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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은 ‘民心의 무서움’을 되새길 때다

등록일 2023-02-21 18:10 게재일 2023-02-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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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2024년 4·10 총선이 1년 2개월 채 남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 가장 긴장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 ‘건곤일척의 승부전’을 펼쳐야 할 운명이다. 선거에서 지면 윤 대통령은 곧바로 뒷방노인 신세로 전락하고, 이 대표는 감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냉혹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비윤’ 후보(안철수)를 ‘국정훼방꾼’이라며 몰아붙이는 것도, 입법권력을 쥐고 있는 이 대표가 노란봉투법, 간호법, 양곡관리법 등을 남발하며 진영(陣營)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모두 그 승부전의 일환이다.

현재까지의 전쟁스타일을 굳이 정리하자면, 이 대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태세인 반면, 윤 대통령은 오히려 대문을 닫아버리고 지원병력을 외면하는 뺄셈정치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당지도부를 측근세력으로 구성하기 위해 난리법석(이준석 전 대표 축출, 유승민 전 의원 출마봉쇄, 나경원 전의원 불출마 강제)을 떨었다. 이 난리에 휩싸여 소속 국회의원들도 당의 미래에 대한 충정보다는 차기공천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과 그 주변 권력자를 향해 줄서는데 급급했다. 모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다 보니 총선승패를 좌우할 민심챙기는 데는 뒷전이다.

3·8전당대회 당권레이스가 진흙탕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이런 당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 대표 선거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 간 비방전은 합동연설회와 TV토론을 계기로 본격화하고 있다. 전당대회까지 합동연설회 3차례(23일 강원, 28일 대구·경북, 3월 2일 서울·인천·경기), TV토론회 2차례(22일, 3월 3일) 남겨둬, D-데이가 임박할수록 네거티브전은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

전당대회 최대이슈가 ‘친윤계’인 김기현 후보의 ‘울산부동산 시세차익 의혹’이라는 점도 여당으로선 불행한 일이다.

이 이슈를 놓고 선두를 추격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연일 “의혹은 털고 가야한다”며 부풀리고 있고, 김기현 후보는 “유치하다”며 대응하고 있으니 전당대회가 외연확장으로 흘러가기는 불가능하다. ‘포스트 전대’의 암운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아주 좋지못한 형국이다. 전당대회의 궁극적 목적이 민심을 얻는 것인데, 오히려 민심이반을 가져오고 있으니 윤 대통령으로선 기가 막힐 것이다. 만약 전대 후 후보들끼리 승복문제가 불거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집권당의 차기 당 대표 임무는 막중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게 된다. 최근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에 당선되면 총선에서 안철수· 나경원·유승민·이준석에게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한 말은 정말 마음에 든다. 여권이 전당대회를 총선승리의 기회로 만들려면 당권레이스 캠페인을 외연확장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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