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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ㆍ특집

고령 군민이 더 행복하도록 ‘부자 농촌’ 미래 설계

고령군은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농산물이 어느 지자체보다 많은 곳이다. 딸기와 수박, 감자와 멜론은 물론 최근엔 쌀과 양파까지 그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살기 좋은 농촌 건설과 ‘농업인들의 꿈이 실현되는 고장’이라는 목표를 세운 고령은 산지유통의 규모화와 농업기술대학 특화 운영, 고령옥미 단지 조성, 스마트팜 확대 등의 세부적인 농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아래 고령군의 농업 진흥책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본다.◆대가야국 도읍지 고령의 올해 농업 정책고령은 지리적으로 가야산 맑은 물과 낙동강변의 비옥한 토지, 그리고 사계절 자연재해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옛 대가야국의 도읍지로서 손색이 없는 곳이다.특히 광주-대구 고속도로와 중부내륙 고속도로가 교차해 전국 어디라도 최단 시간에 신선한 농산물을 수송할 수 있는 잘 발달된 도로망을 갖췄다. 그래서 일찍부터 도농 복합형 근교 농업이 발달했다.고령군은 읍·면별 특화품목인 딸기, 수박, 감자, 멜론을 집중 육성해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또한 마늘과 양파 재배면적 확대에 따른 산지 생산 안정과 수급 조절을 위해 고령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지역농협에 양파, 마늘 저온저장시설을 확충하고 있다.이로써 수급조절이 가능해져 산지 유통의 규모화·상품화가 이뤄졌다. 이는 유통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시장 경쟁력 강화에 힘이 더해졌다.또한 고령은 농업인들의 전문적인 농업기술 관련 교육과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2019년 농업인교육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농업인 스스로 농정에 참여하고 권익향상을 위한 농업회의소를 세워 회원 모집을 준비하고 있다.고령군의 대표 쌀 브랜드인 ‘고령옥미’ 육성을 위해서는 계약 재배와 더불어 음식점에 고령옥미를 공급하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접근성이 좋은 고령은 귀농귀촌의 최적지로도 인기가 높다.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고령으로 귀농하고 있다”는 것이 고령군청의 설명이다.◆농업 경쟁력 높이고 첨단화된 생산기반 구축먼저 고령군은 고령쌀의 안정적 판로 확보와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매년 옥미 및 특미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4개 업체(고령RPC·한일정미소·화암정미소·양전정미소)가 고령옥미 및 특미 계약에 참여한다. 약정 계획면적은 약 642ha. 여기서는 옥미 516ha, 무농약옥미 22ha, 특미 104ha가 재배되며, 약정 계획물량은 9만6천300포대(40kg)다.고령군은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고려해 고령옥미의 친환경 재배를 장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가야읍 신리와 외리 지역에 ‘고령옥미 무농약단지’가 조성됐다. 22ha 규모의 무농약단지에는 3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농업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친환경 인증 비용, 친환경 자재, 초기 제초를 위한 우렁이 등을 지원 중이다.고령쌀의 품질관리는 계약재배를 통해 시작된다. 또한 고령옥미는 수매할 때 DNA 검사를 진행해 이품종 혼입을 막고 있으며, 불합격 시 3년간 고령옥미 계약재배를 제한하는 등 철저한 관리를 통해 재배되고 유통된다. 병해충 방제도 무인헬기를 이용해 공동방제를 실시하고 있다.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스마트팜이 농촌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게 현대 농업의 특징 중 하나다.스마트팜이란 온실 시설물에 자동·원격제어 등 환경제어 시스템을 구축한 자동화 온실을 지칭한다. 온실의 창문 개폐, 영양분 공급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것은 물론, 병해충 관리와 온습도 제어까지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농가의 노동력을 줄이고 생산량은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령군은 앞으로도 ICT와 연계한 시설원예 현대화사업, 에너지 효율화사업을 추진해 노후화된 생산시설 현대화와 자동화시설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는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좋은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이와 관련 고령군청 관계자는 “관행 농업에서 기술집약형 농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 지역 농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산지 수급의 안정화로 농가에 도움최근 고령군 양파 재배면적이 500㏊ 이상 급증하고 있어 지역 농업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양파의 생산·저장·유통까지 처리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했다.또 홍수 때 출하할 경우 산지 수급조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양파 저온저장·선별시설도 설치가 진행 중이다. 2018년부터는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이 진행돼 3개 지역농협에 양파·마늘 저온저장고를 건립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고령군은 경북에서 양파 재배면적 1위인 지역이다. 생산 규모는 약 520ha. 2019년에는 수급조절에 비상이 걸린 적이 있다.이런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고령군은 발 빠르게 대응해 밭작물 공동경영체 육성지원사업을 추진했다. “다산농협에 저온저장고와 선별장을 건립했고,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힘썼다”는 것이 고령군의 설명.이런 노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고령군은 경북도에서 실시한 ‘채소 특작분야 시책평가’에서 2018년 우수상에 이어 2019년에는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는 2년 연속 수상의 쾌거다.지금까지 고령군은 양파·마늘 주산지협의체를 구성해 생산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각종 경비 절감을 위해 공동 농기계도 확보했다.여기에 더해 수급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저온저장고와 선별장을 건립하는 등 여러 사업도 동시에 추진했다. 이는 좀 더 조직화되고 규모화 된 양파·마늘 중심의 농업경영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농촌인구 감소 극복할 귀농귀촌인 정책고령군 역시 다른 농촌 지역과 마찬가지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저하된 농촌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게 귀농귀촌.도시경제 위축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삶의 가치 다양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귀농귀촌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추세다. 농촌에서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성공하려는 귀농귀촌인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다.귀농귀촌에 필요한 맞춤형 교육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앞서 말한 것처럼 귀농귀촌인의 증가로 신규농업인 영농기초교육은 당초 6기 300명 계획에서 8기 380명으로 확대·추진됐다. 모두 380명이 수료함으로써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관한 교육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과거엔 실직 등 실패한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귀농귀촌을 도시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찾는 귀농으로 새롭게 인식시키는 긍정적인 성과도 함께 이뤘다.고령은 ‘귀농인의 집’ 14곳을 마련해 운영 중이다. 이는 귀농귀촌 희망자가 일정 기간 동안 영농기술을 배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주거 등 농촌 진입 초기의 부담을 덜어주고, 조기정착과 안정화를 위한 지원도 ‘귀농인의 집’이 하고 있는 역할이다고령군은 도시민 유치 의지가 높은 지역이다. 이 의지를 귀농귀촌과 연계한 도시민 농촌유치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사업비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6억 원을 지원 받았다.정주 의향 단계부터 이주 준비·이주 실행·이주 정착 단계까지 귀농귀촌 희망자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을 위해 2019년부터는 새롭게 4억5천만 원의 예산이 지원됐다.고령은 농업도시고, 경제의 근간이 농업이다. 농업은 지역경제의 윤활유이자 고령군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산업이 분명하다.명품농산물 생산 지원체계를 완벽히 구축해 군정 목표인 ‘더 큰 고령, 더 행복한 군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오늘도 진행형이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1-05-16

“근로자 지켜라”… 포스코,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총력

세계경제포럼(WEF) 선정 국내 유일 등대공장(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이라는 명성에 맞게 포스코가 안전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포스코는 최근 안전 최우선 경영을 선포하고 △‘생산 우선’에서 ‘안전우선’ 프로세스로의 전환 △작업중지권 철저 시행 △안전신문고 신설 △안전 스마트 인프라 확충 △협력사 안전관리 지원 강화 △직원 대상 안전교육 내실화 등 ‘6대 중점’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그 일환으로 포스코는 최근 스마트 기술을 안전관리에 접목하는 안전스마트 인프라 확충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안전 예방위험을 사전에 예지하기 위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방안은 이미 포스코에서 활용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신속하게 공유해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스마트 워치와 바디 캠, 스마트 세이프티 볼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지난해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현장 직원 1천여명에게 스마트 워치를 지급했다. 스마트 워치는 심박 이상, 넘어짐 등 현장 작업자의 신체 이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주변 동료들에게 즉각 구조신호를 보냄으로써 구조 골든 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직원이 설비 점검을 위해 현장을 순찰하다 심박 이상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스마트 워치가 이상 증세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주변 동료들에게 긴급 구조를 요청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 현장 업무 시 직원 상호 간 주기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CCTV로 안전을 확인해 오던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게 된 것이다.바디캠은 신체에 스트랩을 활용해 영상을 촬영, 공유할 수 있는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설비 점검이나 이상 상황을 운전실과 공유해 작업자의 위험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포스코는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바디캠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지난달에는 원격으로 밀폐 공간의 유해 가스 존재 여부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스마트 장비인 ‘스마트 세이프티 볼(Smart Safety Ball)’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부터 한동대 및 노드톡스(주)와 함께 스마트 세이프티 볼 개발에 착수했으며, 제철소 내 다양한 밀폐 공간에서 성능 시험을 거친 후 상용품 제작에 성공했다.스마트 세이프티 볼은 작업이나 정비 전에 구형 측정 기기를 투척해 가스 농도 등을 측정해 산소 결핍 및 유해 가스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도구로, 산소·일산화탄소·황화수소 3가지 가스 농도 파악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밀폐 공간 내 가스를 측정하려면 긴 튜브로 가스를 뽑아 올리거나 휴대용 감지기로 직접 측정해야 했는데, 스마트 세이프티 볼을 이용하면 테니스공만한 크기의 공을 이용해 직접 공간에 들어가지 않고도 가스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측정값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위험 수준으로 측정될 경우 사전에 등록된 동료와 관리자에게 메시지와 위치 정보가 즉시 전달돼 효과적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는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스마트 세이프티 볼을 시범 적용하고 상반기 내 법적 인증까지 완료한 후 제철소 내 관련된 공장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스마트 기술로 더 안전해진 작업 현장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 기술 또한 안전 경쟁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 고위험 작업 개소에 자동화 시스템과 설비를 도입해 수작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 도입된 ‘원터치 출강 자동화 시스템’은 전로에서 정련을 마친 쇳물을 따라내는 출강 조업을 자동화한 시스템이다. 고온·고열의 작업환경에서 육안으로 확인하며 수동 작업을 해오던 것을 자동화함으로써 작업자의 안전 확보는 물론 근무환경도 대폭 개선됐다.안전 강화를 위해 산업용 로봇도 도입되고 있다. 전기강판공장을 비롯한 압연 공정에서 사용되는 ‘슬리브 인출 자동화 로봇’은 15∼20㎏에 달하는 자재인 슬리브를 작업자 대신 설비에 장착·해제하고 이송한다. 설비에 직접적으로 접근해하던 작업을 로봇을 활용해 대체하며 사고 발생 위험을 원천 차단했다. STS 소둔산세공장에 도입된 덧대기 용접 자동화로봇은 용접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로봇이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용접 작업을 자동화 로봇을 이용해 대체함으로써 안전사고의 위험을 줄인 것이다. 이 외에도 포스코는 4족 보행 로봇, 다관절 로봇 등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활용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사고 예방의 핵심인 설비 관리도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더욱 똑똑해지고 있다.설비고장예지시스템 ‘프리즘(PRISM;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Initative for Smart Maintenance)’은 설비 이상 징후를 감지해 안전사고 예방해 기여하고 있다. 프리즘은 설비 관리에 대한 5천400여가지의 노하우를 자동화 로직으로 반영해 설비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 관리자에게 알리도록 구현한 시스템으로, 지난 2019년 포항제철소에서 자력으로 개발한 시스템이다. 단순 설비 고장 예지 외에도 1천300여개의 설비 센서를 이용해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설비 교체 주기를 자동으로 계산해 설비 관리의 효율성을 더했다. 해당 시스템을 이용하면 보다 면밀하고 꼼꼼히 설비 관리를 할 수 있어 잠재 위험을 줄이고 사고를 예방하기 용이하다.또한 설비 점검이 어려웠던 제철소 내 높은 장소와 고열지역 등 위험 작업장에 위치한 설비의 경우 드론(무인항공기)를 활용해 설비 점검에 나서고 있다. 2018년부터 포항제철소는 첨단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소형 드론을 도입했다. 설비 점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을 차단하는 동시에 첨단 장비를 활용한 보다 면밀한 설비 점검으로 설비 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도 줄였다.한편, 포스코는 ‘안전’ 최우선 경영 방침에 따라 ‘생산 우선’에서 ‘안전 우선’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작업 중지권을 철저히 시행하고, 안전신문고를 신설해 안전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안전 활동에 관한 아이디어를 언제든 청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스마트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협력사의 안전 관리 지원도 강화하며 VR 안전 체험 공간 등을 활용한 직원 대상 안전 교육 내실화도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포스코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터를 행복한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Smart Safety 기술을 지속 개발하고, 제철소 현장에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2021-05-13

“문화 찾아 큰도시로 가야 하나요 지역 문화인프라를 높이면 되죠”

등굣길에 만나게 되는 바다에 마음에 뺏긴 소년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를 닮은 그는 포항의 레코드 가게에선 구할 수 없는 음반을 사려고 대구와 부산, 멀리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오르기도 했다.연극과 음악을 좋아하던 소년 이재원은 의대를 마치고 쉰두 살 중년 의사가 됐다. 포항에서 개원한 게 벌써 17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문화를 포함한 인문학 전반에 대한 관심은 소년시절과 다를 바 없이 뜨겁다.의사가 된 후에도 병원 로비에서 음악회를 열고, 포항 지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포항지역학연구회를 결성했다.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주제로 강좌를 개설하고,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사진집을 펴내며, 한국전쟁 시기에 포항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묶어냈다.의사는 바쁜 직업이다. 일을 하며 겪는 스트레스도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인의원 이재원 원장은 시간을 쪼개 지역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포항의 역사와 문화 또한 오랜 시간 진지하게 공부해왔다.이러한 에너지와 정열에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지난주 목요일 화인의원에서 이 원장을 만나 의사로서의 삶과 포항에 대한 애정이 어디에서 발원한 것인지를 물었다. 아래는 그날 오간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고향과 학창 시절을 보낸 지역은.△포항에서 태어났다. 포항중학교와 포항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는 서울에서 의대를 다녔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공중보건의로 포항의료원에서 근무했다. 그러니 군대생활도 고향에서 한 셈이다. 병원은 2004년에 열었다.-의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부모님의 바람이었다. 삼수를 했다. 첫 번째 대학 입시에선 의대를 지망하지 않았다. 육군사관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했다. 1980년대 지방 고등학생들의 지향이 반영된 듯하다.(웃음)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 눈이 나빠 떨어졌다. 지금은 그렇지 않겠지만 당시는 안경 쓴 육사생도가 지극히 드물던 시대다. 수학을 좋아해서 고교 시절엔 자연계를 선택했는데, 돌아보면 내 기질엔 인문계가 맞았던 것 같다. 의대를 다니면서는 의학을 공부하겠다는 선택도 나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의대 시절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문화예술 공연을 쫓아다녔다. 진도에서 온 소리꾼과 춤꾼이 좋으면 진도까지 따라갔다. 고등학교 때까지 지방에 있다가 서울로 가면서 서울과 지방의 문화 환경에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사실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었던 건 중고교 시절부터다. 그때도 포항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은 거의 다 봤으니까.-포항에서 개원한지 17년째다. 기억되는 일은.△병원을 열고 2년 후에 로비에서 조그만 규모의 음악회를 열었다. 시민들에게 작은 문화향유권이라도 주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그게 갈수록 판이 커졌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좌석이 부족했고, 보다 수준 높은 공연을 원하는 참석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래서 음악회가 열리는 장소를 문화예술회관으로 옮기기도 했다. 포항문화재단이 생기기 전이다. ‘포항은 문화의 불모지’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공연을 기획한 것이 보람으로 남았다.-의사는 어떤 장단점이 있는 직업인가.△일반론적인 이야기겠지만 환자를 치료하고, 그들에게 힘과 위안을 주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의료라는 공공적 영역에서 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의사에 대한 신뢰도 거기서 싹이 틀 듯하다. 반면 힘든 건 의사에 대한 일반인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때론 부담이 된다. 색안경을 끼고 의사들을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일부 문제 있는 의사가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성실한 생활인이다.-포항의 문화와 역사 등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들었다.△내 안에는 3가지의 자아가 존재한다. 의사, 문화예술 애호가, 공적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인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마음속에 여러 프리즘을 가진 게 나다. 어릴 때부터 공연 보고, 음악 듣는 걸 좋아했다. 고향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도 그런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싶다.-포항지역학연구회 회장이다. 어떤 단체이고 무슨 일을 하는가.△문화적 관심이 개인적 만족에서 그치지 않고 단체 결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20대 시절 서울에서 내가 맛본 문화의 향기를 포항에도 퍼뜨리고 싶었다. 중앙과 지방의 문화 인프라 차이를 극복하겠다는 희망도 담았다. 포항의 역사와 문화 등 인문학을 연구하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조직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포항지역학연구회다. 2018년 결성됐는데, 관련 강연을 진행하고 양질의 공연을 유치하는 등의 일을 한다.-포항지역학연구회에선 출판도 한다. 추천할만한 책은.△연구회가 생기고 3년 동안 7권의 총서를 발간했다. 적지 않은 숫자다. 포항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총서 제3권으로 나온 ‘포항 6.25’를 권하고 싶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 지역의 역사를 연구해 기록한 것이다.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선 특정한 한 지역의 6.25 관련 역사를 이처럼 일목요연하게 쓴 책은 없는 것으로 안다.-어떤 역할을 하는 회장이 되고 싶은지.△비유적으로 말해보자. 만약 운동장에서 야구를 한다면 주전자를 나르고, 선을 긋는 게 내 역할이라고 믿고 있다. 포항 지역에 대한 관심이 조직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묶어주는 끈 같은 존재가 되려한다.-지역학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시민들과 공유하는 이유는.△누가 시켜서는 못하는 일이다. 내가 좋아서 한다. 자기만족 혹은, 자아실현을 위해서라고 말하면 될 듯하다. ‘우리는 왜 우리가 사는 지역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게 연구회다. 포항만이 아닌 한국의 모든 지방이 지역학을 보다 면밀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서울과 동등하게 대접받았으면 한다.-포항지역학연구회가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일은.△연구회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 활동하는 사람이 15명 정도다. 직업도 다양하다. 교사와 의사, 은행에 다니는 분도 있다. 고향이 포항인 사람들보다 포항에서 오래 살아온 이들이 더 많다. 그게 더 바람직해 보인다. 결국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연구회를 키워갈 것이기에.총서는 계속해서 발간할 예정이다. 그것들이 모이면 미래세대에게 포항이 어떤 도시인지 알려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 동시대를 사는 포항시민들을 위해선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줄 ‘포항학 아카데미’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포항의 정체성을 찾고, 문화적 위상을 높여갔으면 좋겠다.-타인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너는 포항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말이 가장 듣기 좋다. 내가 사는 지역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문화만이 아닌 교육과 의료 환경까지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크다. 이 차이가 좁혀지고 극복되는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 그런 과정에서 조그만 역할이라도 하려고 노력 중이다.-덧붙일 말이 있다면.△포항은 해양도시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땐 교실 창밖으로 바다가 훤히 보였다. 젊은 시절 포항을 떠나있을 땐 언제나 그 바다가 그리웠다. 바다의 중요성, 해양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다는 포항지역학연구회 세미나나 강연의 항시적인 주요 주제가 될 것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5-12

