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놈은 귀싸대기를 한 대 올려붙여야 하는데”라고 생각해 온 사람이 있다면 순간순간 스트레스가 확 날아간다. 특별히 맥줏집 장면에서는 관객이 자연스럽게 주인공이 되어 배우의 귀싸대기를 힘껏 치게도 된다. 대학로에서 이 극이 공연되지 못하는 이유는 배우의 안전문제 때문인데 실제로 고막이 파열된 적도 있다고 하니 충분히 수긍이 간다. 마지막 공연을 마친 극단 파피루스팀과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필자에게 큰 호사였다. 특히 일인다역으로 귀싸대기를 맞았던 멀티맨 역의 배우 김훈진씨의 이야기는, 웃고 있었지만 눈물겨웠다. 키 크고 잘 생긴 배우가 사정없이 귀싸대기를 맞았다. 연습 때부터 마지막 공연까지 거의 100대를 맞았다고 한다. 더구나 어느 날 즉석에서 캐스팅된 관객은 차지게 한 대 후려갈기는 것으로 부족했던지 거의 평소 쌓인 울분을 토해내는 수준으로 연타를 날렸다니.
나쁘고 얄미운 인간 군상을 찾아 속 시원히 귀싸대기를 치는 기발하고 통쾌한 주제도 좋고, 열악한 지방 연극무대를 꿋꿋이 지켜오는 문화 이야기도 충분히 거론할 만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제 겨우 이십대 중반 남짓, 배우 김훈진의 소회이다. 그는 지금껏 살면서 잘못한 모든 일에 대해 다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혹시 자기도 모르는 채 넘어왔던 모든 잘못에 대한 회개라니.
어쩌다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휘청할 것처럼 여리고 얼굴 하얀 청년이,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을까. 맡은 배역이야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모르고 저질렀던 크고 작은 잘못에 대한 반성, 혹은 맞아야 했지만 곱게 넘겨 용서해 주셨던 분들께의 찬란한 헌사라니. 그는 평생 맞을 것 이번 기회에 다 맞았으니, 앞으로 누구에게도 귀싸대기 맞을 일 하지 않고 아름답게 살 것이다. 그나저나 조심해야겠다. 언제 귀싸대기를 맞을지 모른다.
/윤은현(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