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철 시인이 떠났다. 시적 성과로`쩡쩡`울렸던 만큼 크고 작은 악행으로`쩡쩡`울기도 했을 시인이 끝내 세상과 등졌다. 투병으로 바닥까지 내려앉았을 시인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연민한다. 이제 편해졌으면 한다. 저자에 오르내리는 시인의 소문을 들을 때마다 여성 입장에서 분노하고 피해자 입장에 동조하던 그 마음조차 내려놓기로 한다. 모든 걸 떠나 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온전히 너그러워진다는 건 살아남은 자로서 가장 하기 쉬운 애도법이다. “겨울강에 나아가 /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 돌 하나를 던져 본다 / 쩡 쩡 쩡 쩡 쩡강물은 / 쩡, 쩡, 쩡, / 돌을 튕기며, 쩡, /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 쩡, 쩡, 쩡, 쩡, 쩡 / 강물은, 쩡, /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아, 쩡 / 봄이오면 녹아 흐를 것들아, 쩡, 쩡, /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버릴 것들이 / 쩡, 쩡, 쩡, 쩡, 쩡 / 겨울 강가에 나아가 /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 본다 /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서 제 / 바닥에 닿을 돌들을, / 쩡 쩡 쩡 쩡 쩡 쩡 쩡”시인의 대표시 `겨울강`을 필사한다. 누군가 말했다.`악행보다 더 나쁜 건 위선`이라고.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하지만 눈썹이 떨리고 옆구리가 결릴 만큼 뜨끔해진다. 숱한 위선의 행적 앞에서 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악행을 저지르기는 어려워도 위선을 행하기는 얼마나 쉽던가. 밥 먹듯 위선을 떨면서도 떳떳할 수 있는 건 그 거짓이 간접적인데다 비겁함은 어느 정도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문 악행을 하고도 떳떳할 수 없는 건 그 공격성이 직접적인데다 치명적인 상처를 안기기 때문이다.겨울강이 제 아무리 쩡쩡 얼음장 조이는 소리를 내도 강은 강이고 물은 물이다. 얼음 위, 던져진 돌들은 마법이 풀리듯 봄 오면 기어이 바닥에 가 닿는다. 겨울강을 내려다본다. 아직 얼지 않은 저 물빛, 악행보다 위선을 경계한 시인의 눈물인양 따끔거리듯 반짝이며 흘러간다./김살로메(소설가)
201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