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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등록일 2023-02-27 17:29 게재일 2023-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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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호섭 대구시 선관위 홍보담당관

심한 가뭄으로 재배하고 있던 작물이 말라 죽게 됐을 때, 농부는 어둑어둑한 이른 새벽부터 이 생명에 물을 주고 온갖 정성을 다한다. 

시장에 나가서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나중 문제이고 우선 이 식물을 살려야겠다는 마음만 있을 뿐, 다른 계산을 하지 않는다.

농어촌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오는 3월 8일은 이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날이다.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의 조합장을 선출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지난 2015년 1회를 기점으로 이번이 세 번째 선거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 최초로 금품 제공 혐의가 있는 입후보예정자를 고발했고 준법선거 릴레이 캠페인, 정월대보름 부럼깨기 행사 등을 통해서 돈선거 척결과 정책선거 실현에 중점을 두고 관리해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위탁받은 이후로 기부행위에 대한 조치 건수가 점점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도 금품·향응 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공직선거에 비해 적은 조합원 수, 혈연·지연·학연으로 깊게 형성된 유대관계, 금품제공에 대한 무감각 관행 등은 우리가 익히 아는 답변들이다.

이유를 알고 있고 치유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데는 어떤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3월 8일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유권자, 조합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없는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먼저, 후보자는 내다 팔 정책이 있는가를 자문해 봐야겠다.

자그마한 국숫집도 추구하는 맛이 있어야 하고 재료 값이 올랐다고 해서 이 맛을 포기하면 안되며 손해를 보더라도 추구하는 맛을 고집할 때 진정한 맛집이 된다.

후보자는 조합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고 조합원을 설득하는 비전이 없을 때, 후보자는 다른 흥행 요소인 상대방 비방, 허위사실 공표, 금전유포의 유혹을 받게 된다.

둘째, 유권자인 조합원은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한 시민이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내가 낸 지하철요금이 정부로 들어간 뒤 결국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쓰입니다. 지하철이 국가의 것이 아니라 우리 것으로 생각하는데 누가 요금을 내지 않겠어요”라고 시민의 조건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동조합은 자주와 연대, 공개와 배려를 기치로 하는 자율적 조직이고 당연히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하지만, 조합원 스스로 자신이 주인이라기보다 손님이라고 생각을 한다면 금품을 살포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줄 수밖에 없다.

주인이라면 돈선거로 내 집을 어지럽히는 사람을 당연히 내쫓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합은 이른 새벽에 아무 조건 없이 생명을 살리려는 조합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농·수·축협의 설치 근거법을 보면 이들 조합은 각 조합원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해당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각 조합원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즉, 사업체적 성격과 공동체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조합의 사업체적 성격이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조합원은 여전히 위로받고 싶고 경제외적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조합이 살림살이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추구하고 이 분위기가 확산할 때 비로소 조합원은 내가 속한 사회가 경제적 이득 외에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이런 안정감은 돈선거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돈선거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정책선거이다.

3월 8일 유권자는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조합의 비전을 이끌고 실천할 지도자를 선출해야 한다. 조합의 발전은 국가의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도 정책으로 경쟁한 아름다운 선거로 기억되고 4년 뒤에 있을 차기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좋은 선례를 남겨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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