대구역과 대구도심철도 환승체제 구축, 대구경북신공항철도 연결 등으로 대구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의 교통편의가 제고되면서 기업들의 입주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대구산업선은 금호강산업 벨트의 물류운송 기능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주민들의 교통 편리성을 높여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사업이다. 늦었지만 예타면제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착공에 이르렀으니 이제 빠르고 효율적 성과를 내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구시 등은 산단 입주기업을 더 늘리고 종사자 편의를 위한 기반사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예타비 절감을 위해 빠졌지만 경남 창녕 대합단지까지의 철도 연결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대구산업선이 서남부권 발전의 성장축으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2022-03-27

허니문

우정구 논설위원 허니문(honeymoon)은 결혼 후 신혼부부가 가지는 즐겁고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결혼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지역 국가의 신혼부부는 결혼 후 신부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미드(mead)라는 꿀이 첨가된 맥주를 매일 마셨는데, 건강한 아이를 낳으라는 뜻이 담겼다고 한다. 우리는 이를 밀월(蜜月)이라 번역해 부른다.정치적으로 사용되는 허니문은 새로 당선된 대통령에 대해 의회나 언론이 그의 장도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취임 초기 짧은 기간 비판을 자제하는 관행이다. 이 기간은 잘못을 해도 크게 비판하지 않는다. 정권을 이양받은 초기라 일이 서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미국 경제가 대공황을 맞았던 1933년, 막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 의회와 손을 맞잡고 경제위기를 잘 극복하게 되는데 이때 열린 의회 100일을 허니문 기간이라 불렀다.일반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의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는 허니문 기간을 주는 것이 상례다. 주식시장에서도 허니문 랠리라는 것이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정치와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사회가 안정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두고 여야가 극한 충돌을 빚고 있다. 권력 이양조차 순조로울지 위태한 분위기다. 새 정부의 안정적 국정 수행을 위해 신구권력의 의견 조율은 반드시 있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자의 회동이 무산되면서 두 권력의 충돌은 점입가경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임기 시작도 전 충돌하는 권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착잡하다. 허니문을 관행으로 받아들이는 여유의 정치가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3-24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무슨 소용일까. 제 눈에는 하늘이 안 보이겠지만 하늘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 문제의 본질은 해결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특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완전히 가려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진실은 은폐하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눈 가리고 아웅’이란 말과 흡사하다.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최근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 김재원 최고위원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사건의 발단은 이렇다.지난 21일 당 최고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지선 공천에서 최근 5년 내 무소속 출마 경력이 있는 경우 15%, 현역 의원의 경우 10% 감점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두 감점규정에 모두 해당하는 홍준표 의원은 총 25%의 감점을 받게됐고, 홍 의원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홍 의원은 페널티 방식을 결정한 최고위원회에 소속된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데 대해 맹비난했다.이해당사자가 주도해서 표결에 참여한 것은 법률상 당연무효사유이며, 그 표결에 참석한 사람(김재원 최고위원)은 지선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게 홍 의원의 비판요지였다. 홍 의원이 크게 반발하자 김 최고위원이 해명에 나섰는 데, 이번에는 해명과정에서 이준석 당 대표와 부딪치며 진실공방이 벌어졌다.김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렇게 해명했다. 당대표가 갖고 온 초안이 탈당 경력자 25% 감산, 징계 경력자 25% 감산, 당원 자격 정지 처분 이상을 받은 징계 경력자 15% 감산하자는 내용이었고, 자신은 15%로 통일하자고 했다는 것.이에 대해 이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본인이 대구시장 출마하는 상황에서 여러 오해를 사니까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우느냐”라고 펄쩍 뛰었다. 이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당시 회의에서 당 기조국장이 안건으로 오른 공천규정안은 기획조정국 안이라는 것을 명확히 설명했고, 김재원 최고위원이 “‘아직 (나는) 출마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이해당사자로 보지 말아달라’라고 하면서 논의에 참여했다”고 폭로했다.즉, 광역단체장 감점규정 적용에 반대를 표해온 당 대표가 해당 공천규정안을 낸 듯이 말한 것이나, 자신이 이해당사자가 아니라고 해서 공천규정 논의에 참여시켰는 데, 회의가 끝난 다음날 보란듯이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은 묵과하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비판요지였다.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홍 의원에 대한 감점규정 중복적용은 다소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있어 철회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역정치권에서는 경기에 뛸 선수가 심판노릇까지 한것은 모양새가 나쁘다는 여론이다. 무릇 공당의 공천기준은 공정해야 한다. 그게 0.73%포인트 차로 어렵사리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정부를 밑받침할 수 있는 지방정부와 의회를 구성할 수 있는 모범답안일 수 있다.

