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역사(驛舍)를 빠져 나오는데 풍물소리가 신명나게 들렸다. 광장에는 만장 같은 깃발이 펄럭이고, 한 무리 풍물잽이들의 가락에 뜨거운 햇살도 출렁출렁 흔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광장에는 두 무리만 있었다. 머리띠를 두르고 노란 조끼를 입은`그들`과,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신명도 나고 시끄럽기도 한 그 풍물소리를 들은 척 만 척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최승호 시인의 `북어`라는 시가 떠올랐다. “자갈처럼 죄다 딱딱”해 진 혀와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그리고 “빳빳한 지느러미”를 가진 식료품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북어.`사람들`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 걸어 둔 현수막의 글귀로 봐서`그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회원들이다. 그들은 얼마 전 헌재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판정한 것에 대한 규탄 시위를 벌이는 모양이다. 그간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나, 전교조가 교사들의 단체라는 것은 안다.`그들`이 불법단체의 회원이라면 과연 이것이`그들`만의 문제일까. 교사는 학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학생은 우리의 아이들이고. 이 단순한 도식은 교사의 문제는 우리(또는 우리 아이들)와 직결된 문제이다. 그런데도 `그들`만이 모여서 뜨거운 햇살을 출렁이며 분풀이 하듯 신명나게 풍물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만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치고 싶은 것일까. 북어가 소리친다. 귀가 먹먹하도록.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 닫고, 눈 감고 사는 `사람들`이 시끄럽고 복잡한 서울역 광장을 끊임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그 광장을 빠져나왔다. 말없이. 헤엄쳐야 하는 것은 “꼬챙이에 꿰어진 북어”가 아니라 광장을 오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김종헌(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