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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공화국

이상형(철학박사)
등록일 2015-06-02 02:01 게재일 2015-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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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갑질공화국이라고 말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대기업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이 올해 6백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갑을관계나 갑질의 횡포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놓여 있다는 소리이다. 아무래도 법에 의해 상대적으로 엄격히 보호받는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은 고용주의 눈치를 더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용주에게 감히 불평할 수 없는 피고용인뿐만 아니라 빈곤과 파멸을 피하기 위해 채권자나 은행직원의 관대함에 의존해야만 하는 채무자, 그리고 집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세입자도 이런 갑질에 놓여 있다.

오늘날 어떤 공화주의자들은 이런 현상을 새로운 지배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예전에 있었던 주인과 노예의 관계가 이제 모두가 주인이 된 세상에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주인과 노예라는 사회제도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일상에서 새로운 지배와 노예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생존을 위해 경제적 관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오늘날 고용주는 새로운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경험하는 것은 지배의 일상화인가?

지배와 예속의 반대는 자유이다. 그렇기에 현대 공화주의자들은 지배받지 않을 자유를 외치고 이 자유를 위해 법과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법이나 규칙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갑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 인치가 아니라 법치가 존재할 때 우리는 참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이라는 것도 법에 의해 지배받는 사람들이 그 법을 만들 수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사마천의 `사기`에도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은 상대방의 재산이 자기보다 10배 많으면 헐뜯고, 100배 많으면 두려워하고, 1천배 많으면 그의 심부름을 하고, 1만 배가 많으면 그의 종이 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예전과 오늘날의 사람관계는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평등한 국민, 모두가 주인인 회사, 서로가 존중하는 가정을 꿈꾸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이상형(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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