2022-03-24

새 정부 부동산정책, 지방은 수도권과 달라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지난 대선에서 민심을 크게 가른 핵심분야인데다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부동산경기 흐름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는 28차례나 부동산 관련정책을 발표했지만 실패했다. 세제 강화와 대출 제한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쳤지만 집값은 폭등하고 거래는 침체하는 비정상적 시장구조를 초래했다. 특히 최악의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자와 젊은이의 내집마련 꿈이 깡그리 무너져 민심을 잃는 결정적 요소가 됐다.윤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은 주택공급 확대와 부동산관련 세제개편, 대출완화 등으로 대략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은 서울과 수도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방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게 많아 이에 대한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중앙 관료들이 정책을 입안하다 보니 지방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수도권에 인구와 돈이 집중돼 있다. 지방은 사람이 떠나 도시소멸을 걱정하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이 서로 다른 중앙과 지방이 똑같은 정책을 적용받는다면 모순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지난 1월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전월보다 86%가 늘어 3천678가구에 이른다. 경북은 5천227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당선자 측은 내집마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전체적으로 70% 상향키로 했다. 그러나 총대출상환액을 연간 소득과 연계함으로써 소득수준이 낮은 지방의 근로자가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데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미분양 물량 증가, 대출과정의 불합리성 등 지방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가 정책에 감안돼야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안착할 수 있다. 부동산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방은 지방실정에 맞는 정책으로 대응하는 제도도 적극 검토할 때다. 이것이 지방분권의 방향이기도 하다.

2022-03-24

박근혜 귀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퇴원해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사저로 입주했다.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환한 표정으로 퇴원한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의 의료진,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짧게 언급한 후,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2일 병원에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은 최근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를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5년 만이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31일 새벽 영장심사 후 곧바로 구속 수감됐다가 지난해 12월 31일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그는 이날 병원에서 나온 후 곧바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부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에 마련된 사저로 이동했다. 그는 중구 삼덕동에서 태어났지만, 정치적 고향은 달성군이다. 지난 1998년부터 대선에 당선된 2012년까지 달성군이 그의 국회의원 지역구였다.박 전 대통령이 4년 9개월간의 긴 수감생활을 마친 후 고향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그의 석방과 사면을 외쳐왔던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사저 입구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적당한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찾아뵙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5월 10일 취임식에 박 전 대통령을 초청할 예정이다.박 전 대통령의 귀향은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라 정치적 함의도 크다. 과거 친박 핵심인사로 꼽혔던 정치인들을 비롯해 지방선거 출마예상자들이 앞다퉈 사저를 찾고 있는 것은 지금도 여전히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친박을 앞세운 정치세력이 지방선거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제 대구시민들은 고향에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이 시민들과 일상을 함께 하며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어머니의 마음처럼 보듬어야 한다. 진정으로 그의 귀향을 환영한다면 그가 다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2022-03-24

서해 수호의 날에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매년 삼월의 넷째 금요일은 ‘서해 수호의 날’이다. 2016년 1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방안을 낸 것을 입법예고와 법제심사, 국무회의심의 등을 거쳐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2010년 연평도 포격 등 서해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한민국 국군의 서해 수호를 위한 희생을 기리고, 국토수호 결의를 다지며, 국민의 안보의식을 결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하였다. 국군이 46명이나 사망한 천안함 피격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이 금요일이어서 그 날을 기념일로 정한 거라 한다.종북 좌파들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이 별로 달갑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임기 중 처음 두 해는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 원성이 일자 삼년 째부터 기념식에 참석은 했지만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재발방지를 위한 경고나 대책을 말하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천안함 전사자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가 분향하는 문 대통령에게 다가가서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묻는 해프닝까지 벌어졌겠는가. 그때 김정숙 여사가 그 유족을 ‘무섭게 째려봤다’는 논란이 있었다. 5·18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라는 거였다.어찌 서해를 수호하는 것뿐이랴.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일이야 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최우선의 과제요 사명이 아니겠는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이 오늘의 모습으로 존속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있었는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련과 중공에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의 대한민국이 공산화 되지 않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미 공산화된 반쪽까지 호시탐탐 적화통일의 야욕을 드러내는 상황에서 체제의 안정과 성공신화를 이룩한 것은 이승만의 혜안과 의지, 미국의 도움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 과정에 무리와 과실이 없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저항과 갈등도 적지가 않았지만 말이다.지금은 국제무대에서도 제법 행세께나 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오십여 년 전까지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처량하기 짝이 없는 약소국이었다, 그 약소국을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었던 것은 미국이란 세계 최강의 동맹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6·25전쟁 당시 수많은 사상자들의 희생을 무릅쓰고 적극적인 지원을 한 것도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에게는 생명의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안보를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이라는 튼튼한 방어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문재인 정권의 반미친중 외교는 한미동맹을 와해 직전까지 몰아갔다. 미국보다는 북한과 중국의 손을 잡고 사회주의체제로 가려는 것이 저들의 속셈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안다. 다행히도 이제 정권이 바뀌게 되어 그들의 꿈은 좌절되고 대한민국은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선회할 수 있게 되었다. 한미동맹은 물론 한·일관계도 정상화하는 것이 나라를 수호하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2022-03-24

