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왜 작은 것에도 웃게 되고, 사랑받으면 왜 충만감에 휩싸이게 될까. 그건 사랑이 그만큼 단순하고 담백한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미워하기보다 사랑하는 게 더 쉽다. 누군가를 미워해야만 할 때 사람들이 취하는 방식은 사랑할 때의 그것에 비해 훨씬 복잡해진다. 사랑할 때는 변명이 필요치 않지만, 미워할 때는 변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워하는 자신이 부끄러워 변호해줄 핑곗거리를 만들어내 위안을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덫에 걸렸다. 야옹야옹 애처롭게 내지르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다. 다람쥐도 독수리도 사람도 심지어 동료인 고양이마저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니, 들으려 하지 않았다. 딱 한 명, 세상 모든 것에 연민의 귀를 열어 놓기를 즐기던 여우에게 그 소리가 들렸다. 착한 여우는 자신의 먹이를 날마다 고양이에게 나눠주었다. 숲 속 왕 사자가 그 소식을 듣고 달려와 덫에서 고양이를 구해주었다. 고양이가 가엾기도 했지만, 여우의 마음씨에 더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자는 여우에게 평생 사냥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식권을 상으로 내렸다.한편, 무리 속으로 돌아간 덫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들이 괴롭히기 시작했다. 왜 여우에게만 들리는 울음소리를 냈느냐고. 확실하게 고양이 소리를 냈으면 자신들이 듣고 달려갔을 터인데, 왜 그 공이 여우에게 가도록 했느냐고 다그쳤다. 겁에 질린 고양이는 좁쌀만 한 소리로 말했다. 분명히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지만, 힘이 없어 목소리가 작았을 뿐이야. 너희들은 못 들은 거고 여우는 들은 거지.덫 고양이는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으나 속으로 삼켰다. 곧이곧대로 말했다가는 동료 고양이들이 그를 다시 덫으로 던져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너희들은 내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어. 내가 사라졌는지 관심조차 없었지. 하지만, 세상의 아픈 목소리에 귀를 연 여우에게는 내 울음소리가 쉽게 들린 거지. 내가 더 크게 울었다 해도 여우의 결과가 있지 않은 한, 너희들은 내 목소리를 결코 듣지 못했을 거야.`/김살로메(소설가)
201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