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에는 언제나 두각을 나타내는 단체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노총은 팽목항을 찾아와 대통령에 분노하라는 유인물을 뿌렸고, 전교조는 희생된 학생들을 `김주열·박종철`에 비유하는 선동과 함께 대통령 퇴진 운동을 호언장담했다. 자칭 `엄마의 노란 손수건`과 `세월호 참사 시민 촛불 원탁회의`라는 단체에서는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주도했다. 그들은 그렇게 그들의 정의를 부르짖었다.
정의가 반드시 양심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과 일본 극우 세력들의 혐한 시위를 보며 떠올린 감정이다. 이스라엘의 남부 도시 스데로트 언덕에는 밤마다 주민들이 소파를 들고 와 불꽃놀이를 감상하듯, 팔레스타인의 비명을 듣는다고 한다. 일본에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를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수시로 확성기를 튼 차량을 타고 한국인 초등학교에 몰려가 “김치 냄새난다” “쳐 죽여라” 등의 폭언을 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고 한다.
통합진보당 의원 이석기가 있다. 검찰은 그에게 내란음모 등의 혐의를 적용, 항소심에서도 징역 20년과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그보다 하루 앞서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김영주 총무목사,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 등이 서울고등법원에 이석기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유로 그들은 사회의 화해와 통합, 평화와 사랑을 실천할 기회, 누구의 어떤 죄라도 용서하는 것이 종교인의 마음이라고 했는데, 참으로 그들에게만 통하는 그들만의 정의다.
어릴 때의 기억이다. 군불에 감자를 구워 먹은 적이 있는데 조급한 마음에 감자를 빨리 꺼내면 겉은 익고 속은 익지 않은 설익은 감자가 되고 만다. 설익은 감자는 비리고 아린데 행복의 극대화, 자유의 존중, 미덕의 추구라는 세 가지 관점을 벗어난 정의는 바로 설익은 감자와 다름없다.
/전병덕(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