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자유의 맛

대만 원주민 중심의 `민진당`과 중국대륙에서 넘어온 `국민당`이 번갈아 대만을 다스려 왔다. 민진당의 천수이벤이 총통을 할 때는 너무 `대만 독립`을 강조하다가 역풍을 맞았고,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때는 너무 `친중국`으로 기울다가 국민의 반감을 샀다.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이 최근 총통 취임식을 가졌다. 대만 총통은 `하나의 중국`을 취임사에 반드시 넣었다.`두 국가`란 말대신 양안(兩岸)이라 불렀다. 1992년 “나라 이름은 두 가지로 부르되 국가는 하나다”란 이른바 `1국 양 체제`를 선언한 이래 대만은 외교권을 박탈당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을 체결한 후`대한제국`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고종이 외국어에 능통한 세사람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보냈지만 “조선은 나라가 아니므로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쫓겨났다. 대만이 지금 그런 신세다. 국제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국가들은 대만과의 외교를 끊는다. 한국과 아프리카 몇 나라들이 그렇다. 중국시장이 대만시장보다 낫기 때문이다.그러나 일당 통제 사회주의체제에 살던 사람은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 살 수 있지만, `자유의 맛`을 본 국민은 결코 독재체제에서 살지 못 한다. 영국 치하에 살던 홍콩은 끝없이 `독립`을 요구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길들여진 대만국민들은 중국의 사회주의 통제체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총통선거에서 독립지향의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蔡총통 취임식때 `하나의 중국`이란 말은 입밖에도 내지 않았고, 대신 `아름다운 섬(美麗島)`이라는 대만 고유의 민족가요를 애국가처럼 불렀다. 중국의 언론 단 하나도 대만총통 취임식 기사를 싣지 않았다.대만이 독립을 주장하면 중국은 `경제보복`으로 대응한다. 수출입도 줄이고 관광객도 줄인다. 그래서 지금 대만은`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줄타기외교전을 벌인다. 한국과 대만, 매우 닮은 국가운명이다. 작은 나라들 끼리 힘을 모아 큰 나라들에 맞서야 할 시대적 운명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4

정말 얼굴 두껍네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 쟁점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발목잡기 국회, 이념과 불신의 벽만 쌓은 국회, 처음부터 끝까지 정치란 게 실종됐던 국회, 막말논란으로 39건의 의원징계안이 제출됐지만 단 한 건도 의결하지 못한 부도덕 국회, `유종의 미`는커녕 유종의 추(醜)만 남긴 국회, 의리는 사라지고 분열과 배신만 남긴 국회, 특권 내려놓기는 없고 특권 더 갖기만 있었던 국회, “영구 없다! 국회 없다!”란 탄식만 남겼고, 국민의 염원을 철저히 거역했고, 일하면서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놀면서 싸운 국회란 오명을 남기면서 19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일에는 배돌이, 먹는데는 묵돌이”란 경상도 속담이 있다. 할 일은 배배 돌면서 하지 않고 먹는데는 쇠파리처럼 달려드는 저질 인간을 험담하는 말이다.국회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속담이다. 지난 19일 19대 마지막 국회가 열렸는데, 지각생이 너무 많아 개회시간을 늦춰야 했고, 본회의 표결때 의원 다수가 자리를 비웠고, 회의 끝나기도 전에 한정식집에 모여 술을 마셨고, `19대 국회의원 초청 만찬`에 참석해야 한다면서 일찍 자리를 뜬 야당의원도 많았고, 경제를 살릴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도 제출된지 46개월만에 자동 폐기되는 등 1만188건이 휴지통에 던져졌다.배배 돌면서 일은 하지 않고 `상시 청문회법`이라는 특권 하나를 더 먹은 19대국회였다. 복잡한 절차 없이 상임위가 행정부 공무원과 기업인들을 불러 족칠 수 있는 법이다. 국정감사·국정조사·인사청문회·특검 등 국회의 권세놀음에 상시청문회법이라는 권세를 더 챙겼다. 이득되는 일에는 여야가 없어서 상당수 여당 의원도 찬성해서 법안을 통과시켰다. 평소에도 행정부와 기업은 국회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였는데, 이제는 `호랑이 앞의 개`가 됐다. 두 야당은 양손에 떡을 쥐고 희색이 만면하다. 여당은 표정관리를 한다. 미국도 상시청문회제도가 있지만, 목적과 범위를 엄격히 명문화했다. 그런데 한국 국회의 청문회가 어떠했던가. 참 낯 두껍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3