꽃샘바람이 분다

윤영대수필가 춘분이 지났다. 낮과 밤, 추위와 더위가 반반이니 진정 봄날이다. 긴 겨울을 견디며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을 빌어온 농부들은 봄보리 갈고 채소 씨앗 뿌려 춘경(春耕)을 시작하며 허물어진 담장을 고치고 파릇한 봄나물 뜯어 먹으며 한해의 풍년을 비는 철이다.‘춘분에 비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했는데, 겨울 가뭄을 씻어버리듯 비가 내렸으니 역병인 코로나도 사라지겠지, 견뎌 보자. 이맘때면 남에서 봄바람이 꽃내음 싣고 오는 데 꽃샘추위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심술부리니 멈칫멈칫 꽃망울을 펴지 못하고 있다.이 나라도 하늘의 기운을 닮아가는지 대선이 끝나고 좀 밝고 맑은 나라를 기대해 보려니 새 정치를 위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두고 시끄럽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청와대를 개방하여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윤 당선인의 꿈을, 안보 공백이 우려되고 천문학적 이전 비용이 든다며 예산편성을 거부하는 문 정권의 트집으로 갈등을 빚으며 평화롭게 이어 나가야 할 대통령직 인수인계가 난맥상이다. 향기로운 꽃바람 불어오려는 봄날에 이를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밀려와 가벼운 가슴으로 꽃길을 걷고 싶은 상춘객들에게 다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아쉬움이다. 겨울에 입었던 두껍고 무거운 옷들을 빨아 넣고 가볍고 밝은 옷을 꺼내 입으려던 마음도 멈칫하고 창밖 하늘을 올려다본다.코로나 역병이 창궐한 지 2년 2개월 넘어 16일 확진자 62만 명의 최고점을 찍고 22일에는 누적확진자 1천만 명을 넘었다. 국민 5명당 1명이 코로나바이러스 바람을 맞은 셈이니 한 가족 한 명꼴이다. 봄이 왔건만 꽃잔치와 꽃놀이도 못하는 억울한 마음인데 날씨마저 아직 겨울의 차가움을 밀고 있으니 더욱 봄날이 그리워진다.마음을 달래려 창포마을 뒷산에 올랐더니 드문드문 하얀 매화꽃과 노란 산수유꽃은 만개했고 숲속 진달래는 발그레 눈만 뜨고 있었는데 봄꽃 바람이 좀 서둘렀나? 꽃샘바람이 늦게까지 질투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남쪽에서 많은 꽃소식이 들려온다. 오히려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앞당겨 이번 주말쯤이면 봄의 전령사 벚꽃도 경주 엑스포공원에는 화려한 벚꽃 터널을 만들 것이란다. 산길 내려와 철길숲을 걸으니 노란 개나리가 환하게 웃고 붉은 홍매화가 얼굴을 붉히며 서서 답답한 마음에 산책 나온 시민들의 눈길을 끈다. 코로나로 많은 봄축제가 취소된 이 봄날, 자연의 심술이 못마땅하다.전국적으로 꽃 소식은 평년보다 좀 빠를 것이라는데 예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면 뭘 하나! 꿀벌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집단 실종’의 슬픈 소식이 들려오는데…. 전국에서 최소 77억 마리가 사라졌고, 이상 기후와 해충 응애 벌레 탓이란다. 지난 겨울 고온화로 꽃이 일찍 피어 서둘러 꿀을 모으러 나섰던 힘 빠진 벌떼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폐사됐다는 얘기. 왜 이리 자연도 왔다 갔다 갈피를 못 잡는 걸까.‘정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는 속담처럼 요즈음 새 정부 출범 앞에 날아오는 현 정부의 어깃장이 소중하게 익혀온 김칫독을 깨는 것은 아닌지….탐스럽게 피어나는 흰 목련꽃 보며 사랑을 노래하고 싶은 계절이다.

2022-03-24

학교폭력 예방, 꽃으로라도 친구를 때리지 마라‘

2022년도 새학기가 시작되어 아이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코로나19를 물리치는 백신의 희망소리 같다. 따뜻한 3월 새로운 선생님, 친구들과 적응하면서 학교폭력도 평소에 비해 높게 발생되므로 일 년 중 가장 주의를 살펴보아야 할 때이다. 학교폭력은 학교내·외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력,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 심부름, 성폭력,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등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요즘은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sns를 통한 폭력으로 범위가 더욱 확산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등을 이용한 욕설, 인신공격, 협박등의 방법으로 신체적 상처는 없지만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힐 수 있는 폭력행위를 각별히 조심해야한다. 학교내·외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으며, 목격한다면 학교 혹은 117 학교폭력 신고로 수사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여 빨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평생 씻을수 없는 상처로 남으며 가해자 또한 당장의 처벌은 물론 세월이 흐른후에도 인생의 오점으로 영원히 남는다, 꽃으로라도 친구를 때리지 않도록 하자. / 영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장 정지인