한폭의 수채화 풍경과 마주한 선비의 품격

현대인이 잊고 사는 전통문화가 계승되는 공간인 동시에 선비의 품격이 존재하는 도시. 안동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물론 맞는 말이다.하지만, 그것뿐일까? 그렇지 않다. 안동은 전통문화와 선비정신 외에도 여행자가 매료될만한 여러 가지 것들이 적지 않은 곳이다.‘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의 관광산업을 피폐화시키기 이전인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안동시를 찾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인 안동한우, 헛제삿밥, 국수 등을 먹고, 안동댐과 임하댐을 둘러봤으며, 고색창연한 종택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안동엘 갔으니 당연지사 하회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속을 걷기도 했으며, 월영교의 낭만적인 야경을 감탄하며 바라보는 즐거움도 누렸다.◆ 고요한 물안개를 만들어내는 댐의 도시 안동도산면 가송리 농암종택(聾巖宗宅)에서 맞은 아침 풍경은 2년이 지난 아직까지 기억 속에 선명하다. 농암종택은 어떤 곳일까. ‘두산백과’엔 이런 설명이 실렸다.“농암 이현보(1467~1555)의 종택(宗宅)이다. 이현보는 1504년(연산군 10년)에 사간원정언으로 있다가 임금의 노여움을 사 안동으로 유배된 인물.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원래 종택이 있던 분천마을이 수몰되었다. 안동의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이건돼 있던 종택과 사당, 긍구당(肯構堂)을 영천 이씨 문중의 종손 이성원이 한곳으로 옮겨 놓았다.”지척에 조그만 강이 흐르는 농암종택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이 밝았다. 도시에선 들을 수 없는 새 소리와 찰랑거리는 물소리. 거기에 낮게 깔린 물안개가 여행자를 환영하고 있었다.번잡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농암종택 주변을 산책하며 어디에서도 맛보기 힘들었던 ‘평화롭고 아늑한 아침’을 느꼈다. 이는 안동이 복잡한 일상을 허위허위 살아온 기자에게 준 선물 같았다.매년 다시 찾아 또 다른 매력을 느끼고 싶은 안동. 그러나 세상은 사람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누구도 반긴 적이 없건만 슬그머니 찾아와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여행자들의 발을 묶어놓은 코로나19 바이러스.2020년 초반부터 시작된 ‘코로나 광풍’은 1년 4개월 가까이 단체관광객을 실은 버스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가족과 친구, 동창과 동호인들의 봄맞이와 단풍놀이를 멈춰 세웠다.◆ 월영교를 거닐며 느끼는 안동의 매력여행의 트렌드가 ‘언택트 관광’으로 바뀐 것도 이미 오래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찾아오는 관광객의 안전과 방역수칙 준수에 고심하고 있다.어쨌건 바이러스가 인간의 삶을 온전히 멈출 수는 없는 법. 안동시 역시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언택트 관광지를 알리고 안내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그렇다면 언택트 시대 안동의 관광명소는 어딜까? 월영교는 코로나 시대 안동의 대표적 언택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눈부신 햇살 일렁이는 낙동강 물결 위에 놓인 월영교를 거니는 것도 좋고, 지척 안동댐 민속촌의 한적한 풍경과 마주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개목나루로 여행자를 마중 나온듯한 황포돛배를 보는 기쁨도 크다.안동시는 6천여 점의 유물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안동시립민속박물관과 국무령 이상룡의 생가인 임청각, 낙강물길공원, 유교랜드, 안동공예문화전시관 등도 가볼만한 여행지로 추천하고 있다.“안동 보조댐을 둘러싼 월영교, 월영공원, 성락교, 개목나루로 이어지는 원형의 둘레길은 은은한 조명과 함께 조화롭게 이어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으로 감탄을 자아낸다”는 것 역시 안동시 관계자의 부연이다.‘언택트 시대 안동 관광 1번지’로 떠오른 월영교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다리일까? 이 궁금증에 안동시 문화관광 홈페이지가 답을 들려준다.“낙동강을 감싸듯 하는 산세와 댐으로 이루어진 울타리 같은 지형이 밤하늘에 뜬 달을 마음속에 파고들게 한다. 달을 강물에 띄운 채 가슴에 파고든 아린 달빛은 잊힌 꿈을 일깨우고, 다시 호수의 달빛이 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으려 한다. 월영교는 자연 풍광을 드러내는 조형물이지만, 그보다 이 지역에 살았던 이응태 부부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을 오래도록 기념하고자 했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아내의 머리카락으로 만든 한 켤레 미투리 모양을 다리 모습에 담았다. 그 위에 올라 그들의 숭고한 사랑을 우리의 사랑과 꿈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안동이 고향인 시인의 시를 떠올리며 하회마을로낭만 넘치는 월영교를 돌아본 후 어디를 가야할까를 고민하는 관광객이라면 하회마을을 추천하고 싶다. 거기로 가기 전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에서 살고 있는 시인 안상학(59)의 시 한 편을 읽어보는 건 어떨지. ‘얼굴’이란 제목의 작품이다.세상 모든 나무와 풀과 꽃은그 얼굴 말고는 다른 얼굴이 없는 것처럼늘 그 얼굴에 그 얼굴로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나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아도내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닌 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꽃은 어떤 나비가 와도 그 얼굴에 그 얼굴나무는 어떤 새가 앉아도 그 얼굴에 그 얼굴어쩔 때 나는 속없는 얼굴을 굴기도 하고때로는 어떤 과장된 얼굴을 만들기도 한다진짜 내 얼굴은 껍질 속에 뼈처럼 숨겨두기 일쑤다내가 보기에 세상 모든 길짐승, 날짐승, 물짐승도그저 별 다른 얼굴 없다는 듯늘 그렇고 그런 얼굴로 씩씩하게 살아가는데나는, 아니래도 그런 것처럼, 그래도 아닌 것처럼진짜 내 얼굴을 하지 않을 때가 많다나는 오늘도쪼그리고 앉아야만 볼 수 있는 꽃의 얼굴과아주 오래 아득해야만 볼 수 있는 나무의 얼굴에 눈독을 들이며제 얼굴로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들과 달리 가식과 위선의 얼굴을 가진 인간. 정직하고 과장 없는 얼굴로 사는 길을 함께 고민하자고 권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봄날 햇살처럼 따스하다.‘쪼그리고 앉아야만 볼 수 있는 꽃의 얼굴과/아주 오래 아득해야만 볼 수 있는 나무의 얼굴에 눈독을 들이며/제 얼굴로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안상학의 고백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하회마을에 닿아 있을 것이다.그 옛날 선비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하회마을.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이 소개하는 하회마을을 아래 요약한다.“낙동강이 마을 전체를 동쪽과 남쪽, 서쪽 세 방향으로 감싸 도는 빼어난 터에 자리 잡은 풍산 류씨 동성 마을이다. 지형은 풍수학적으로 태극형·연화부수형·행주형이라고 한다.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고 흐른다 하여 하회(河回)라는 이름이 붙었다. 안동 하회마을은 대체로 허씨와 안씨 등 유력한 씨족이 살아왔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1635년 기록에 따르면 류씨가 가장 많이 살았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인 화천(花川)이 흐르며, 그 둘레엔 넓은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하회마을을 한 번이라도 찾아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다. 때론 현재보다 과거가 아름답다는 사실을.야트막한 지붕의 초가와 멋스런 기와집이 공존하고, 아스팔트가 아닌 흙길에 봄 햇살이 넉넉하게 뿌려지는 곳. 평화로운 고요함 속에서 살아온 생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회마을이다.‘코로나19 시대’가 오기 전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과거가 그리운 요즘. 하회마을과 월영교, 조용히 밀려드는 안동댐의 새벽 물안개가 코로나19가 준 상처를 다독여주는 풍경과 만나보길 권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5-11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태양은 스스로를 비추지 않고,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우리 모두는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가 좋습니다.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안종수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장을 만나며 그 문장을 다시 한 번 음미했다. 안 회장은 드물게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 동안 인터뷰를 위해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과묵하다고 할까. 말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하라지만 판에 박힌 질문이 싫어서 그냥 나눔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가 뻔한 질문을 하기 위한 자리도 아니고, 꼭 많은 말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닌 터여서.안 회장의 왼쪽 가슴에 빨간 사랑의 열매가 꽂혀 있었다. 그 열매가 안 회장의 정체성을 말해주었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개인 고액기부자클럽인 대구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클럽 153호 회원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모임의 일원임을 그 사랑의 열매가 인증해준다. 가슴에 그처럼 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열매를 달고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말을 아끼는 중후함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다. 아무에게나 주는 열매도 아니고 아무나 달 수 있는 열매는 더욱 아니지만, 자신의 것을 떼어줄 수 있는 용기만 있으면 누구나 달아볼 수 있는 열매이기도 하다. 작은 나눔은 작은 대로 큰 나눔은 큰 대로, 꼭 그릇크기 만큼의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 열매의 가치가 빛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이름으로 존재하는 ‘나눔’의 실체를 세 부류로 구분해본다. 말없이 나눔을 실천하는 부류와 입으로 생색을 내는 부류, 나눔을 전혀 모르고 사는 부류. 자신은 어느 부류에 속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나눔은 물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녀서 생수 한 병부터 마스크 하나,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위로라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생각해볼 때, 나눔은 어쩌면 아주 쉬워 보이기도 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나눔!생각해보니 경계가 참으로 모호한 말이다. 가진 것을 나눈다? 남는 것을 나눈다? 어떤 식으로든 내 것을 나눈다는 뜻의 ‘나눔’은 참으로 숭고한 의미가 깃든 말이다. 생수 한 병이라도 남을 위해 내놓는 것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예사로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야지. 그런 난해함으로 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을 나는 특별히 사랑을 아는 분이라고, 신의 사랑을 타고 난 분이라고 분류해둔다. 가진 자는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제 것을 나누어주는 선의는 보통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녀서 안종수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은 더욱 빛나고 아름답다. 나눔을 생활화하는 삶.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고, 이는 곧 안 회장의 정체성이기도 해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나눔을 실천하고 사신 게 언제부터였어요?”“첫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요.”그는 부모님을 일찍 잃었다. 고향이 안동이고 고향집이 임하댐에 잠겨버렸다. 그는 7세 때에 아버지를 잃고 수몰지역인 고향을 떠나 대구로 나왔다. 중2때에 어머니마저 잃고 대구에서 혼자 생활하며 외로운 시절을 방황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 외로움이 안 회장을 과묵한 사람으로 만든 듯하다. 사람 좋아하는 천성이 그를 태권도협회로 이끌었다. 시작은 두 아이가 태권도를 시작하면서였다.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는 두 아이를 보며 청년시절의 방황을 접고 새 삶을 시작했다. 첫 아이를 낳고, 천사처럼 눈을 반짝이는 아들을 보는 순간 자신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으려면 막 살아서 안 되겠더라고. 두 아이를 따라 태권도 도장을 드나들며 자연스럽게 협회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인연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두 아이가 아버지를 변하게 했고, 아버지는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세상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IMF로 인해서 회사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경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며 그 고마움이 그를 봉사의 삶에 힘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그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녔다.“안 회장님께 태권도는 어떤 것입니까?”“아들에게서 느낀 사랑이고, 잘 살아보고 싶은 용기라고 할까요.”아들을 태권도 도장에 보내며 자연스럽게 태권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온 인연으로 2009년부터 8년간 대구시태권도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게 되었고 2016년 회장으로 취임 이후, 한국법무보호공단 대구경북지부 체육인 회장까지 맡게 되었다. 사내아이가 있는 집이면 흰 도복에 검은 띠를 매고 도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자녀들이 신체적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자신을 방어할 능력을 갖추길 바라며 태권도 도장에 보내지만 정작 아이들이 배워오는 건 품새와 겨루기보다 더 중요한 운동정신과 인성, 예절 교육이다. 안 회장 말로는 대구 태권도협회에 소속되어 있는 식구들이 4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종주국다운 관심과 사랑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사회봉사를 어떤 식으로 시작했어요?”“출발은 아주 소소하고 미미했어요.”협회 차원에서 연탄 삼천 장, 오천 장으로 시작한 봉사가 회사 차원으로 발전해서 쌀 100포대 150포대가 되었고, 대구교도소에 생수 일만 병을 기증하는 등, 한 해에 다섯 번 이상의 사랑 나눔 봉사로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연탄, 생수, 쌀, 외에 사회에서 기증받은 물품으로 봉사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결혼을 못하고 있는 재소자들을 합동결혼으로 맺어준다거나 면담으로 개개인의 어려운 사정을 들어주고, 일자리를 창출해주기도 한다고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봉사의 삶이,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의 말대로 ‘나비효과’를 일으켜 먼 태평양에서 파도가 일고 카오스를 일으켜, 마침내는 태권도협회와 주위의 사람들에게까지 아름다운 바람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고 귀띔해준다. 그 아름다운 미풍이 더 큰 나비효과를 일으켜 주위로 널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안 회장은 건설회사를 운영하며 협회 일까지 맡고 있으며, 대구광역시태권도협회와 대구경찰청의 공동치안 확대를 위한 업무 체결로 지역사회의 안전과 범죄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2013년부턴 한국법무보호공단 대구경북지부 체육인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가 하면 2009년부터 8년간 대구시 태권도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2016년 회장으로 취임 이후 제97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종합 2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전국에 태권도 도장이 만이천 개나 되고, 대구시에 속한 도장이 육백 개라고 한다. 외국인 스포츠 선수단의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대구태권도협회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시키며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뽐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태권도인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서기도 한다.“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세요?”“장학재단을 설립하고 싶습니다.”안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어려움에 처한 태권도인들과 어린이들의 진학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줄 수 있는 장학재단을 설립하고픈 커다란 염원을 펼친다. 태권도 지도자들의 노력으로 자라는 꿈나무들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이 땅에 진정한 태권도 정신이 바로 서도록 힘을 기울이고, 세계무대에 진출한 꿈나무들이 종주국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펼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중요한 것은 나눔을 실천하려는 마음이다. 강은 제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제 열매를 먹지 않으며 바람은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하늘은 다만 그 넓은 품을 열어줄 뿐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는다. 물, 나무, 바람 모두 빈 몸으로 간다./글 장정옥 소설가(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2021-05-11

대도시 지위 보장 여부 관계없이 ‘50만’ 상징성 중요

□ 포항시 인구 추이사람의 머릿수는 어떤 조직이나 단체, 나아가 국가의 힘과 영항력을 상징해왔다. 과거 노동력의 단순 셈이었던 인구 수는 오늘날에 와서 어떠한 집단의 발전 가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의미가 많이 달라지긴 했어도 인구 수의 많고 적음은 여전히 무수히 많은 판단의 잣대 중에서도 최우선 순위로 꼽힌다. 이는 일종의 통용되는 진리다. 현대사회에서 특정 도시의 규모나 성장가능성 등을 비교하는 상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포항은 전국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도시임에는 틀림없다. 220여 개 기초자치단체 중 20위권 안에 드는 인구 수를 갖고 있다. 전국 16개뿐인 대도시 중 하나가 바로 포항이다.그러나 지금의 포항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포항의 인구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73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준공과 함께 한반도 동남쪽 끝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은 부흥기를 맞는다. 전국가적 지원으로 포항의 인구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게 되고, 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덩달아 인구도 오름세를 타고 약 30만명을 넘어선다. 그리고 1995년, 도농 통합으로 영일군과 포항시가 하나의 도시로 합쳐짐에 따라 포항은 엄청난 양적 팽창을 이루게 된다. 당시 통합 포항시의 인구는 50만167명이었다.상승세였던 포항시의 인구 수는 도농통합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매년 1천명 이상씩 인구가 증가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요청 사태로 대한민국이 통째로 흔들리는 당시에도 포항시민들 사이에서는 “포항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포항이라는 도시의 성장세에는 제동장치가 없었다. 아니, 없는 줄 알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의 해인 2000년 51만5천977명까지 인구가 불어난 포항시의 인구는 첫 번째 위기를 맞는다. 우상향했던 포항시 인구 수가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된다. IMF의 영향이 남들보다 조금 늦게 포항을 덮친 것이다. 7년동안 무려 1만명의 인구가 포항을 떠났다.줄어 들던 포항의 인구가 반등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포항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포항의 인구는 다시 상승곡선을 타게 된다.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0만5천555명이었던 포항시의 인구는 2011년 51만7천88명까지 불어났다. 옛 수준을 회복한 데 더해 2015년에는 51만9천584명으로 역대 인구 최대치까지 찍게 된다. 그러나 2016년 51만6천775명, 2017년 51만3천832명, 2018년 51만13명 등 급속도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2021년 1월 기준 50만2천736명을 기록한다.중요한 점은 인구 수의 감소 시기다. 도시의 발전이 멈췄다고 볼 수 있는 때는 바로 2016년이다. “11.15포항지진의 영향으로 인구 수가 감소했다”는 일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지진 발생이 포항시의 인구 감소 현상을 가속화했다고는 받아들일 수 있으나, 인구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진이 발생한 2017년말에는 이미 포항의 인구가 최대치를 찍고 나서 5천여명 가까이 줄어든 이후다. 선후관계가 맞지 않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철강경기의 하락세 등으로 포항은 발전 동력을 잃어버렸고, 침체기 동안 새로운 먹거리산업을 찾지 못하면서 대도시 기준 턱걸이인 인구 50만명선까지 나앉게 됐다는 주장이 더 타당하다. 이렇게 접근하면 15∼39세 청년층의 인구 유출이 5년동안 무려 2만명에 달하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대도시 지위 잃나추세대로라면 포항시의 인구가 5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많다. 포항시 자체 인구만 놓고 보면 2019년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이미 시작됐다. 신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를 포항은 2년 전에 마주했다.인구 위기와 함께 따라나오는 건 많은 법률에서 보장받고 있는 대도시 특례에서 제외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수십년간 포항시가 직접 처리했던 도시계획의 승인이나 도시개발사업, 재개발·건축 등 많은 사무들의 승인 절차가 다시금 복잡해지면서 행정적 효율성과 시민들의 편의성이 낮아지게 된다. 일주일이 걸렸던 행정 처리가 특례 제외로 인해 한 달이 되고, 3개월 또는 반년을 넘을 수도 있다.물론 인구 50만명 밑으로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도 포항시가 대도시의 지위를 잃을 리는 없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에서는 인구 30만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로서 면적이 1천㎢ 이상인 경우 이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로 판단한다.포항시의 면적이 약 1천127㎢기 때문에 지금보다 20만명이 줄어들어도 포항시는 대도시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 개별법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포항의 대도시 특례는 50만명과 크게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인구 50만명이라는 도시 규모는 전국에서 대도시를 상징하는 의미로 쓰여왔다. 그만큼 50만명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경북 제 1도시이자 경북에서 유일하게 대도시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포항시에게는 실리보다는 명분으로써의 50만 인구 지키기가 필요해보인다.더욱이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중간격인 ‘특례시’라는 개념이 생겨나면서 대도시의 이름을 대신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구 100만명이 기준이지만, 포항시를 포함해 인구 50만명 이상 전국 대도시들의 협의체인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가 현재의 대도시들을 모두 특례시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꾸준히 건의 중이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2021-05-09

“원전 3천885일 무정지 연속운전 기록, 구성원 훈장과 같아”

지난 4월 20일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주) 한울원자력본부 한울원전 3호기(가압경수로형, 100만kW급)가 3천885일 무정지 연속운전(계획예방정비 기간 제외)을 달성했다. 국내 원전 최장기간 연속운전 신기록이다. 화려한 기록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한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숨은 주역 한울본부 정종근 대리(38)와 한전KPS 황신호 과장(56)을 만나봤다.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이번 기록은 발전소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은 결과다”고 입을 모았다.“대기록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요? 설비에 집중하다보면 사라져요”계측제어부 ‘믿을맨’ 한울원자력본부 정종근 대리-담당 업무는.△한울본부 제2발전소 계측제어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담당 업무는 주급수펌프터빈제어설비 정비다. 계측제어설비는 온도, 압력 등 발전소의 변수를 측정하고 제어하는 장치다. 각 설비의 현재 상태뿐만 아니라 주제어실에서 설비에 내린 명령을 전기신호 등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우리 몸으로 비유하자면 눈, 코, 입 같은 감각기관, 또는 뇌에서 보낸 신호를 구석구석 보내는 신경조직에 빗댈 수 있다.-원자력발전소에서 무정지 연속운전이란 어떤 의미인지.△원자력발전소는 1년 6개월마다 계획예방정비를 한다.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각종 기기 고장을 예방하고 설비의 신뢰도와 성능을 향상시키고자 시행하는 정기 점검 및 정비를 뜻한다. 이 기간에 연료봉도 교체한다.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그 다음 계획예방정비 시작하기 전까지 기간을 ‘주기’라고 하는데, 한 주기 동안 단 한 건의 정지도 없이 발전소 운전을 성공하면 ‘한 주기 무정지 연속운전’을 달성했다고 말한다.이를 위해선 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자로며 터빈, 각종 안전설비를 잘 유지하고 관리해야만 가능하다. 즉 원자력발전소 근무자에게 무정지 연속운전이란 발전소 모든 구성원이 자신이 맡은 바 업무를 막힘없이 해냈다는 훈장과도 같다.-이번에 한울3호기가 국내 원전 연속운전 신기록을 세웠는데 소감이 어떤지.△한울3호기는 2008년 7월 25일부터 2021년 4월 20일까지 8주기 동안 계획예방정비 외에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전력을 생산했다. 한울3호기가 3천885일 연속운전으로 생산한 전력량은 약 9천712만 MWh인데 이는 경북도 전체가 약 2년 4개월간 쓸 수 있는 양이다.이렇듯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는 보람과 함께 국내 원전 최장기간 연속운전을 달성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한울3호기는 국내 자립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한국표준형원전인만큼 이번 기록은 한국표준형원전의 안전성과 안전운영 능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마음 한 켠엔 대기록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담당 설비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그런 생각을 잊곤 한다.-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원자력발전소가 24시간 가동되다 보니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자다가도 뛰쳐나갈 때가 종종 있다. 계측제어설비는 발전소 구석구석과 연관돼 있어서 발전소에 이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연락을 받는 편이다.-업무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점은.△역시 안전이다. 꽃을 잘 기르려면 관심을 많이 쏟아야 하듯이 설비도 마찬가지다. 비록 살아 숨 쉬는 생명체는 아니지만 내 자식처럼 정성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수시로 현장을 돌면서 직접 눈으로 설비가 잘 있는지, 따로 이상은 없는지 확인해야 마음이 놓인다. 계획예방정비 기간은 더욱 그렇다. 운동선수들이 시즌이 끝나면 다음 시즌을 대비해 몸 상태를 다시 끌어올리듯이 계획예방정비 때 든든히 준비해놔야 다음 주기에 차질없이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3천885일 무정지 연속운전의 대기록은 발전소 구성원들이 하루하루 자기 업무에 헌신해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해 원전 안전운영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1996년 시운전 시절부터 원전과 함께… 한울3호기 역사의 산증인이죠”정비품질 전문가 한전KPS 황신호 과장-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한전KPS 한울2사업소 품질보증부에서 현장 정비원의 정비 품질을 보증하는 품질검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정비 오류를 예방하고 정비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한울3호기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는데.△1996년 시운전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울3호기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운전 시절부터 쭉 함께한 셈이니 자타공인 한울3호기 역사의 산증인이다. 태어나고 자란 곳도 울진군이라 더욱 애착이 크다. 그래서인지 고향이자 친구 같은 한울3호기가 10년을 넘는 세월 동안 고장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했다는 사실이 내겐 누구보다 큰 자랑거리다. 또 한울3호기는 국내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한국표준형원전이란 점이 더욱 자부심을 더한다.-한울3호기 3천885일 무정지 연속운전 기록 달성에 가장 큰 원동력은.△모든 구성원의 협업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발전소는 기계, 전기, 계측 등 다양한 설비가 어우러진 시설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 외에도 한전KPS를 비롯해 각 분야 정비에 전문성을 갖춘 여러 협력사가 상주하고 있다. 서로 다른 조직이 공존하다 보니 존중과 배려에 기반한 상생이 필수다. 즉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한울본부의 모든 종사자는 발전소 안전운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쳐 각자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앞으로 포부는.△한울3호기가 또 다른 기록을 향해 계획예방정비 대장정에 돌입했다. 기본과 원칙이 살아있는 품질보증의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정비에 사각지대가 없는지, 절차를 간과한 오류는 없는지 세심히 살펴 완벽한 정비품질 구현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장인설기자 jang3338@kbmaeil.com

2021-05-06

흥가락에 시름 풀어 놓으니 우울과 열등감은 저만치에…

여기 포항 흥해읍 너른 들판에서 신명나게 노래하며 춤추는 사람이 있다.10대 때부터 30대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우울증과 열등의식의 어두운 터널을 걸었던 그녀는 국악을 만나며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포항흥해농요보존회 박현미(57) 회장은 국악을 배우는 궁극적 목적이 뭐냐는 물음에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의 경우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답이다.흥해읍은 옛날부터 논농사가 발달한 지역이었다. 모내기와 벼 베기 등 농사일의 힘겨움과 시름을 ‘노래 한 가락’으로 위로하던 우리 선조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화는 흥해농요의 전승 기반을 무너뜨렸다.그것을 안타까워하던 이들이 적지 않았다. 박현미 회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몇 해 전 포항 지진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노래로 치료해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만든 게 포항흥해농요보존회.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단체가 만들어지는데 도움을 줬다.지난주 본사 편집국에서 박현미 회장을 만나 흥해농요의 매력, 국악과 함께 해온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향은 어디인지.△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났다. 결혼도 옆 동네 사는 첫사랑과 했다. 시댁과 친정이 겨우 3분 거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창녕에서 졸업했다. 대학은 대구에서 다녔고 유아교육을 전공했다. 졸업 후엔 임용고시를 거쳐 병설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했다. 7급 공무원 생활을 10년쯤 한 것이다.-소녀 시절부터 춤과 노래에 관심이 있었나.△아버지가 교사였다. 아버지가 재직한 학교에 다녔으니 조금은 특별한 대우도 받았다. 예능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 땐 창녕군에서 열린 무용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간 적도 있다. 운동회나 소풍 때면 응원단장 역할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중학교 후반부턴 우울한 아이로 변했다. 존재감도 없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외출도 잘 하지 않을 정도였다. 우울증과 열등감은 오래 갔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속됐으니까. 국악을 배우면서부터 그것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포항과 처음 인연을 맺은 시기는.△30대 초반 시절이다. 남편이 경남 창원에서 일하다가 포항공대 직원으로 오게 됐다. 그때 유치원 교사를 그만뒀다. 안정적인 공무원이었지만, 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식구 많은 집의 맏며느리로 고생하며 살던 어머니의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봤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열등의식과 우울증은 그때까지 나를 따라다녔다.-국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뭔가.△국악을 접한 것은 30년쯤 됐다. 흥해복지센터에서 민요 강사도 오래 했다. 포항으로 이주하면서 영남대 국악과에 들어갔다. 우울한 일상에서 탈출한 것도 그 시기다. 열등감과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국악의 많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배우고 익혔다. 민요도 부르고, 북과 장구도 치고, 판소리도 공부했다.포항에 와서 처음 장구를 쳤을 때를 잊지 못한다. 마음속에 어둡게 웅크리고 있던 묵은 찌꺼기가 내려갔고, 스트레스가 단숨에 풀렸다. ‘이게 내 길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그즈음 포스코 문화센터 민요 강사도 시작했다. 40대 늦은 나이에 대학에서 어렵게 국악 석사 과정을 마친 것도 내 안의 우울을 온전히 떨쳐내기 위해서였다.-흥해농요와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지.△2017년 포항에 큰 지진이 났다. 이 상처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때 떠오른 생각이 ‘소리를 통해 지진이 사람들에게 준 고통에서 벗어나보자’는 것이었다. 2018년에 흥해읍을 찾아가 읍장을 만났다. 그때 내게는 홍해농요를 연구하고 채록한 박창원(동해안민속문화연구소장) 선생과 권태룡(한국아이국악협회장) 선생이 모아 엮은 자료가 있었다. 그것들이 흥해농요의 대중화와 흥해농요보존회를 창립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농요의 수집과 기록 과정은 어떤 방식인가.△일단 농요를 부르는 분이 살아있는 게 가장 좋다. 그들을 만나 노래를 듣고 그걸 문자로 기록하고 녹음으로 남긴다. 앞서 언급한 박창원 소장과 권태룡 회장이 해온 게 그런 일이다. 그것이 흥해농요의 실체 보존에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노래를 배우고 있는 김선이 어르신은 흥해농요를 젊을 때부터 불러온 분이다. 그분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하다. 흥해 허수아비 축제에서 많은 이들이 농요를 함께 불렀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흥해농요가 가진 매력은.△우리 지역, 즉 포항의 소리라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지방의 노래, 호남의 노래는 그것들만의 특징이 있다. 흥해농요도 마찬가지다. 이곳 사투리로 이곳의 삶을 노래하는 것이 바로 흥해농요다. 그런 특성이 있기에 부르면 입에 착착 감긴다.(웃음)-흥해농요를 배우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는데.△맞다. 지금도 나는 배우는 학생인 동시에 선생이기도 하다. 흥해엔 흥해농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다.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다. 앞으로도 이들에 의해 흥해농요는 그 맥을 이어갈 것이라고 믿는다. 관련 심포지엄을 열면 국악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그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흥해농요가 무형문화재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30년 이상 소리꾼으로 살아오며 다른 지역의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 흥해농요라는 ‘나의 노래’가 생겼기에 자긍심과 자부심을 느낀다.-흥해농요 관련 공연도 많이 열었을 듯하다.△보존회가 생기고 3년 동안 공연을 자주 했다. 경창대회, 현장 재현행사 등 소규모 공연은 말할 것도 없고, 큰 도로를 막고 100여 명이 함께 농요를 부르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즐겨 보는 공중파방송 프로그램에도 흥해농요가 소개됐다. 부르면 스스로 신명이 나는 게 농요다. 누군가가 ‘10년 세월이 걸릴 홍해농요 홍보를 3년 안에 해냈다’고 칭찬했다. 모두가 농요를 아껴준 여러분들 덕택이다. 그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잊을 수 없는 기억은.△흥해농요를 듣고 있던 한 할머니가 나를 불렀다. ‘젊은 당신이 내가 어릴 때 듣고 부르던 농요를 어떻게 아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 할머니는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농요는 농사일을 하는 곳에서 불러야 제맛이 나는 노래다. 그걸 재현하기 위해 흥해에 조그만 논도 샀다. 그곳이 ‘흥해농요 체험장’ 역할을 하고 있다.-당신에게 흥해농요는 어떤 의미인가.△포항에 와서 국악인이 됐다. 포항의 소리와 문화예술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흥해농요는 경기민요, 남도소리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우리나라 동부민요다. 50대 중반에 발견한 보석이 바로 흥해농요 아닐까. 이전에 내가 불렀던 노래들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었다.-앞으로의 계획은.△30년간 사람들에게 국악을 가르쳤다. 악기도 개인적으로 구입해 모두가 연주해볼 수 있도록 했다. 국악대중화에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흥해농요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면 좋겠고, 그것을 넘어 국가 무형문화재가 될 수 있도록 관심 가진 분들과 여러 가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국악을 만나기 전에는 내 자신이 싫었다. 우울증과 열등의식의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게 해준 게 바로 국악이고 흥해농요다.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포기한 게 이제는 후회되지 않는다. 국악과 흥해농요가 내게 구세주가 돼준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우리의 소리를 들으며 환하게 웃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결국 국악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니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5-05