작품과 제품

올더스 헉슬리는 1894년 영국에서 태어나 1962년 미국에서 사망한 천재였다. 그는 너무 재주가 많아 인생행로를 결정하는데 애를 먹었다. 과학자?, 문명비평가?, 작가?, 결국 시인 T·S 엘리엇의 “자네는 소설가 재능이 출중하네”란 충고를 따랐다. 그는 소설외에도 다른 분야의 저서도 많이 남겨 문명(文名)이 뜨르르 했으나 `죽음의 복`은 지지리도 없었다. 하필이면 케네디 대통령이 죽는 날 세상을 뜨는 바람에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그는 `초상화`란 단편소설을 썼는데, 그의 소설가적 재능이 잘 드러난 수작이다. 한 사기꾼 화상(畵商)이 가난한 화가에게 17세기 베네치아 귀족 부인의 초상화를 모작(模作)하게 하고 25파운드를 준다. 그러나 그는 이를 유대인 장사꾼에게 850 파운드에 판다. 그는 초상화에 스토리를 입히는 재주를 가졌다. 그림속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값을 올리며 부자를 유혹한다. `소설 속에 소설이 있는` 2중구조를 가진 작품이지만, 그의 대표작 속에 들지는 못했다.`그림공장`이란 것이 있었다. 한국 그림꾼들이 공방에서 대량으로 그려서 일본에 보내면 일본 화상이 유명 화가의 사인만 써넣어서 파는 `제품 거래` 루트가 있었다. 한 탈북자가 북한 그림을 들여와서 솔솔한 재미를 봤는데, 그 후 무명 화가의 그림에 유명 화가의 서명을 써넣은 가짜가 넘어오는 바람에 더이상 팔리지 않았다. 골동품이나 미술의 세계에는 으레 위작과 가짜가 있기 마련이다. `예술작품`이 아니라 `공방제품`이다. 가난한 무명작가의 작품에 유명인의 서명만 넣어 비싸게 파는 일은 흔하다.강원도 속초에 사는 화가 A(61)씨는 “내 그림에 조영남씨가 조금 손을 본 후 자신의 서명을 넣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팔고 내게는 점당 10만원 정도 주었다. 지난 8년간 300여 점을 내가 그렸다”란 제보를 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쌍방의 공방이 앞으로 치열하게 벌어질 것인데, 유명 연예인이 그 유명세를 이용해 돈벌이하려는 욕심이 늘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20

홍위병

모택동은 장개석을 몰아내고 대륙을 장악한 후 대약진운동을 벌이며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지만 경제는 파탄지경이었다. 그는 등소평에 정권을 맡기고 잠시 소나기를 피하고 있었다. 그 때 鄧은 毛의 공산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도입, 경제재건에 주력했다. 화가 난 毛는 10대 청소년들을 천안문 광장에 불러모았다. 당시만 해도 그는 구세주였고 특히 10대들에게는 신적 존재였다. 그때 천안문 광장에 모인 인원이 수백만 명이었다.毛는 그들에게 홍위병(紅衛兵)이란 이름을 붙여주며 “부르주아 반동사상을 박멸하고, 구린내 나는 지식인을 처단하고, 기존의 사상 문화 풍속 관습을 근본부터 뜯어고치자. 반항과 반란에는 이유가 있다”선동했다. 그렇게 세뇌된 홍위병 1천100만명이 전국 각처로 흩어져 분탕질을 치기 시작했다.모택동을 비난하는 어머니를 고발해서 맞아죽게 만든 자도 있고, 대학 강단에 선 교수를 끌어내려 린치를 가했다. 지식인이라는 이유로 노학자들이 제자에게 뺨을 맞고 모욕감을 참을 수 없어 자살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 공자묘 등 문화유산을`기존의 문화`란 이유로 파괴했다.유소기는 맞아죽고, 등소평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는데, 부인은 종일 포탄을 운반했고, 맏아들은 홍위병이 3층에서 밀어떨어뜨리는 바람에 척추가 부러졌다. 홍위병의 광란이 무장투쟁으로까지 번지자 毛는 인민해방군에게 “홍위병을 진압하라” 부탁했고, 홍위병에게는“농촌에 가서 배우라”명령을 내려 해산시켰다. 이것이 이른바`문화대혁명`인데, 그 광란의 역사는 1966년부터 10년간이나 이어졌고, 중국인들은 “그 암흑의 역사는 중국의 발전을 30년 늦췄다”고 평가한다.올해는 `문혁`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 홍위병에 가담했던 10대들은 지금 환갑을 훨씬 넘긴 노년이 되었고, 회한에 가슴을 뜯는다. “우리는 중국판 운동권이었다. 그때는 옳은 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모두 미쳐 있었다”고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많다.`미친 시대`의 산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9

전범(戰犯)기업 미쓰비시

노벨상을 거절한 사람이 6명인데, 그 중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베트남의 독립운동가 르 독 토는 “나는 받을 자격이 없다” 며 거절했고, 다른 4명은 공산권의 반체제 인사들이어서 정부가 가로막았다. `의사 지바고`를 쓴 파스테르나크 등이 이에 속한다. 1802년 나폴레옹은 프랑스 최고 훈장` 레지옹 도외르`를 제정했다. 세계평화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환경운동·사회운동을 열심히 벌여온 프랑스 톱스타 소피 마르소가 이 상을 거절했다. “154명을 처형한 살인자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준 상을 내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사우디 왕세자는 테러혐의를 받고 있는 시아파 지도자 47명을 처형하고 2개월 뒤 다시 107명을 살해했다. 올랑드정부는 “테러와 극단주의에 맞서 싸운 공로”로 이 상을 준다고 했으나, 많은 사람들은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싸움에 끼어들어, 살인자에게 프랑스 최고훈장을 주다니!” 반발이 많았는데, 소피 마르소도 그 중 한사람. 그녀는 올랑드 대통령이 새 애인과 살려고 동거녀와 결별하자 “비겁한 겁쟁이”라고 쏘아붙인 인물이다.미쓰비시 자동차 중국 사업소가 송혜교를 광고모델로 섭외했다가 거절당했다. 미쓰비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전투기를 만들어 납품했고 한국인 남녀 10만 명 이상을 징용해서 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며 강제노동을 시킨 전범기업이다.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84) 할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송혜교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냈다. “14살때 학교 교장과 헌병이 와서 중학교 공부도 시켜주고 월급도 주겠다고 해서 10명이 손을 들었다. 미쓰비시중공업에 가보니 모두 거짓말이었다. 썩은 감자와 보리가 섞인 밥과 단무지만 주었다. 배가 너무 고파 일본인이 남긴 밥을 주워먹었다. 월급은 한 푼 받지 못했다. 사죄와 그 월급을 받아야 하겠다”는 내용도 기록한 편지였다.더 큰 고통은 위안부출신으로 오해받는 일이었다. 미국과 중국에는 사죄하고 배상을 했지만 한국은 무시하는 일본의 간교함은 결코 용서 못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8

