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가 만났다<br/>홍택정 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위상을 바꾼 대한민국의 저력은 교육에서 나왔다. 그 교육의 절반을 사학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사학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나 지원은커녕 규제만 하고 있다고 사학은 반발한다.
홍택정 문명고 재단이사장은 사학이 건학 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사학재단에 자율성을 달라고 주장한다. “사학에서 자성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라는 그는 “비리 사학은 강하게 처벌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학들까지 연좌제로 매도하는 2중 3중의 사학규제법을 완화시켜 달라”고 말한다.
지난 정권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파문을 겪었던 홍 이사장은 “우리 미래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제공해 줄 역사 교과서가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사학에서도 초 중 고와 대학은 분리해야 마땅하다.
초 중 고교의 사학운영에 따른 비리는 차라리 생계형 비리라고 부르고 싶을 지경이다.
비리 사학은 강하게 처벌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사학들까지 연좌제로 매도하는 2중 3중의 사학규제법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었다. 새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임 초에는 누구나 비단 같은 말의 향연을 벌여 국민들의 기대만 잔뜩 높여놓았다. 하지만 결국은 정치인들의 잇속 챙기기로 마무리되어 원성을 샀던 전례들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교육 현장에서만이라도 학생들을 올바른 정체성을 가진 애국 국민으로 가르칠 수 있도록 뒷받침해 달라. 특히 교육현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의 자율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 사학은 지난 정권에서 매를 많이 맞았다.
- 사학의 정책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
△(사학 정책 얘기에 민주당 교육특별위원장이자 이재명 후보 선대위 교육위원장인 3선의 유기홍 의원이 보낸 편지를 보여주며) 지금 대한민국에 사립학교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립학교는 ‘법인이나 개인(私人)이 설립 경영하는 학교’라고 법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설립 주체가 자신의 책임과 권한을 갖고 그 조직의 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경영이다. 그런데 그 경영권을 박탈당했으니 하는 말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들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나.
△현재 사립학교의 경영 핵심은 학교의 학생 선발권, 학생의 학교 선택권, 등록금 책정권(재정운영권), 교과과정 편성권, 교원선발권(인사권)이라고 할 수 있다. 설립자는 여기서 어느 것 하나 갖고 있는 게 없다.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지막 보루였던 신규교원 선발권도 빼앗기고 운영에 관한 예 결산업무도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하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사립학교의 경영은 설립주체가 아닌 타인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아닌가? 최소한 그 중 하나라도 남아 있어야 그나마 사립학교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4차 산업에 대비한 신바람 나는 교육현장은 자율성 보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사에 개입할 수 없는 식물사학에서 이사장들은 현실적으로 의욕을 상실한 채 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 사립학교는 공익법인이고 공공재 아닌가. 어찌 주식회사나 사유재산과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사립학교는 비영리 특수법인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법인 구성에서부터 학교법인은 주식회사보다 자율성을 크게 제약받고 있다.
정부는 사립학교의 모든 과정을 관여하고 법과 행정지시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을 통제함으로써 학교법인은 고유한 설립목적인 건학이념 구현의 명분만 주고 실제로 학교 운영이나 교육과정, 즉 학사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교육과정과 급식 등에서 발생하는 인명사고와 식중독 등으로 발생하는 사고의 민사배상 책임을 지게 하는 등 오로지 행, 재정적, 대외적 책임만 지고 있다.
사학의 기본권인 학생모집권, 수업료 징수권, 교육과정 편성권을 정부가 직접관리하고 법인구성권, 인사권의 제약도 매우 심각한 상태로 사학운영의 의욕을 상실하고 있는 상태다,
- 사립은 공립에 비해 재정적 부분에서 정부 지원에 차별이 있나.
△학교 1개를 짓는데 500억원이 들어간다. 이런 시설비를 공립학교의 경우 BTL(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임대료를 지불) 방식으로 정부에서 지불해준다.
30학급 규모의 초등학교 경우 월 9천만원, 20년 동안 10억8천만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의 공립학교에 시설 사용료로 연간 5조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국의 1970개 사립학교에는 시설사용료나 임대료를 주지 않고 있다. 과거의 잘못 된 관행은 고쳐져야 한다면서 과거사위원회가 이런 관행을 고치지 않고 있다.
- 사학에 문제점은 없나. 사학의 대형 재정 비리가 잇달아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러면 국민들은 사학을 더욱 강력히 규제하라며 정부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사학 스스로 자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사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투명하지 못한 학교 운영과 비리 때문에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비리를 변명하거나 감싸려고만 드는 세력들이 있다. 이를 좌파 정권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의 비리를 드러내고 두드리면 국민들이 지지하고 표가 되니까 사학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이다.
- 모든 사학이 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 아닌가.
△사학에서도 초 중 고와 대학은 분리해야 마땅하다. 초 중 고교의 사학운영에 따른 비리는 차라리 생계형 비리라고 부르고 싶을 지경이다. 이사장에게 최소한의 품위유지비조차 줄 수 없는 곳이다. 특히 1908년 설립된 문명학교는 이윤이나 돈벌이가 목적이 아니었다. 민족교육이 목적이었다. 이건 알아 줬으면 한다.
사학비리는 대부분 대학에서 일어난다. 수많은 전문대학들 중 일부는 설립 때 한 몫 보려 한 것 아닌가. 누가 허가해 주었나. 교육부 아닌가.
