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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전에… 거룩한 희생 ‘정당한 평가’ 이뤄져야

홍성식기자
등록일 2022-05-03 20:06 게재일 2022-05-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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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세 노병의 잃어버린 훈장     < 5 >
장사상륙작전 당시 10대 후반과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던 배수용, 류병추, 이영희 옹이 이제는 구순을 넘긴 노인이 돼 6·25전쟁을 추억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장사상륙작전 당시 10대 후반과 20대 중반의 청년이었던 배수용, 류병추, 이영희 옹이 이제는 구순을 넘긴 노인이 돼 6·25전쟁을 추억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의 훈장 추서와 수여에 의미 있는 파란불이 켜졌다.

본지의 기획연재 ‘99세 노병의 잃어버린 훈장’<2022년 4월 6일, 13일, 20일, 27일 보도>을 통해 제기된 문제에 윤석열 정부의 첫 국방부장관 지명자인 이종섭(62)씨가 관련 입장을 표명한 것.

이 국방장관 지명자는 최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청문회와 관련돼 보낸 서면질의서에 포함된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들의 국가를 위한 희생과 헌신에 합당한 예우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공적을 최대한 발굴해 합당한 예우가 이뤄지도록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더해 장사상륙작전이 “(한국전쟁 당시) 동해안 장사리 일대 북한군 점령지역에서 전개된 상륙작전임을 알고 있다”며 “영덕 및 포항지구에 압박을 가하던 북한군 2군단의 붕괴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취임하게 되면 공적을 확인하겠다”는 것도 그가 밝힌 향후 계획이다.

이 국방장관 지명자는 현역 시절 국방부 정책기획차장과 합동참모본부 차장을 지낸 국방정책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종섭 국방장관 지명자 청문회 질의서

“최대한 공적 발굴로 합당한 예우” 약속

6·25 전세 역전 교두보 역할도 공감대

명백한 정황·참전 입증 증언 등으로

서훈 추천 가능한 ‘법 개정' 서둘러야

△ 72년 세월이 흐르고서야 주목받는 장사상륙작전 학도병들

곽경택·김태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로도 제작돼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장사상륙작전.

6·25전쟁 초기였던 1950년 9월 ‘육본 작전명령 174호’에 의해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경북 영덕 장사해변으로 772명의 학도병들(육군 독립 제1유격대대)이 상륙한다.

제대로 된 군사훈련을 받지 못했고, 변변한 무기도 갖추지 못한 10대 후반의 그들은 조선인민군 2군단에 맞서 북한군의 보급 루트를 차단했고, 아홉 곳의 인민군 진지를 파괴하는 전공을 세웠다.

치열한 전투 과정에서 학도병 139명이 전사하고, 100명이 넘는 이들이 부상을 입거나, 북한군의 포로가 됐다.

이에 UN군 사령관을 지낸 더글러스 맥아더는 1960년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운 전우로 당신들을 기억할 것”이란 내용의 친서를 전달하며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2019년 6월 24일엔 국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유공자를 초청한 청와대 행사에서 장사상륙작전기념사업회 류병추(91) 회장을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에 공헌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 772명 학도병들의 애국심과 희생에 값하는 예우가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전쟁 혹은, 국가 비상사태 때 전투에 참가해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무공훈장’ 추서와 수여가 이뤄지지 않은 것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육군본부의 공식 입장은 “한국전쟁 관련 문서를 통해 실명과 공적이 기록된 분들이 아니면 훈장 추서와 수여가 어렵다”는 것.

장사상륙작전 참전 노병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본지는 지난 3월 취재팀을 구성해 생존 노병 3명(류병추, 이영희, 배수용)을 인터뷰했고, 그들을 영덕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으로 초대해 1950년 9월 당시 치열했던 전투의 전후 상황을 상세하게 이야기 들었다. 이후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장사상륙작전 관련 논문들을 검토한 다음 “명백한 정황 증거가 있고, 참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증인이 있을 경우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의 서훈 추천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았다.

이번 국회 국방위 강대식 의원과의 인터뷰도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하나로 준비됐다.

