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운동을 거창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실제 에너지 절감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있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전기는 ‘kWh’(킬로와트시)로 표시한다. ‘KW’(킬로와트)는 전기의 양이고 ‘H’(시)는 전기를 쓰는 시간을 뜻한다. 그러니까 에너지 절감은 ‘KW’나 ‘H’를 줄이는 것이다. 기존의 백열등, 형광등, 할로겐 조명등을 LED 조명등으로 바꾸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자제품, 전기제품을 고효율 절전 제품으로 바꾸는 것 또한 ‘KW’를 줄이는 것이다.
‘H’를 줄이는 것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 스위치를 끄거나 플러그를 뽑는 것이 대표적이다.
출근하면서 혹은 잠들면서 스위치를 켜 놓으면 사용 시간의 4배 정도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스위치만 끄면 H는 줄일 수 있는데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로벌 IT기업 퀄컴은 본사에 7천500여개의 센서를 설치하여 직원들이 일정 시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컴퓨터부터 각종 전자기기, 냉·난방기, 조명까지 자동으로 꺼지게 하여 연간 100만 달러를 절감한다고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 홍보한 적이 있다.
알고 보면 전기를 절감하는 방법은 엄청 많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제도에는 ‘피크’라는 게 있다. 15분 이상 연속해서 연중 최대치로 사용하는 전기량을 1년간의 기본요금으로 정하는 제도로써 일상적으로 쓰는 전기량보다 피크치는 훨씬 높다. 대체로 1년 중 10~20시간만 보강하게 관리하면 최소한 수십 KW의 피크치를 낮출 수가 있다.
냉·난방기 사용 시에도 항상 전기절감을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피크치는 냉방기, 난방기 사용 때 나타난다. 냉방기를 사용할 때는 실내 온도를 25~28℃에 맞춰놓고 선풍기를 겸해서 사용하면 전기 사용량을 30~40% 줄일 수 있다. 난방기 또한 근무시간 30분 전에 22~23℃에 맞춰 놓았다가 근무시간에 1~2℃ 높이고, 겨울철에도 목 티셔츠를 입거나 내의를 입는다면 쉽게 30~40% 절감할 수 있다.
모든 전기는 한국전력과 사용량에 대해 계약이 되어 있는데 기업의 오너나 임직원 중 전기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대부분의 IT 회사에서는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은 과도하거나 부족하게 계약해서 쓴다.
오래된 상가나 사무실, 교회, 성당 등에서는 한국전력과 부족하게 전력량을 계약해서 1년에 6~7개월씩 계약전력 초과로 과태료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몇 년 전 사설 테니스장 에너지 컨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처음 설비할 때는 야간 경기가 별로 없어서 70kWh를 계약했었는데 최근 야간 사용이 많아서 250kWh를 넘겨쓰고 있었다. 메탈 투광등을 LED등으로 교체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싸서 한 달 한 달을 과태료를 내며 지탱하고 있었다.
7~8년 전 대구지역 한 대학과 에너지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그 대학은 9천kWh를 한전과 계약했는데 피크는 1천700kWh에 불과했다. 너무 과다하게 전기 계약을 하여서 한국전력 규약상 계약전력의 30%인 2천700kWh를 기본요금으로 내고 있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피크치 보다 매달 1천kWh 더 많은 기본요금(698만 원)을 한국전력에 납부하고 있었다.
한국전력에 신고해서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되는데, 아는 사람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그냥 매월 698만 원씩을 한전에 납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그 대학 전기 컨설팅을 다시 하였는데 아직도 그대로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대부분 대학이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파트도 대부분 계약전력이 과도하게 되어 있어 불필요한 요금을 한전에 납부하고 있으며, 한전은 쓰지 않는 과도한 계약전력으로 인해 불필요한 예비전력을 준비해야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계약전력의 과도한 설정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있는 A공공기관의 경우 계약전력을 낮추면서 요금체계를 ‘일반용 을 고압A-Ⅱ’에서 ‘일반용 갑 고압A-Ⅱ’로 바꾸니 요금이 23% 줄어들었다.
단순히 스위치를 끄거나 센서 부착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전기 관리가 복잡하다면 에너지 컨설팅 회사 컨설팅을 통해 불필요한 낭비를 줄임과 동시에 ‘한전의 불필요한 전기 준비’도 줄여줘야 한다.
계약전력을 과도하게 설정하면, 이유도 모르고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한전에 납부하며 전기세가 많다고 불평들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석유, 가스값 상승으로 전기요금도 30% 가까이 오르고 가스 요금은 100% 이상 오르니 모두들 충격을 받고 있다. 전기는 관심만 가지고, 또 세심하게 관찰하면 절약할 요소가 많다. 전기요금 고지서가 나오면 자세히 살펴보고, 컨설팅을 통해 불필요한 지출은 줄여나가는 지혜도 필요하다. 재산이 많다고 해서 전기세 정도는 아끼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전기는 공공재다. 전기사용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