`은피아`시대

임종률 금융위원장이 금융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앉혀놓고 말했다. “나방이 누에고치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쓸 때 안쓰럽다고 구멍을 넓혀주면 그 나방은 내내 날지 못한다. 스스로 빠져나오려고 온 힘을 쏟아붓는 과정을 거쳐야 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철쭉은 한 겨울 바깥에서 찬바람을 쐬야 훌륭한 꽃을 피운다. 시련을 이겨내야 좋은 결실이 맺어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데, 우리나라에는 그 `시련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름길`을 가는 편법 때문에 `관피아` `정피아`가 생기고 다시 `은피아`가 생겼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은 적자가 쌓이는데도 해마다 임직원들 봉급을 올려주었다. 그게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이 있었다. 국책은행들은 `정부실세`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노후보장책이었다. MB정권시절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산업은행장으로 갔고 진동수, 김동수, 김용환 등 관료들도 수출입은행장을 지냈으며 지금 이동걸 산은 행장과 이덕훈 수은 행장도 정부 실세 낙하산이다. 이들이 은행장을 맡는 동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이 국책은행들은 부실기업을 자꾸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 50개였던 산은 자회사는 현재 132곳으로 불어났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조선·해운사들을 국민세금으로 먹여살렸다. 나방이 자신의 침으로 고치를 녹여 구멍을 넓히며 힘들게 빠져나오게 두지 않고 `구제금융`을 퍼부어 자생력을 잃게 만들다가 문제가 커지자 “돈찍어 주어 구조조정을 돕자”한다. 국책은행들이 자회사의 부실을 계속 키워온 이유가 있었다. 정부 고위관료들은 은행장으로 낙하하고, 은행 임직원들은 자회사에 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산은 퇴직 임직원 48명 전원이 자회사로 갔고, 수은에서도 6명이 내려갔다.국민혈세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흡혈모기나 흡혈박쥐 같은 `은피아`가 부실과 방만을 키웠으니 지금 `스스로 날 수 있는 나방`은 없다. “국민 피 빨아 끼리끼리 나눠먹은 자들부터 처단하라” 국민 절규가 나오는 이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7

긴급명령권

1999년 프랑스 좌파 노동장관 오브리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고용이 늘어난다”며 주 39시간 노동을 35시간으로 줄였다. 기업주 3만명이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 후 실업률은 오히려 늘어났다. 기업이 투자를 줄인 탓이었다. 독일과 영국은 5% 안팎인데 프랑스는 10%를 넘었다. 현 올랑드정부는 “해고가 쉬워야 채용도 쉽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철밥통들이 줄곧 눌러앉아 마르고 닳도록 해먹으니 청년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노동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를 뚫어낼 가능성은 없었다. 올랑드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권`을 꺼내들었다. 행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다. 노조의 총파업이 이어지고, 좌파 시민단체, 학생 등 수십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노동법이란 `건드리면 시끄러워지는 법`이지만 건드리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적 법`이다. “주 35시간 근로제에 구애되지 않고, 기업의 사정에 따라 주 60시간까지 늘릴 수 있고, 기업이 경영난에 처했을때 혹은 새로운 경영·기술에 직면할 때 기업은 채용과 해고를 유동적으로 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개정노동법의 골자다.우리나라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 금융실명제법을 만들어냈다. 극비리에 작업을 했고,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깜짝발표를 했다.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치권은 속이 쓰렸지만 드러내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었고, 기업들은 내심 쾌재를 올렸으나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 표정관리를 했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손 벌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선거자금을 보태주는 `안전장치`는 마련됐다.우리나라 청년실업이 12%를 육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지 못한다. `명령권 발동 즉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는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고, 쟁점 법안의 경우 5분의 3의 찬성이라는 국회선진화법이 막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별로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6