장사상륙작전을 포함한 6·25전쟁 학도병들의 예우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진 강 의원의 질의에 응한 이종섭 국방장관 지명자의 답변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한 구순의 노병들이 무공훈장을 들고 열여덟 살 학도병으로 함께 싸운 전우들의 유택(幽宅)을 찾는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기대한다.

국회 국방위에서 한국전쟁 유공자의 명예 회복에 힘쓰고 있는 강대식 의원.
국회 국방위에서 한국전쟁 유공자의 명예 회복에 힘쓰고 있는 강대식 의원.

인터뷰 - 국회 국방위 강대식 의원

“국방부·육군본부·국회 법제실과 논의… 관련법 개정 적극 검토할 것”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국민의힘 강대식(대구 동구을) 의원은 그간 안보정책은 물론, 한국전쟁과 관련한 보훈정책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고민하며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쳐왔다.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 772명의 훈장 추서와 수여 문제도 강 의원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 중 하나.

아래는 장사상륙작전이 한국전쟁사에서 가지는 위상과 향후 참전 학도병 서훈 문제에 관해 강대식 의원과 주고받은 이야기다.

-한국전쟁 초기엔 정규군의 자리를 적지 않은 학도병(17~19세 학생들)이 채웠다. 이들의 순정한 애국심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한국전쟁 관련 문서를 통해 실명과 공적이 기록된 분이 아니면 훈장 추서와 수여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학도지원병들의 공적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장사상륙작전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6·25전쟁 초반 국군이 낙동강 전선으로 밀린 상황에서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실시 하루 전에 UN군 사령부가 북한군을 교란하기 위해 전북 군산과 경북 영덕에서의 양동작전을 지시했다. 낙동강 전투가 치열했던 경북에서 벌여진 상륙작전이 장사상륙작전이다. 이 작전은 인천상륙작전에 쏠린 북한군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낙동강 전선 북한군의 방어태세를 약화시킨 작전이며, 인천상륙작전에 크게 기여한 작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천상륙작전에 가려져 오랜 세월 동안 주목받지 못한, 학도병의 희생에 모든 것을 맡긴 슬픈 전쟁의 역사라고 기억하고 있다.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에 관한 평가가 미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장사상륙작전이 있었기에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작전과 전투에 참여한 772명 학도병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관과 기념공원이 조성돼 있다. 다만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상훈법에 따라 공적을 세운 사람, 전쟁사·전투상보 등을 통해 개인의 공적이 확인되는 사람을 무공훈장 대상으로 추천하고 있다. 전투에 참가하거나 부상당한 것만으로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한 무공이 있어야 서훈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시 참전 기록의 확인이 어려운 분에 대해선 정당한 평가가 미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국방위에서 활동 중이다.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들의 훈장 추서와 수여가 논의된 적이 있는지.

△ 그간 국방위에서는 장사상륙작전만을 위한 활동은 부진했으나, 나를 포함해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6.25전쟁 참전 소년·소녀병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이는 그분들의 공적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국가에 대한 희생과 헌신에 합당한 예우가 있도록 노력하고자 하는 차원에서다. 국방부도 장사상륙작전 참전 학도병들을 포함한 6·25전쟁 참전자에 대한 추가 서훈을 절차에 따라 진행 중이며, 오는 6월에도 추가 서훈 수여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안다.

-장사상륙작전 등과 관련해‘명백한 정황증거가 있고, 참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증인이 있을 경우 서훈 추천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논의할 의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 21대 국회에서 첫 발의한 법안이 ‘6·25 참전 소년·소녀병 보상에 관한 법률’제정안이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희생한 소년·소녀병 및 이중징집자들의 명예와 예우를 보장해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했던 소년·소녀병들의 명예회복과 헌신에 따른 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곧 6·25전쟁 72주년을 맞이한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이 통과돼 지금은 고령이 된 소년·소녀병들에 대한 국가의 예우가 꼭 이뤄지도록 하고 학도병, 소년·소녀병 모두를 잊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아울러 ‘명백한 정황증거가 있고, 참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증인이 있을 경우 서훈 추천을 고려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법 개정안 발의가 가능한 것인지를 국방부와 육군본부 및 국회 법제실과 논의해 적극 검토하려 한다.

<끝>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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