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차에 대통령과 보건복지부 장관, 그리고 여러 공무원들이 입은 노란 점퍼가 눈에 띈다. 메르스 확산방지 비상회의, 기자회견, 국무회의 등 모든 회의 때마다 그들은 노란점퍼를 입고 나왔다. 그런데 그 점퍼의 노란색이 새뜻해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자연의 색깔이 아니라 비상상황임을 보여주기 위한 대국민용 맞춤 색깔이어서 일까. 아니면 사태의 긴박함이나 다급한 대응이 없어서일까. 그들은 늘 입고 있던 양복저고리를 벗어 버리고 노란점퍼로 바꿔 입고는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안정과 안심은 보이지 않는다. 그 노란색에는 혼선과 불안만 보인다.
노랑은 눈의 피로를 줄이고, 정서순화와 안정성을 높여준다는 심리학적 분석이 있다. 흰색이 순수함의 이미지라면, 노랑은 포근함으로 우리의 가슴에 닿아 있다. 노랑의 따뜻함과 배려가 함께 어울릴 때 주변은 풍성해 진다. 이른 봄 거뭇한 울타리에 핀 노란 개나리가 주변을 환하게 하며 희망을 몰고 오듯이. 가을하늘 아래 노랗게 물든 황금들판이 풍성하고 넉넉함으로 다가오듯이. 그리고 횡단보도 앞에서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유치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꼬마아이의 노란 원복이 앙증맞고 귀엽게 보이듯이. 또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노란리본의 물결이 저민 가슴을 달래주듯이. 색깔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에 닿아있다.
다시 먼 훗날, 우리가 국가적인 재난이나 비상사태에 빠졌을 때 공무원들이 입고 나오는 그 노랑점퍼에서 우리는 그들의 `다급함`과 `땀`을 보고 `안심`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땐 국민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함이 배어 있는 노랑이기를 기대한다.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