2022-03-23

제사보다 잿밥에 정신 팔려서야

심한식 경북부 한동안 전국을 달구며 민심을 양분했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정치권과 지역의 관심이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옮겨지며 예비후보들의 선거전이 한창이다.예비후보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기존 정치 무대에서 놀던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정치 신인들도 눈에 들어온다.정치는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고 서로 이해를 조정해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생각해보면 정치의 가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정치는 지역과 지역민을 늘 생각하다 떠오르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행정에 접목시켜 미래를 준비하는 국민과 지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도구로, 이쯤이면 자치단체장에 도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허망한 생각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하는 수준 이하의 정치꾼들도 있다.현행 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 피선거권을 지역 거주 60일 이상에 법적인 하자가 없다면 200만원의 공탁금만 걸면 누구나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와 같은 이유로 최영조 시장이 3선 연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경산시장직에 현재 12명의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등록했고 유력후보로 꼽히는 A 도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을 준비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예비후보가 등록하면 14명의 인물이 경산시장에 도전한다.이들 중에는 선거철만 되면 이름을 올리거나 이쪽저쪽 선거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눈에 보인다.지역 정서상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얕은 생각에 지역민이 아닌 정치권에 줄을 대고 유력인사와 친분을 과시하는 행태도 꼴불견이다.기자는 정치는 신념과 지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순간의 분위기로 출마를 결심하는 불상사, 나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모든 선거에 출마하는 행위는 사라져야 한다고 본다.예비후보 대부분은 스스로 사퇴하거나 경선을 통해 정리되겠지만, 지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가 자리 잡으려면 뜨내기 정치인, 선거를 도구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사라져야 한다.‘나’보다는 ‘너’를 먼저 생각하고 다음으로 ‘우리’까지 생각하는 정치인들로 가득한 선거를 기대해 본다./shs1127@kbmaeil.com

2022-03-23

생강나무와 수필가

배문경수필가 봄은 노란빛을 뿌리며 온다. 겨우내 메말랐던 땅속을 뚫고 산수유가 노란 폭죽을 터뜨리기 시작하자 담장 울타리에도 노란 개나리가 ‘나도 여기 있어요’라며 손을 흔든다. 또 한 개의 노랑은 생강나무 꽃이다. 산수유가 익숙하다 보니 숲에서 만난 생강나무를 보고도 산수유일 것이라 짐작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생강나무는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이들에게 섭섭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누군가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산수유는 열매를 약으로 쓰기 위해서 중국에서 들여온 나무다. 그래서 대부분 집 근처에 심었다. 하지만 생강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나무로 주로 산에서 자란다. 그러니 두 나무를 구분하는 기준점은 어디에 사느냐이다.또 생강나무와 산수유나무는 꽃 생김새로 구분을 하는데 산수유나무는 꽃 한 송이에 암·수술이 함께 있는데 반해 생강나무 꽃은 암·수꽃이 각각 따로 있다. 생김새와 향기가 각각 다른 두 나무를 이제 숲에서 보면 노란 꽃이라고 성급히 산수유라 부르지 말고 생강나무라 불러주자.나무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고 해서 생강나무다.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여름부터 겨울눈을 만들기 시작해 잎눈과 함께 좀 더 큰 꽃눈을 만든다. 많은 꽃이 피기 전에 먼저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강나무, 벚나무, 목련, 진달래, 매화나무, 산수유가 모두 이런 선택을 했다. 이 꽃들은 성질이 급하다.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와 생강나무처럼 성질 급한 점순이가 “산 중턱에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라고 나온다.알싸하고 노란 동백꽃이라고 분명 작가가 써 놓았지만, 독자들은 남쪽 지방의 빨간 동백꽃으로 흘려 읽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 부른다.장기읍성에 갔을 때도 노란 꽃이 피어 있기에 산수유인지 생강나무 꽃인지 잠시 헷갈리다 통합검색을 통해 겨우 알아냈다. 노란빛은 비슷할지 몰라도 모양은 확실히 다르다. 생강나무 꽃은 가지에 바짝 붙은 채로 둥글게 뭉쳐있고, 산수유는 꽃자루가 길어 활짝 펼쳐서 핀다. 또, 줄기 끝이 녹색이고 갈라지지 않았다면 생강나무고 줄기가 갈색이면 산수유다.경주에도 산수유가 무더기로 피어나 봄 소풍 가기에 좋은 곳이 있어 한달음에 달려갔더니 온통 노란 세상이다. 햇빛조차 무더기로 피어났다. 건천 백석암으로 가는 길에 오래된 산수유나무가 온몸을 다해 피어 올린 노란 꽃들이 환호성을 불러일으킨다. 무채색의 겨울이 끝났다고 누군가 세상을 향해 노란 물감을 흩뿌린 듯하다.꽃은 필 때마다 각 각의 이름으로 봄을 빛낸다. 우리는 그때마다 잠시 고개를 끄덕일 뿐 더 기억에 담아두지 않는다. 꽃이 피어야 겨우 저 자리에 그 나무와 꽃이 있었음을 다시 상기하게 될 뿐이다. 대충 보아 넘기고 어설피 보아왔다는 뜻이다. 그때는 기억해도 시간이란 저장창고는 자꾸만 망각의 공간을 넓힌다.수필집을 출판하며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잘 받았다는 인사가 되돌아 왔다. 몇 해가 지나 우연히 만나자 어르신들은 “아이쿠, 배시인!”이라고 인사를 건넨다. 나는 멋쩍게 ‘수필가입니다’ 라고 한두 번 정정해 드리지만, 다음에 만나면 또 시인이라 불렀다. 일 년에 한 번 뵐까 말까 싶으니 그것 또한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어 웃고 만다.내심 나는 수필가로 불리기를 원하지만 나를 자세히 모르는 이들은 나를 시인으로 불러준다. 그런데 수필가면 어떠하고 시인이면 어떠랴. 산수유도 생강나무도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많은 이들에게 자연의 혜택을 선사하듯 나 또한 그리하면 될 것이다.수필가(隨筆家)가 생강나무 꽃 같다. 시인이나 산수유로 대치되어 버리는 상황이 조금은 아쉽다. ‘아쉬워 마라. 나는 평생 산수유로 불렸다’며 생강나무를 못 알아보는 나를 나무라는 듯해서 봄의 말을 노랗게 새겨듣는다.