막가는 세상

전통 있고 뼈대 있고 품위 있는 가문이 정권을 잡던 관행이 뒤집어진다. 막돼먹은 `잡것`들이 대통령에 당선되거나 승승장구하는 세상이다. 필리핀은 가톨릭 신도가 83%나 되는데, 지난해 교황이 방문했을때 교통이 막힌다 해서 “개XX 돌아가라고 해!” 욕설을 퍼부었고, 1989년 다바오시 교도소 폭동 당시 폭도들에게 집단성폭행을 당한 호주 여성 선교사를 두고 “시장인 내가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했고, “범죄자들의 시체를 빨랫줄에 널어두겠다. 범죄자 10만명을 죽여 물고기 밥으로 주겠다”했던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이 이번 대선에서 압승을 했다.유난히 범죄가 많아 교도소가 늘 초만원인 필리핀이라 “내가 대통령이 되면 6개월 내에 범죄를 근절시키겠다”란 공약이 제대로 먹혔다. 권력자들과 범죄자들이 연결돼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그가 거칠게 나올 수록 막말이 심할 수록 “저 정도로 화끈해야 돼”라며 더 열광한다. `똥을 치우는데는 똥차가 제격`이란 것. `점잖은 기성 정치인`들에 실망하다가 이제 “신물이 난다”는 정서가 일반적이다.미국 발 `트럼프 현상`이 지구촌 곳곳에 나타난다. 종교인들은 이를 `종말적 현상`이라 할 지 모른다.브라질에서도 볼소나루 의원이 저질적 막말로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준다.“내 아들이 만약 게이라면, 나가 죽어라! 소리칠 것이다. 아이티에서 온 여자들은 씻지도 않고 몸을 판다. 병균을 퍼트리는 인간들!”이라며 여성·동성애자·이민자를 비하하는 독설이 오히려 인기를 얻는다. 기존의 정치관행을 거부하는 `상승기류`를 탄 것이다. 스페인에서도 “기득권층을 무너뜨리자” 외치며, 신생 정당이 `분노하는 민심`을 십분 이용해 기존 정당을 압도한다.트럼프는 주류 언론, 지식인 등 기존의 엘리트들을 사정없이 공격하고, 분노에 부화뇌동함으로써 성공했고, 그 `분노의 정치`는 유럽으로 건너가더니 이제 세상을 뒤덮는다.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총선때 이미 맛을 보였다. 대선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3

`킬러 로봇`이 떴다

중국 안후이성의 한 농부가 교통사고를 당해 가슴을 크게 다쳤다. 그는 흉강의 장기들을 제 자리에 맞춰 넣는 수술을 받고 퇴원 후 다른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는 중인데 난데없이 오른쪽 콩팥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병원의 수술기록에는 “신장 조사 후 이상이 없어 제자리에 돌려놓았음”으로 적혀 있었다. 병원측은 “신장이 자연적으로 위축되다가 소멸된 것같다”고 했다.농부는 “아무래도 의사가 콩팥 하나를 장기매매한 것같다”며 경찰에 고발을 했으나 경찰은 수사 대신 “병원의 의료분쟁 담당 부서와 먼저 이야기하라”고 했다.미국 국립어린이병원은 세계 최초로`인간 의사보다 수술실력이 좋은`로봇의사 `Star`를 개발했다. 우선은 돼지를 대상으로 근육 등 연조직 봉합수술을 했는데 근육의 수축 이완을 감지하는 센서를 가지고 있어서 섬세·완벽하게 봉합을 했다. 이 결과는 의학 전문지에 실렸고 2~3년 내에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할 예정이다.일본에서는 지난해 인공지능로봇이 대학 입시를 치러 441곳 이상의 대학에서 합격통지를 받았고 2020년도에는 동경대학에 합격하겠다고 했다.중국의 AI도 1천만명 수험생들과 입학시험을 치른다. 답이 하나뿐인 수학은 자신 있는데 주관식 시험에서는 좀 골치가 아플 것이라 한다. 독해나 에세이 등 수험생의 의견을 물어보는 시험에서는 `기계머리`가 `사람머리`를 따라가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개발팀도 일본과 같이 2020년에는 북경대나 칭화대에 당당히 합격하는 AI를 만들겠다고 한다.이스라엘은 무게 12㎏에 불과한 무장 전술 로봇을 개발했다. 적진에 들어가 최루액을 분사하고 권총을 발사할 수 있는 킬러로봇이다. 14발의 실탄을 발사할 수 있고 카메라 8개가 달려 있어서 사방팔방 어느쪽으로든 쏠 수 있으며 원거리에서 사람이 조종한다. 개발팀은 경찰 대테러 부서와 국방부에 이 킬러로봇을 납품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군에 안 가겠다고 정신질환자 행세나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될 세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2

광란의 굿판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란 미국 영화가 있다. 겉으로는 매우 평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한 병원인데 환자들이 조금만 말썽을 부려도 곧바로 전기찜질을 한다. 환자들은 점점 더 멍청한 바보가 돼간다. 어거지로 끌려온 가짜 환자도 있는데 반항하다가 진짜 환자로 변한다. 조선노동당대회를 두고 LA타임스는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현실버전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썼다. 12개국 외신 기자들은 대회장 구경도 못하고 철저한 통제속에서 엉뚱한 곳만 둘러봤다.평양방송이 내보내는 영상을 보면 그것은 완전 쇼였다. 사전에 짜여진 각본과 신호에 따라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만세소리`가 진동했다. `목숨이 걸린 일`이어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거나 만세를 소극적으로 외치는 참석자는 없었다. 김정은의 연설이 끝나고 `토론`하러 연단에 올라간 간부들은 충성맹세만 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한다”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드리며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린다” “모든 문제들에 완벽한 해답을 준 백과사전적 정치대강”.특히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은 “최고사령관 동지가 명령만 내리면 인민군대는 원수들의 정수리에 선군조선의 핵뇌성을 터칠 것이며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작전을 단숨에 결속하고, 미국 땅덩어리 자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라 했다. 김정은 우상화 신격화와 함께 싸움꾼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대회장이었으니 `뻐꾸기둥지`나 다름 없었고 `광란의 굿판`이란 표현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미 예상됐던 바 그대로였다. 백성들은 굶주리다 못해 국경을 넘는데 `최고존엄`은 신이 되는 쇼를 벌였다.북한에는 8명의 불사신이 있다. 징벌이나 숙청을 36년간 당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예스맨`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영혼`을 아예 빼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집단. 종말이 저만큼 다가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1