차별화된 농업시책 추진 ‘미래농업의 메카 김천’ 건설

김천시가 농업인의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시책과 비전 제시로 농업인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농정시책 추진에 앞장서고 있다.3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산물 수출 12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도 신품종 딸기 수출을 시작으로 포도, 새송이버섯, 양파 등 150억원의 수출을 목표로 변모하는 농업·부자농촌 김천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젊은 농업인 육성으로 미래농업 동력 얻자김천시는 우선적으로 젊고 유능한 청년농업인 육성을 위한 다양한 시책으로 농촌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만50세 미만 농업인을 대상으로 2억원까지 지원하는 후계농업인 육성사업과 39세 미만의 젊은 농업인 양성을 위해 2021년까지 청년 창업농 97명을 선발해 매월 8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지원해 청년 농부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농업인 경영안정화 추진으로 삶의 질 향상김천시는 농업인의 경영안정화를 위한 공익증진 직불제 지원에 212억원 및 노동력 부족현상 해소를 위한 중소형 농기계지원, 농촌인력 중개센터 운영, 유기질비료지원 및 친환경농업 육성 등을 집중 지원, 농가소득보전은 물론 경영안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영농여건이 불리한 중산간지역(지례5개면) 26농가들이 새소득품목인 포도(샤인머스캣)를 재배할수 있도록 8억원을 지원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산간지역 농업인에게 영농의욕을 고취시키고 불균등한 소득편차를 줄여 다 함께 잘사는 농촌을 만들어 가고 있다.◇부자농촌, 과수농가 경쟁력 강화로 이끈다김천는 2004∼2021년까지 총사업비 1천50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FTA과수고품질 시설현대화 사업에 차별화된 경영전략에 필수인 시설하우스 설치는 물론 지주 및 관수시설, 우량품종갱신 등으로 과수농가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적 지원하고 있다. 동시에 농촌 노동력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을 해소하며 최적의 과수 고품질 생산여건 조성 등을 위한 과수생력화사업, 저온저장고 지원, 당도 측정기, 과실품질향상 자재 및 미생물제제 지원 등에도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특화된 과수산업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김천에서 생산된 과일은 전국 어디서든 ‘김천앤’브랜드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올해 김천 자두·포도 축제는 비대면으로김천의 자두·포도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키며 매년 개최되는 ‘김천시 포도자두축제’가 올해는 과종별 출하시기에 맞춰 6월 자두를 시작으로 10월에는 샤인머스켓 위주로 비대면 온라인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과수원 VR체험과 유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홍보 프로그램 등으로 김천을 알리고 코로나19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시간적·공간적 제한 없이 제철 과일을 온라인마켓 및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소비자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판매 중심의 축제가 될 전망이다.◇도내 첫 샤인머스켓 당도표시·등급제, 시장 품질인증제 시행전국적으로 샤인머스켓 재배면적이 급증하는 가운데 과잉 샤인머스켓 유통시장에서 김천농가들이 우위를 점할수 있는 유일한 길은 철저한 품질관리뿐이라는 것을 일찍이 자각하고 김천시는 올해부터 도내 최초로 당도표시 및 등급제(일반, 프리미엄), 김천시장 품질인증제를 실시한다. 김천앤 포장재 일반박스는 포도송이 하단부에서 측정된 당도가 16Brix±1이며 프리미엄박스는 18Brix±1로 현지심사를 거쳐 김천시장 품질인증스티커를 부착·출하함으로써 가격 차별화를 유도할 예정이다.◇5곳 농기계임대사업소 운영… 전국 최저 임대료김천시의 농기계임대사업소는 농업기술센터 내 본점을 비롯해 동·서·남·북지점 외에도 2020년에 완공된 중부지점까지 5개로 확대되어 농기계 임대가 좀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진행되고 있다.올해부터는 명절을 제외한 연중 임대가 가능해 농가의 작업효율을 높이고 여름철 폭염을 피해 안전하게 농작업을 할 수 있도록 농기계 출고 시간을 1일 2회(오전8시30분, 오후4시)로 조정하고 타 자치단체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임대료는 전국 최저수준으로 농가의 경영비 절감에도 앞장서고 있다.◇귀농귀촌 선도도시 김천, 탄탄한 지원정책으로 도시민 유치 총력김천시는 최근 5년간 총 1만283명(귀농 1천89명, 귀촌 9천194명)의 귀농귀촌인들이 정착해 귀농귀촌의 선도도시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정착지원금 및 농가주택수리비 지원과 농업창업 및 주거 공간 마련을 위한 정부 융자사업 등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지역 농업 인력 구조개선 및 도시민 농촌유치에 한걸음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농업인과 소비자 만족형 스마트 퀵 서비스 교육김천시는 전국최대의 포도주산지의 명성에 맞게 소비자들에게 인기높은 샤인머스켓의 재배를 희망하는 농업인에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농업인 실용교육을 통해 농한기 포도교육, 김천시 포도대학 기초·심화 과정 및 샤인머스켓 특별과정 등으로 수준별·시기별 교육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기별 농업인교육을 적기에 추진 하기 위해 김천시는 도내 최초로 농업인을 위한 온라인 스마트 퀵 교육 서비스로 전년대비 교재제작예산은 4천820만원이 절감되는 반면 지난해 온라인+오프라인 교육 참여자는 총 2만9천600명으로 많은 농업인이 교육에 관심을 보였다.◇악성 가축전염병 제로화 추진2010년 구제역파동을 겪으면서 ‘가축질병없는 청정김천’사수를 위한 가축질병 예방을 위해 소 탄저·기종저 외 23종의 질병에 대한 예방백신을 총 사업비 4억7천만원을 투입해 축종별·질병별 맞춤형으로 7만여병의 예방백신을 공급하고 직접 투약이 어려운 영세농가를 위해 공수의를 통해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또한 구제역·AI·ASF 등 악성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말까지 ‘고강도 특별방역 대책기간’을 설정해 방역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지난해 12월 준공돼 상시운영중인 김천시 거점소독시설은 지역을 거치는 모든 축산관련차량에 전면적인 소독을 실시하는 등 촘촘하고 빈틈없는 방역활동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스마트팜 등 새기술 조기보급으로 농업 경쟁력 확보김천시는 전국최대의 자두·포도 주산지로 산업특구 지정 및 지리적표시제 등록과 더불어 전국자두·포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지역 과수경쟁력 확보에 다양한 재배기술을 보급해 고령화된 농촌 현실을 고려한 새기술보급에 앞장선다. 시는 기존의 3배 이상 수확이 가능하게 한 자두과원 Y자 지주시설 보급을 시작으로 근래 급증하고 있는 샤인머스켓의 안정적 생산 및 분산 출하를 위해 노지 재배 대비 15일 정도 출하시기를 당길 수 있는 무가온촉성재배 방식의 ‘김천형 완전피복식 광폭 비가림 시설 및 ICT 장비’ 보급에 최근 2년 동안 42억의 예산이 투입됐다. 또한 고령화로 인한 농촌인구 감소로 큰 어려움에 빠져있는 농촌에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팜을 활용한 미래 첨단농업 기술보급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2016∼2019년까지 총 18ha, 70농가를 대상으로 주 작목인 포도뿐만 아니라 딸기와 참외, 오이 등 시설원예작목 위주로 활발히 스마트팜 신기술을 보급 중이며 향후 지속 확대보급 할 계획이다.◇미생물 공급 확대로 지속가능한 농업 실천김천시에서는 2016년부터 연간 12만 리터를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미생물 배양실을 운영하고 있다.고초균, 유산균, 효모균, 광합성균, 혼합균으로 구성된 양질의 배양액이 리터당 900원에 공급되고 있으며 연작장해 예방, 비료 절감, 작물생육 촉진, 병해 조기 예방, 축사악취 제거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찾는 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김충섭 김천시장은 “어려운 시기에 자리를 꿋꿋히 지켜주는 농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새로운 농업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좀더 차별화된 농업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농촌사회에 새롭게 활력을 불어넣어 ‘부자농촌 김천’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나채복기자 ncb7737@kbmaeil.com

2021-05-03

도시계획 등 18개 분야 직접처리 가능한 지위 가져

포항시는 경북도에서 유일하게 대도시 특례를 받는 도시다. 지방자치법 상 인구 50만 이상의 지방자치단체는 ‘특별한 존재’로 대우를 받는다. 대한민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대도시 기준에 부합하는 도시는 단 17곳, 이중 한 곳이 바로 경북의 제1도시 포항이다. 그러나 최근 포항의 인구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대도시 기준인 인구 50만명이 붕괴될 위험과 맞닿아 있다. 많은 혜택을 얻고 있는 대도시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하고 있다. 전국 대도시들의 인구 증감 사례를 통해 포항시의 인구 정책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기획 연재한다.  □ 대도시의 기준지방자치법 제2조에 따라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흔히 광역자치단체로 불리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가 있고, 기초자치단체인 시, 군, 구가 있다. 서울특별시나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등이 광역자치단체에 해당한다. 대구 수성구나 경북 포항시 등은 기초자치단체다.지방자치단체는 법률에 의해 모두 법인이다. 주체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의무도 가진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는 정부와 직할(直轄) 관계를 맺고 있으며, 기초자치단체는 광역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있다. 모두가 법적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갖고 있으나 또 그렇지 않은 유기적 관계다.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나누는 법적 기준은 과거에도, 현재도 없다. 다만, 행정안전부의 행정구역 실무편람에서는 광역시의 기준에 대해 통상 인구 100만의 도시로서 면적, 지리적 여건, 잔여지역에 미치는 영향, 재정 자립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광역시의 자격을 가진 도시는 광주, 대구, 대전, 부산, 울산, 인천까지 6개 도시다.지방자치법에서는 ‘대도시’라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 특별시나 광역시, 특별자치시 등과 같은 광역단체를 제외한 도시들 중 인구 50만 이상이 되는 도시들을 대도시라고 하고, 대도시의 행정이나 재정 운영 및 국가의 지도·감독에 대해서는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는 자치 분권이라는 방향성 아래 대도시에 예산이나 조직, 사무 등 자치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예외로 ‘지방자치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지방분권법)’에서는 인구 30만 이상인 지방자치단체로서 면적이 1천㎢ 이상인 경우 이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로 본다.현재 전국의 대도시는 수원, 고양, 용인, 창원, 성남, 청주, 부천, 화성, 남양주, 전주, 천안, 안산, 안양, 김해, 평택, 포항 등 16개 도시다. 여기에 지난해 인구 50만을 돌파한 시흥시가 오는 2022년 17번째 대도시 반열에 오른다.□ 대도시 특례‘대도시 특례’로 불리는 이 조항으로 인해 기초단체지만 인구 50만을 넘어서면서 대도시의 지위를 가진 도시들은 광역단체의 사무인 보건의료, 주택건설, 도시계획 등 18개 분야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 이는 도시 규모의 성장으로 함께 많아진 행정적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동시에 주민들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함이다.사무 특례 조항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지난 2017년 7월 26일 개정)에 따라 정해져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설치 및 지도·감독을 비롯해 지방공사·공단 등 지방공기업의 설립 및 운영,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과 대지조성사업계획의 승인 및 준공검사 등의 업무를 관장한다.또한 토지구획정리사업에 따른 환지계획 인가와 부담금 및 보조금의 집행잔액 허가, 행정청이 시행하는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인가 및 변경인가, 행정청이 아닌 자에 대한 도시계획사업시행허가 승인 및 변경승인,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 인가 고시, 경미한 도시계획의 변경 결정, 도시계획의 지적승인사무, 도시계획사업에 대한 준공검사, 도시재개발사업 시행자 지정 신청, 도시재개발사업 시행의 지도·감독 등의 업무도 있다. 자치단체가 지역특성에 맞게 도시를 설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권한도 지니고 있다.더욱이 배출시설의 설치허가 및 변경허가와 환경오염물질의 제거명령, 산업폐기물 재생이용업자의 신고수리 및 관리, 축산폐수정화시설의 설계시공업의 등록 및 지도·감독, 비산먼지시설의 개선명령, 비산먼지시설사업의 중지 및 시설 등의 사용중지·사용제한명령 등 환경업무도 위임돼 있다.건설기계 등록 및 등록말소와 건설기계등록사항의 변경신고, 자동차 운송사업(전세버스·일반구역화물자동차 및 특수여객자동차 운송사업만 해당한다)면허와 이에 관련되는 사무, 자동차 운송사업(택시만 해당한다) 계획변경인가 등의 업무도 있다.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정원 범위에서의 6급 이하 정원 책정 사무를 비롯해 △토지의 지번경정승인 △지적공부의 반출승인 △축척변경승인 △지적측량검사 △지적측량 대행법인의 지도·감독 △식품제조업(유가공품제조업 및 식육제품업만 해당한다) 허가·변경허가 및 시정명령 △식품제조시설의 개수명령 △폐기처분 △식품제조업 허가취소 △묘지·화장장 및 봉안당의 허가 △묘지·화장장·봉안당의 구역 및 시설 변경과 폐지의 허가 △고압가스제조업 허가 △도시가스 공급시설의 설치공사계획 승인 및 변경승인 △지방채 발행 승인 신청 등이 있다.이에 더해 개별 법률에 의해서도 대도시들은 많은 사무 특례를 적용받는다. 50만 이상의 대도시는 △온천개발계획 수립 및 승인(온천법)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의 수립 및 구역 지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 촉진 계획의 결정 및 변경(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대지면적 10만㎡ 이상의 주택건설사업 또는 대지조성사업 승인(주택법) △도시개발구역의 지정 및 도시계발계획의 수립·변경권(도시개발법) △도시관리계획 결정 등(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반산업단지 및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산업임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의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이밖에 지방어항 지정(어촌·어항법) △박물관 및 미술관의 등록(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등에서 혜택이 주어진다. 추가로 100만 이상의 대도시는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역개발 채권 발행,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 허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예정지구 지정 등에서 권한을 가진다.지방분권법에 따라 대도시는 징수한 도세 중 10% 이하 범위에서 일정 비율을 추가 확보해 교부받을 수 있고, 지방재정법에서는 대도시가 일반 기초단체보다 조정교부금 20%를 추가 지원받도록 하는 재정 특례도 받고 있다./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1-05-02

‘안전 도시 문경만들기’ 7만 시민·공무원이 함께한다

문경시는 2020년 1월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쉽게 종식되지 않을 무서운 병이라고 예측하고 즉각 심각단계 체제로 전환하고 비상방역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정부 대응에 한 발 앞서 코로나19 대응으로 온 공무원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버스터미널, 기차역, 관광지, 공공청사 등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엔 대인소독기를 2020년 2월부터 운영했으며 전국 최초로 대인소독차를 이용해 찾아가는 방역도 실시하고 있다. 찾아가는 대인소독차는 지난해 7월 중앙안전대책본부에서 실시한 ‘코로나19 지자체 방역관리 실태 확인·점검’에서, 주요 수범사례로 전국적으로 소개되기도 했으며, 올해 4월에는 특허 등록도 했다.지난해 4월에는 생활권이 상당히 겹치는 인근 지자체에서 2차, 3차 감염으로 의심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공무원들은 주말도 반납한 채 마스크 쓰기 운동을 펼쳤으며 아울러 시민 건강 전수조사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시민 건강 전화조사를 받은 한 시민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위축되는 시기에 시에서 안부전화와 행동요령을 안내해주니 안심되고, 행정에 신뢰가 생긴다. 시에서 안내해준 행동요령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또한, 외지인의 출입이 많은 버스터미널, 기차역, 장례식장, 주요 관광지에 공무원 등 인력을 배치하여 열 체크, 대인소독기 통과를 지도하고 있으며, 기존 위생업소 및 학원·교습소는 물론 장례식장, 예식장, 방문판매업 등 방역 사각지대를 매일 점검하는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민간시설의 감염병 예방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했다.이는 전국 첫 감염병 예방시설 지원사업으로 전국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음식점과 학원,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PC방, 숙박업 등 환기 시설을 개선하고 소독 물품을 지원해 금전적 지원을 넘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었다.지난해에는 총 사업비 30억 원을 투입해 영세자영업자 573곳에 시설개선 지원 사업을 완료했고, 올해도 20억 원을 투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 사업은 감염병 예방과 동시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의료기관에는 시 예산을 들여 이동형 음압 병실을 임대해줘 코로나 의심 환자와 일반 환자 모두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실천하고 있다.시는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개최 시 세계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 방문함에 따라 감염병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보건소에 도내 최초로 음압 진료실을 설치하고, 병원에 음압 텐트를 보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 대응 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계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여 올해 1월 최첨단 시스템이 갖춰진 감염병관리센터를 개소·운영해 시민들이 불편없이 신속·편리하게 검사받도록 하는 등 감염병 확산 방지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문경지역의 시민단체의 홍보 활동도 감염병 예방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코로나19가 지자체의 방역 활동만큼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수칙 준수 등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여부가 매우 중요하기에 시민단체들은 보유한 차량을 이용한 거리방송을 통해 시민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이들 단체는 전통시장, 아파트 등 주거 지역, 모전공원, 영강체육공원 등 공원과 체육시설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찾아가 홍보활동을 펼치고,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올바르게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에게는 마스크 착용법도 안내하고 있다.더욱이 매년 발생하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을 위해 가금류를 키우고 있는 전 농가를 대상으로 방역 및 예찰 활동을 펼치는 등 문경시 1천명의 공직자들이 코로나19와 AI(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부터 우리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기 위해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피로감이 누적되어 있음에도 부서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19 및 AI(조류인플랜자) 대응 등 관련부서의 2019년 대비 2020년 초과근무시간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문경시는 2021년도 예산을 일반회계 6천550억, 특별회계 1천억 등 총 7천550억 원을 편성해 영강보행구조물 설치(61억원), 경천호 녹색 한반도공원 조성(25억), 감염병예방 시설개선 지원사업(20억), 도시재생 뉴딜사업(52억) 등 코로나19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경기침체 속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소상공인 및 청년 등 서민생활을 안정화 시키며 농촌마을 개발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 및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추진 중에 있다.동시에 국·도비 확보를 위해 주요 현안사업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및 국회, 경북도를 수시로 출장 방문하여 불철주야 애쓰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속집행 또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상반기 신속집행 목표액은 올해 사업비 4천837억 원의 63%에 해당하는 3천 47억 원으로 이를 위해 지난 1월 읍·면·동 시설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합동 설계반을 운영해 설계를 완료했으며 각 사업장별 공사계약과 동시에 착공토록해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상반기에 추진하는 모든 사업을 긴급 입찰 방식으로 추진하고 공사대금의 선급금 지급률을 높게 설정했으며, 시장 주재 신속집행 추진상황 보고회를 통해 주요 현안사업과 이월사업에 대한 추진상황을 점검해 지역민에게 실질적인 수혜가 돌아가도록 추진하고 있다.특히, 문경세계명상센터 건립, 청소년문화의집 운영 부지매입,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한 열감지기 및 공기살균기 구입, 맞춤형복지포인트 등을 우선 추진해 신속집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전 행정력을 동원해 지역경제 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이러한 가운데 문경시 공무원 2명이 지난 4월 16일과 17일, 연이어 뇌출혈 판정을 받고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건설과에서 근무하는 K담당(시설6급)은 지역 SOC 사업(건설 등)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 선후배 공직자로부터 모범이 되어 왔으며, 2020년 1월부터 건설과 도로담당으로 재직하면서 제2차 국가철도망사업의 하나인 중부내륙고속철도 조기개통을 위해 국토교통부, 국가철도공단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문경시 철도망 구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또한, 지역 내 국·도, 시·도 등 도로망 확충을 위해 경북도 및 중앙부처를 수시로 방문하는 등 예산확보에도 온 힘을 쏟았으며,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각종 사업의 조기 준공과 시민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 쓰러지기 직전에도 건설현장을 수시로 찾아 공사 진행사항을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K담당은 다행히 평소 마라톤 등 생활 체육을 즐겨하면서 자기관리에도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유통축산과에 근무하는 B주무관(수의7급)은 지난 16일 동료 직원 2명과 저녁식사를 하던 중 두통을 호소해 병원을 찾아가 진단한 결과 뇌출혈 판정을 받고 신속히 대처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B주무관은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를 거쳐 2019년 4월부터 문경시에서 근무했으며, AI(조류인플루엔자), ASF(아프리카돼지열병), FMD(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축산농가 예찰 및 예방활동, 소독을 위해 평일, 휴일 구분없이 일해왔다. 축산관련 예산확보를 위해서는 중앙부처(농림축산식품부), 경북도를 수시로 방문하는 등 업무에 매진했다.문경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방역과 경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꼼꼼한 방역과 적극적인 행정으로 방역과 경제의 동반성장을 7만 시민과 함께 만들어나가겠다”고 전했다./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1-05-02

영천서 대도시 인프라 누린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 연장 현실화

영천의 오랜 염원이었던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경마공원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영천은 개청이래 최대 경사를 맞고 있다.최기문 시장은 취임 후 시민의 가려운 곳부터 영천의 굵직한 사업까지 시민편익을 중심으로 한 사업들을 추진하고자 지속적으로 중앙부처, 국회 등 관계부서에 직접 발로 뛰어다녔다.올해 신년 화두로 유지경성(有志竟成)을 정하고 시민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을 필두로 동분서주 뛰어다닌 결과 지난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공청회에서 영천경마공원(금호) 연장이 포함되는 성과를 이뤘다.이에 따라 대구 1호선 영천 연장이 6월 발표 예정인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확정·고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영천시의 그간 추진현황과 앞으로 계획, 기대효과 등에 대해 최 시장을 만나 얘기를 나눠 봤다.◇ 그간 추진현황2019년 5월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이 착공됐고, 국토교통부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용역을 착수하며, 영천시도 꾸준히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연장에 대해 건의해 왔다.2020년 대구도시철도 1호선 금호 연장 사전타당성 조사용역 결과인 경제성 분석결과(B/C 0.71)를 토대로 최기문 시장과 직원들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에 대해 중앙부처와 국회 등 관계자를 만나 당위성에 대해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지난해 국무총리와의 만남에서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도 건의했으며, 국무조정실장에게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반영을 요청하기도 했다.도시철도 등 광역 교통의 신설 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장도 찾아 영천 경마공원역까지 연장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했다.이 과정에서 시민, 국회의원, 시·도의원, 중앙부처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관계자가 함께 응원하며 힘을 보탰고, 영천시의회의 대구도시철도 1호선 연장을 위한 의원연구단체도 행정부의 노력에 힘을 더한 결과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향후 10년간(2021~2030) 철도 투자를 효율적, 체계적으로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것으로, 국가철도망 구축의 기본방향과 노선 확충계획을 담은 중장기 법정 계획이다.지난 22일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주최한 공청회에서 한국교통연구원은 제시된 의견을 반영하여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수립 연구’ 최종안을 마련하고, 국토교통부는 이 최종안을 토대로 관계기관 협의, 국토계획평가, 철도산업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사업개요와 필요성영천경마공원 연장은 2천52억 원을 투입해 경산시 하양역에서 영천시 금호읍까지 5㎞ 구간을 연장하는 사업으로, 신축 예정인 하양역에서 현재 금호역까지 지상철로 연결된다.경산시 하양읍 동서 오거리 부근 대구대역, 영천시 금호읍에 영천경마공원역 2개의 정거장이 설치될 예정이다. 연장이 된다면 대구와 30분대로 접어들게 돼 대구광역시와의 동일 생활권 형성으로 교통이 편리해지고 문화, 교육, 의료 등의 폭넓은 문화 향유 기회 확대로 삶의 질 향상이 기대된다.2024년 금호읍에 개장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 영천경마공원(44만평)에는 연 2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3만명의 대구대 학생들의 출퇴근 편의와 시간 단축을 위해 편리한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은 이용자의 편리와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이다.추진 중인 지식창조형 경제자유구역(스타밸리), 퓨처모빌리티 RD시티, 금호일반산업단지, 2천 세대 규모의 금호 신월리 신도시 조성 등 각종 개발계획에도 사통팔달 원활한 교통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최기문 영천시장이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연장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영천 연장 기대효과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인 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국내 최초의 잔디 경주로를 갖춘 경마장이 본격적으로 운영되면 경마 관람을 위한 하루 입장객은 최대 9천 명, 공원 입장객은 최대 5천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 사통팔달의 원활한 교통 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이에 금호-하양 간 국도 6차로 확장사업, 금호 대창 하이패스 IC 설치에 각각 국비 250억 원과 75억 원을 확보하며 교통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만큼 영천경마공원의 성공적인 개장이 기대된다.이와 더불어 영천경마공원역을 중심으로 신시가지 형성과 관련한 역세권 개발 사업들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연장은 금호 대창 하이패스 IC설치와 연계로 기업의 물류 수송 시스템의 효율적인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산업단지 내 첨단기업의 입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역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계획상반기 내 국토부의 계획안이 확정·고시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추진을 위한 행정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조사,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경북도·대구·영천·경산 간 양해각서 체결, 대구시의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용역 시행, 국토부의 기본계획 승인·고시 후 설계용역, 공사착공 순으로 진행된다.최기문 시장은 “대구도시철도 1호선 영천 연장이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에 반영된 것은 전 시민과 함께 이뤄낸 성과다”며 “영천의 지도가 바뀔 백년지대계인 만큼 영천에 도시철도가 다니는 기적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올 6월에 있을 계획안 확정·고시 전까지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조규남기자 nam8319@kbmaeil.com