2022-03-23

무진(戊辰)

육십갑자 다섯 번째 무진(戊辰)에서 천간(天干)은 무성할 무(戊)요, 지지(地支) 진(辰)은 동물로 용(龍)이다.용(龍)은 실존하는 동물이 아니다. 하늘의 무궁무진한 변화를 나타낸다. 그리고 ‘하늘 기운의 농축액’인 ‘물’이 지상에 생명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땅에 무궁무진한 변화를 만든다. 바람을 부르고 비가 내리게 하는 하늘과의 영감이 가장 뛰어난 그 무엇을 상징하여 ‘용(龍)’이라고 한다. 임금은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용상(龍床)에 앉아 일체 만물 중생을 다스린다.옛 사람들은 사주에 ‘용(龍)’이 있으면 누구를 다스린다고 했다. 할 일이 없으면 벌통이라도 키우고, 아니면 동장, 반장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계모임에 ‘계주’라도 해야 그 빛이 난다고 했을 정도로 어찌되었건 앞에 나서려고 한다.무진일주(戊辰日柱)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야말로 무진장(無盡藏·불성은 넓고 크고 무궁하며 신묘한 작용이 끝이 없다)한 에너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통상적으로 ‘산의 정상’이라고 하고 웅지를 숨기고 때를 기다리다가 홀연히 ‘천시’를 만나 크게 성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찌질하게 꿈이 작으면 하는 일마다 시작은 있으나 마무리가 없는 격이다.주역 건괘(乾卦)에 초구(初九)에 잠룡물용(潛龍勿用)이라 했다. 이것은 물에 잠겨 있는 용이니 쓰지 말라는 뜻이다. 즉 용이 물에 잠겨있으며 아직 자신을 밖으로 드러낼 때가 되지 않음을 말한다. 험난한 세상에 아직 자신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때이다.‘설원’정간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흰 용이 맑고 깨끗한 연못에 내려와서 물고기로 모습을 바꾸어 헤엄치고 있었다. ‘예차’라는 고기잡이가 작살로 그의 눈을 쏘아 맞추었다. 흰 용은 하늘로 올라가서 천신에게 그 사실을 고해 바쳤다.천신이 그 용에게 “그때에 너는 어디에 있었으며, 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흰 용은 “맑은 연못이 있기에 내려가서 물고기로 변해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천신이 “물고기라는 것은 원래 고기잡이가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일이 그렇게 되었다면, ‘예차’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기가 있어야할 곳에서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면 화를 자초한 경우가 많은데 경거망동을 경계한 것이다.용은 한 번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기 위해 물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때를 기다린다. 즉 출세하기 위해서다. 출세는 원래 ‘세상에 나간다’라는 뜻이다.‘등용문’이라는 말이 있다. ‘용문에 오르다’는 뜻으로, 입신출세의 관문에 들어서 출세를 위한 기회를 잡게 됨을 말한다.‘등용문’이 출세를 의미하게 된 것은 중국 황하의 거친 물줄기를 거슬러 오르는 잉어의 모습에서 유래했다. 원래 용문(龍門)은 황하 상류의 협곡 이름으로 이 근처는 물살이 매우 빨라 아무리 큰 고기일지라도 웬만해서는 여기에 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한 번 오르기만 하면 그 물고기는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이처럼 각고의 난관을 뚫고 입신출세를 하게 되는 것을 ‘용문에 오르다’라고 하였다.논형 ‘봉우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낙양지방인 주나라에 어떤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나라의 벼슬을 하고 싶었지만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 나이만 먹어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어느 날 그가 큰 길가에서 목을 놓아 울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왜 우시오?”라고 물었다. “벼슬을 하고 싶었소만, 한 번도 그런 기회를 만나지 못한 채로 이렇게 나이만 먹어, 이제는 완전히 때가 지난 것 같소. 그래서 마음이 아파 우는 것이요”라고 대답하였다.또 어떤 사람이 “벼슬을 하고 싶었다면서 어째서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했단 말이요”라고 물었다.“내가 젊었을 적에 글과 사무를 배워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고 생각하여 벼슬을 찾아 나서려고 했으나 그때의 임금님은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셨소.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시던 임금님이 돌아가시고, 그 다음으로 자리에 오르신 임금님은 무예를 익힌 사람을 좋아하셨소. 나는 생각을 바꾸어서 글공부를 그만두고 무예를 배웠소. 무예를 상당하게 익히게 되자 무예를 좋아하시는 임금님도 돌아가셨소. 지금 자리에 계시는 임금님은 젊은 사람을 좋아하시는데, 나는 이미 늙어 버렸소. 결국 나는 한 번도 기회를 만나지 못하고 만 것이오”라고 대답하였다. 벼슬을 한다는 것은 때가 있는 것이고, 억지로 구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인가? 류대창명리연구자 한나라 유방 시절 한신은 불량배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며 치욕을 참으면서 때를 기다렸고, 제갈량이 와룡선생으로 은둔해 있을 당시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해서 등용시켰다. 결국 때가 무르익었음이요, 나라를 경영하는데 참모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진토(辰土)’는 습토(濕土)다. 봄의 촉촉한 땅이며 많은 생명을 키워낼 수 있는 대지라고 한다. 진(辰)을 형상화 한 용(龍)은 물을 주관하는 신이다. 가뭄이 들면 비를 내려달라며 용신제를 지낸다. 역시 용(龍)은 물과 관련이 깊다.중국 당나라 유우석(劉禹錫·772∼842)의 누실명(陋室銘) 첫 구절에 “山不在高(산불재고) 有仙則名(유선즉명), 산은 높지 않으나, 신선이 있으면 이름이 나고. 水不在深(수불재심) 有龍則靈(유용즉령), 물은 깊지 않으나, 용이 살고 있으면 신령스럽다”고 했다. 누가 그곳에 거처하느냐에 따라 귀하고 천한 것이 결정이 된다.