중앙은행의 소신

1980년대에 연방준비은행(FRB) 의장을 지냈던 폴 볼커는 미국 금융계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에 휘둘리지 않았고, 의회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 “금리를 내려 기업을 살리라”는 거센 압박에 그는 당당히 맞섰다. 고금리정책은 부실·좀비기업과 한계 산업을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방법이었다. 이런 제조업체들은 `살길`을 잃고 동남아지역으로 공장을 옮겨갔고, 미국에는 IT·금융같은 첨단기업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렇게 사양산업들이 스스로 구조조정된 후 그는 서서히 금리를 내려 첨단산업에 힘을 실어주었다.1970년까지 일본의 조선업은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 1위였지만, 80년에 들면서 일본정부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0개였던 조선업이 20개로 줄었다. 정부가 주도한 획일적인 쳐내기였다. 그 무렵 한국은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고, 단연 1위에 올라섰는데, 일본은 중국에도 밀려 3위에 머물러 있다. 중앙은행이 맥 없이 정부와 의회에 끌려간 결과였다. 우리 한국은행은 미국과 일본의 두 사례를 참고하면서 3대 조선업을 `요리`하고 있는 것같다. 정부와 정당들은 서로를 향해 “양적완화가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것같다”고 공박한다. 그것은 `다들 잘 모른다`는 뜻이고, 책임지고 주도해 갈 능력과 지식이 없다는 말이다.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은 한국 조선업의 산 증인인데 “구조조정 그것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무리하게 지원해주거나 합종연횡을 주도하지만 않으면 된다. 시장에 맡겨 각자 생존력을 찾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조선업이 위기를 맞은 원인에 대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장 큰 이유지만, 우리가 세계1위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바뀌면서 혁신을 게을리한 탓”이라 했다. 조선업은 기술집약산업인데, 신기술·신상품 개발 같은 `혁신`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조선업계 귀족노조의 철없는 요구나, 정부의 재촉이나, 국회의 메뚜기식 훈수에 말리지 않고 한국은행이 소신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옳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10

한·이란 문화교류

1975년 대림산업이 이란과 첫 인연을 맺는다. 군용시설 토목공사를 맡은 것. 혁명이 일어나 반미정권이 들어서고 경제제재가 이어지면서 외국 기업들이 돌아갈 때도 대림은 그대로 남아 가스공장 건설사업을 진행했고, 그때 이라크와의 전쟁이 터진다. 1988년 이라크 전투기 8대가 건설현장에 로켓포와 기관총을 난사해 13명이 숨지고 50여 명이 다친다. 그러나 대림은 철수하지 않았다. “일단 맡은 공사를 책임지고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란은 큰 감명을 받았다. “페르시아 상인들은 계산이 분명한 사람들이지만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데 한국인은 그 이상”이라 했다.한국과 이란은 종교·풍속·언어 등 모든 것이 다르지만, 이 같은 `인연의 끈`이 맺어져 있어서 `친구`가 될 수 있었고, 통하는 한 가지는 있는데, 그것은 `여성의 정절`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TV역사극에 이란인들은 크게 공감하면서, `대장금` `주몽`은 시청률이 무려 80%나 됐고, `장영실` `육룡이 나르샤` `옥중화` 등이 인기물이다. 당시 여성들이 외출할 때 `장옷`으로 얼굴과 몸을 가리는 것은 이슬람의 풍습과 같다.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이란 국빈방문 때 하얀 머리수건 `투사리`를 착용해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란인들은 그것을 “예의를 아는 행동”으로 평가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 등 유럽의 여성 정상들은 중동을 방문할 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심지어 프랑스인들은 “무슬림의 히잡은 매우 혐오스러운 차림새”라며 착용을 금지하는 법률까지 만들었지만, 우리는 오히려 “매우 예쁜 패션”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이번에 일본을 제치고 이란시장을 선점한 것도 이같은 `정서적 흐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이란은 그동안 북한과 핵무기 개발을 함께 했지만 이제 결별의 수순을 밟고 있다. 더 이상 북한 유학생을 받지 않고, 핵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북한 학생들을 귀국시킨다. “이란은 북한을 변화시킬 것인가” 이것이 세계가 주목하는 화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9

즐거운 식탁정치

백악관은 매년 한 차례씩 만찬회를 연다. 백악관과 각 언론사들이 초청한 인사가 2천명 넘는다. 유머감각 탁월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자신의 재치를 과시하면서부터 이 만찬자리는 대통령이 농담과 풍자로 좌중을 크게 웃기는 자리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1월에 끝나니 지난 4월 30일에 열린 만찬회는 그의 마지막 속풀이행사가 됐다.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유력 후보 힐러리를 지원했다. “내년부터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설 것인데, `그녀`가 누구인지 아직 모릅니다” 여기서 빵 터졌다. `She`라 할 수 있는 여성후보는 힐러리 뿐인데 “누군지 모른다” 한 재치가 재미 있었다. 그는 또 공화당의 유력 후보 트럼프에 대해 “사람들은 그가 외교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수년간 많은 지도자급 인사들을 만나왔습니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며,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줄줄이 읊어나갔다. 트럼프는 미스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인수해 각종 미인대회를 주최한다.트럼프는 만찬에 불참했다. 대통령은 이 점도 꼬집었다. “이 자리에는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 유명인들이 가득한데(선거운동하기 좋은 기회인데) 그가 싫다 한 것은 혹시 이 만찬이 싸구려인 때문인가? 아니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 바쁜가”했다. 트럼프는 시리아 난민을 거부하는데 메르켈은 수용한다.얼마전 새누리당·더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들이 회담을 마친후 냉면집에서 오찬을 했다. 야당의 두 원내대표는 물냉면을 시켰는데 여당 원내대표는 비빔냉면을 주문하자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새누리당이 하도 물을 먹어서 비빔을 드시네” 평소같으면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일이나 원유철 원내대표는 “두 야당을 모시고 잘 비벼야 하니까”라고 받았다. `가장 즐거운 자리는 식사자리`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드리지 말라” 했다. 그래서 식사자리에서는 꼬인 문제가 잘 풀리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식탁정치`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4