2021-04-29

관심·관찰·관계… 피사체의 온도를 설정하다

찰나의 순간을 영원의 기록으로 남기는 게 사진 아닐까? 고교 시절 빠져든 사진의 매력을 잊지 못해 회갑을 맞은 올해까지 사진과 함께 울고 웃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사진작가 김훈 씨.그는 사진을 ‘또 하나의 언어’라고 말한다. 소설가가 소설이란 언어로, 화가가 그림이란 언어로 세상을 향해 발언한다면 사진가는 사진이란 언어로 대화하는 사람이라고 김훈은 믿고 있다.오는 30일 예천군청 갤러리에서 열릴 기획초대전 ‘관찰자의 독백’을 앞두고 있는 김훈을 지난주 작업실에서 만났다. 그날 그는 ‘사진’과 ‘자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고향은 어디이고, 사진을 공부한 과정은.△1961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포항MBC에서 일하는 누나가 있던 포항으로 왔다. 고교 때 사진을 시작하긴 했다. 본격적으로 사진 공부를 한 것은 30대가 넘어서다. 경주와 대구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다녔다. 사진에 대한 얕은 인식을 공부하는 과정 중에 극복할 수 있었다. 진지하게 사진을 고민하는 내게 조언과 도움을 준 선생님들이 적지 않았다. 20대엔 사진과 무관한 회사에 다녔고, 신문사에서 광고 일도 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사진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으니,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사진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고등학교 입학한 후 특별활동 부서로 방송반을 택했다.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생들이 겪게 되는 학교 행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걸 내가 맡았다. 흑백사진으로 우리들의 고교 시절을 찍었다. 물리와 화학을 담당하던 방송반 지도교사에게 현상과 인화를 배웠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게 남아 있다.-그간 사진 작업을 하며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는.△2005년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국제사진살롱에 작품을 냈다. 23개 나라 사진작가들이 참가했는데, 내 작품이 흑백 부문에서 골드 메달을 받았다. 포항 오천의 돼지우리에 갇힌 개 3마리를 찍어 포항 월포의 빨랫줄에 걸린 물고기 몇 마리를 포착한 사진과 합성했다. 그걸 만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여러 구도로 나열해보고, 배치해보고 그랬다. 어느 순간 반짝 떠오른 아이디어로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잊지 못할 작품이고, 스스로도 좋아하는 사진이다.-자신이 보기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풍경과 인물 사진을 두루 찍어왔다. 작업을 하다보면 일종의 흐름이 있고 어느 순간 마음과 태도에 변화가 생긴다. 포항에 35년쯤 살다보니까 애정이 없을 수 없다. 포항 풍경에 대한 기록이자, 산업사회의 변천을 담은 ‘풍경주식회사’의 작품들이 기억에 남는다. 평론가들도 ‘풍경’과 ‘주식회사’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결합된 사진들을 무척 흥미로워했다.-사진이란 대체 뭔가.△‘또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글과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듯 사진도 인간의 내부 심리를 표현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강하면서도 약하고, 약하면서도 강하다. 다른 언어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게 사진이다. 사진가들은 그 언어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좋은 사진을 찍는 방법을 조언한다면.△‘3관’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 위해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어지는 ‘관찰’ 역시 중요하다. 사진이 완성되면 그것과 ‘관계’를 맺게 된다. 이게 3관이다. 유형이건 무형이건 피사체의 온도를 설정하는 건 사진가의 몫이다. 사진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순한 일상의 기록에서도 사진은 시작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다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최고의 사진작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1924~2019)를 좋아한다. 스위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다. 원래는 패션 사진 등을 찍었는데, 1950년대 구겐하임재단의 지원을 받아 ‘미국’을 주제로 2만8천여 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의 작품은 기존의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사진들이다. 사진이라는 도구로 우월성과 선진성을 자랑하던 미국을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평론가들이 “악의를 가진 반미주의자”라고 혹평했고, 미국에서는 출판이 거부됐다. 하지만, 냉소적인 산업사회의 그늘과 어두움을 드러낸 그의 작품은 젊은 사진가들의 사랑을 받았고 긍정적 재평가도 이뤄졌다. 통상적 관념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사조를 만들었다는 차원에서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사진이란 ‘또 하나의 언어’가 아닐까. 글과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듯 사진도 인간의 내부 심리를 표현하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사진은 강하면서도 약하고, 약하면서도 강하다. 다른 언어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게 사진이다. 사진가들은 그 언어로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흑백사진엔 어떤 매력이 있나.△사진을 시작할 때 처음 접한 게 흑백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먹으로 농담을 표현해 컬러사진 이상의 강렬함을 표현했다. 흑백사진은 은은한 맛이 있다. 또한 두고 볼수록 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지금까지의 전시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2015년 포항시설관리공단의 지원으로 개인전 ‘또 하나의 인연’을 열었다. 6년 이상 베트남을 여러 차례 오가며 그곳 사람들과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남겼다. 베트남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를 담아낸 전시회였기에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당신이 사진의 주요한 소재로 삼는 건 뭔가.△시작할 땐 주로 자연을 작품에 담았다. 이후 사진을 전공하게 되면서 소재와 주제를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방법을 고심했다. 내 경우 풍경으로 시작했고, 인물로 갔다가 이후엔 시대상을 사진 속에 담고자 했다. 표현 기법을 생각하면서는 문화재와 유적에 천착하기도 했다. 하나의 소재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한다. 2000년은 디지털사진의 역사가 시작된 해다. 이후 촬영 방식이 다양화되고 장르간의 경계도 무너졌다. 아날로그 시대보다 표현 방법이 다채로워졌다. 한지에 사진을 출력하는 최근 내 스타일도 그런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사진가의 길을 걷고자 하는 후배들에 한마디.△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을 쉽게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진다. 그럴 때는 책을 읽고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라. 그게 매너리즘에서 탈출하는 길이다. 사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예전의 사진 수업이 작품을 찍는 실기 위주였다면 지금은 인문학과 예술사, 디자인 공부가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항상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게 좋은 사진을 얻는 비결이다.-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은지.△포항에서 오래 살았다. 제2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생활해온 포항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 50만 인구가 모여 사는 이곳의 변화 과정을 사진으로 남기려 한다. 이 작업이 훗날 포항이란 도시의 역사 자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어떤 인간, 어떤 사진작가로 기억되길 원하나.△곧 열리는 예천에서의 전시회가 12번째 개인전이다. 인간애를 가지고 사진을 대했던 작가로 남고 싶다. 피사체를 접하다보면 유형이건 무형이건, 생명이 있건 없건 거기에 사진가의 인식이 담기게 된다.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따뜻한 세상을 보여준 작가, 언제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인간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다.-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코로나19 사태’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업이 침체되고 있으며 전시회를 해도 관객들이 적다. 작품 발표의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작업을 이어감으로써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4-28

성주군,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농업 개척

어느 지역이나 그곳을 대표하는 특산물이 하나쯤은 있다. 한국 사람 누구라도 “경상북도 성주군”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참외를 떠올리게 된다.지역의 특산물을 보호·육성하고, 판로를 개척하는 일은 지자체에 부여된 중요한 책무다. 성주군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참외를 필두로 지역 농산물의 홍보와 마케팅에 정성을 기울여왔다.‘한국 최고의 참외 생산지’라 불러도 좋을 성주군은 지난해 ‘성주참외 50년’을 기념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 50년을 준비하기 위해 성주참외 BI와 디자인 개발 용역을 진행했다. 이 결과물로 새로운 로고와 캐릭터, 포장재 등이 선을 보였다. 새로운 참외 포장재는 무(無)표백, 무형광, 무염색의 친환경적인 펄프원지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제작됐고, 환경을 생각하는 21세기형 소비 트렌드와도 잘 부합돼 전국 각지 소비자들의 호응과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명품 성주참외’는 포장재부터 다르게현재 사용되고 있는 참외 포장재는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 최종 소비자에게 도착하면 포장재로서의 역할만이 아닌, 저급 참외의 재포장에 사용된다거나 공장과 마트 등에서 다른 물건을 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는 고품질 성주참외의 이미지 훼손을 비롯해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그간 있어 왔다. 새로운 친환경 포장재는 적정한 강도로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게 참외를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가 경영비 절감(연간 15~45억 원)은 물론 자원 절약(연간 종이 1천200t)에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이를 통해 1년에 30년생 나무 2만 그루를 보호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성주참외의 새로운 캐릭터 ‘참별이’는 벌써부터 신세대 감각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참외 특유의 노란 빛깔로 디자인 된 참별이는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현대인들의 감성에 잘 부합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이 캐릭터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보일 것인지도 기대된다.성주군청은 “새로운 친환경 포장재는 2021년 시범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보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라이브 커머스에서도 성주 농산물은 인기가 높다.◆ 비상품화 농산물 자원화센터는 전국에서 최초지난 2020년 전국에서 최초로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2022년까지 국비 50억 원을 포함한 총100억 원의 사업비로 추진될 ‘비상품화 농산물 자원화센터 건립사업’은 올해 2월 설계공모를 통해 업체가 선정됐다. 향후 사업도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비상품화 농산물 자원화센터에서는 수매된 참외를 고액분리와 미생물 배양 과정을 통해 살포용, 관주용, 엽면시비용 등의 비료를 생산하고, 고형물은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더불어 “이 사업은 한우 사료화 시설 축조와 복합자원화 가공시설 사업과도 병행해 추진하게 된다”는 것이 성주군의 설명이다. 시설이 성공적으로 완공되면 원활한 저급과 수매·처리는 물론 양질의 퇴·액비 공급을 통해 농가 경영비 절감에도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한우 사료 생산 보급을 통한 한우 브랜드화와 저급 참외의 선별, 세척 가공을 통한 부가가치 높은 가공품과 다양한 원료 판매에도 일조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이와 관련해 성주군청은 “비상품화 농산물 자원화센터는 2022년 말 준공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수매수첩 제도 폐지하고 새로운 RF카드로 변경성주군은 2008년부터 발효과 및 저급 참외의 시장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고 엄격한 선별 과정을 통해 고품질 참외만을 유통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홍수 출하기 수급 조절로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참외 저급과 수매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것.그러나 참외 소비시장 안팎의 환경 변화와 투명성 결여, 농가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수매사업의 근간이 되는 자조금 납부가 원활하지 않고, 수매수첩을 대여하는 등의 문제점이 대두되기도 했다.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주군은 올해부터 기존의 수매수첩을 전면적으로 폐지하고, 새롭게 RF카드로 변경해 자동화함으로써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한 자조금 납부액에 비례해 저급과 수매 한도량을 정함으로써 전문 수거꾼들의 개입을 차단하고, 포인트로 맞춤형 액비와 톱밥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이는 자조금을 내고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농가들을 배려함과 동시에 성주군이 개발해 저렴하게 보급하고 있는 맞춤형 액비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개선책이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농가 경영비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성주군은 말한다.성주군청에 따르면 올해 저급과 수매사업은 2월부터 8월까지 실시되며, 수매 금액은 kg당 2월~3월 500원, 4월 300원, 5월~8월 200원이다.◆ ‘언택트 시대’엔 성주참외 유통도 새로운 방식으로‘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농산물 소비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성주군은 온라인 소비시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 및 성주참외 공식 쇼핑몰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지원책을 모색 중이다. 또한 기존 시식 행사를 동반한 오프라인 행사의 패턴도 바꾸고 있다. 배송일 통지 후 일정 기간 동안 농산물을 주문·접수 받아 배송 당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서 주문한 신선 농산물을 찾아가게 하는 것. 이는 비대면형식의 ‘워킹스루 타입’으로 상시 운영된다. 또한 성주군은 올해 이색적이고 톡톡 튀는 성주군만의 색깔이 담긴 농·특산물 꾸러미 판매를 시작했다.이는 세계적인 명물이자 성주의 자랑인 참외를 포함한 다양하고 우수한 성주군 농산물의 온라인 판로 확대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지난달 온라인쇼핑몰 11번가와 처음으로 진행한 라이버 커머스 ‘생쑈’는 1시간 동안 누적 접속자가 12만6천 명에 이르렀고, 1일 판매 금액이 1억 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2회에 걸친 꾸러미 판매도 인기리에 조기 매진되는 등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았다.이에 성주군청은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농·특산물 홍보 판매전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이는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출 다변화 모색하는 성주참외… 농업소득 1조원 시대로성주참외는 지난해 관내 수출농산물 생산자단체의 노력으로 코로나19 확산과 소비 침체라는 악재를 슬기롭게 이겨냈다.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참외 수출 실적 415t을 달성했고, 일본·홍콩·싱가폴 등 기존시장을 유지하면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동의 두바이 등 신규시장 개척에도 노력을 기울였다.참외는 짧은 저장 기간과 통관의 어려움으로 수출 위험도가 큰 상품이다. 그런 이유로 새로운 바이어 발굴이 어렵다. 하지만, 성주참외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공사가 동남아 각지에 운영 중인 ‘K-Fresh zone’에 입점해 해외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성주군은 신선 농산물 전용 홍보판매 플랫폼인 K-Fresh zone에서 정기적인 시식회 등의 행사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이 참외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했다. 지속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도 함께 전개했다.성주참외 BI와 캐릭터 개발,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 참외 관련 판촉상품 제작, 비대면 마케팅 확대 등으로 베트남과 중국에서도 성주참외를 맛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참외 판로 확대와 효과적 마케팅에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병환 성주군수는 “미래 50년을 위한 새로운 브랜드, 친환경 포장 디자인, 캐릭터 개발로 MZ세대들의 참외 소비 활성화를 유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시대의 급변하는 유통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약속을 내놓았다.성주군은 미래 농업세대들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농업소득 1조원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1-04-27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사방무인(四方無人)!그는 어둠의 벽 속에 스스로를 가둔다.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버리고 만오천 여점의 그림을 태우며. 그가 선택한 어둠은 태고의 고요인가 과학의 암전인가. 시간의 블랙홀을 연상케 하는 검은 캔버스 앞에서 일상의 분주함과 소음이 가라앉고 작가는 자기만의 세계에 깊이 침잠한다.자신이 왜 그림을 그리는지 생각해보았다. 멋있게 자기만의 그림을 그릴 자신이 있는데 겉돌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종이와 붓 한 자루, 까만색 물감 하나로 그림을 시작했다. 블랙 페이퍼의 시작이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물감도 없고 돈도 없으면 다른 무엇을 구해서라도 그림을 그려야 하고, 작가는 어떠한 순간에도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왜 검은색이죠? 검은색으로 무엇을 드러내려 하셨어요?”“무한대라고 할까요? 검은색에 블랙홀 같은 우주의 본질을 담고 싶었어요.”실을 꿴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실을 꿰다 보면 나중에서 오로지 실을 궤는 행위만 남는다. 자신과 실을 꿰는 행위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 ‘나’라는 자아는 빠지고 오로지 실을 꿰는 순수한 경지만 남는다. 작품 속에서 자신을 빼내려고 애썼다. 작가가 개입되면 생각과 고집과 강요가 남고 작품이 식상해진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산이 자신을 산이라 말하지 않고 물이 자신을 물이라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있는 그대로의 순수성이 산과 물을 아름답게 한다. 후설의 관점에서, 사물을 존재의 본질 그대로 바라본 현상학적 환원이자 선험적 태도이다.작품 속에는 오로지 영혼만 존재해야 한다. 자크 데리다는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경이로움을 맞는 순간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가는 인간에게 그 경이로움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아름다움을 전하려면 초월적인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그 결과물에 영혼이 담겨야 한다. 자크 데리다가 죽으려고 해도 자연이 너무 아름다워서 죽을 수 없었다고 한 것처럼 좋은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나오고 작가가 보이지 않는다.“작품에 담기는 그 영혼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구름에 가려진 산신령.”실을 꿰는 동안 영혼이 삼매에 경지에 이르듯이 객관과 주관이 일치하는 초자아의 순간에 자신은 없고 영원만 존재한다. 삼매(三昧)의 경지란 현상학적으로 보자면 선험적인 물아일체며 초월적 세계에 이르는 통로다. 그 세계는 어둡고 긴 좁은 통로를 건너 밝고 드넓은 공터에 이르듯이, 시야에 보이지 않던 산이 바람에 의해 구름이 걷히고 수천 미터의 빛이 보이는 순간에 펼쳐진다. 그 순간 사람들은 구름에 가려져 있던 산신령을 마주하게 된다.“예술가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끝없는 빚쟁이.”예술가는 세상에 빚을 지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예술가가 존경을 받는 것은 세상에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감동이 없는 예술은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감동적인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선험적 물아일체의 자세로 작품 활동에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예술가의 삶이 무거운 것은 그 때문이다.“중국까지 활동의 폭을 넓히게 된 배경을 좀 들려주세요.”“아트사이트에서 북경 전시회를 해보자는 요청이 왔어요.”북경으로 건너갔다. 인구가 14억인데 나 한 사람 말을 못한다고 무슨 문제가 될까, 사지 멀쩡한 내가 못 살아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냈다. 더 큰 세상에 가서 이름을 날리고 싶었고,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마호메트는 산을 불러서 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산을 어떻게 부르는지 궁금해서 사람들이 모였다. “산이여 오라!” 아무리 기다려도 산이 오지 않으니 마호메트는 “산이 오지 않으면 내가 가리라”하며 사람들을 이끌고 산으로 갔다. 김 작가는 그런 마음으로 북경에 갔다고 한다. 북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문화특구지역에서 중국작가들과 왕성한 교류를 하며 그는 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김 작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는 주제로 동서 융합의 새로운 회화 장르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전통 동양화의 일필휘지가 재현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김 작가의 일필은 인간의 깊은 감성을 담아내는 표현주의적 요소가 강하다.한국미술평론가협회 최형순 위원장이 “김길후의 강력함은 거침없는 필선의 속도에서 나온다. 그는 시공간에 얽매이지 않는다. (……) 지구에 한정된 시각과 인간사의 인식만으로 갈 수 없는 세계”라고 평했듯이, 그는 ‘인간의 인식만으로 가닿을 수 없는 세계’를 그리는 작가가 되려 한다.“가장 인상에 남는 전시회의 에피소드를 말씀해주세요.”“이틀 만에 200호 다섯 점을 그린 적이 있어요.”2004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에 초대하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작품이 마음에 든다며 캠퍼스로 200호 정도 되는 작품을 원했다. 그려본 적이 없는 그림이지만 무조건 작품이 있다고 했다.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는 걸 사흘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본능적으로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림이 없어서 전시회를 못하나 졸작이 나와서 못하나 똑같으니 일단 그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캔버스를 펼 곳이 없어서 길에서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웠지만 이틀 만에 200호 다섯 점을 그렸고, 다섯 점 모두 전시회를 했다. 두 점의 그림이 지금 서울에 소장되어 있다. 2008년 보건대학 임당박물관인당박물관에서 개인전을 한 이후, 김 작가는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 2009년 파주로 작업실을 옮기고 여러 전시회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0년에 북경의 작업실을 열고 한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 중이다.“전시회를 하면 그림이 좀 팔리나요?”“전시를 하고 나면 생각하지 않았던 소장가들에게 다수의 작품을 판매하는 결과는 늘 있었습니다. 예술은 파는데 목적을 두지 않지만 작가로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타협이라고 해야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 제작에 임하는 나 자신의 태도입니다.”전시회에 임하려면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림을 팔거나 아니면 명예로운 전시회를 하거나 무엇이든 하나는 만족이 되어야 한다. 2018년 북경 송좡당대문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했다. 이 미술관은 중국 유일한 비영리 아카이브 미술관이다. 전시회를 제의한 우홍 관장이 8000자나 되는 긴 비평을 써주었다. 기록을 영원히 보관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아카이브 미술관에 김 작가의 기록이 영원히 남게 되었다. 사라지지 않을 기록이다. 2019년, 서울에 있는 대안공간 Emu gallery에서 개인전을 했고, 그 전시를 통한 포럼에서 그림에 대한 평소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 책자를 발간했다.“어린 시절 얘기 좀 해보세요.”별명이 스마일이었고 작은 피카소였다. 수채화 파스텔 그림을 잘 그려서 동네 형들 그림 숙제를 다 해줬다. 그림을 잘 그렸지만 당시에 그는 화가가 아닌 원예사의 꿈을 갖고 있었다. 씨를 받아서 번식시키며 꽃을 가꾸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가족회의 끝에 재주를 살려 직업을 가지라는 작은 아버지의 말대로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최고의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연필과 붓을 한 번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끝없는 경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하는 욕망으로 그림을 그리다 갑작스러운 허무주의에 빠져서 4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며 방황했다. 어느 날 나 자신의 꿈으로부터 너무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른세 살에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다. 김길후의 새로운 예술 세계가 펼쳐지는 출발점이었다.“앞으로 어떤 그림을 그릴 생각인지.”“일필휘지의 속도감 있는 붓질로 인간의 깊은 고뇌와 철학을 담고 싶어요.”예술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찰나의 순간에 저쪽 세계를 보는 거라고 사르트르가 말했다. 김 작가는 58살에 사르트르가 본 그 초월적 세계를 보았다. 좋은 건 누가 봐도 좋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환갑 이후로 그는 동서양의 융합적인 모습을 이룬 그림을 그릴 생각이다. 자크 데리다의 해체주의로 서구주의 이성적 방식을 해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갈 생각이라고.김 작가는 2010년 북경아트사이드갤러리 초대전으로 북경과 인연을 맺고, 북경과 한국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2014년 북경 화이트박스아트센터에서 왕충천(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감독, 북경중앙미술학원 교수) 기획으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16년 포항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했고, 2018년 한국문화관광부 후원으로 송좡당대문헌미술관에서 전관 전시를 했다. 2020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본 전시에서 해체주의적 조각을 선보였고, 2020년도 2021년 제11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작가상을 받았다. /글 장정옥 소설가(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2021-04-27

‘건강한 먹거리’ 청정 영양산나물을 맛보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나물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봄이 되면 몸의 기운을 불어 넣을 산나물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나물의 향긋한 냄새가 코를 유혹하고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맛이 우리의 입을 유혹한다. 산과 들에 파릇파릇 새순이 올라오면서 산나물도 서서히 봄의 향기를 풍기기 시작해 4월부터 5월까지 절정을 이루게 된다.산나물은 생으로 먹고, 데쳐 먹기도 하고, 밥과 함께 비벼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산나물은 건강한 맛을 선사한다. 웰빙음식을 찾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어버렸다. 이제 산나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영양산나물을 영양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는 다시 한 번 미뤄지게 됐다. 영양산나물축제는 코로나19 사태로 2년 연속으로 취소 되면서 나흘간 열리는 산나물 향연은 잠시 멈추었지만 봄을 유혹하는 산나물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아쉬움 남긴 영양산나물축제 취소영양산나물축제의 취소는 많은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올해 영양산나물축제의 위상은 한층 높아져 전국적인 축제로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양산나물축제는 지역을 대표하고, 관광자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경북도 지정 축제 14개에 포함되었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우수축제 2회, 우수축제 9회 선정됨으로써 영양뿐만 아니라 경북도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경북도 지정축제 포함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날개를 더하게 되었으나 축제 취소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1년이 넘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2회 연속으로 취소되었기 때문에 영양군민과 산나물 재배 농가 등 전국 관광객들의 아쉬움이 크겠지만 내년에는 영양산나물축제를 개최해서 모두가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영양의 미래, 산나물축제가 답이다산나물을 주제로 하는 축제는 전국에서도 제법 있다.산이 많은 강원도에는 시군 단위뿐만 아니라 읍면 단위의 소규모 산나물 관련 축제들이 많이 개최된다. 그렇기 때문에 타 자치단체의 산나물축제와 차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동안 영양산나물축제를 16번이나 진행해 오면서 진화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왔다. 그 결과 마지막으로 현장 축제를 진행했던 2019년도에는 영양군 축제 역사상 최고 인원인 16만명이 몰렸다. 아직도 그 변화는 진행 중에 있다.‘산채’라는 소재의 특이성과 정체성, 발전가능성 등에 무게를 두고 산채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영양산나물축제의 콘텐츠는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로 영양산나물 완판 기대영양군은 2년 연속으로 축제가 취소되어 온라인 판매의 노하우가 생기게 되었고 소비자들도 이제는 온라인 구매가 익숙해졌다. 경북도 농특산물 쇼핑몰인 ‘사이소’를 적극 활용해 4월 21일부터 5월 21일 한 달 간 영양산나물 판매에 나선다.이 사이트에서는 특별 할인이벤트 진행과 할인구폰 지급 등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산나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또 영양산나물 라이브방송을 통해 산나물을 이용한 요리프로그램과 실시간으로 판매방송을 진행해 영양산나물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한다. 산나물과 관련된 판매 홍보 영상과 광고안을 제작해 SNS, 각종 방송 및 신문, 인터넷 매체, 옥외매체(전광판)를 활용·송출함으로써 인지도를 올려 판매로 연계할 예정이다.◇ 명품 영양산나물, 오프라인 판매도대부분의 농·특산물 구입 주요 소비자층 연령대가 5060세대가 많다. 고령층의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한 구매를 어려워하는 만큼, 오프라인 판매 홍보도 적극 실시하여 판매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영양군은 이미 오프라인 농특산물 판매와 관련해서는 많은 노하우가 있다. 4월 24일부터 5월 16일까지 영양 전통시장에서 5일마다 열리는 장날마다 영양산나물 상설장터를 운영한다.영양군은 영양산나물 상설장터를 운영하면서, 영양산나물의 우수성과 요리방법 알리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판매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그리고 향우회나 자매결연 도시를 대상으로 산나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하며 산나물 재배농가에 부스와 텐트, 현수막, 테이블과 의자를 지원해 5일장이 들어서는 날이면 산나물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국 식자재마트와 연계해 전국에서 청정 영양산나물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나물 채취 체험 취소, 기부로 아쉬움 달래영양산나물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행사가 바로 산나물 채취 체험이다. 2019년 맞춤형 행사 마련으로 큰 호응과 함께 산나물의 매력을 제대로 전하였으나,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채취 체험행사도 취소 될 위기를 맞았다. 이에 영양군은 취약계층을 위한 산나물 기부행사를 개최하여 체험 행사 취소의 아쉬움을 달랜다. 산나물을 구입해서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기부함으로써 산나물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행사 취지의 의미를 더한다.◇ 실질적인 지원으로 농가 부담 낮추다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농·특산품 판매가 많아지면서 많은 자치단체에서는 농가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영양군에서도 산나물 판매를 위해 많은 행정 지원을 한다. 산나물 재배농가에 대해서는 택배비 50%를 지원하고 택배 발송 시 산나물 배송을 위한 박스 구입비 70%를 지원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판매량이 많아질수록 포장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택배비와 박스 구입비를 지원하여 농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오도창 영양군수는 “많은 분들이 영양산나물축제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영양산나물의 맛과 향이 뛰어나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장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영양산나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축제 취소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는 것이 우선인 만큼 산나물 재배 농가를 돕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장유수기자 jang7775@kbmaeil.com