2022-03-23

교육, 백척간두에 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통령이 새로 뽑혔지만, 여전히 시끄럽다. 건강한 내일을 향한 토론과 담론으로 북적거렸으면 하는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정치과몰입 현상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난데없이 청와대 이전이 논란거리가 아닌가. 상상과 창의로 비전이 나누어지고 미래를 겨냥하는 지향성이 선명했으면 하는데, 날마다 들리는 소리는 전혀 비생산적인 아귀다툼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6월이면 동네마다 새로운 일꾼들을 선출해야 하는데, 나라는 온통 하릴없는 말싸움과 신경전에 빠져있으니 국민에게 희망은 언제 안겨주려는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전국에서 열일곱 교육감들도 새롭게 선출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등과 대학교육은 나라의 미래가치를 오늘 기른다는 의미만으로도 중차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교육감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판에 우리 교육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구도 진정성을 실어 고뇌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은 어쩌다 이런 모양이 되었을까. 대통령인수위원회 조차 인사에서 교육계를 패싱하였다 하여, 교육부를 다른 부처와 통합하거나 심지어 폐지할 것이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현 정부의 실책 가운데 백년대계 교육에 대하여 분명한 철학과 미래지향을 바르게 세우지 못한 점은 뼈아픈 부분이다.다음 정부에도 희망적인 기대가 걸리지 않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심대하게 우려되는 바이다. 심지어, 국정쇄신의 증거로 교육부폐지카드를 건다는 예측은 ‘다음세대’를 위하여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미국의 흑인민권운동가 말콤엑스(Malcolm X)는 급진적인 사회운동을 하였지만, ‘교육은 미래로 가는 여권과 같다. 왜냐하면, 내일은 교육으로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산적한 교육 관련 현안들 앞에 교육철학도 분명히 수립하지 못한 채, 업무를 이리저리 분산하거나 해체하는 모습은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벼이 생각하고 홀대하는 게 아니면 무엇인가.새 정부의 교육홀대가 교육 전면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지면 국가의 미래는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초중등 교육도 문제지만, 켜켜이 쌓여온 대학입시제도와 대학교육실태의 문제들은 어찌 되는가. 미래지평을 향한 전반적인 담론이 태부족인 오늘, 교육마저 뒷전으로 물려진다면 ‘내일을 위한 준비’는 누가 하는가. 공교육의 효능을 높이고 시급한 교육이슈들을 중심을 잡으며 다루기 위하여 교육부는 반드시 존치해야 한다.교육이 백척간두에 섰지만, 누구도 신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는 가운데 혹여라도 부정과 비리가 교육계에 스며들면 나라의 뿌리마저 흔들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이제라도 생각을 돌이켜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헤아려야 한다. 나라의 백년대계를 무겁게 여긴다는 상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교육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국작가 부스캘리아(Leo Buscaglia)는 ‘변화야말로, 모든 배움의 결과물’이라고 하였다. 평생 배워도 다하지 못할 교육에 나라의 마음이 실려야 한다.