지혜로운 생존전략

꿀샘이 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잎이나 줄기에도 있다. 꽃에서 나오는 꿀은 생식을 위한 유인이고, 잎이나 줄기의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가짓과 식물 `솔나눔`의 잎을 민달팽이나 벼룩잎벌레가 갉아먹으면 그 상처에서 꿀이 흘러나온다. 꿀냄새를 맡은 개미들이 몰려와 침입자를 몰아내준다. 솔라눔은 `잎꿀`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개미를 근위병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아까시나무 줄기에는 불룩한 혹모양의 꿀샘이 달려 있는데 이것도 경호원(개미)을 용병(傭兵)으로 불러들일 `급료`이다. 개미떼는 대군(大軍)을 이뤄 초식동물까지 쫓아내준다. 식물의 지혜가 놀라운데 `식물국회`란 말은 식물에 대한 모욕이다.악어가 사는 습지 나무에는 물새들이 떼를 지어 산다. 물새둥지가 많은 나무밑에 악어들이 몰려온다. 너구리나 들쥐는 물새 알을 훔쳐먹는 천적인데 물새들은 악어를 용병으로 삼아 그 천적들을 물리친다. 무엇으로 악어에게 `급료`를 지불하는가? 자신의 새끼다. 물새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알을 부화시킨 후 자신이 감당할만한 양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수많은 물새 둥지에서 갓 깨어난 새끼들이 비오듯 떨어진다. 악어들은 이 `단백질 비`를 받아먹기 위해 나무밑으로 몰려든다. 악어가 득실거리는 곳에 너구리와 들쥐가 범접할 리 만무하다. 머리 나쁜 사람을 흔히 `새대가리`라 하는데 이것도 새에 대한 모독이다.새누리당이 요즘 많이 의기소침한데 총선패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1963년 대선에서 호남인들이 박정희 후보를 지지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영남과 호남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국민의당과 정권연합을 할 기회다. 총리와 장관직 얼마를 양보하면 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 협력을 요구하면, 야당도 애국심에서 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전반의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에 대해서도 정부여당과 인식을 같이한다. 신호가 명확히 오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3

인기 없는 정책

그리스가 망조 든 것은 선거때문이다. 선거 한 번 지나가면 수당(手當)이 한 두개씩 붙었다. 포퓰리즘 공약 탓이다. 공직자 봉급이 자꾸 올라가니 결국 국고가 바닥나 EU자금을 빌려왔다.“저 나라 빚이 너무 많다”며 채권국들은 더 이상 꾸어주지 않고 “전에 준 돈부터 갚아라” 하니, 알짜기업도 팔고, 항구도 팔고, 유적과 신전까지 팔아도 모자란다. `구제금융`을 끌어대려 하니 “보수 낮추고 인력 줄이는 자구노력부터 하라”는 조건이 붙는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발표하자, 공직자들이 연일 데모를 한다. “집권당에 표를 주었는데, 지금 와서 무슨 소리냐” 대드는데는 정부 여당도 할 말이 없다.세종시 신시가지는 `공무원 거주지역`이다. 이번 총선에서 이 지역의 표는 야당에 몰렸다. 박근혜정부가 공무원 연금을 깎고, 퇴직 공무원들이 산하 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로비스트가 되는 `관피아`를 척결하고 공기업 등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손 보겠다” 하고, `신도 부러워할 직장`을 줄여나가겠다 하니, 이런 정책이 국가 장래를 위해서는 좋지만 공직자들에게는 `원수의 평지풍파`다. 또 국제경기가 좋지 않아 적자경영을 하는 조선, 해운, 석유, 화학 등 대기업들을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 하는 정부가 달가울 리 만무하니, 울산 공단지역에서는 과거 통진당 출신 2명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역대 어느 정권도 이런 `표 떨어지는 강수`를 내놓지 않았다. 나라 장래보다`정권`을 위해 `비정상`을 못 본 척 묵인했다. 박근혜정부가 “비정상을 고치겠다” 천명할 때부터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의 귀족노조는 수시로 시위를 벌여 “선거때 보자!”이를 갈았다. 공무원노조도“박근혜를 찍었는데, 이렇게 배신하기냐”면서 `보복`을 별러왔는데, 이번 총선에서 본때를 보였다.그리스 꼴을 안 당하려고,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펴다가 총선에서 졌는데, 야당은 “대통령 사과하라” 한다. 발목잡은 야당이 사과할 일 아닌지. 훗날의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5-02

