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푸른 녹음 속 특별히 경건해지는 곳이 있다. 호국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그 현충원에 2012년 5월, 소방공무원들의 오랜 숙원인 소방공무원묘역이 별도로 조성되었다. 경찰공무원들이 1985년부터 별도 묘역에 안장된 것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길고 긴 각고의 세월이었다.
소방 조직은 부침을 거듭해 왔다. 1948년 정부 수립과 더불어 경찰 산하에서 개청된 조직은 1975년 다시 민방위본부 산하로 흡수되었고, 2004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독립 기관인 소방방재청으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세월호 참사로 인한 해양경찰청의 해체와 더불어 2014년 본의 아니게 국민안전처로 통합되고 만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18개 소방본부, 200개 소방서에서 4만여 명에 이르는 소방공무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묵묵히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비전 아래 일제히 공동 목표를 향해 일로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명의 소방공무원이 순직하고 325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현실이 숨어 있다.
소방공무원은 분명 품위 있는 직종이 아니다. 더욱이 소방공무원은 세상의 중심도 아니고 세상의 주인공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누가 칭찬해 주지 않아도 묵묵히 그 소임과 사명을 다해 왔다. 재난과 자연재해의 절박한 현장, 그 어느 곳에서도 그들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 소방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일에는 변환의 시점이 있다. 또한 독립관청만이 지고선일 수도 없다. 그러나 소방의 변천사와 소방공무원묘역 등의 진행 과정을 살펴보면 왠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중심축 가시권 핵심 분야에서 언제나 동떨어져 온 소방의 이정(里程)에 우직한 소방공무원들의 자화상이 클로즈업 되기 때문이다. 호국보훈의 달, 그 짙푸른 녹음 아래서 바라본 소방의 얼굴이다.
/眞易 전병덕(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