2022-03-23

대구경북 주택시장 급랭, 빨리 손써야 한다

주택거래절벽으로 대구·경북지역 미분양아파트 물량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최근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는 포항과 경주지역을 대상으로 보증심사를 강화하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짓는 건설업계의 부실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포항시내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1월만 해도 40여가구에 그쳤으나 올들어 2월 말 현재 흥해· 오천읍을 중심으로 3천240가구로 증가했다. 경주지역도 2월말 현재 미분양물량이 1천770가구로 늘어났다. 미분양 물량 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경북도와 대구시가 유독 심각하다. 경북도와 대구시내 전체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각각 6천여가구, 4천여가구에 육박하고 있다.원인은 뻔하다. 정부가 거래자체를 묶어버리는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남발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지난해의 주택시장 활황세에 편승해 수요도 고려하지 않은 채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은 중과세와 대출규제로 아파트를 팔기도 사기도 어려워진다. 일단 주택 거래 때 최대 75%까지 양도세를 내야 하는 게 최대부담이다. 그리고 소유주택 수가 많으면 종부세도 추가로 내야 한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9억 원 이하 50%, 9억 원 초과 30%로 제한을 받는다. 이러니 주택시장이 거래절벽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미분양 물량 증가를 이대로 지켜볼 경우, 이 지역 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지난해부터 국토부를 수차례 방문하며 규제해제를 건의해왔다. 부동산 경기 위축은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만약 아파트 분양 시행사들이 부도라도 나면 시공사들의 공사가 중단되고, 가계대출로 분양을 받은 시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게 된다. 이 위기를 넘기려면 우선 건설업계 스스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분양물량을 조절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도 규제일변도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미분양 물량이 심각하게 쌓인 지역만이라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할 필요가 있다.

2022-03-23

확진자 1천만 돌파…정점은 아직 모른다는데

23일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천만명을 넘었다. 지난달 6일 누적 확진자 100만명을 넘긴 지 45일만에 1천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100만명 돌파하는 데 2년도 더 걸린 누적 확진자가 불과 두달 사이 900만명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확진자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말 시작한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이 컸다. 델타보다 3배나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제치고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방역완화 조치까지 더해지며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다.정부는 오미크론이 맹위를 떨치던 시기인 1월 17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을 네차례 연장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과 위중증화율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오미크론에 대한 당국의 경고 메시지가 약해지면서 국민의 방역의식도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도 문제였다. 지금도 오미크론에 감염되는 것을 감기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문제는 확진자가 늘면 위중증환자나 사망자도 더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하루 10명대 발생하던 사망자가 지금은 하루 400명 안팎 발생하고 있다. 갑작스런 사망자의 증가로 화장시설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장례 일정을 연장하는 사례까지 속출한다.미국과 유럽 등은 확진자가 전체 인구의 20% 정도일 때 오미크론 정점기를 보냈으나 우리 보건당국은 아직 정점기를 예단키는 어렵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전염력이 센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하기 시작하고 있어 정점기가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하루 사망자도 600∼700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정부의 유행 예측이 모두 틀려 국민의 불신이 컸다. 하루 확진자 3만명을 정점으로 보다가 37만명까지 수정을 했지만 지난 17일에는 62만명이 확진돼 예측이 빗나갔다.확진자가 급증으로 먹는 치료제가 부족하고 약국에서 파는 감기약도 품귀다. 코로나 정점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한 투명한 대응이다. 그것이 국민 불신과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다.

2022-03-23

블레임룩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블레임룩이란 ‘비난하다’라는 뜻의 블레임(Blame)과 ‘스타일’이라는 뜻의 룩(Look)이 합쳐진 말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의 패션이 주목을 받거나 이를 대중이 따라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적인 비판을 받고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값비싼 명품 의상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 ‘블레임룩’으로 떠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루즈니키 경기장에서 열린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축하 콘서트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브랜드인 ‘로로피아나’ 패딩을 입고 나왔다. 패딩의 가격은 150만 루블로 한화로 약 1천700만원. 또 패딩 속에 입은 흰색 목폴라는 이탈리아 브랜드 ‘키튼’의 제품으로, 이 역시 가격이 32만 루블(380만원)이었다. 로로피아나를 보유 중인 프랑스 명품 그룹 LVMH 측은 이미 지난달 초 러시아 매장을 폐쇄한 상황이어서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블레임룩으로 화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조주빈이 스포츠 브랜드 F사의 티셔츠를 입고 포토라인에 서자 해당 브랜드 측은 즉시 로고를 모자이크 해달라며 대응했다. 2016년엔 국정농단 의혹을 받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가 검찰청사로 들어갈 때 최씨의 신발이 벗겨지면서 프라다 로고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2017년에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될 당시에는 ‘정유라 패딩’이 등장했다. 이 밖에도 탈옥수 신창원의 미쏘니 티셔츠, 신정아의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 등이 블레임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블레임룩으로 주목 받은 제품들은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명품 브랜드입장에서는 블레임룩은 결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인 셈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3-23