로봇병사

요즘 `국방유치원`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군대 간 아들을 따라다니는 `헬리콥터 맘`과 함께 생긴 말이다. 동료 병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 부하 병사까지 무시하고 왕따시켰던 일을 복수하려고 총기를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트렸던 저 `임 병장·윤 병장 사건`이후에 생긴 현상이다. 요즘 부대에는 `중대 밴드방`도 있고 `카카오톡 단체방`도 있다. 부모가 수시로 접속해 자식의 근황을 낱낱이 파악한다.제대 앞둔 `병장`은 `준장`과 안 바꾸고 `일등병`을 `일등별`이라 부른다. 훈련받다가 어디 조금 다쳤다 하면 훈련병은 이를 찍어 휴대폰 통신방에 올리고 부모는 당장 중대장에게 항의전화를 건다. 한여름에 완전군장하고 구보를 시켰다 하는 날이면 통신망이 마비되고 보약·통닭·떡 보따리를 든 부모들이 면회소를 가득 채운다. 실연한 병사가 휴가를 가는데, 장교가 동행하기도 한다. 혹시 술 먹고 사고 칠까 해서다.포항 해병대1사단 소속 자주포가 훈련장으로 가다가 5m 언덕 아래로 굴러떨어져 2명이 숨지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 사고지점은 9년전에도 추락사고로 1명이 생명을 잃고 5명이 중경상을 입은 곳인데 지형이 험악해서 베테랑 운전병도 이 지점을 지날 때는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곳이라 한다. 위험이 상존하는 지점인데도 군과 포항시는 이를 방치해 왔다. 이러니 `헬기 맘`이 부대 상공을 항상 맴돌지 않을 수 없고 이런 군대를 가지고 북한군과 맞서 싸울 수 있겠나 하는 걱정의 소리가 나온다.“21세기의 전쟁은 인공지능 병기와 로봇 병사가 싸우는 전쟁이지 사람이 직접하는 전쟁이 아니다”한다.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AI연구소들이 개발한 기술을 군부대가 이용한 지 오래다. 무인장갑차·무인헬기가 돌아다니고, 로봇병사가 총들고 전쟁에 나서는 시대다. 방사능이나 생화학물질이 살포된 지역에는 로봇이 투입된다. 러시아는 2017년까지 무인공격차량을 실전에 배치하겠다고 한다. 국방유치원시대, 자주포가 언덕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시대에 로봇병사·AI병기는 필수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9

간토학살의 결과

1923년 간토(關東·도쿄와 요코하마)지역에 대지진이 났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은 무슨 변괴가 생기면 정부를 비난했다. 민심이 흉흉하자 일본정부는 그 분노를 재일 조선인들에 돌렸다. “조센진들이 우물에 독약을 타고 불을 놓는다” 헛소문을 퍼트렸고 경찰과 자경대들은 조선인을 보이는 족족 총을 쏘고 죽창으로 찔러 죽였다. 그 무렵 대구의 시인 이상화가 동경에서 불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유학을 위해서였다. 그가 자경대에 붙잡혔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기지를 발휘했다. 일본에는 불교 신도들이 많은 것에 착안한 것.“나는 불교 신도다. 당신들 중에도 불교도가 있을 것이다. 불교는 살생을 금한다. 나를 죽여 죄를 지으려는 것이냐”이 말에 자경대장의 눈이 번쩍했다. “나도 불교도다. 당신 얼굴을 보니 부처님 얼굴을 많이 닮았다. 당신을 죽일 수 없으니, 얼른 귀국하라. 여기는 매우 위험하다” “고맙다. 부처님이 당신의 자비를 아실 것이다” 이상화의 얼굴은 불상과 많이 닮아 있는데 그 얼굴 덕에 살았다.귀국 후 그는 `개벽`지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발표한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해서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로 끝나는 이 시는 `간토대학살의 산물`이다.홍난파가 바이올린 곡 `봉선`을 쓴다. 일본 공장으로 간다는 동네 처녀 봉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곡. 그때 시인 김형준이 이 곡을 듣고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란 시를 짓는다. 곡이 먼저 나오고 노랫말이 나중 나온 경우. 이 가곡도 간토대지진으로 6천여 명의 한국인이 살해당한 후에 생산된 결과물이다.일본의 양심 있는 시민단체 봉선회가 동경 북쪽을 흐르는 아라카와강변에 봉선화를 심었다. 관동대학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함이라 한다. 교수, 목사, 재일 영화감독 등이 모여 8월 20일 서울광장에서 `간토학살 희생자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역사앞에 지은 죄`는 시효도 없고 용서도 없음을 증명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8

이슬람의 변화

강경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와 온건 시아파 이란이 요즘 혁명적 변화를 보인다. `이슬람근본주의 문화`를 가지고는 이 글로벌시대를 살아갈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사우디의 획기적 변화 두 가지는 `여성 운전 허용`과 `종교경찰 개혁`이다. 왕권 쪽에서는 “여성 운전을 금지할 이유가 없고, 종교경찰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종교권력은 “운전은 여성을 악에 노출시키는 짓이고, 종교오염을 막을 종교경찰이 필요하다” 한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걸릴 뿐 변화는 꼭 올 것이다.국제인권단체들의 압력은 계속 이어져 왔고, 일부 용감한 사우디 여성들은 몰래 운전을 배워 `운전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 때마다 세계는 이를 토픽으로 보도했다.`종교경찰`은 몽둥이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종교율법을 어기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석에서 매질을 했다. 술을 팔던 한 남자는 현장에서 맞아 죽었고, 블루카 속에 책을 숨겨 학교 가는 여성들을 기절할 때까지 때렸다. 사건이 있을 때마다 세계 언론은 야만이라는 `분노의 보도`를 내보냈다.종교경찰은 `권선징악청` 소속인데, 사우디 각료회의는 그 조직법을 개정했다. “국민이 권선징악을 행하도록 정중하고 친절하게 유도해야 하며, 종교경찰은 다만 위반자를 경찰이나 마약단속국에 신고할 권한만 있다”고 못박았다.사우디는 앞으로 `대대적인 국가 개혁`을 단행할 생각이다. 저유가로 재정수입은 떨어지고, 종교라이벌인 이란은 요즘 북적북적 잘 나가는 중이고,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의 불만이 급증하는 상황이라 `세계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이란은 사우디에 비해 훨씬 선진국이다. `여성부통령`을 두었고, “핵무기는 어떤 경우에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핵무기를 버리고 경제를 선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일 이란을 국빈방문한다. 문화가 다르고 멀리 떨어진 나라와도 이렇게 친구가 되는데, 같은 언어를 쓰는 북한은 `가장 먼 나라`가 됐다. “그 망할 놈의 핵 고집이 북한을 망친다”는 국제여론을 못 듣는 `철벽 귀`가 문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7

