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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곽규진(목사)
등록일 2015-06-12 02:01 게재일 2015-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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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마다 선택하며 살아간다. `무엇을 먹을까?`, `어디갈까?`, `누구를 만날까?`모든 삶이 선택이다. 선택을 위해 요구되는 것은 우선 순위이다. 모든 판단에는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이 작용한다.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일과 중요하지만 시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빨리 처리해야 할 일과 중요하지도 않고 빨리 처리하지도 않은 일 등을 잘 구분할 수 만 있다면 선택은 용이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들이 나의 선택과 관련없이 주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태어난 시점과 장소, 나의 부모, 나의 유전적인 특질 등은 내가 선택한 것들이 아니다.내가 왜 아프리카나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났고, 신라시대나 조선시대가 아닌 이 시대에 살고 있는가? 질병의 원인들도 나의 생활태도 보다도 유전적인 특징으로 부터 더 많이 기인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의 우선순위는 개별적인 상황의 선택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야 한다.

토기장이와 그릇 이야기가 있다. 모든 진흙덩이가 그렇듯이 진흙은 질그릇으로서 최고의 작품이 되어서 왕궁의 식탁이나 부잦집의 장식장에 올라가는 꿈을 꾼다. 다행인 것은 토기장이가 이 나라 최고의 장인이라는 것이었다. 그가 만든 그릇들은 거의 다 왕궁이나 부잦집으로 팔려갔다. 어느 날, 토기장이가 진흙을 반죽했다. 진흙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품으로 태어날 모습을 떠올리며 흥분했다. 그러나 조금 지난 후 자신의 모습에 실망했다. 불가마에서 나온 모습은 절망적이었다. 이 토기가 된 진흙이 도착한 곳은 어느 가난한 농부의 집이었다. 농부의 모습을 보는 순간 토기는 또다시 놀랐다. 그 농부는 두 손이 잘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농부는 이 토기를 보고 너무 기뻐했다. 이 토기는 두 손이 잘린 사람이 사용하기 용이한 변형된 토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진흙은 자신을 흉측하게 빚은 토기장이의 생각을 깨닫고 그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나무 하나하나를 볼 수 있는 위치에서는 숲 전체를 볼 수 없다. 사람이나 진리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삶의 우선 순위이다.

/곽규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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