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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힘

윤은현(수필가)
등록일 2015-06-08 02:01 게재일 2015-06-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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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작은 역을 지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남자는 수화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연인에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고 얼마나 화사하게 오직 웃기만 하던지. 남자의 손은 도대체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를 하기에 연인을 저렇게 아름답게 웃게 할 수 있는지, 할 수만 있다면 다가가 엿듣고 싶을 지경이었다. 역사 마당엔 오래된 벚나무가 있고 신록은 꽃보다 더 찬란하게 반짝이고, 연인들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은 보는 이의 마음을 찌르며 빠르게 전파되었다. 기차 안이 조금씩 환해지고, 누구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웃어주고 싶어졌다.

자신을 망가뜨려서라도 여러 사람을 웃게 해주는 지인이 있다. 채신 좀 지키고 조용히 해주길 바란 적도 있었다. 그것이 그의 배려이며 친절이었다는 사실은 그가 웃지 않고서야 알게 되었다.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깨뜨리면서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 그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게 되었는데, 갑자기 집안 사정이 어려워진 그는 몇 달 째 웃음을 잃고 있다. 눈치만 살피며 그가 다시 부산하게 웃어주길 기다리느라 살얼음판을 건넌다. 그가 온 몸으로 녹이고 깨어주던 얼음이었을 것이다.

웃음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호르몬을 조절하여 스트레스를 날리고, 여러 개의 근육을 활용하는 운동효과를 주고, 혈액순환을 도와주기도 한다.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주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좌절과 분노의 배출구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바보로 만들거나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개방하여 사람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유머는 신뢰이며 관심과 애정에서 우러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던질 수 있는 편안함이야말로 자신감과 여유가 없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넝쿨 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반칠호 시인의 시 구절이다. 중동에서 출발한 흉흉한 것보다 우리의 웃음이 이리저리 담을 넘고 더 빨리 날아 다녔으면 좋겠다.

/윤은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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