2021-04-26

대구, 세계적인 로봇산업 공급기지로 발전 ‘속도’

로봇산업 분야에서 비수도권 1위로 성장한 대구가 세계적인 로봇산업 공급기지로 가기 위해 가속도를 내고 있다.대구시는 2019년 3월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로봇산업 선도도시, 대구’를 비전으로 로봇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로봇을 통한 삶의 질 개선, 로봇기반 제조혁신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로봇산업 핵심역량 강화, 서비스 로봇 개발, 스마트 제조혁신 등을 추진하고 있다.대구의 주력산업이었던 섬유가 산업 발전으로 점차 활력을 잃어가면서 도시도 활력을 잃었다. 이에 새로운 동력이 필요했던 대구는 기계금속(대구), 전자(구미), 철강(포항) 등 기초산업과 경북대(기계공학과 로봇전공)·DGIST(융복합대학 로봇공학전공)·영남대(로봇기계공학과)·계명대(기계자동차공학부 로봇공학전공) 등 대학이 밀집해 있고 해마다 우수 인재 배출을 하며 로봇산업에 필요한 고급인력 육성에 유리한 점을 활용해 국내 유일의 로봇산업 진흥기관인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2010년 6월에 유치하며 본격적인 로봇산업 육성에 나섰다.대구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 이후 로봇산업클러스터를 2017년 6월 조성을 완료해 로봇산업 육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로봇산업 클러스터는 로봇산업 생태계 조성을 목적으로 로봇기업 집적화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입주(대구 22개, 역외 17개) 공간과 기업지원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기업입주 공간은 진흥원 본관과 로봇혁신센터에 총 55실이 있으며, 기업지원 시설로는 표준시험 인증센터, 장비 지원실, 엔지니어룸, 인력양성실, 세미나실 등이 있다. 장비지원실에는 로봇 제품 설계·디자인, 시제품 제작, 성능평가 및 품질인증 지원장비가 구축되어 있다.클러스터는 로봇 제품개발에서부터 제품설계, 시제품제작, 디자인, 성능평가인증, 사업화, 수출지원에 이르는 통합기업지원 체계를 구축해 원스톱 기업 지원이 가능하여, 로봇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지역의 로봇관련 기계·부품 등 주력·전략 산업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이러한 대구시의 노력으로 2017년 산업용로봇 생산 1위 기업인 현대로보틱스 대구 이전에 이어 ABB(스위스), 야스카와전기(일본), 쿠카(독일), 스토브리(스위스) 등 5개 글로벌 로봇기업이 생산공장 또는 교육센터 등으로 로봇클러스터에 입지하면서 로봇 관련 전·후방산업 동반발전 및 협력사 유치 등 지역 내 로봇산업 거점구축 및 집적화로 대구시가 명실상부한 로봇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이와 함께 대구시는 세계적인 로봇 생산기지 육성을 위해 로봇산업 핵심역량 강화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시는 그동안 로봇산업 시장창출 및 부품경쟁력 강화사업(188억원), 휴먼오그멘테이션 로봇기반기술연구사업(62억원)을 투입했고 5G기반 첨단제조로봇 실증기반 구축(2020~2023년 / 475억원), 로봇산업 가치사슬 확장 및 상생시스템 구축(2020~2024년 / 267억원)을 구축하고 있고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2019~2022년 / 1천250억원)과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2021~2022년 / 240억원)를 통한 제조·생산 현장(5개소) 및 비대면 서비스 현장의 이동식 협동로봇 이동 중 작동 실증사업과 이동식 협동로봇의 안전기준(안) 마련 및 신뢰성 검증, 기술사업화 지원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 수요시장 확산 및 경쟁력 강화사업은 지역 주력산업 중의 하나인 자동차부품산업 제조공정의 Robotic 스마트화를 통한 생산공정 고도화 및 리엔지니어링을 통한 국산화로 로봇 수요시장을 창출하고 지능형자동차 및 연관산업 우수 제조기술의 로봇화 제품개발과 수요-공급 기업간 로봇핵심부품 융복합 기술 고도화 및 RBD 지원, 해외시장 동반 진출 등의 시장 창출지원을 위한 인프라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이다.5G기반 첨단 제조로봇 실증기반 구축사업은 2024년까지 475억원(국비 270억원, 시비 160억원, 민자 45억원)을 들여 실증센터구축(4천950㎡)과 신뢰성 검증 장비(14종)를 들여 5G기반 첨단제조로봇 실증센터 및 Test-bed 구축해 로봇 S/W·신뢰성 검증 장비구축, 규제대응 및 표준개발, 기술사업화 기업을 지원한다.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사업은 2022년까지 240억원(국비 148억원, 시비 63억원, 민자 29억원)을 들여 제조·생산현장 및 비대면 서비스 현장의 이동식 협동로봇 실증을 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11월 현대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LG전자, 한화기계 등과 협약을 체결하고 올해 9월부터 시청별관, EXCO에서 이동식 협동로봇의 비대면 방역·살균서비스 실증을 시작한다.로봇산업 가치사슬확장 및 상생시스템 구축사업은 2024년까지 267억3천만원(시비 222억3천만원, 민자 45억원)을 투입해 업종별 로봇화공장 롤-모델 구축, 로보틱 스마트화 지원, 국산화부품·모듈 브랜드 제작지원, 창업지원, 글로벌 마케팅, 로봇실무형 현장기술 전문인력 양성 등 로봇화공장 확대와 국산화 고도화, 역량 및 수출을 강화한다.스마트공장 보급·확산사업은 내년까지 1천250억원(국비 1천82억원, 시비 168억원)을 들여 지역 10인 이상 등록 공장 3천317개의 55%인 1천820개의 로봇화공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스마트공장 신규 및 고도화 지원, 기업컨설팅, 교육 등을 통해 지난해까지 1천277개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다.이밖에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생활편의, 건강증진 부문의 스마트시티 생활융합형 서비스로봇 시제품 제작 및 고도화와 사회적 약자(고령자, 장애인)등을 대상으로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을 지원해왔고 공항, 철도, 컨벤션센터, 병원, 공공기관, 대규모 업무시설, 물류센터 등 거점을 기반으로 다수·다종의 언택트로봇 활용모델을 선정하여 실증하는 서비스로봇 활용 실증사업 공모도 앞두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지역 로봇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시장 정보 및 기술 트랜드 정보 제공, 관련 기업과의 네트워킹 활동 등 글로벌 로봇 엑셀러레이팅을 지원하고 22개국 25개의 글로벌 로봇 클러스터(GRC) 구축 및 사무국을 유치, 지난해 19개국 22개 로봇클러스터이 참가한 글로벌 로봇비즈니스엑스포 확대 개최 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지역 우수 인재 양성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대구시는 지역 우수인력의 지역정착을 통한 지역발전 기여의 선순환 모델 구축을 위해 81억원을 들여 지난 2019년부터 혁신대학·혁신아카데미 인재양성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역기업·대학·혁신기관 협업을 통한 제조혁신 핵심인력 양성을 위한 스마트제조 고급인력 양성사업(80억원)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 2019년부터 로봇산업 육성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9년 기준으로 202개사의 로봇기업에 대구에 입지했고 매출액은 7천328억원, 고용은 2천512명이 늘어나는 등 로봇기업 수·매출액·고용이 비수도권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로봇산업이 팽창하고 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제조로봇은 산업현장에서 5G·AI 기술을 접목한 산업고도화를 위해 자동차·전기·전자업종 위주 로봇 보급에서 뿌리·섬유 등 전 산업분야의 제조로봇 활용을 촉진하고 서비스로봇은 세계적인 트랜드에 맞춰 물류·방역·의료 등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로봇 활용 모델 개발 및 보급을 확산할 계획이다.대구시는 최근 로봇산업 분야 ‘비수도권 1위’로 성장한 대구를 세계적인 로봇산업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해 자금·기술 지원 전문기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비롯해 지역 로봇기업을 대표하는 대경로봇기업진흥협회와 4자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산업 공급망 스케일업(scale-up)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는 그동안 로봇산업진흥원 유치(2010년 7월)를 비롯해 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2017년 6월), 글로벌 로봇클러스터 구축(2018년 11월), 로봇 시장창출 및 부품경쟁력 강화사업(2015~2019년) 등 강력한 로봇산업 육성정책을 시행해 대구를 비수도권 중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가는 도시로 만들었다”며 “국내·외 로봇 기업에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로봇 융복합 신산업 육성 및 기업을 유치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확대에 따른 로봇분야 성장 가속화를 추진해 2030년까지 지역 로봇기업수 662개사, 고용 1만1천799명, 매출액 4조1천억원 규모로 성장시켜 대구를 세계적인 로봇산업 공급기지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2021-04-25

“천년 세월을 지켜온 경주, 국민 모두를 안아주는 마음의 고향이죠”

때로는 소탈하고 어느 순간엔 호방했다. 웃음이 선량해 보여서 더욱 좋았다. 신라문화원 진병길(57) 원장은 숨김이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30년 가까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와서일까? 표정에 그늘이나 구김이 없는 소년 같았다.스물아홉 살 청년 진병길이 불교문화운동을 향한 꿈을 품고 몸담게 된 신라문화원. 이 단체는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단순한 문화재 관람에 그치지 않고, 문화재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또한, 문화 콘텐츠 개발을 통해 경주가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써왔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의 문화 수혜 격차를 줄이고 모두가 균형 있게 생활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역시 신라문화원의 지향점이다.신라문화원이 기획해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한 ‘신라 달빛기행’과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은 어디에나 있는 어둠·달빛·추억이라는 무형자산을 경주만의 방법으로 창의성 담아 연출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5년 안동문화지킴이와 더불어 ‘문화재 지킴이 운동’을 시작한 신라문화원은 ‘1단체 1문화재 가꾸기 운동’을 펼쳤고, 2010년부터는 ‘신라문화원 문화재돌봄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진병길 원장은 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2016년 경주 지진 때는 회원들과 함께 훼손된 문화재 복구에 힘을 쏟았다.현재 신라문화원이 애정을 기울여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서악마을 가꾸기 사업’이다.주변 문화재 정비는 물론, 철 따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도 심었다. 여기에 마을 경관 개선사업과 환경 정비까지.지난 3월엔 무열왕릉 옆에 휴게공간 ‘서악25번가’도 열었다. 이처럼 새 단장을 마친 서악마을에선 주민음악회 등이 열리고 있다.그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자체, 지역민, 시민문화단체, 경주를 아끼는 외부인 모두가 힘을 모아 ‘다시 찾는 경주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신라문화원.진 원장은 “지속적인 사업으로 지역민의 일자리 만들기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희망 또한 밝힌 바 있다.천년고도 신라의 문화재와 경주 사람들 속에서 자신에게 딱 맞는 일을 하며 ‘행복한 문화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진병길 원장을 지난주 목요일 서악마을에서 만났다.아래는 그날 오간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고향은 어디이고, 유년 시절의 기억은.△1964년 경주 산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경주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동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천포로 이사를 하고 나서야 전깃불도 보고, 텔레비전도 보고, 기차도 봤다. 초중고교를 경주에서 졸업했고, 대학도 경주 동국대 국사학과를 다녔다. 어릴 때부터 불교에 관심이 있었고, 불교 유적이 많은 역사도시 경주가 좋았다.-신라문화원 원장이다. 어떤 단체고, 언제 설립됐나.△1993년에 만들어졌다. 내가 주도해 만든 단체다.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불교학생회장을 맡았다. 졸업 이후에도 불교문화운동을 하고 싶었다. 내가 공부한 국사학과는 답사를 자주 다닌다. 거기서 만난 문화유적들이 내 감수성과 미래의 꿈을 자극한 것 같다. 불교문화운동의 핵심은 ‘설득’이라고 생각한다. 신라문화원은 경주의 문화유적을 사람들과 보다 가깝게 만들고, 문화재를 알리고 보호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벌써 2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신라문화원에서 일하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은.△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장 일도 함께 하고 있다.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전국에서 많은 회원들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기꺼이 경주로 와 문화재 피해 복구와 보수에 함께 땀 흘린 시간은 누가 뭐래도 감동적이었다. 특히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황리단길 가옥들의 기와 보수 작업을 한 8주가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포항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신라문화원 직원들이 포항 인근에 배치돼 단 4시간 만에 문화재 피해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문화재청과 신문사와 방송사 등에 전달했다. 최소 며칠이 걸릴 일을 짧은 시간에 해낸 걸 보고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그런 차원에서 문화재돌봄협회는 ‘문화재 119’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기억에 남는 작업이 또 있는지.△20여 년 전에 경주 남산 지도와 경주 문화유적 전도를 만들었다. 지리학자 송재중 씨가 조사한 것을 토대로 제작했다. 남산 등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돈이 되지 않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믿는다. 젊었던 시절이라 발로 뛰며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웃음)-한국문화재돌봄협회 회장을 3번 연임했다.△전국 23개 단체가 모인 조직이다. 2011년 복권기금을 재원으로 발족됐다. 올해로 5년째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엔 10주년 기념행사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물론, 문화재 관리와 보호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 여러 명이 참석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문화재돌봄협회는 가성비가 높은 단체”라는 축사를 한 게 인상적이었다. 평상시엔 ‘예방적 관리기법’을 통해 각종 문화재를 보호하고 관리한다. 지진 같은 비상상황이 오면 앞서 말했듯 피해 조사와 복구 등 문화재 관련 119의 역할을 하게 된다. 회원은 800여 명, 관리하는 문화재는 8천600여 점이다.-오랜 시간 경주와 함께 했다. 어떤 매력이 있는 도시인가.△고대왕국 신라의 수도인 경주는 도시 전체를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은 곳이다. 문화재의 응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황리단길도 주변에 문화재가 있었기에 더 크게 주목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조가 물려준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시민들이 긍정적 마음으로 참여해준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다.-경주를 찾는 여행자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은.△경주 남산도 좋고, 불국사도 좋고, 감은사지도 좋다. 어느 한 곳만 말하기엔 경주의 매력이 너무 크다. 꼭 한 곳만을 추천해야 한다면 서악마을을 권해주고 싶다. 지금까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선도산이 자리한 서악마을은 5개의 왕릉과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불상, 사액서원인 서악서원, 도봉서당 등이 있는 경주의 보물 같은 곳이다. 1시간 정도 천천히 돌아보면 제대로 된 경주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문화재와 유적,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힐링과 명상의 공간으로 서악마을을 변모시키고 싶다. 현재도 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경주는 도시 전체를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은 곳이다. 문화재의 응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공간이기도 하다. 선조가 물려준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시민들이 긍정적 마음으로 참여해준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도시다.-젊은 관광객들이 경주를 찾게 할 방법은.△황리단길의 성공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민간이 먼저 나서 관광 인프라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뜻 있는 몇몇 사람의 열정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만드는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서악마을도 그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찾고 싶은 공간이 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지원과 도움이 더해진다면 젊은 관광객은 물론, 가족 단위 여행객과 어르신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경주를 찾게 될 것이다.-마지막 질문이다. 경주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우리 국민 모두가 따스하게 안길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이 아닐까?(웃음)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4-21

명품 ‘청송사과’·도시브랜드 ‘산소카페’ 겹경사

아삭거리는 달콤한 사과와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깨끗한 공기. 청송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들이다.바로 이 2가지, 사과와 청정한 이미지가 청송군에 큰 기쁨을 선물했다. 명품 청송사과와 고심 끝에 만든 도시 브랜드 ‘산소카페 청송군’이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받은 것. 아래 이번 수상을 위해 청송군이 기울인 노력과 그간의 과정을 요약한다.◆‘코로나19 사태’에도 청송사과가 명성을 이어간 이유최근 청송사과가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9년 연속으로 받았다. 여기에 경사 하나가 더 겹쳤다. 도시 브랜드로 창출한 ‘산소카페 청송군’ 역시 2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것. 세칭 겹경사다.청송군은 전국 사과 재배면적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사과 주산지로 이름이 높다. 이 지역에선 3천900여 농가가 3천400ha 규모로 사과를 재배 중이다.청송은 해발 250m 이상의 분지형 고지대에 위치해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하다. 사과 재배에 적합한 천혜의 환경. 경도가 뛰어나고 저장성이 우수한 청송사과는 당도 역시 14~15브릭스로 높다. 달콤한 명품 사과라는 이야기다.‘코로나19 사태’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청송사과는 성장을 지속했다. 전문가들은 언택트 소비시대에 맞춰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했고, 철저한 브랜드 관리로 소비자의 신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걸 성장의 비결로 지목했다.2019년부터 시작된 농산물 택배비 지원사업은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고 품질 좋은 사과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줬고, 사과 품질을 청송군수가 직접 보증하는 ‘청송사과 품질보증제도’는 신뢰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다른 지역 사과와의 차별화를 진행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 컬러마케팅도 청송사과의 명성을 지키게 해줬다. 특화 브랜드 청송 황금사과 ‘황금진’이 그 실질적 예다.앞으로는 황금사과연구단지도 조성해 새로운 재배기술 개발과 연구기반 구축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 청송군의 복안이다.황금사과연구단지는 품질관리센터, 황금사과 기술협력관, 스마트 농업작물관 등으로 조성될 예정. 이 사업은 다가올 미래에도 청송군이 사과산업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이와 관련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사과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명품사과로 인정받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맞는 판매·유통 전략 수립과 선진 재배기술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윤 군수는 “포화 상태인 사과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이를 뒷받침할 마케팅이 필수”라면서 “‘사과는 빨갛다’는 일반적 인식에서 벗어나, 황금색 컬러의 ‘황금진’ 브랜드를 활용한 컬러마케팅에 공력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청정한 자연 속에서 즐기는 ‘산소카페 청송’의 매력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송은 사과와 더불어 청정한 자연 환경과 깨끗한 공기로도 유명하다. 청송을 찾은 관광객들은 “주왕산을 오르며 느끼는 청량함은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맛볼 수 없는 청송만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은다.이에 착안해 ‘산소카페 청송’이란 도시 브랜드를 만들어낸 청송군은 ‘맑고 깨끗한 공기 맛집’으로 자신들의 지역이 도시민들을 매료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산소카페 청송군’이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주민들은 말한다. “청송의 청정자연은 우리 고장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인 동시에 미래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보물”이라고.군 전체 면적의 82%가 산림으로 이뤄진 청송군은 산세가 수려하고 수목이 울창해 사계절 각기 다른 멋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이런 특성을 세련되고 직관적으로 표현해 만든 도시 브랜드가 바로 ‘산소카페 청송군’.‘코로나19 시대’의 관광객들은 여행 패턴을 바꾸고 있다. 많은 사람이 몰려다닐 수밖에 없는 단체관광에서 벗어나 가능하면 대면 접촉을 줄이는 ‘언택트 관광’을 원하고 있는 것. 청송군 여행업 관계자들은 이런 세태 변화를 이미 감지하고 있다.2021년을 사는 한국인들은 인파가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여행지에서 유유자적한 여유를 누리며, 새로운 경험을 얻고 싶어 한다.산소카페 청송정원, 청송 솔빛정원,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등은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에 맞춤하는 여행지라는 게 여행업계의 공통된 견해다.더불어 청송군은 “주산지 주변 관광지 조성사업도 추진해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힐링 체험관광을 여행자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윤경희 군수는 인터뷰를 통해 ‘산소카페 청송군’이 만들어진 과정을 설명했다. 취임 이후 줄곧 대내외적으로 청송군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도시 이미지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길 수 있을까를 고민해온 윤 군수.맑고 청정한 자연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부가적 이미지를 개발하기 위해 공직자들과 고심한 끝에 지난 2019년 6월 첫선을 보인 것이 바로 ‘산소카페 청송군’이란 도시 브랜드다.브랜드가 주는 가치, 브랜드의 힘을 알고 있는 청송군은 수백 가지의 장황한 표현보다 하나의 명확한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노력을 집중했다.◆‘명품’ 청송사과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당연한 말이지만, 명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청송사과의 명성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지난해 청송사과축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아쉽게도 취소됐다. 하지만, 명품 청송사과의 신뢰성을 이어가기 위한 청송군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 공략을 위해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 품종을 집중 육성했고, ‘황금진’ 브랜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해 황금사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 구축에 나섰다.황금사과를 육성·취급하는 청송현서농협은 “사과하면 청송이라는 이미지와 ‘황금진’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이 더해져 대도시 매장들이 청송산 황금사과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청송군은 효율적인 홍보를 위해 전국에 방송되는 라디오 인기 프로그램과 스폰서십을 체결해 청송사과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연중 진행 중이다.이미 청송군은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러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 ‘2019 한국시리즈 청송 황금사과의 유혹’이란 주제로 관객들에게 청송사과 3만 개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펼쳐 주목받은 바 있다.또한 매년 행정안전부의 지방 공기업 평가에서 최하위에 머물던 청송사과유통공사를 정리해 유통센터로 탈바꿈시켰다.그 과정에서 공청회를 통해 운영체계 변경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유통센터 운영사업자 선정 평가에도 농민단체 대표가 참여함으로써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애썼다.신설된 청송사과유통센터는 주왕산APC에 오랜 숙원사업이던 공판장을 개설해 처리 물량을 확대하고, 농가 판로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사과 재배 농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영체계를 정비한 모범 사례이기도 하다.이에 대해 청송군은 “전국적 사과 생산 과잉시대를 대비해 산지 유통 시스템의 재정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사과를 비롯한 지역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고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택배비 지원사업도 청송사과의 명성을 지켜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직거래를 통한 농가소득 보전과 지역상권 살리기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군민과 함께 청송사과와 도시 브랜드 ‘산소카페 청송군’ 홍보에 힘을 쏟은 윤경희 군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영논리를 접목한 정책이 청송사과를 최고의 브랜드로 유지시켜 갈 것”이라며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연속 수상의 기쁨을 군민들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김종철·홍성식 기자

