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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이상형(철학박사)
등록일 2015-06-09 02:01 게재일 2015-06-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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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점차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며 어느 때보다 건강에 조심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아들은 퇴근해 집에 들어갈 때마다 손 씻으라 재촉한다.

우리는 무엇이 무엇인지 모를 때 불안하며 그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인류사를 계몽의 역사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도 모르는 것을 차츰 알게 됨으로써 인류의 지식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예전에 우리가 알지 못하던 자연은 우리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을 숭배하거나 신화를 만들어 우리가 이해하도록 만들 수밖에 없었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미신이나 신화를 우리의 이성이 납득하도록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이성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우리의 이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의미한다. 자유와 비판적 정신, 과학의 힘으로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이 인간의 이성이 어둠을 정복해나가는 역사이다.

예전에 아버지와 나 둘만이 산에 간적이 있다. 텐트를 치고 밤에 홀로 산길을 올랐다.

그러나 깜깜한 밤에 처음가본 그 길은 어린 나에게 너무나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나의 상상력에 의해 나무의 그림자는 거인이나 귀신이 되고 풀벌레의 작은 소리는 신음소리처럼 들리는 것이다. 결국 얼마 못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다시 올라간 그 길은 너무도 평범한 산길이었다. 환한 빛 아래 어떤 상상의 여백도 남겨 놓지 않은 공간은 두려움이나 불안과는 거리가 멀었다.

메르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가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에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제대로 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왜냐하면 계몽은 언제든 다시 미성숙이나 야만으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형(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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