- 홍 이사장이 생각하는 사학 비리 근절과 해법은 어떤 것인가.
△사학 설립자의 절반 이상이 제대로 보상해주면 학교 운영을 국가에 넘기겠다는 의견이더라.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제안했다가 내부적으로 배신자 소리를 듣기도 했다. 사학에 자율권을 주고 사학의 주장과 요구를 들어준다면 그다음은 사학의 비리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강력 제재하는 것이다. 그만큼 분명하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잘못도 사학재단에 있다.
- 문명고는 지난 박근혜 정권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신청했다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
△당시 검정교과서가 왜곡 좌편향된 내용으로 문제점이 많아 교육부가 새로 국정교과서를 발행했다. 교사 2명과 교수 1명이 집필한 검정에 비해 국정은 경제 역사 문화 등 각계 전공자 27명이 참여했다. 세상에 알려지기는 국정만 사용하는 것으로 호도됐지만 사실은 국정과 검정을 비교 연구하는 연구학교로 신청한 것이었다. 합법적 절차를 거쳐서 결정했고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규명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 당시 국정화 계획이 발표되자 전국적으로 반대 운동이 일어났다.
△야당과 좌편향 된 역사과 대학교수를 비롯한 전교조와 민노총 등이 내용도 모르면서 막연하게 친일미화, 군사독재 미화란 프레임으로 사전에 조직적 반대를 했다. 전교조 지부장이 김태동 교장에게 포기 강요 협박전화를 하고 민노총과 전교조, 농민회, 심지어 장애인 단체까지 교장실에 난입하여 협박하고 소란을 피웠다. 학생들과 일부 학부모를 선동하였으며, 교내에서도 시위를 벌였고 내가 제지하자 욕설과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인터넷 신문 기자들이 소강당에서 반대교사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등 무법천지가 되었고, 끝내 3월 4일 입학식장에까지 난입하여 입학식을 무산시켰다.
- 그 과정을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 백서에 담은 것인가.
△검정교과서 비판 토론회는 무시 생략된 체, 불법, 폭력적 시위가 계속되었지만 연구학교 채택을 포기하지 않자, 마지막으로 민변 주도하에 국정교과서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사법부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경북 교육청이 항고하였으나 기각됐다. 법치를 주창하는 정권 하에서 벌어진 불법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 것이다.
- 당시 문명고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반대한 단체들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실 반대의 큰 목적은 국정이 발행되면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한 거대한 참고서 시장을 잃게 되는 것을 염려한 숨겨진 이유 때문이다. 초,증,고생 600만명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물론 문제집과 참고서, 교사용 지도서 등의 시장을 상실하게 되니 밥그릇 챙기기가 반대이유였다.
- 문명고는 어떤 학교인가.
△1908년 나의 증조부를 포함한 8명이 사재를 털어 경북도 인가 1호로 설립한 문명고등보통학교가 시작이다. 일제가 일방적으로 공립화해 버렸는데 1966년 선친(홍영기, 2021년 작고)께서 군 제대 후 학교법인 문명교육재단으로 조직을 변경하고 중고교를 설립했다. 1992년 운문댐 건설로 경산시 백천동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어떻게 학교 운영에 뛰어들었나.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부모님은 법관을 바랐지만 나는 창작 예술계를 원했고 대학은 행정과를 나왔다. 사업을 했는데 교제하고 접대해야 하는 풍토가 싫어 사업을 접었다. 지금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 후 부친의 학교 경영을 도와주다가 내가 맡게 됐다.
- 최근에 부친의 농촌부활운동을 담은 ‘대통령과 쇠똥소령’이라는 책을 냈다.
△새마을운동의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는 생각에서다. 부친(홍영기. 2011년 작고)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군 생활부터 인연이 있었고 1970년 새마을운동이 공식화되기 이전 청도군 운문면 방음리에서 일어난 농촌계몽운동으로 1968년 5·16민족상을 받았다. 방음리 ‘살고파 마을’은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이 방문해 부친이 마을 현황을 브리핑을 했던 새마을 운동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부친의 농지 개척과 농촌 계몽운동, 문명교육재단 설립 등을 담았다. 일종의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이다.
-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국정교과서의 폐기를 선언하여 연구학교 신청이 무산되었다. 이제 다시 새 대통령을 맞았다. 다시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람,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현재 60만 고3들이 왜곡된 교육을 통해 부정적 사고가 형성된 채 사회로 진출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모든 국민들이 정치에만 올인하고 있다. 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질 때 학생들도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 국정 교과서는 햇빛을 보지 못했지만 미래 세대에게 올바를 역사 인식을 심어 줄 교과서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믿는다.
□ 홍택정(洪鐸正·75) 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청도출신. 마산고, 영남대 행정학과 졸업.
현 (사)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 경북도회장
국사문제연구소 이사. (사)산남의진기념사업회 자문위원.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택정(鐸正)은 목탁의 소리다. 바른 소리를 내야 한다. 원칙주의자다. 돌이켜 보면 늘 시끄러운 놈이었다.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두려움 때문에 참아본 적은 없다. 그런 면에서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지금도 길가다가 좋은 것을 보면 학교에 갖다 놓고 싶다. 아버지를 닮았다. 학교 사랑이다. 집은 그 다음이다. 내가 좋으니 학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경우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