2021-04-20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

한국예술문화단체 경상북도 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병국 회장을 만났다. 안동미술협회 지부장과 경북미술협회 지회장, 경북예총 회장 3선으로 21년째 예술단체를 맡고 있으며 현재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부회장과 한국미술협회 수석 부이사장까지, 사회활동 경력이 화려하다. 경력의 화려함이 예술인에게 덕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사회단체의 협회장으로 20여 년을 보냈다는 건 그만큼 주변인들의 두둑한 신임을 얻었다는 말이 되겠다. 예술보다 단체 활동에 더 열심이었다고 오해받을 만하지만 작품 활동이 그런 오해를 불식시켜줄지 어떨지 얘기하다 보면 알겠지.“예총 회장님은 어떤 일을 하세요?”“다섯 개의 공연협회와 세 개의 전시협회를 합쳐서 여덟 개 협회가 대내외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어떤 단체든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룹이 형성되지 않는다. 경북 예총에 소속된 예술인들이 7천400여 명이라고 한다. 그 많은 인원이 각자의 파트에서 고군분투하며 예술 활동을 하고, 협회는 그들의 사회적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역에 큰 행사가 벌어져 시낭송과 음악, 무용이 합쳐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예총연합회는 행사에 참여한 세 개 파트의 협회와 행사를 계획해서 필요한 예산을 공평하게 분배한다.“미술을 하신다고요?”“미술 하는 사람 같지 않죠? 다들 사업가나 야구 구단주 같다고.”이 회장이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허허 웃는다. 경북 8개 협회에 소속된 예술인 7천400여 명 중에서 미술협회 회원이 가장 많고, 활동도 가장 활발하다고 한다. 미술협회에 소속된 이 회장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미술을 했다. 중학교 때에는 학년에서 혼자만 미술부로 활동했다고. 중고등학교가 같은 마당을 사용하고 있을 때여서 고등학교 선배들과 함께 미술부 활동을 했는데 바케스 두 개로 물을 떠놓고 청소하는 잡일을 도맡았다. 후배가 잡일을 하는 그런 관례를 당연하게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에 사생대회를 앞두고 어머니를 졸라서 처음으로 화구박스와 이젤을 가졌다. 너무 좋아서 사생대회 날만 기다리던 게 생각난다며 이 회장은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30년 6개월 동안 미술선생님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지 6년 되었다고 한다. 교직생활하면서 폐교 교실 한 칸을 얻어서 작업실로 쓰다 퇴직 후 집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어떤 그림을 그렸느냐고 물으니 구상 쪽이라고 한다. 첫 개인전시회의 수채화를 시작으로 네 번째 전시회부터 수채화와 유화작품으로, 다섯 번째부터는 아크릴 작품을 그리며 지금까지 일곱 번 개인전시회를 가졌다.넓게 펼쳐진 풍경을 그리다 요점을 잡아서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고목의 한 포인트를 잡아서 부분만 그리고 있다. 전창욱 사진작가의 소나무 사진처럼 큰 나무를 통째로 화폭에 담지 못하니 포인트를 잡아서 디테일을 살린다는 말이다. 빨리 마르는 게 좋아서 수채화를 그렸고, 유화를 그리다 지금은 수채화와 유화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크릴로 그린다며, 빨리 마른다는 점에서 아크릴이 수채화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결과를 왜 그렇게 조급하게 서둘렀어요?”“협회일도 해야지, 애들도 가르쳐야지, 그림도 그려야지, 집에 가면 가장 노릇도 해야 하니 일이 많아서 마음이 바빴어요.”늘 시간에 쫓겼기 때문에 그림도 빨리 마르기를 바랐고, 그림에 대한 갈망이 깊어서 퇴직을 앞당겼다고 한다. 정상대로 퇴직하려면 아직 2년이 남아 있다. 퇴직을 하고 나니 비로소 시간적인 공간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학교생활을 그만두고부터 예총협회 사무실과 작업실로 출근하며,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인공적인 불빛의 야경을 많이 그린다고.아트 페어 네 번, 개인전시회 여섯 번. 서울까지 뛰어다니며 그룹전과 개인전에 참여하며 열심히 뛰어다녔다. 예술단체의 리더가 되려면 예술적 정체성이 분명해야 하고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예술단체 회원들이 인정할 만큼 실력을 쌓으려고 이 회장은 지금도 노력 중이다. 예술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니만큼 적어도 작가는 작품으로 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는 리더로서의 입장과 예술가의 정체성을 작품 활동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어떤 단체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작품을 향한 순수파와 단체 활동에 더 열심인 사람이 두루두루 섞여 있는 곳이 예술단체라며, 이 회장은 여담으로 청송 야송전시관의 주인이었던 이원좌(李元佐) 화백의 예술혼에 대한 추억담을 들려준다.“개인전시회를 해서 좋은 점이 뭔가요?”“전시실에 40여 점의 작품을 걸어놓고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아요.”작가들도 자기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손님이 없는 조용한 시간에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꼼꼼히 살피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느낌이 어떠냐고 물으니 “내가 이렇게까지 그림을 그렸구나. 참 애를 많이 썼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 감회가 새롭다. 그 동안 힘든 과정이 있었고, 그 노력의 결과물을 무대에 올렸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주어졌으니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세부적으로는 작품을 살피다 보면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작품에 쏟은 수고로움을 칭찬해주고, 다음 작품을 그릴 때 참고로 삼아서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점을 둔다고.“앞으로의 계획이 뭐예요?”“지역성을 좀 벗어볼까, 생각 중입니다.”예술 활동에는 지역성이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몸을 움직여서 밖으로 나간다는 건 둥지 안에 갇혀 있는 의식을 넓히고 외적 자극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타 지역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주고받은 대화가 뜻밖에도 동기부여가 되어서 작품 세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이 회장은 ‘내 것을 가지고 고민할 건 작품뿐이더라.’며 웃는다. 봉사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고립된 시간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기만의, 작품 활동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서울로 간 작가들이 많다며 창작세계는 탄력을 받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한다. 이 회장은 더 넓은 세계로 나가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작품의 질을 높이고 싶은 욕구를 비쳤다.“작품 중에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어요?”“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습니다. 전 굳이 그런 구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작업실에서는 완전히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밤늦게까지 작업을 한다며 이 회장은 작품이 수백 점이지만 하나같이 기억한다고 했다. 자신의 손을 거친 그림이 모두 아낌없는 열정을 쏟은 자식 같아서 더하고 덜하고 없이 모두 귀하다고. 그런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이 작품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말해준다. 40여 점을 걸어놓고 차근차근 살피는 화가의 등이 보인다.“찾아낸 결점을 전시회 후에 보완하세요?”“부족한 그대로 두고, 다음 작품을 그릴 때 참고합니다.”머릿속에 담아놓은 기억은 오래 간다며, 수정보다 더 바쁜 것이 다음 작품 구상이고 뭔가 새로운 방식이 없는지, 어떻게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나, 작품에 어떤 메시지를 채워 넣을까, 캔버스를 좀 뚫어서 빛이 새어들게 하면 어떨까, 하는 등의 새로운 고민이라고 한다. 모든 작가와 작품이 그렇듯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을 갖고 있기 마련이니 부족한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고.“화폭에 그림을 많이 담는 편이세요?”“그림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여백을 많이 남기고 오리 두 마리만 그려서 물의 흐름을 그린다거나, 포인트를 잡아서 부분을 크게 그린다거나, 여러 가지 방식을 도입합니다.”착상을 얻기 위해 여러 지역과 도심의 중심지를 돌아본다고 한다. 돌멩이 하나라도 유심히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면 달리 보인다고. 어떤 사물에 관심을 가지면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오래 관찰한다며, 전시회에서는 작품이 말을 한단다.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니 안동대 이수창 화백을 거론한다. 대학시절의 스승님이라며, 밝으면서도 무게가 주어지도록 층을 많이 쌓는 것도 그분의 영향이라고 한다.작품 활동도 중요하지만 협회의 리더 역할도 소홀히 할 수 없어서, 올해는 문화 활동에 취약한 지역민들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서 경북을 문화예술 중심도시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야망을 펼친다. /글 장정옥 소설가(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2021-04-20

“내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 속 편백나무 숲이 될 수 있다면…”

‘아버지는 소금 산이다. 아버지의 삶은 소금과 같은 것이었다. 쓴맛, 신맛, 단맛을 더욱 더 돋우고 스스로는 짜디짠 존재가 되어야한다. 아버지의 일생은 아버지라는 단단한 고체에서 액체 상태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용해의 삶이었다. 그것이 아버지이며 아버지다움이다.’재론의 여지없이 잘 조탁된 좋은 문장이다. 군더더기가 없고 따뜻하다. 누가 썼을까? 처음엔 오랜 세월 작가로 활동해온 사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의외였다. 위의 글귀를 쓴 사람은 문학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회사에서 33년 이상 근무하다가 최근에 정년퇴직한 차성환(60) 씨. 놀라웠다. 아마추어 수준의 문장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기 때문.소박하게 출간된 수필 모음집에서 차씨의 글을 발견한 이후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이력을 찾아봤다.이미 재생백일장, 대구 매일신문 글짓기 대회, 한민족통일문예제전 등에서 필력을 검증받은 ‘숨은 문장가’였음이 어렵지 않게 확인됐다.의문을 풀기 위해 길게 망설일 것 없이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 역시 그의 문장처럼 간명하고 명징했다.“그렇지 않아도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인터뷰를 제의해줘서 고맙다.”차성환 씨는 부산에서 태어나 학업을 마치고 포항으로 와서 오랜 세월 한 직장에서 한 우물을 팠다. 모두가 알다시피 샐러리맨의 일상이란 얼마나 분주한가.그렇지만 바쁜 와중에도 언제나 ‘기록하는 것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문학청년의 마음으로 문장을 수련해온 차씨.중·고교 시절엔 밴드 ‘산울림’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가수를 꿈꾸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자녀들의 존경과 아내의 신뢰를 받는 성실한 직장인으로 살았으며,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임무에서 해방된 지금은 “하고 싶었던 외침, 내뱉고 싶었던 소리, 그리고 삶의 여러 에피소드를 글로 써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는 차성환 씨다.아래는 그가 자신의 삶과 글에 관해 털어놓은 숨김없는 소탈한 이야기다.-33년 넘는 세월 동안 한 직장을 다녔다. 포스코를 직장으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는지.△부산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다가 작은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포항은 작은 도시이지만, 포스코는 분명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포스코라는 브랜드와 함께 내 삶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재직 시 잊을 수 없는 추억은.△홍보팀장으로 있을 때 도시 재생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적으로 시작한 ‘세탁소커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직장생활 중 내가 가진 역량 그 이상의 열정을 바친 귀하고 소중한 작품이다. 30년 넘은 세탁소를 지역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게 세탁소커피다. 지금도 그곳 사람들과 내가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언제나 가보고 싶은 공간이다.-문학과는 무관해 보이는 직장에서 글쓰기를 지속한 이유는.△기록과 남김의 습관이 있다. 기억의 한계를 알기에 무엇이든 기록해 남겨둔다. 자동차, 침대, 거실, 화장실 등 내 주변 곳곳에 조그만 수첩과 볼펜이 있다. 후배와 출장 갔을 때의 일, 아이들 키우며 겪은 기억과 추억, 아내와의 여행 등 모든 것들을 기록해 남긴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 어느 순간 한 문장, 한 단락의 글이 된다.-직장인으로 살아온 시간은 어떤 자부심과 상처를 남겼나.△남편다움, 아버지다움을 실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가족들 앞에서는 당당함을, 스스로에게는 자존감을 키워준 곳이 직장이다. 하지만 때론 조직의 누군가에게 잡혀 있다는 허탈감과 억울함도 있었다. 진실과 정의마저도 가족을 핑계로 외면해야 했던 마음의 상처는 지금도 흉터로 남아있다-정년퇴직 후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설렘과 두려움이다. 계획은 언제나 미래의 시간과 가상의 현실일 뿐이다. 계획은 계획이다. 스스로 계획이라는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거창함보다는 사소함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 동네 골목길, 가보지 못한 조그만 카페 탐방 등 규칙적이어야 했던 일상에선 할 수 없었던 ‘내 마음대로의 시간 여행’을 해보는 게 흥미롭다. 이를 통해 직장인일 땐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중이다.-글을 써서 많은 상을 받았다. 기억에 남는 상은.△나는 글쓰기 공부의 한 방편으로 백일장을 꼽는다. 제시된 주제어로 2~3시간 만에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긴장감과 설렘이 나를 매료시킨다. 2015년 재생백일장 대상과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으로 산문 부문 장원을 수상한 대구 매일신문 공모전 수상이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다시 태어난다면 작가와 직장인 삶 중 어떤 걸 택할 것인지.△둘 모두다. 직장인은 가정의 버팀목이다. 작가는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 공감과 감동,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꼭 하나만 선택하라면 작가다. 조직의 누군가를 위한 거짓과 위선의 부끄러운 대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내 문장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편백나무 숲 같은 편안함을 줄 것 같다는 환상이 늘 나를 깨어있게 한다.-살아오며 자식들에겐 어떤 조언을 했나.△건강을 강조했다. 도시와 문명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자연과 점점 멀어져 간다. 이런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될 아이들이다. 생각도 못한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난다. 건강하지 못하면 꿈과 희망도 그저 꿈과 희망으로만 끝난다. 가능한 자연과 태초의 방식으로 건강함을 잃지 말라고 가르쳤다. 건강한 몸과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이다. 자식들이 나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 그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 아닐까.-당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기록이고 남김이다. 사진이 시각적 기록이고 남김이라면, 글쓰기는 시청각의 기록이고 남김이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시간과 공간, 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아버지가 쓰는 육아일기로 상을 받은 기억이 난다. 글쓰기는 나와 누군가의 기록이며 남김이다. 기록과 남김은 추억과 회상의 도구로 기억되고 남겨질 것이다. 문학은 이러한 기록과 남김에 정갈함과 고급스러움이 더해진 것이라 생각한다. 기록과 남김이 나만의 것이라면, 문학은 나의 것이며 또한 모두의 것이다.-‘인간 차성환’이 그려갈 미래는.△가장으로서가 아닌 가정과 가족의 일원으로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 조금은 얕아지고 얇아진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것들 역시 기록과 남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언제나 나이와 환경에 맞는 ‘다움’의 삶을 살아가려 한다. 할아버지다움, 시아버지다움, 장인다움의 삶을. 지금까지의 남편과 아버지다움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좋은 사람을 찾기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자. 후회는 내가 지금 만들어 가고 있는 내 미래의 아픔이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록에는 게으름이 있다’. 직장생활 하던 시절 강의나 교육 중에 자주 쓴 말이다. 직장인으로 33년 8개월을 보냈다. 거기서 남겨진 기록들을 문학적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하고 싶었던 외침, 내뱉고 싶었던 소리, 그리고 여러 에피소드를 내 글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꿈이 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4-14

지역발전 사업·주민복지 정책 추진 ‘행복 성주’ 건설

누구도 원치 않는 ‘코로나19 시대’가 길어지고 있다. 어느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고민과 어려움에 처한 상황. 하지만, 넋 놓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새로운 지역 발전 사업을 추진하고, 주민들을 위한 복지 관련 정책을 만들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건 지자체의 존재 이유이자 책무다. 성주군은 이와 관련해 어떤 사업과 정책을 준비하고 진행 중인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군민중심 행복성주’ 위한 사업들 원활하게 진행민선 7기 이병환 군수가 새로운 미래 100년의 도약을 준비하며 내건 슬로건은 ‘군민중심 행복성주’였다. 간명하면서도 많은 뜻을 내포한 이 약속이 현실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군민들과 이 군수가 힘과 의지를 합쳐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을 살펴보는 건 슬로건의 현실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 듯하다.성주군은 최근 5만 군민과 20만 출향민의 염원이었던 남부내륙고속철도 성주역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성주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평가한다.단순히 신호장 설치에 그칠 수 있었던 기존 사업계획은 성주군민의 적극적인 노력과 의지로 ‘성주역 확정’이란 쾌거를 이루게 됐다. 이로써 성주역 주변 지역 개발은 물론, 뛰어난 접근성으로 ‘듀얼라이프 거점 도시’로서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또한 총 사업비 1천억 원 이상이 투자될 예정인 성주의 중심지 성주읍은 눈에 띄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치열한 경쟁 속에서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 1·2단계 사업과 별빛이 흐르는 이천 친환경 조성사업은 성주를 서울의 청계천이나, 울산 태화강 일대처럼 활력이 넘치는 지역으로 변모시키게 된다.이를 통해 도시재생은 물론, 생명이 흐르는 힐링공간으로의 전환까지 준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남부내륙고속철도 성주역 확정과 함께 중부내륙고속도로, 포항-새만금 고속도로, 4개 간선도로의 신설·확장으로 이제 성주군 광역교통망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동서남북으로 원활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교통의 요지로 탈바꿈하게 된다면 군민의 편의는 물론, 관광객들의 접근 용이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본예산 5천억 원 시대… 농업조수입 1조 원을 향해성주군의 2018년도 예산은 4천10억 원이었다. 올해는 여기서 이보다 1천억 원 이상이 늘어났다. 2021년 성주군 예산은 5천220억 원. 군민들 모두의 염원이던 본예산 5천억 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성주군청은 이를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국·도비 확보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공모사업 선정 예산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설명한다. 이에 덧붙여 “본예산 5천억 원 시대는 성주군민의 보다 윤택한 삶을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성주는 누가 뭐래도 ‘한국 최고의 참외 생산지’다. 지난해 참외 생산 50주년을 맞은 성주군은 참외 조수입 2년 연속 5천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참외의 본고장으로서 그 명성을 더욱 공고히 한 것이다.성주군은 “부단한 노력 끝에 새로운 참외 캐릭터와 친환경 포장박스를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성주참외가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한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매년 농업부문의 예산을 증액하고, 농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보조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팜 재배시설 조성, 드론방제, 신품종·기능성 참외 개발 등의 생산·기술 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성주군청의 부연이다.여기에 ‘언택트 시대’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해 온라인 판매 활성화, 라이브커머스 확대 등 마케팅 부문에서도 혁신을 진행 중이다. 이는 ‘농업 조수입 1조원 시대’를 열기 위한 성주군의 의지가 담긴 것. 미래농업 발전에 중점을 두고 부자농촌의 꿈을 펼치는 성주군의 앞날이 주목된다.◆ 21세기 문화관광시대에 발맞추는 성주군지난 시절과 달리 21세기는 문화와 관광이 지자체를 효과적으로 알리고,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산업 기반이 돼주고 있다. 그렇기에 성주군 역시 관광산업 육성과 문화관광 도시로의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사실 성주는 현재도 빼어난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 한 생태·힐링 여행지로 사람들 사이에서 이름이 높다. 성주군 일대를 돌아본 여행자들은 “숨겨진 영남의 보석”이란 말로 성주 관광의 미래에 힘을 실어준다.성주군은 가야산을 배경으로 천혜의 자연 환경과 전통적 문화자산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여기에 힘을 보태듯 성주 역사테마파크 준공됐고, 성산동 고분군 전시관이 정식 개관했으며, 성주호 생태둔치공원 역시 조성이 완료됐다.이뿐만이 아니라 심산문화테마파크, 여행자센터, 스마트 관광안내 서비스, 관광서비스 시설환경 개선사업 등도 추진 중이거나, 사업을 완료했다.성주군민들은 “여행자의 눈길을 끄는 랜드마크 조성과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 개발로 우리 고장이 찾아가고 싶은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지난해 초부터 한국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관광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대책 없이 마냥 머뭇거릴 수는 없는 노릇. 성주군은 얼어붙은 관광산업을 부활시키고,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에 지친 군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각종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개별·소규모 자유여행 상품인 ‘별의별 여행, 성주를 담다’, 야간 관광 상품인 ‘별빛 아래 자동차극장’, 성공적인 관광 프로그램으로 호평 받은 성밖숲 희망길 ‘와숲 행사’ 등은 코로나 시대 주류 여행으로 자리 잡은 ‘언택트 관광’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성주군청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도 코로나 시대 맞춤형 ‘성주 안심여행 12선’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관광객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성주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동시에, 언택트 관광산업 육성과 체류형 관광 활성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한다.지속가능한 문화적 삶의 확산과 문화도시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성주군은 이외에도 가야산 신규 탐방로 개발, 둘레길·드라이빙 로드 신설, 가야산 산림휴양 문화단지 조성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이와 관련해 관광 전문가들은 “가야산 국립공원의 관광 활성화와 성주호 일대 관광지 지정 등이 성주를 문화관광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복지사업으로 만들어갈 ‘거주 희망 1번지’ 성주성주군은 결혼·임신·출산·양육 관련 각종 지원사업과 놀이·교육·문화시설의 지속적인 확충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다양한 인구 유입정책 수립과 ‘더불어 이웃사촌 마을’ 조성사업, 도시민 유치, 농업창업 지원 등은 그 실질적 사례다.귀농귀촌인 정착 지원, 새로운 거주단지·산업단지 조성 등은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 성주군이 ‘거주 희망 1번지’로 커나갈 방안으로 평가된다.또한 성주군은 고령화와 버스 운행 감축으로 인한 어려운 교통 상황을 별고을택시의 전면 확대로 극복 중이다. 이와 더불어 전국 최초 군 직영 전기 마을순환버스 운영과 공영주차장 10곳 893면을 신규로 확보해 교통복지 인프라 구축에도 땀을 흘리고 있다.노인복지타운, 통합보훈회관, 종합복지타운의 권역별 건립과 미래형 스마트 경로당 조성 역시 선진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가기 위한 성주군의 주요 과제일 것이다.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 어린이 체험실, 참외 체험형 테마파크 개관은 미래의 꿈을 키워갈 아이들을 위한 복지 공간이다. 올 하반기에 개관 예정인 북문화놀이터는 성주군 아이들이 마음의 양식을 쌓고 재능을 꽃 피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힘겨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적지 않은 군정 성과를 보인 성주군은 미래 100년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대구·경북 행정통합 지원, 통합신공항으로의 접근성 강화, 인근 지자체와의 경제 협력 등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성주군의 오늘 모습이다.이병환 군수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신념으로 성주의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성주군의 앞날을 주목하고 있다./전병휴 기자 kr5853@kbmaeil.com

2021-04-13

100%의 진실과 1%의 진실

예전 어느 때에 걸프전의 전시 상황을 알리는 목소리를 들은 적 있다. 앳되고 귀염성 있는 여기자가 바그다드의 현지 상황을 알리고 있었다. 총을 든 군인과 폐허가 된 도시 정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갔다. ‘저 동네는 뭔 일로 저렇게 주야장천 총질을 해대는지.’ 혀를 차는 노인의 말에 마주앉아 막걸리를 마시던 그의 친구가 말을 받았다. ‘땅만 파면 기름이 나오니 그놈을 믿고 힘자랑 하는 거지.’ 책 읽으며 먹을 과자 한 봉지 사들고 가게를 나왔다. 바그다드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피를 흘리며 싸우건, 6·25를 겪은 두 노인에게 전쟁이란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고 몸서리치는 것이었다.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꿈인 듯 그 여기자가 내 앞에 앉아 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모습으로. 그녀가 바로 한국의 여성 종군기자 1호인 이진숙이다. 종군기자와 대전 MBC 사장이라는 직함까지 다 내려놓은 지금, 그녀는 한껏 자유롭고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녀가 화약고 같은 중동지역에 들어간 것이 자의적인지 타의적인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잖아요.”“그때는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한 시대가 격동적으로 흘러갔다고 정리되는데 그 선택을 할 때는 그것이 꼭 해야 할 일이었다고 한다. 1990년 8월2일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중동 잘 알지?” 하며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전 세계의 취재인파가 중동으로 몰려갈 때여서 비자 받기가 어려웠는데 총영사가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여성으로서 전쟁취재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었다. 중동 관련 세미나에 참여하며 세계정세를 익힌 노력이 현실로 다가오니 “가슴이 뛰었어요.” 세상은 준비된 자의 것이라든가. 죽을지 살지 모르는 혼돈의 중심으로 들어가며 가슴이 뛰었다는 말이 신선하게 들렸다.“어떻게 해서 전쟁취재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학교 다닐 때부터 중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영어에 대한 관심으로 먼 중동까지 가게 된 것을 그녀는 운명이라고 했다. 영어가 좋았고 세계지도를 보는 게 좋았다고. 세계에 대한 관심, 넓은 세계로 뛰어들고 싶다는 욕구가 이 전 사장으로 하여금 영어공부에 몰두하게 했다. 지도를 보며 키운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 곳곳으로 뛰어다니고 싶었던 그녀의 바람을 이루어주었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생활까지 했지만 영어공부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한국외대 영어통역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 후로도 영어에 대한 욕구를 따라서 존스홉킨스대학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과 서강대 정치학·언론학 석사 과정을 다 거쳤다. 영어가 그녀의 발전에 불씨가 되어주었다.“중동에 왜 그렇게 끌렸어요?”“야세르 아라파트라는 인물 때문입니다.”군복을 입고 격자무늬의 터번을 감은 사람이 훤히 떠오른다. 티브이에 자주 비치던 중동지역의 남자들 모습이 그랬다. 이 전 사장은 아라파트라는 사람이 궁금하더라고 했다. 야세르 아라파트는 당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의장이었던 사람이다. 주요인물 납치, 비행기 납치, 수많은 테러를 저지르며 평생 동안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한 무장 투쟁과 외교적 노력으로 1994년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정을 체결하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은 인물이다. 인물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된 중동 역사 공부가 마침내 그녀를 바그다드로 날아가게 했다. 생생한 기사를 위해 암만에서 국경을 넘어 바그다드로 잠입한 얘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국경을 넘을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현장취재로 생생하게 쓸 수 있는 기사를 가만히 앉아서 받아쓰는 게 죽기보다 싫었어요.”2003년 이라크전 때에 그녀는 바그다드에 있었다. 전쟁이 발발할 조짐이 일자 회사는 기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요르단 암만으로 철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분쟁의 중심에서 뚝 떨어진 곳이었다. 암만으로 이동했던 그녀는 휴일 아침에 차를 타고 이라크 국경을 넘었다. 가만히 앉아서 받아쓰는 게 무슨 기자냐, 하는 생각이 모험을 감행하게 했다. 재입국 비자를 받아놓은 덕분에 바그다드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MBC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어요?”“인생이란 게 참 우연이에요.”그녀는 학교 부근에 방을 얻어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분식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티브이 시청 중에 MBC에서 사원을 모집한다는 광고가 떴다. ‘바로 저거다!’ 하는 생각으로 지원을 한 것이 방송기자 생활의 시작이었다. 기자생활을 하겠다는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출발이었다. 당시만 해도 수습기간이란 게 있어서 훈련에 적응하는 6개월이 매우 힘들었다. 새벽 4시에 나와서 밤 한 시가 넘어야 집으로 가는 일상의 반복은 말할 것도 없고, 애써서 쓴 기사를 퇴짜 맞고 다시 쓰라고 야단맞을 때 눈물 나게 힘겹더라고 했다.“쓰고 싶은 기사와 쓰고 싶지 않은 기사로 갈등을 느낀 적은 없는지.”“쓰고 싶지 않은 기사와 쓰라고 명령 받은 기사 사이에서 겪는 갈등은 기자들이 숱하게 겪는 일인 걸요.”기사의 종류는 반드시 나가야 할 기사, 나가도 안 나가도 그만인 기사, 나가서 안 될 기사로 구분되는데 윗사람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도 그런 일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일로 싸운 적도 있고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방송뉴스의 다변성을 이해하겠더란다. 정치, 경제, 사회, 스포츠, 흥미 위주의 기사까지, 층마다 관심이 다른 시청자들을 골고루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짜는 과정 자체가 그대로 전쟁의 연속이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겹의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방송의 속성을 알겠더라고. 선후배 사이에서 일어나는 그런 갈등 역시 조율의 단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100%의 진실과 1%의 진실이 늘 그 가치대로 생산되는 게 아니어서 방송이 존재하는 한 갈등이 끊이지 않을 테지만, 그런 인고의 시련 자체가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이 아닐지.“삶 자체가 롤러코스터였네요.”“돌이켜보면 롤러코스터였는데, 취재에 열중하던 시기에는 위태로운 삶을 산다는 생각보다 그저 눈앞에 닥친 일에만 골몰하게 되더군요.”걸프전, 이라크전, 언어연수를 겸한 시간까지 바그다드에 머물렀던 시간이 1년 5개월 정도라고 한다. 전쟁으로 인해서 그곳의 역사와 정치적 상황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며, 종교지도자가 대통령보다 더 큰 실권을 잡고 있는 나라의 순종적인 풍습 속에서, 민주주의가 나라에 따라서 달리 해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깨달았다고.“지금이 이 전 사장님에게 어떤 시기인가요?”“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할까요?”운명이 그녀를 또 어디로 데려갈지 알 수 없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어떤 일이건 결코 우연은 없다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녀가 살아온 모든 시간이 지금부터 가려고 하는 곳에 닿기 위한 준비 기간일지도 모르겠다며, 그녀는 그 새로운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었음을 슬쩍 내비쳤다.“가장 잘 살았다고 여겨지는 시기가 언제예요?”“딸을 낳았을 때요.”살아온 중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느냐니까 바그다드를 거론한다. 당시 스물아홉이었던 그녀가 활동한 곳이 바그다드였다고.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떠오르며 ‘낭만’이란 단어가 비눗방울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그곳에 가보지 못한 나도 이렇게 그리운데 가본 사람은 얼마나 더 그리울까. 바그다드는 ‘천일야화’의 무대다. 280여 편이나 되는 긴 이야기 중의 하나인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만들어낸 도시. 이름만으로도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그 도시가 그녀에게는 제 2의 고향으로 생각될 정도란다. 티그리스강을 보면 반드시 이라크로 돌아온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시가지의 정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무타나비 시인의 이름을 딴 무타나비거리, 술을 좋아했다는 아부누아스 시인의 이름을 딴 아부누아스거리, 팔레스타인거리를 줄줄이 엮어낸다. 그 낭만 뒤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얼른 총부터 쏘고 보는 살벌함이 서려 있다 해도 바그다드의 존재감은 조금도 상실되지 않는다. 그게 바로 그 도시가 지닌 역사의 힘이다.“가장 기억에 남는 하나를 든다면?”더우면서도 건조한 5월에 바그다드 호텔에 묵었는데 팔레스타인 기자가 길을 안내하며 시를 읊어주던 일과 손가락이 델 정도로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가며 마신 기억을 들었다. 전쟁의 분화가 스쳐간 곳에서. 무타나비거리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장이 서는 거리시장에서 숯불로 끓여낸 차를 마시며 낭만을 즐겼다고. /글 장정옥 소설가(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2021-04-13

