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샤일록이 된 은행

등록일 2023-02-22 18:08 게재일 2023-02-23 19면
스크랩버튼
홍석봉 대구지사장
홍석봉 대구지사장

샤일록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다. 욕심 많고 인정 없는 인간의 대명사로 꼽힌다. 은행이 샤일록 평가를 받을 정도로 탐욕을 부리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국민들은 고통에 허덕이는데,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고금리 돈장사를 계속했다. 금융당국과 국민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금융권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앞다퉈 대출금리를 내렸다. 신규 채용도 늘린단다. 돈장사로 잇속만 챙기다가 국민 시선이 싸늘해지자 내놓은 금융권의 고육책이다.

5개 시중은행은 지난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대구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전년보다 17.5% 증가한 5천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3천925억원)은 18.9% 늘었다. 금리 장사 덕분이다. 대구은행은 은행별 예대금리차 순위도 국민, 하나, 신한은행보다 높다. 지방은행 중에 부산은행 보다 높다. 이자를 그만큼 많이 받아챙겼다는 얘기다.

반면 은행들은 점포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비대면 거래가 늘었다는 이유다. 지방은행의 영업점도 크게 줄었다. 지방은행 중 점포수가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이 대구은행이다. 대구은행의 점포수는 지난 3년간 42개가 줄었다.

은행 점포 감소는 금융 서비스 사각지대 확대로 이어진다. 접근성 제한 등 고령층 고객의 소외를 불러온다. 지역 경제 및 창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점포 축소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금리 추가 인하 등 국면전환에 나섰지만 이미 국민들의 눈밖에 났다. 샤일록이 된 은행의 모습에 국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대구은행도 먼 산의 불이 아니다. 지역을 더욱 돌아봐야 할 것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