`태양 아래`

러시아 출신의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공산주의사회가 궁금했다. 그는 북한에서 `공산사회에서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기로 하고 `진미`라는 8세 소녀의 가정을 선택했다. 아버지는 기자,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 조부모까지 3대가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촬영 당일 배경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 주체사상탑이 보이는 평양 중심지의 넓은 아파트가 주어지고 `조출연`이라는 `당원`이 나와 모두 `감독`해버렸다. 만스키 감독은 일개 촬영기사로 떨어졌고.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침 식사 장면 하나를 찍는데 무려 10시간이나 걸렸다. “김치가 몸에 좋다”며 행복하게 웃는 장면이었다. 만스키 감독은 철수하려다가 마음을 고쳐 먹었다. “바로 이것이 공산주의 사회의 실상”이란 생각을 한 것. 그는 `당원 감독`이 하자는대로 따랐다. 다큐멘터리 자체는 북한의 장점만 보여주는 선전영화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게 돼가는 과정 전부를 카메라에 담았다. 통제·감시·부자유·인권사각지대의 실상을 `영화 뒷면`에 고스란히 찍어낸 것이다. 아침식사 장면을 찍기 시작한 `7시 35분`과 촬영이 끝난 오후 `4시 40분`의 시계를 찍었다. `보여지는 장면`과 `실제`를 다 담아낸 `태양 아래`를 얻어낸 것.베네수엘라의 시인 알리 라메다는 열성공산당원이었고, 북한에서 김일성의 강연 내용을 스페인어로 번역하는 일을 했다. 그는 어느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 북한의 `가난한 실상`을 적어 보냈다. 편지가 검열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간첩죄로 2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하루 12시간 강제노역을 하다가 1974년에 석방돼 귀국후 `슬픔에 젖은 여행객`이란 시집을 냈다. 강제노동과 굶주림의 고통을 잊기 위해 지은 시편들이었다.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나를 미화하거나 개인숭배 대상으로 하지 말라”는 특별지시를 내려보냈다. 독재·통제·악성국가의 특징이 충성경쟁·개인숭배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되면 끝장이라 생각한 것만으로도 `머리 깨인` 통치자 수준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6

신뢰와 의리

정치가 7명이 탄 봉고차가 시골길을 가다가 낭떠러지에 굴렀다. 한 농부가 쓰러진 의원들을 모두 땅에 묻어버렸다. 경찰이 달려와서 물었다. “일곱 명이 다 죽었던가요?” “몇 사람은 자기가 살아 있다고 하데요” “그런데도 다 묻어버렸다구요?” “아, 글씨, 정치가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미국 유머책에 있는 이야기다.2, 30년 전 국내 한 일간지 4컷 만화가 전국적 화제가 됐었다. “아버지와 국회의원이 강에 빠지면 누굴 먼저 건져내겠나?” “국회의원을 먼저” “무슨 이유로?” “강물이 오염되거든” 당시에도 국회의원 인기가 형편 없어서 “염치가 있거든 국회의원 배지 떼고 다니라”했다.정치가가 건널목 저 편에서 나를 알아보고 서둘러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면 “선거 때가 됐구나” 알아먹고, 그 정치가가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면 “아, 선거 끝났구나” 짐작하면 된다는 유머도 있다. 청나라 말기에 이종오라는 역사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중국 역대 권력자들의 면면을 조사한 책을 냈고, 그 책 제목이 `후흑학(厚黑學)`이었다. 권력을 잡으려면 얼굴 두껍고 속이 검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선거 전에는 간이나 쓸개를 다 내어줄듯 하고, 전지전능한 존재라도 된 듯이 온갖 공약을 쏟아내지만, 선거 후에는 깡그리 잊어버린다. 부모·자식 간에도 권력을 나누지 못하니, 그 세계가 얼마나 냉혹한가.올해 1월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가 김종인씨를 찾아가 “차기 대선때까지 당대표를 맡아달라” 부탁을 했고, 김씨는 면전에 대고 “나는 원래 정치인의 말은 믿지 않는 편이다.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봤기 때문에 정당의 속성을 잘 안다” 했고, “각서를 쓰고도 이행하지 않는 것이 정치인”이란 말까지 했지만, 결국 그가 당을 맡아 총선에서 제1당이 되고 나니, 반김(反金)들은 노골적으로 “나가달라” 한다. 김 대표의 역할은 `총선까지`라는 것이다. `대선까지`로 약속한 문 전 대표는 못 들은 척 딴전을 피운다. 신뢰와 의리가 실종된 정치판에 끼어보겠다고 `비례2번`을 받은 그의 속은 하얀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