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는 학교도 한몫 거들었다. 대부분의 초중학교가 어버이날인 8일 전후까지 약 10일 내외의 `단기방학`을 하였다. `연휴`보다는 가족의 의미를 새겨보라는 교육적 취지가 더 컸으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정부도 이 시기에 맞춰 `봄 관광주간`(5월1~14일)을 정했다. 자녀를 집에 남겨두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노동자의 무거운 발걸음을 보며 `복지`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또 `봄 관광주간`이 단기방학기간과 겹치는 것을 두고 `경제 특수`를 위한 꼼수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려는 결정이겠지, 설마…. 오비이락(烏飛梨落)일거야.
그런데 일부 학원에서 이 기간 동안에 단기 특강반을 만들어 호황을 누렸다는 소식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단기방학`이 `단기학원집중기간`으로 바뀐 셈이니, 그 많은 빨간 날 속에 정작 우리 아이가 쉴 시간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이 단기방학이 매년 지속된다면 5월은 사랑 넘치는 가정의 달이 아닌 입시경쟁이 치열한 사교육의 달로 바뀌지 않을까. 이런 현실 앞에서 가정의 달, 단기방학 등은 모두 쓸데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바쁜 5월이 더 바빠졌다. 어린이도 챙겨야 하고, 부모님도 찾아뵈어야 하고, 관광도 해야 하고, 게다가 이제 자녀들 시험 준비도 시켜야 한다. 시험 답안지에 “어제는 시골 할머니를 뵙고 오느라 공부를 다 못했습니다”라고 쓸 수 없기에, 시골에 있는 부모에게 “어머님, 애들 시험기간이라서….”라며 우물쭈물하는 전화 안부를 이해하고 용서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학교 밖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단기방학,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른들께 인사할 수 있는 가정의 달, 일상을 벗어나는 힐링의 관광 주간이 `쓸데없는 소리`가 아닌 의미 있는 소리가 되는 날은 언제쯤일까.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