두번의 암과 심장질환… 절망 이겨낸 최고의 명약은 의지와 운동

담낭암, 대장암, 다섯 군데나 막힌 관상동맥…. 한 가지만으로도 쉽게 극복될 수 없는 심각한 병들이다. 6~7년 사이에 이어진 3번의 큰 수술. 경북교육포럼 이해우 대표의 중년은 생사가 걸린 ‘위기’, 그 자체였다.포항과 경주, 서울의 병원을 오가며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를 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절망 속으로 숨거나 찾아온 병에 항복하지 않았다. 투병의 와중에도 박사 학위 논문을 썼고, 미국 대학의 객원교수로 가기 위해 열정을 쏟았다.이해우의 이력은 독특하다.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모자란 시간을 쪼개 교육학 석사와 박사 과정을 공부했고, 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경북대와 위덕대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쳤다. 지금도 그는 경주 동국대에서 정열적인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여기에 몇 년 전부터 당뇨와 척추협착증 치료를 위해 시작한 운동에도 열정을 쏟아 지난해엔 ‘장보고기 전국 조정대회’ 실내 조정 60대 이상 부문에서 우승하기도 했다.며칠 전 본사 편집국에서 만난 이 대표에게선 ‘병마의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지지 않았다. 혈색이 좋았고, 인터뷰 내내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아래는 의지와 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은 그가 들려준 이야기다.-32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교대를 선택한 이유는.△내가 어릴 땐 꿈이란 게 없었다. 형제는 많고 집안은 넉넉하지 못했다. 겨우 깨끗한 운동화 신고, 쌀밥 먹는 게 꿈이었다. 죽도시장에 있는 과자공장에 취직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고교를 마치고 대학을 가게 됐을 때쯤 ‘요즘 아이들은 어떤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궁금했다. 그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초등학교 교사는 어떤 매력이 있는 직업인가.△언제나 아이들의 순수함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른들은 어떤 형태로든 때가 묻기 마련이다. 그에 비해 아이들은 동심을 가졌기에 순수할 수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게 더 많다. 살아가면서 삶의 중심을 잡는데도 교사 생활이 큰 도움이 됐다.-초등학생만이 아니라 대학생들도 가르쳤다. 어떤 때 보람을 느끼나.△가르친다는 행위 자체가 보람이다. 제자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걸 보면 힘이 난다. 동국대 간호학과 제자가 서울대병원에 취직해서 감사의 전화를 해왔을 때, 경북대 제자가 임용고시에 합격해 ‘선생님 덕택에 저도 교사의 길을 갈 수 있게 됐다’는 인사를 전했을 땐 내 일처럼 기뻤다.-교직 생활 중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면.△1980년대이니 내가 30대 시절이다. 구룡포에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았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던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이 바빠서 신경을 써주지 못하니 많이 힘들어했다. 그 아이를 불러 ‘앞으로는 나를 아버지로 생각해라. 넌 내 아들이다’라고 격려했다. 이후 아이의 생활 태도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을 주면 아이는 변한다. 3년간 빠지지 않고 스승의 날이 되면 신문지에 싼 양말 한 켤레를 선물하던 아이였다. 전근을 가면서 헤어졌는데, 지금은 50대가 됐을 그 제자를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교직 생활 중 암을 포함해 여러 번 심각한 병을 앓았는데.△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 담낭암, 대장암 수술을 해야 했고, 관상 동맥이 막히는 질환도 앓았다. 담낭에 문제가 생긴 건 1998년쯤이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다. 경주와 포항의 병원을 찾았고 수술을 했다. 수술 이후 담낭 조직검사를 했는데 그 결과 암이라고 했다. 담낭암은 간도 함께 절제해야 했기에 서울에서 다시 한 번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때가 박사 학위 논문을 쓰던 때였다. 입원하러 간 사람이 논문 관련 자료를 잔뜩 챙겨온 걸 보고 의사와 간호사가 놀라던 모습이 생생하다.-담낭암 치료 이후에도 다시 병마가 찾아왔다고 들었다.△‘목표로 세운 일을 꼭 끝내고 싶다’는 의지가 담낭암을 극복하게 해줬다. 어려움 끝에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학위 취득 직후에 쓰러졌다. 관상동맥이 다섯 군데나 막혔다는 진단이 나왔다. 다시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다. 잘라낸 내 팔뚝의 동맥을 심장 동맥에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그때는 미국 한 대학에 연구계획서를 보내고 객원교수로 초청을 받았던 시기다. 미국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극은 1년쯤 뒤에 또 다시 닥쳐왔다. 대장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된 것이다. 6~7년 사이에 목숨이 오가는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으니 평탄한 인생은 아니었다.-세 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큰 병에 걸리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된다. ‘열심히 살아온 내게 왜 이런 몹쓸 병이 찾아왔을까’란 비탄에 빠져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한 번도 아니고 연속 세 번이었으니, 나 또한 그런 심정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그걸 이겨내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나는 내가 환자인 걸 잊고 살겠다. 내게는 병을 극복할 의지가 있다.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의지를 가다듬고, 희망을 지켜가겠다는 마음가짐이 건강을 회복시켜준 것이라 믿는다.-의지, 희망과 함께 건강을 찾게 해준 또 다른 비결이 있다면.△당뇨가 있고, 척추협착증으로 허리도 많이 아팠다. 그걸 치료하고자 혼자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좀체 좋아지지 않았다. 3년 전쯤 ‘운동 치료전문가’를 만나 그가 권유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실내 조정도 그때 배웠다. 힘이 들어가지 않던 허리에 근육이 붙었고, 제법 높은 산도 오르는 게 어렵지 않아졌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으로 지난해엔 상까지 받았으니 앞으로도 운동은 계속할 생각이다. 몸이 좋아지니 정신적으로도 활력이 느껴진다.(웃음)-지금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조언을 부탁한다.△생명을 걸어야 하는 수술 과정을 겪으면 의욕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거기서 주저앉는다면 정말로 끝이다. 억지로라도 자신이 병에서 회복된 후 해야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아프기 전보다 더 긍정적인 사고로, 더욱 힘 있게 생활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신의 병을 잊어버릴 수 있는 큰 꿈이 생기면 인간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삶의 좌우명은.△젊을 때부터 ‘마중’이란 말을 좋아했다. 그 단어 속엔 기다림, 반가움, 더불어 가는 동행이란 뜻이 있다고 믿었다. ‘마중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다. 후배 교사들에게도 ‘마중물 교육’을 자주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꿈을 마중하고, 그 꿈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고, 제자들이 사회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지금도 바란다. 그건 교사로서의 소명의식이기도 할 것이다.-요즘의 일상은 어떠한가.△경주 동국대에서 교육행정과 교육경영 강의도 하고, 운동도 하고, 등산도 다닌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나눠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살다보니 나이가 일흔에 가까웠는데도 출강하는 학교에서 우수 교원으로 선정돼 상도 받았다.(웃음) 앞으로도 병이 주는 고통과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만들어가려 한다.-향후 ‘인간 이해우’가 열어갈 미래는.△2~3년 전부터 맑은 소리에 매료돼 대금 연주를 배우고 있다. 지금은 남들 앞에 나설만한 실력이 아니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며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찾아가 노인들 앞에서 연주를 해주고 싶다. 나도 적지 않은 나이다. 늙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비슷할 것이니,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줄 수 있지 않겠는가. ‘작은 도움이라도 남에게 주는 사람’으로 남은 생을 살고 싶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4-07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 꽃비 되어 내리다

“화개천지홍(花開天地紅).”세상 어떤 꽃보다 먼저 봄을 알린다. 분홍빛 고운 ‘계절의 전령사’라 부를 만하다. 게다가 귀하게 피어 몇몇 사람만을 기쁘게 하는 게 아니다. 흔하디흔한 골목길에서부터 야트막한 산기슭, 심지어 청춘들 발길 분주한 대학 교정에까지 지천으로 피어나 바람에 꽃이파리 날리는 낭만과 서정. 그러니 ‘서민들의 꽃’이라 해도 좋으리라.벚꽃이 피어나는 3~4월이면 야박한 사람들 인심과는 무관하게 잠시잠깐 세상이 환하다.그래서다. 일찍이 선현들은 ‘꽃이 피니 하늘은 물론 땅까지 온통 붉다’고 감탄했다. ‘화개천지홍’이다. 여기서 ‘꽃’이란 분명 ‘벚꽃’일 터.그러나 대부분의 아름다움이 그러하듯 그것이 지속되는 시간은 지극히 짧다. 미인이 그러하고, 미인의 메타포로 곧잘 사용되는 꽃 또한 그러하다.한 시인은 “난분분 난분분 떨어지는 벚꽃 잎을 보니, 이번 봄도 꼬리를 감추고 있음을 이제야 알겠구나”라고 노래했다.2021년 올해도 마찬가지. 활짝 핀 벚꽃 아래서 밀어를 속삭이던 연인들, 지난 사랑을 추억한 중년 부부들, 환한 웃음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쁘게 하던 아이들. 이들 모두가 영원히 곁에 두고 싶던 ‘벚꽃 시즌’이 끝나간다. 아쉽지만 누구도 붙잡을 수 없다.“화락천지정(花落天地靜).”피는 꽃이 ‘절정의 아름다움’이라면, 꽃이 진 자리엔 ‘고요한 아름다움’이 조용히 들어선다. 4월 첫 주말 경북 일대를 적신 봄비와 제법 차가웠던 바람이 벚꽃을 가만두지 않았다.바로 그 날씨의 변화에 후드득 소리 내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점점이 고운 분홍빛으로 떨어지던 벚꽃 잎 아래를 우산 받치고 걸어보았다. 가는 봄이 아쉬운 사람은 비단 기자 하나만이 아니었던지, 제법 많은 이들이 떨어지기 직전의 꽃을 매단 벚나무 곁을 서성이고 있었다.‘화락천지정’이란 글귀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깨닫기 위해선 축적된 삶의 경험이 필요하다.꽃은 누가 피라고 해서 피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수만의 사람들이 떼를 쓰며 읍소한다고 해도 결국은 지고야 만다. 그게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꽃은 ‘순환의 시간’을 산다. 하지만, 인간의 시간은 매 순간이 단 한 번뿐이다. 우리가 벚꽃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인간에겐 부재한 ‘다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년에 피어날 벚꽃은 더 아름다우리라벚꽃이 경상북도 전체를 빛나게 밝혀주던 봄이 아쉬움 속에 등을 돌리고 있다.지척에 푸른 바다가 일렁이는 포항과 영덕, 곳곳이 신라와 조선의 문화재로 가득한 경주와 안동, 여기에 김천, 예천, 문경….어디 그뿐인가. 경북 23개 시·군 거리를 가리지 않고 반갑게 여행자들과 인사하던 벚꽃은 봄을 봄답게 만들어준, 비용 지불하지 않은 귀한 선물이었다.‘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을 덮친 지난해와 올 봄 이전엔 하루라도 빨리 벚꽃을 만나려는 관광객들이 주말이면 수십 만 명씩 자동차와 버스, 기차를 타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왔다.오죽하면 만발한 벚꽃으로 이름 높은 경주와 경남 진해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을까. “봄이면 우리 동네 거리가 서울 사투리(?)로 가득하다”고.바로 이 벚꽃에 관한 낭만적인 해석을 담은 책이 있다. 살림출판사에서 간행한 ‘쁘띠 플라워’다. 아래 일부를 인용한다.“꽃이 피고 지는 과정은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아있다. 인간이 젊음의 한 순간을 정점으로 늙어가듯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던 화려한 꽃 역시 조용하고 쓸쓸하게 지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중략)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이 화려해 일본에선 매년 꽃놀이를 즐길 정도다. 벚꽃은 피어 있는 모습 못지않게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꽃이다. 꽃잎이 유독 얇고 하나하나 흩날리듯 떨어져,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또 금세 활짝 피어 화려하게 물드나 싶다가 봄비가 내리면 잎만 푸르게 남는다. 잠깐 숨 돌리는 사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 느끼는 덧없음이랄까…(하략)”그렇다. 벚꽃은 피어있을 때 물론 예쁘지만, ‘잠깐 숨 돌리는 사이 사라져버리고 마는’ 순간조차도 숨 막히게 아름답다. 꽃이 진 자리의 고요와 적막은 그래서 마냥 쓸쓸한 것만이 아니다. 거기엔 약속이 망울을 맺는다.2021년에 피었던 벚꽃은 2022년, 아니 2032년에도 같은 계절 같은 자리에서 등불 밝히듯 환하게 피어나 ‘봄의 사자(使者)’로 역할 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해서, 그 기다림은 슬프지 않다.◆ 꽃이 떨어졌다고 서러워하지 마라동서고금 많은 시인묵객들이 꽃에 관해 노래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시인과 화가를 더 큰 힘으로 매혹한 건 개화(開花)가 아닌 낙화(落花)였다는 사실이다. 활짝 피어 향기를 뿜어내는 꽃보다, 소리 없는 비명으로 떨어지는 꽃을 편애偏愛) 한 그들의 마음속엔 어떤 미학관이 들어서 있었던 걸까?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국문학자로도 명성이 드높았던 시인 조지훈(1920~1968) 역시 개화보다 ‘낙화’에 눈길을 주던 사람이다. 그랬기에 다음과 같은 절창을 남길 수 있었을 터.꽃이 지기로서니바람을 탓하랴주렴 박에 성긴 별이하나 둘 스러지고귀촉도 울음 뒤에머언 산이 다가서다촛불을 꺼야 하리꽃이 지는데꽃 지는 그림자뜰에 어리어하이얀 미닫이가우련 붉어라묻혀서 사는 이의고운 마음을아는 이 있을까저어하노니꽃이 지는 아침은울고 싶어라.반갑게 맞았던 짧은 봄과 몌별해야 하는 오늘 우리의 심정도 한 시대 이전 낙화를 바라보던 조지훈과 크게 다르지 않다.누구나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다’. 그러나, 그 꽃을 데려간 바람과 비를 탓한들 무엇 하랴. 이미 2021년의 벚꽃은 기억 속에서나 불러올 수 있는 아스라한 추억이 됐을 뿐인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개화를 기다리며…수백, 수천 그루의 벚나무가 만들어내는 ‘꽃 잔치’는 봄날을 산책하는 여행자의 심장을 설렘으로 두근거리게 만든다. 이건 누구도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3월부터 4월 초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연분홍 ‘벚꽃 비’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수만, 수십만 명에 이른다는 게 그 사실을 증명한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벌써 2년째 벚꽃과 온전히 포옹하지 못하는 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와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이다. 해서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이전의 봄날처럼 마냥 기껍지만은 않다.내년 봄엔 경북의 벚꽃 명소들마다 ‘방문을 자제해 주세요’란 플래카드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꽃보다 환하게 웃는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리기를./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4-06

내 심연 속의 나, 너는 누구인가?

악수를 하려는데 작가의 손이 얼른 눈에 들어온다. 덩치에 비해서 작아 보이는 그 손이 지금껏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김 작가의 작품을 실물로 보기 전에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작품에 꼭꼭 숨겨져 있는 그림자와 실물의 관계를. 그 이해 못함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닌 듯, 김 작가가 차에 싣고 온 작품을 직접 들고 왔다. 하얀 프레임에 담긴 작품을 직접 보게 될 줄 몰랐다. 인터뷰 한 꼭지를 위해 차에 작품까지 싣고 왔다는 사실이 작가를 다시 보게 했다. 작품을 직접 들고 온 것은 올해부터 작업하기 시작한 ‘반영’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거울에 작품의 그림자가 비친다는데 실물을 보고도 잘 모르겠다. 무엇을 두고 그림자라고 하는지. 그냥 철로 만든 추상화 같은 작품이 있고, 손가락 두 마디쯤 떨어진 바탕에 바깥의 입방체와 똑같은 모형이 빨간색으로 그려져 있을 뿐. 김 화백이 프레임 속의 빨간 그림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저 빨간 그림을 어떻게 그렸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더군요.”얼른 아는 척을 했다. 스테인리스로 빗은 입방체의 모형을 바탕에 붙여 본을 뜬 다음 색칠부터 하고, 그 앞에 실물을 세운 거 아니냐고. 그러자 김 작가가 작품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실물의 뒤에 손가락을 댔다. 그러자 거울에 손가락이 비친 만큼 바탕의 그림이 없어졌다. 그제야 아! 하고 조각품의 비밀과 그림자의 존재를 확실히 알아보았다. 바탕의 빨간색 그림의 출처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빨간 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이 거울인 것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아! 거울의 조화였군요.”“모형 뒷면이 비친 거죠.”김 작가의 조각에 그런 비밀이 숨어 있다. 더 큰 비밀은 ‘큐빅(Cubic)’이라는 작품을 책상 위로 자리를 옮겨놓으니 거울에 비친 그림자가 움직이며 좀 전에 보았던 형상이 다른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엄연히 존재하면서도 실체가 없는 것의 입방체. ‘큐빅’은 하나의 형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이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작품이 달라진다.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조각이 저렇게 추상적인 요소를 지닌 줄 처음 알았다. 그림자의 조화가 방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며 색다른 형상을 연출한다는 사실을.“대학시절의 가장 큰 관심이 뭐였어요?”“소리였어요.”김 작가는 소리를 형상화시켜보고 싶더란다. 사고가 엉뚱한 방향하게 튀어 오른다. 동성로 소리와 칠성시장의 소리, 학교 운동장에서 들리는 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서 누가 봐도 소리가 느낌으로 나타난다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소리를 조각 작품으로 만들면 어떤 것이 될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작가의 마지막 작업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그림자를 언제 어떻게 만났어요?”“1986년 겨울 군 복무 중에 폭설이 내렸어요. 눈이 그치고 해가 떴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날이 맑았어요.”그 자신도 몰랐던 그를 알아보게 한 것은 눈 위에 떠오른 그림자였다. 고요한 설경을 보며 눈길을 걸어가는데 햇살에 비친 그의 그림자가 눈길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가 가는 곳마다 조용히 따라다니는데도 한 번도 알아보지 못했던 그것이 가시광선에 훤히 떠오른 것이다. 자신의 실존에 대해서 고민이 많을 때였는데 김 작가는 그림자를 보는 순간 깨달았다. 그 그림자가 바로 자신이고 죽을 때 관에 함께 묻히게 될 존재라는 사실을.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다루어온 테마가 바로 실존적인 의미로서의 ‘그림자’였다.“그때는 그림자가 평생을 함께 할 화두가 될 줄 몰랐어요.”자코메티의 작품에 가늘고 긴 팔 다리를 가진 실존적인 형상의 인물이 있다면 김 작가의 작품에는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는 물상의 또 다른 실체라고 할 수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존재하는 물상. 또는 그늘에 숨겨져 있는 음영으로서의 존재. 그것은 여러 겹의 자아를 가진 인간의 이면과 같다. 인간의 이면에는 수많은 자아가 있다. 빛을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존재. 어느 순간 불쑥 나타나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것은 반드시 양(陽)에서만 존재하는 음(蔭)의 모습을 드러낸다.‘그림자, 그는 누구일까?’칼 융에 의하면 페르소나에 의해 억압된 자아가 그림자이다. 페르소나가 보여 지고 싶은 그림자로서의 ‘나’라면 자아는 보여 지는 그대로의 본질적인 ‘나’다. 페르소나는 자아와 분리되어 있다. 그림자는 내 속에 억압된 자아이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페르소나이기도 하다.김 작가가 그림자와 함께 한 시간이 33년이다. 1998년도에 첫 전시회를 했는데 도록에 담긴 아카이브가 모두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 김 작가는 사람의 형상으로 뚫려나간 구멍, 그 여백을 작품으로 활용했다. 여백이야 말로 그림자를 드러내기 좋은 물성이다. 그러고 보니 사람 모양의 그 구멍이 정말 그림자 같다. 기이하다는 생각과 함께 궁금증이 인다. 조각은 두뇌의 예술인가 손의 예술인가. 바위에 추사의 부작란을 심고, 허공에다 집을 짓고, 그림자에 영혼을 싣는 사람. 그림자는 자신과 함께 관에 들어가 영원을 함께 한다. 해를 등지고 길게 드리운 그림자를 보며 김 작가가 묻는다.“나는 누구인가?”해가 비치면 그림자가 생긴다. 아침에는 내 뒤에서 놀고, 한낮에는 발밑에서 놀다 오후 4시가 되면 그의 발치에 길게 늘어서서 함께 걷는다. 늘 소유하고 있지만 그림자는 만질 수도 보듬을 수도 없다.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존재하고, 물성이 인식될 때 그림자도 인식되고 실존한다. 장 주네가 ‘자코메티의 아틀리에’에 언급한 대로 ‘개개의 대상은 홀로 있을 수 있기에 아름답다.’는 말이 조형예술의 미학을 말해준다.23회나 되는 김 작가의 전시회 테마가 모두 ‘그림자’를 주제로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철판을 그림대로 자르고 오려내는 선적인 작업, 면적인 작업, 다양한 색채의 도입까지 많은 변화를 거쳤다. 2015년부터 사군자(四君子)의 그림자 작업이 시작되었다.처음에는 몰골법으로 작품을 그렸는데, 이즈음에는 그릴 대상의 면이 아닌 윤곽선으로 표현하는 백묘법을 차용한다. 백묘법과 몰골법의 혼합으로 작업하는 사군자를 예로 든다면, 꽃잎은 백묘법으로 선만 살리고 잎이나 가지, 둥치 등은 몰골법으로 면을 사용한다. 까다롭고 힘든 작업이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그만의 방식이다. 진화는 거듭된다.김 화백은 철을 다루는 작가다. 철과 알루미늄, 스테인리스스틸, 자연석 등의 재료를 레이저커팅 작업으로 입체화시켜 색까지 입힌다. 물상의 환원작업이다. 달 항아리와 매화, 소나무, 국화, 대나무가 그의 손에서 비틀어지고 기울어지며 입체화된다. 입체화된 물성은 공간에 실루엣을 만들고 여백의 미를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전시회를 23회나 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사군자를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17회 전시회부터다.“철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공간에 대한 재해석인가요?”“개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여백을 만들기 위해 프레임을 만들었으니 공간에 대한 사유라고 할까요?”올해는 ‘반영’이란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림자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담았다.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의 존재함이다. 허상에 불과하지만 실체보다 더 많은 말을 함유하고 있다. 그림자는 자아가 내뱉지 못한 많은 말을 품고 있다. 그림자가 슬퍼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반영은 자신에 대한 깨달음이라며, 김 작가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 활동의 기저가 자신이 누구냐는 물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한다. 자신을 .아는 것보다 큰 깨달음은 없다는 결론 같다.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경북대 예술대 1회 졸업생으로 졸업하고 교직생활을 했다. 경북대 미술교육학 석사 논문으로 ‘자코메티의 인체조각에 나타난 시지각적 특성’ 을 썼고, 박사과정에서 ‘한국 실존주의 조각연구’를 썼다./글 장정옥 소설가(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2021-04-06

