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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둘러대기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4-23 02:01 게재일 2015-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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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우산과 거짓말을 항상 갖고 다녀야 한다”란 말이 한때 영국에서 유행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찔끔거리는 영국에서 우산을 상시 지참해야 하는 것 같이, 언제 어디서 난처한 일을 만날지 모르니 `둘러댈 거짓말`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처칠 같은 유명 정치인도 “유능한 정치인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약속이 지키지지 않을 때 적절히 둘러댈 말을 준비하고 있어야 유능한 정치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선거법이 엄격해지고, 정치인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자,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권력을 쥐겠다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미국인들은 어릴때부터 “거짓말 하지마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기 때문에 거짓말을 최악의 악덕이라 생각한다. 미국 대선 당시 “닉슨 후보 진영에서 워트게이트 아파트에 있던 반대당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했느냐”란 의회 질문에 닉스 대통령은 “그런 일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FBI간부가 `내부고발`을 함으로써 거짓말이 들통났다. 미국인들은 그의 거짓말을 용납할 수 없었고, 결국 그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완구 총리가 3천만원을 받은 것은 용서할 수 있어도 거짓말 하고 말 둘러대기를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민정서인 것 같다. “금방 들통날 일은 왜?” 2012년 대선때 관여하지 않았다 했지만 찬조연설하는 유세장면 사진이 나왔고, 충청포럼에 전혀 아는 사람이 없다 했지만 성완종 회장, 반기문 고문이 있는 충청권 VIP 모임에 아는 사람이 없다니…. 성 전 회장과는 19대 국회때 본게 전부라 했지만 최근 23번 만난 사실이 드러났다. 이쯤되면 `거짓말 중독증` 수준이다.

그의 고향은 충남 청양군 비봉면 양사2리이다.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의 고장에서 태어났는데 말은 왜 그래 맵지 못한가. 그래도 고향의 일부 친지들은 “여주 이씨는 본디 강직한 성품이다. 총리께서 그럴리 없다”며 끝까지 믿어보려 한다. 그는 JP·반기문과 함께 `충청도의 희망`인데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면….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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