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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하다

김종헌(아동문학가)
등록일 2015-06-18 02:01 게재일 2015-06-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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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캄캄한 골목길을 걸을 때면 불안과 공포가 밀려온다. 무엇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나를 헤치려고 숨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둠 때문에 주위를 분간할 수 없어서 그렇다. 어둠은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 작은 손전등이라도 하나 들면 그나마 인심이 되는 것은 그 불빛이 주변을 분간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근 한 달 동안 퍼지고 있는 메르스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어둠` 때문이다. 우리는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른다. 또 충분한 연구 결과를 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당국이 발표하는 대책은 어둠 속에서 떠도는 듯하다. 메르스는 공기감염이 안 되고, 또 지역전파도 없을 것이라 했다. 즉 병원 내 감염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병원이 아닌 보성의 한 농촌마을을 통째로 통제 했다. 이 대응이 이상하고 불안하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이송요원은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뒤에도 9일간이나 근무를 계속했다. 또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30대 의사도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격리되지 않고 2주 동안이나 진료를 했단다. 이 의료진들이 이른바 슈퍼 전파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국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반면 전남 보성의 한 마을은 일주일 가까이 통째로 출입이 통제되었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살았다는 것이 이유이다. 지금 이 마을에는 의심 증상을 보이는 주민도 없다고 한다. 국민들이 보기엔 이상하기 짝이 없다.

병원은 바이러스 감염 경로를 잘 아니까 알아서 할 것이고, 농촌마을 주민들은 그것을 잘 모르니까 그런 것일까. 아니면 보성의 한 농촌은 통째 격리해도 우리나라 농산물 수급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가. 개방농정이 이를 잘 조절해 주니까. 반면 삼성서울병원을 통째 격리하면 환자들이 모두 사경을 헤매고 혼란에 빠질까봐 그런가. 아직 의료진 수입을 할 수 있는 개방의료행정이 시행되지 않고 있으니까. 무지와 안일함을 넘어 자본의 논리로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도통 캄캄하기만 하다. 손전등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 속내를 비쳐보고 싶다.

/김종헌(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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