“‘김씨 아재’로 살아온 17년… 세상에 선한 영향력 주고 싶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란 이야기일 터. 여기 강산이 2번은 변할 시간에 가까운 17년 동안 꾸준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다.퇴근길 청취자들의 친구로 오랜 세월 함께 한 포항MBC ‘라디오 열린 세상’에서 ‘김씨 아재’ 코너를 맡아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어온 이정대 씨.2004년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부터 지금까지 깨끗하게 손을 씻고 대본을 받아드는 그는 항상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을 잊지 않는 방송인으로 살고자 애써 왔다. 긴장과 진땀의 연속이라 할 수 있는 생방송과 함께 살아온 6천200여일. 형님과 친구의 장례 기간 중에도 스튜디오에 들어가야 했던 때를 이씨는 또렷이 기억한다. 입에 착착 감기는 구수한 영남 사투리로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쉽게 풀어내 청취자들의 가슴에 때로는 기쁘고 때론 서글픈 기억을 남기는 ‘김씨 아재’ 이정대 씨를 지난 주말 만났다. 다음은 그날 오간 이야기들이다.-유년 시절부터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에 관심이 있었나.△아이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교회 고교생 신도 회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 선배들을 위해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오락회도 열었다. 기타 연주도 좋아했다. 내성적인 아이는 아니었고, 활달한 성격이었던 건 분명하다.-방송인들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시절까지 반장을 했다. 하지만, 내가 특출난 리더십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시골 학교였으니 활동적인 아이에게 여러 가지를 시킨 것이라 보면 될 듯하다. 예를 들면 ‘우리 반에선 누가 웅변대회에 나갈래’라고 선생님이 물으면 모두가 우물쭈물 하는 게 보기 싫었다. 그래서 잘하건 못하건 먼저 손을 들고 나서는 편이었다. 너무 나서도 좋을 게 없는 게 인생인데.(웃음) 고등학생 땐 악대부에 들어가 트럼펫을 불었다. 지금은 주목받는 성악가가 된 우주호 씨와 친구였는데, 포항 번화가에서 불우이웃돕기를 하며 우주호가 가곡을 부르고, 내가 품바타령을 하던 기억이 난다.-라디오 출연 이전엔 연극배우를 했다던데.△고등학교를 마치고 사회단체가 진행하는 행사 등을 도우며 지냈다. 딱히 직장을 구해야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1989년 철강회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가 해고됐다. 이후 아는 선배들의 소개로 1994년 연극을 시작했다. 지금도 배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니 벌써 배우 생활이 27년째다.-연극배우 시절의 에피소드는.△2008년 겪은 일종의 무용담 같은 것인데…. 포항의 ‘극단 은하’에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이란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다. 공연 기간이 한참 남았는데, 선배 생일파티에서 과하게 술을 마셔 머리를 다쳤다. 연출가가 나서서 공연의 일시 중단을 알렸던 작지 않은 부상이었다. 일주일쯤 지나서 다시 공연이 시작됐을 때 머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무대에 올랐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도 심각했던 일화다.-포항MBC에 출연하기 시작한 때는.△2004년 11월 4일로 기억한다. 서른아홉 살 때다. 우리나라엔 각 지역마다 그 지방 사투리로 시사 문제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안녕하세요 형산댁’, ‘대구 달구벌 만평’, ‘부산 자갈치 아지매’ 등이 그것이다. 포항에도 ‘만물상 정 사장’이란 코너가 있었다. 거기 출연하던 후배가 그만두면서 그 자리에 내가 들어갔다. 당시는 하루에 5분을 출연했는데, 사전에 3시간씩 연습을 했다. 포항MBC ‘라디오 열린 세상’과 인연을 맺은 것도 벌써 17년이다.-17년은 긴 시간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회 출연이다. MBC 파업 외에는 방송을 빠진 날이 거의 없다. 생방송의 특성상 다치거나 목소리가 이상해지면 안 되니까 감기도 조심한다. 연극을 하다가 부상 입었던 때는 다행히 MBC 파업 기간이라 운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 비속어나 일본식 어법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항상 머리에 넣어두고 있다. 짧지 않은 기간 ‘김씨 아재’로 살 수 있었던 건 청취자들이 보내준 격려와 응원 덕분이다. 이제는 나도 우리가 숨 쉬는 공간의 나쁜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는 ‘환풍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김씨 아재’로 살며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는지.△‘김씨 아재’는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저씨 캐릭터다. 잘나고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나 역시 보통 사람들 속에서 희망과 절망을 느끼는 방송인이 되고 싶었다. 아쉬운 건 내가 전했던 소식들 대부분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단 것이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10년 전쯤 중학생과 할아버지가 버스 안에서 서로에게 좌석을 양보하는 장면을 지켜본 청취자가 이를 제보한 적이 있다. 작은 미담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많이 전했으면 좋겠다. 골치 아픈 정치나 답답한 경제 관련 소식보다는.-당신이 출연하고 있는 생방송만의 묘미가 있을 것 같다.△‘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엔 99%가 생방송이었다. 녹음을 해서 방송할 경우엔 틀리면 다시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생방송에선 그럴 수 없다. 항상 긴장감 속에서 살아야 한다. ‘김씨 아재’ 코너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시작되면 한 10초쯤 묘한 긴장에 빠져든다. 이건 17년 전 처음 라디오 방송을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오래 이 일을 한다 해도 그 감정은 변하지 않을 듯하다. 연극 무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선 언제나 긴장감 속에서 마른침을 삼키게 된다. 이는 베테랑 배우들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함께 작업한 PD와 작가가 적지 않을 텐데.△라디오 방송은 개편 때면 PD가 바뀐다. 함께 한 PD가 10명이 넘는다. 작가도 3~4번 바뀌었다. 지금 작가와는 10년쯤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나는 ‘김씨 아재’라는 내 역할이 자동차 부속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라디오 열린 세상’이란 프로그램의 전체 흐름과 조화를 먼저 감안해야지 나만 튀어서는 안 된다. 이는 연극도 똑같다. 한 명의 배우가 혼자서 튀는 연기를 한다면 극의 흐름이 무너지지 않겠는가.-TV나 인터넷방송엔 없는 라디오만의 매력은.△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라디오는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게 아닐까. 그냥 생각 없이 쳐다보는 것이 아닌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 수 있다는 것이 라디오의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시사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왔다.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현 정부는 공정을 자주 말한다. 공정의 가치가 실현된 후 궁극적으로 가닿을 곳은 평등한 세상이다. 진정한 의미의 평등이 실현되기 위해선 말로만의 공정이 아닌 국민의 몸으로 체감되는 시스템화 된 공정이 필요하다고 본다.-지역 라디오 방송이 지향해야 할 지점은.△출연자의 한 사람에 불과하니 큰 이야기를 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소비자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고 편한 것을 추구한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청취자의 입장에서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방송인들 모두가 자신이 끼칠 사회적 영향력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다.-어떤 방송인으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고 싶은가.△작으나마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50대 중반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나이다. 소박하게 내 곁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3-31

외나무다리 위 古色蒼然(고색창연)… 잊을 수 없는 여행의 美

안개와 외나무다리. 영주시 무섬마을을 떠올리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2개의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기자가 영주를 여행한 것은 지금까지 모두 3번. 2012년엔 시인·소설가 20여 명과 함께 문학답사를 위해 찾았고, 지난 2019년엔 경북 지역 23개 시·군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기사를 쓰기 위해 방문했다.최근 그곳에 다시 가본 이유는 앞선 2번의 여행을 통해 고색창연한 영주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었다.여러 종류의 나물로 맛깔나게 차린 저녁을 먹고 일찍 잠든 다음 날 새벽. 숙소를 나와 무섬마을을 느린 걸음으로 산책했다. 가장 먼저 여행자를 반긴 건 안개였다.여자의 속눈썹을 적실 정도로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안개. ‘무섬’이란 마을 이름은 ‘물 위에 뜬 섬’을 의미한다.잔물결 치는 내성천(乃城川)의 고요함 속에서 마주하는 안개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가라앉히는 힘이 담겼다. 그 때문일까? 그날 영주 무섬마을의 풍경은 현실과 초현실의 사이에 있었다.◆ 무섬마을, 영주시 남쪽에 자리한 보물 같은 여행지영주시 북쪽에 소수서원과 선비촌이란 이름난 관광지가 있다면, 영주 남쪽을 대표하는 보물은 누가 뭐래도 무섬마을. 가족 단위 여행객들은 물론, 젊은 연인들도 많이 찾고 드물지 않게 ‘나 홀로 여행자’도 눈에 띈다.남녀노소 모두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편안한 여행지인 이 마을의 유래와 풍경을 ‘두산백과’는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에 위치한 전통마을로 국가민속문화재 제278호다.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의 우리말 이름.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휘돌아 흐르고, 안쪽으로 넓게 펼쳐진 모래톱 위에 마을이 똬리를 틀고 앉았다. 그 모습이 매화낙지(梅花落地) 또는, 연화부수(蓮花浮水)의 형상이라 길지(吉地) 중 길지로 이야기된다. 17세기 중반부터 사람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마다의 멋을 간직한 38동의 전통가옥이 고풍스러움을 자랑한다. 이중 16동은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다. 옛 선비 고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마을. 이곳에 세워진 김규진 가옥, 김위진 가옥, 해우당고택, 만죽재고택 등은 문화재이기도 하다.”신발을 통해 발끝으로도 느껴지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을 만끽하며 물가를 서성이던 때.아직 아침잠이 많을 나이일 텐데 일찍 일어나 무섬마을 외나무다리 앞에서 밀어를 속삭이는 20대 중반의 젊은 남녀 한 쌍을 만났다. 분명 연인일 터.멀찌감치 서서 둘을 바라보니 소곤소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꼭 잡은 그들 두 손의 온기가 아직은 차가운 초봄 새벽의 찬 기운을 멀리로 떨치고 있었다. 부럽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바로 전날 저녁엔 70대 노부부가 같은 자리에서 다정하게 앉아 있는 광경을 봤다. 무섬마을 외나무다리엔 오랜 정(情)은 더욱 두텁게, 새롭게 시작하는 사랑은 뜨겁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는 것일까?◆ 사랑 시를 떠올리게 하는 ‘무섬 외나무다리’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무렵. 기자가 20대에 읽은 잊을 수 없는 사랑 시(詩) 한 편이 영화 속 장면처럼 내성천 물결 위에 갑작스레 그려졌다. 서럽고도 아픈 옛이야기 같은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신부(新婦)’였다.신부는 초록 저고리와 다홍 치마로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새를 못 참아서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뜻밖에 딴 볼 일이 생겨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안스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신부가 음전하지 못하다는 오해 탓에 사랑으로부터 도망친 신랑이 그 오해를 풀고 신부를 이해하기까지는 자그마치 반세기가 걸렸다.서정주는 이 시를 통해 아무리 짙고 희뿌연 안개가 진실을 가리더라도 인간이라면 진실을 발견할 줄 아는 지혜로운 눈을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지….◆ 영주 북부의 보물 소수서원과 선비촌을 찾아무섬마을의 안개와 외나무다리, 미당의 절창까지를 가슴에 담고 영주시의 북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나이 지긋한 영주시의 어르신들은 이렇게 말한다.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라고. 여기엔 당당한 자부심이 담겼다. 그들은 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재물을 모으는 것보다 학식과 덕을 중요하다 여기며 사는 게 바람직한 인간의 길”이라고.영주시 순흥면에 자리한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이런 영주시민들의 긍지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곳이다.소수서원은 최초의 사액서원(賜額書院). 사액서원이란 임금이 직접 편액을 써서 내린 사원을 지칭한다. 영주시 문화관광 홈페이지엔 소수서원에 관한 설명이 상세하게 쓰였다. 이를 간략하게 요약한다.“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 됐다. 건립 당시엔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으로 불렸는데,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한 후 조정에 건의해 소수서원으로 사액됐다. ‘소수(紹修)’란 명칭은 학문 부흥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사원 안에는 강학당(보물 제1403호), 문성공묘(보물 제1402호)가 있고, 안향 초상(국보 제111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제485호) 등의 유물도 소장돼 있다.”머리를 맑게 해주는 소나무 향기가 여행자들의 몸과 마음을 동시에 편안하게 하는 소수서원 일대를 천천히 거닐어 보았다. 수백 년 전 조선 선비들의 단아한 체취가 자연스레 느껴졌다. 이는 비단 기자 한 사람만의 감흥은 아니었을 것이다.경자바위 아래 깨끗한 연못과 품격이 느껴지는 학자수(學者樹) 군락을 만나고, 숙수사지 당간지주까지 두루 돌아본 후 근처 선비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수서원과 연결된 선비촌은 앞서 말한 ‘영주의 선비정신’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전통문화에 관심을 가진 관광객들의 인기를 모았다.“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수의 여행자가 모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예전의 ‘선비 체험’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 영주시 관계자의 이야기.한국 유교문화의 중심지로서 그 정신을 잇고,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재현해 관광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는 영주시. 소수서원과 선비촌은 그 역할을 수행하는 ‘영주 북부의 보물’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영주시는 코로나19의 횡포가 온전히 사라져 무섬마을과 소수서원, 선비촌에 관광객들의 환한 웃음이 다시 꽃 필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영주시민과 함께 기원한다./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2021-03-30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못할 일이 없다

상공회의소는 동대구역 부근을 지나칠 때면 문득 보게 되는 건물이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있을 것이 있다는 느낌 외에는 별다른 끌림이 없는 건물이라고 할까. 인터뷰가 아니면 영영 인연을 쌓을 일이 없을 것 같던 곳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그런 이질적인 곳에 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연임하신 이재하 회장님을 만나러 갔다. 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역의 상공인은 물론이고 국내외적으로 지역의 경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것으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회장님께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다.“상공회의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상공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제도개선을 통한 규제를 완화시켜줍니다. 기업인들의 시장개척과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기도 하죠.”수출기업의 판로 개척과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 지역 인적자원개발 등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소기업과 착한소비운동을 지원해주고, 1000억 이상을 배출하는 지역 리딩기업인들을 모셔서 격려한다. 그런가 하면 원로기업인들의 힘을 북돋워주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다양한 일을 추진한다고 자상하게 설명해주신다. 상공회의소는 전 세계 어디에나 다 있고, 전국 시가지에 73개의 상공회의소가 있다며, 대구상공회의소가 서울 부산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직도 맡고 있다.“상공회의소와 지역의 기업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일까요?”“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공생관계라고 봅니다.”기업이란 매년 새로운 어려움이 산적하는 것이어서 10년 단위로 1차 오일쇼크, 2차 오일쇼크, IMF 금융위기, 코로나 등의 경제적 대란이 한 번씩 찾아오고, 또 5년 단위로 환율 파동과 원자재 파동으로 기업이 위기를 맞기 일쑤라고 한다. 그뿐 아니라 매년 변화하는 트렌드를 예견하고 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한시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기업과 상공인들이 서로 당겨주고 밀어주며 대구상공회의소가 올해 창립 115주년을 맞았다. 국채보상운동과 금 모으기 운동을 할 때 대구 상공인들이 나라의 위기에 큰 힘을 보태기도 했다.“상공인을 어떻게 정의하십니까?”‘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을 예로 들며 시대가 바뀌어서 지금은 기업이 모든 소비와 생산, 수출의 중심에서 축을 이룬다고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 소기업 할 것 없이 가장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며 40년 넘게 기업에 투신해온 기업인답게 이 회장은 기업이 살아야 국가도 산다고 단언한다.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의욕을 북돋워줘야 기업이 살 수 있고. 노사문화가 잘 이루어져야 기업도 잘 된다며 이 회장은 노조와 노동자, 기업이 서로 협조의 관계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상공회의소 들어오시기 전에 어떤 일을 하셨어요?”“교직에 있었어요, 미술선생을 하다 우연히 자동차 부속공장을 시작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렀어요.”이 회장은 기업을 한 지 40년이 넘었고 지금도 여전히 기업을 하고 있다. 교직에 그대로 있었으면 먹고 살 걱정은 없었을 테지만 뜻이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자동차 부품에 손을 댔다고 한다. 직원 다섯 명으로 시작한 기업이 지금은 삼천 명으로 불었다고. 매년 절벽을 걷는 아찔아찔한 기분으로 살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어떤 날은 베개가 첨벙 젖어 있을 정도로 긴장 속에 살았다며, 기업과 함께 살아온 지난한 시간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느냐며 말을 줄인다. 이 회장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인이 그렇게 절벽을 걷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는 말이 터이다. 코로나의 위기를 맞은 현실의 가혹함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지금은 방식이 조금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어음이 잘못되면 줄줄이 도산하기 때문에 수시로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매달 들어오는 어음을 막지 못하면 그대로 부도를 맞게 되는 위험을 안고 산 것이 40년이라며, 그런 위기에 몰린 기업인을 구해주고 도움을 주는 곳이 상공회의소라고 한다.“그냥 학교에 있을 걸 하고 후회하지 않으셨어요?”“한 번쯤 후회를 하긴 했지만 그러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일에 매달렸어요.”후회하지 않으려고 더욱 일에 매달렸다는 말이 강한 여운을 준다. 우연히 주어진 성공은 없다는 말일 것이다. 학교에 있었으면 65세에 퇴직을 했겠지만, 기업을 하고 있으니 아직도 현역이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다. 하고 싶은 일을 했고 그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말이다. 자리와 위치가 사회적 책임감을 안겨준다며, 작게는 기업에 소속된 식구들을 챙기게 해주고 크게는 지역의 기업을 챙기게 되더라는 말이 한 집안의 가장을 연상하게 한다.“가장 어려웠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세요.”“1979년도에 기계를 도입하려고 일본에 갔어요.”일본 돈과 우리나라 돈의 차이가 3:1일 때여서 기계를 구입할 염을 못 내고 돌아왔다. 기계의 사진을 못 찍게 해서 꼼꼼하게 살핀 후 밖으로 나와서 머릿속에 담아온 기계를 직접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그려온 그림을 들고 설계하는 사람에게 갔다.“비행기가 둥실 떠오르자 손오공이 된 느낌이었어요.”이 회장은 일본으로 가며 비행기를 처음 탔다. 손오공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느낌이 드는 순간, 사람이란 것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의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IQ 150 정도이고 머리가 나쁜 사람 역시 IQ 90 정도이다. 60의 차이가 크긴 하지만, 보통 사람의 두 머리를 합치면 좋은 머리 하나를 능가한다. 기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여러 사람이 합쳐서 이루어내는 것이고, 사람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동차 역시 그와 같다. 2만여 개의 부품이 모여야 자동차 한 대가 이루어진다. 사람이 아무리 똑똑해도 여러 명의 힘을 합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이뤄내지 못한다. 자기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면 발전이 없다. 자만심은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려는 고집이나 의지는 갖고 있어야 한다며, 이 회장은 기업철학으로 주일무적(主一無適)을 내놓으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여 마음이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퇴계 이황의 경(敬)사상을 이르는 말이다. 심기일전해서 한 길로 매진할 때 이르고자 하는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 있음은 기업이나 예술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바쁘실 텐데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세요?”“아무리 바빠도 꼭 해야 할 일을 위해서는 시간을 내야죠.”텔레비전을 보며 자전거와 러닝머신 보약을 마신다고 한다. 주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으니 술도 약하고 정에도 약하다고 슬쩍 농담을 던진다.“임기 중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대구에 연구소가 필요해요.”RBD센터에 기업연구소와 연구기관 분원을 유치해서 벤처타운을 만들 계획을 3년 전부터 구상했다고 한다. 연구소가 주어지고 연구 분위기가 살아나면 밀라노가 형성되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며 그 꿈을 실현시킬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기업이 살아야 대구시의 경제도 살아난다고. 다산 정약용이 백성을 위하여 목민관이 있다고 한 것처럼 근로자 중 누구도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기업과 국가가 명심해야 할 것이 바로 애민정신과 민본사상이 아닐지. 국민이 있어야 기업도 있고 국가도 있다.“어려운 일이 있으면 의논을 하세요?”“의논도 하고 정보도 찾죠. 의논보다 중요한 것이 의지예요.”이 회장은 사회적 역할이 주어졌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의지라고 한다. 사람은 희망을 갖고 있는 한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고. 사업가에게는 의지도 필요하고 책임감도 필요하다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알게 하는 것이 의지라고 재삼 강조한다. 자동차 부품 한 가지를 잡고 40년 넘도록 묵묵히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이 의지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글 장정옥 소설가(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9년 김만중문학상 수상)

2021-03-30

한반도 철도교통 중심 ‘관광도시 문경’ 철길따라 뜬다

문경시는 쾌적한 교통수단 조성으로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철도 및 역세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경기, 충청, 경북의 중부내륙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철도 이천~문경구간(길이 93km)은 올해 예산 4천52억을 투입해 2023년 조기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국비 35억이 반영된 문경~김천 간 내륙철도 사업은 기재부에서 시행 중인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되면 기본계획수립 등 사업추진이 진행돼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큰 계기가 될 전망이다.중부내륙철도가 개통되면 문경시는 서울까지 1시간 19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수도권과 접근성이 대폭 향상된다.앞으로 문경시는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완성해 지역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미래 관광사업의 적극적인 발굴을 통해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중부내륙고속철도 문경역 신설에 따른 주변지역의 신시가지 개발로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도시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문경읍 마원리 일원 35만7천㎡ 면적에 주거, 상업, 기반시설용지 설치 등 788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여객과 화물 운송을 주로 할 문경역은 2023년 운영 시 총 승·하차 인원이 1천명대로 예상되고, 철도역사, 승강장, 화물 적하장, 주차장, 버스정류장 등의 시설이 건설된다. 지난 2월 도시개발구역지정 및 지형도면 고시가 됐으며, 현재는 세부적인 개발계획을 수립 중으로 향후 주민의견 청취 및 관계기관 협의, 시의회 의견청취, 문경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등과 경북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올 8월까지 개발계획을 최종 승인받고 연말까지 실시계획 인가를 완료할 계획이다.역세권 개발사업을 고도화해 역사주변을 주거, 상업, 물류단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의 복합단지로 직접 조성할 계획으로 지금부터 역세권 개발사업의 인·허가를 추진함과 동시에 민자 유치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문경역세권역은 2023년 고속철도 개통이후 수도권 접근성 등 광역교통망이 대폭 개선됨에 따라 인구유입 및 관광여건 등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문경역세권역은 인근에 문경새재도립공원,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 고모산성 등 우수한 관광자원이 가득해 자연, 문화, 관광, 휴양, 숙박 서비스 등 힐링 도시 구축에 최적이다.시는 역세권 개발사업을 고도화해 역사주변을 주거, 상업, 물류단지, 공공기관 이전부지 등의 복합단지로 직접 조성할 계획으로 지금부터 역세권 개발사업의 인·허가를 추진함과 동시에 민자 유치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문경시는 민간투자를 위한 지원방안과 참여절차 등의 정보를 제공해 투자참여를 적극 유도할 예정으로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민간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 도로, 환경개선, 기반시설 뿐만 아니라 투자자를 위한 지원방안도 다각적으로 제시할 방침이다.문경을 찾는 관광객들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조성한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 문경생태미로공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즐거운 여행을 위한 문경새재 반려동물힐링센터, 코로나 시대 언택트 관광의 최적지인 문경새재길, 고모산성 토천길, 선유동천 나들길, 단산 올레길, 진남 벚꽃길, 새재자전거길, 돌리네습지 등 문경만의 특화된 관광인프라를 구축해 사계절 맞춤형 관광환경을 구상하고 있다.수려한 경관을 벗 삼아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도 많다. 법정스님의 정토수련원과 현재 건립 중인 봉암사의 문경세계명상마을, 고요아리랑 민속마을, 황창연 신부의 성필립보 생태마을 등 문경에는 삶의 여유와 품격을 높일 수 있다.문경을 방문하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정주욕구를 심어줄 수 있도록 풍광 좋고 교통이 편리한 지역 곳곳에 전원·휴양마을을 조성해 신규 인구 유입은 물론 전국 최고 장수도시 문경의 이미지를 확고히 해나갈 방침이다. 기업유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비용을 절감해 줄 사통팔달의 교통망, 풍부한 인력, 그리고 저렴한 분양가격이다.중부내륙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현재 2시간인 수도권과의 접근 시간이 1시간으로 단축되고, 경북 신도청 30분, 행정수도인 세종시와는 1시간, 부산과의 거리도 2시간 이내로 단축돼 기업의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을 부각시켜 우량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향후 산업단지와 농공단지 그리고 나아가 개별입지에 우량 기업이 많이 유치되면 경북 중심 한반도 허리 경제권 중심축으로 문경이 더욱 더 부각되고, 새로운 육·해·공 소통 물류 교통망의 중심축으로 기업하기 좋은 문경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쌍용양회의 경제기반형 도시재생뉴딜사업 및 문경읍 도시재생뉴딜사업 등과 연계해 문경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강남진기자 75kangnj@kbmaeil.com

202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