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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指鹿爲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4-20 02:01 게재일 2015-04-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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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통일한 진(秦)나라 시황제가 죽자 나라가 망조들기 시작했다. 황제가 객지에서 중병에 걸려 죽음에 이르자, 국경을 지키는 장남 부소(扶蘇)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군권은 부장 몽념에게 맡기고 함양으로 돌아와 내 장례를 치르라”란 내용이었다. 상주(喪主)를 맡긴다는 것은 후계자란 뜻이다. 유언장을 쓴 후 시황제는 곧바로 숨을 거뒀다. 황제의 죽음을 아는 사람은 환관 조고(趙高)와 왕자 호해(胡亥)와 승상 이사(李斯), 그리고 환관 두어 명 뿐이었다.

조고는 야심이 발동했다. 황제의 편지를 위조해서 “부소와 몽념은 자결하라”란 편지를 전방에 보냈다. 부소는 자결했으나, 몽념은 거부하다가 반역죄로 처형됐다. 조고는 호해를 후계자로 세웠는데, 그는 멍청한 허수아비였으니, 조고는 자신이 황제가 될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신하들의 반대가 걱정이었다. 어느날 조회때 그는 사슴을 몰고와서 “이 말을 폐하께 드리려 합니다”라고 했다. 황제가 “그건 말이 아니오”라고 하자, 조고는 신하들을 돌아보며 여부를 물었다. 조고의 말에 부화뇌동해서 “말입니다”라고 한 사람은 살려주고, 사슴이라고 바로 대답한 사람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그 후 조고 자신도 황제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암살당했으며, 진나라도 전국에서 일어난 반란군에 의해 멸망했다. 그래서 `지록위마`란 말은 “거짓이 참을 압도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면 망한다”란 뜻으로 널리 인용된다.

이완구 총리가 단단히 뿔났다.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땅”란 내용을 수록토록 하자, 총리는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하지 말라”일갈하더니 이틀 후에는 일본의 임나일본부(任那日本府)설을 두고 지록위마(指鹿爲馬)라고 했다.

일본교과서에 “4~6세기 아마토정부는 가야에 관서를 두고 신라 백제 등을 지배했다”고 적힌 것을 총리가 통박한 것.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역사학계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지방방송`인데, 버젓이 교과서에 실었다. 일본이 이렇게 `지록위마`하다가 나라 망치는 것 아닌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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