중도지대와 소통의 리더십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윤석열 당선인으로 결정됐다. 차점자인 이재명 후보와는 불과 0.73% 포인트 차이다. 24만7천77표가 박빙의 승부를 갈랐다. 선거 전문가들은 31만766표 차이를 보인 서울을 승부처로 꼽고 있다. 강서구를 제외한 한강벨트 전역에서 윤 당선인이 승리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그렇다면 이번 대선 결과를 거시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자. 주목할 만한 사실은 서울에서의 1, 2위 간 득표율 차이가 충청북도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충북의 1, 2위 득표율은 소수점 이하를 생략하면 50%와 45%로 같다. 승부처인 서울과 대선의 풍향계인 충북의 유사한 득표율은 흥미롭다.충북은 정치적으로 명실상부한 중도지대이다. 지금까지 모두 13번의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12번이 충북의 선거 결과와 일치했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충북 지역은 남한 국토만 놓고 보았을 때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충북의 지정학적 위치는 변화하는 정세,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기에 유리할 수 있다.정치, 경제적으로 수도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원이다. 이번 대선에서 서울은 충북과 같은 숫자상의 표심을 나타냈다. 서울과 충북은 윤석열 당선인에게 승리를 가져다주었지만, 동시에 중도의 균형 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중도의 균형감은 끊임없는 소통의 의지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최근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 문제로 소통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광화문 시대를 열고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던 선거 공약이 용산 시대 개막으로 급하게 방향 선회를 했다. 일사천리로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행이 추진되고 있다. 물론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공간이 만든 공간’이란 책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생각은 때로는 지리적 환경이 만들어낼 수 있다.그동안 청와대는 구중궁궐로 불리워졌다. 미국 백악관의 웨스트 윙처럼 대통령이 참모들과 공간적으로 가까워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 용산의 대통령 집무 공간에 집무실·비서실·기자실 등을 함께 두겠다는 발상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물론 기존의 청와대 건물 구조를 그와 같이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윤 당선인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자 한다면, 집무실 이전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결정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모순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윤석열 당선인은 보수 진영을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출발해야 하는 자리는 중도지대에 가깝다. 역대 최소 표차로 당선된 윤 당선인은 무엇보다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중도지대는 태풍의 눈과 같아서 잠잠해 보이지만 민심의 향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의 이전에 몰입하느라 겉으로 보이지 않는 국민의 마음과 소통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기를 새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

2022-03-23

새의 하심(下心)

김규인수필가 새는 날개를 가졌다. 하늘을 날아 먹이를 잡고 차가운 날씨를 피해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한다. 살아야 하기에 날아야만 하고, 날기 위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몸은 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날기 위해 익룡의 억센 이빨도 남을 공격하던 날카로운 발톱도 내려놓는다.새는 날기 위하여 조금만 먹는다. 본능적으로 언제라도 날기 위해 한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많이 먹을수록 몸은 가라앉고 날지 못하는 몸은 남의 먹이가 된다. 적게 먹으면서도 힘을 내어 맹금류를 피해 달아나고 재빠르게 몸을 숨긴다. 새는 먹는 시간도 잘게 나누어 위험을 줄이고 효율을 높여 쓴다.새는 동물 중 체온이 가장 높다. 따뜻한 몸은 근육의 효율을 높인다. 발달한 근육은 작은 에너지로도 높이 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양가 높은 먹이를 먹는다. 소화가 잘되고 흡수율이 높은 먹이를 찾아다닌다. 작은 몸으로 소화는 빨리하고 수시로 먹이를 먹는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 몸을 따뜻하게 하고 그 온기로 날갯짓을 한다.새의 항문인 총배설강은 소화관 말단인 직장뿐만 아니라 신장에서 연결된 수뇨관과 난소에서 연결된 수란관을 함께 연결한다. 대변도 소변도 알도 같은 내장으로 내보낸다. 내장을 단순하게 하고 길이도 짧게 줄인다. 큰창자가 짧기에 소화되고 남은 배설물을 수시로 배출한다. 하늘을 날면서도 불필요한 것은 바로 버린다. 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모두 바꾼다. 몸을 간단하게 바꾸고 찌꺼기는 바로 버리며 새는 나는 것만을 생각한다.새는 좋아하는 먹이를 잡기 좋게 부리를 바꾼다. 부리의 크기도 모양도 폭도 다르게 한다. 이빨 대신 작은 모래주머니를 달아 단단한 먹이를 부순다. 급하게 먹느라 같이 쪼아먹는 모래조차 최대한 이용한다. 모래를 통해 인과 칼슘 같은 광물질도 흡수한다. 살기 위해 부리도 먹기에 알맞게 바꾼다. 사물에 맞추어 몸을 바꾸고 이용하는 능력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날개 깃털로 하늘을 난다. 꼬리 깃털로 방향을 잡고 솜깃털로 추위를 막는다. 바람을 이용하기 위해 군살을 빼고 유선형의 몸을 만들고, 뼈를 비워 몸을 가볍게 한다. 중요한 머리조차 얇고 가벼운 뼈로 바꾸고 불필요한 부분은 날개든 뼈든 비운다. 비운 뼈의 약해진 부분을 안정적인 삼각형의 구조로 보강한다. 날고 나뭇가지에 앉기에 적합하도록 다리에 뼈를 덧대어 강한 다리를 갖는다. 빼기만을 하는 새에게 덧대는 일은 중대한 결정이다. 뼈를 비우고 덧대는 일은 어쩌면 날기 위한 마지막 작업일지도 모른다.새의 울음소리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경고의 소리요 암컷을 유혹하는 사랑의 소리이다. 소리에 마음을 담아 에너지를 많이 쓰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영역 다툼을 다툼 없이 슬기롭게 해결한다. 싸움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새의 철학을 사람은 이해할까. 애써 모은 힘을 아껴서 쓰는 새의 지혜는 사람보다 낫다.신문과 방송을 가득 메운 욕심들을 마주한다. 정말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산에 불을 지를 게 아니라 자신의 가슴에 조화로운 삶을 위한 불을 지필 수는 없는지. 몸과 마음에 가득 찬 탐욕을 내릴 수는 없는지.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