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상가는 그의 주저에서 인간의 본질을 그리스 신화를 빗대어 기술한 적이 있다.
쿠라(염려)가 강을 건널 때 점토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빚기 시작했다. 유피테르(쥬피터)가 혼을 불어넣어주자 그 후 서로 자기 이름을 붙이고자 다투게 되었다. 텔루스(대지)도 자기의 몸 일부가 제공되었으니 자신의 이름을 붙일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모신 재판관 사투르누스(시간)는 이렇게 결정을 내렸다.
“유피테르는 혼을 주었으니 그가 죽을 때 혼을 받아가고, 텔루스는 육체를 제공했으니 육체를 받아가라. 하지만`염려`는 이 존재를 처음으로 만들었으니, 이것이 살아있는 동안 그대의 것으로 삼아라. 그러나 그것이 후무스(흙)로 만들어졌으니 `호모(인간)`라 불러라.” 이 신화에서 드러나듯이 인간의 본질은 염려라 할 수 있다.
어버이날 지인들로부터 생일 축하가 쇄도했다.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하며 과분한 생일축하인사도 받았다. 어버이날이 생일이니 어머님에게 내가 최고의 선물이 되었겠다고 어떤 분이 말했다.
생일날 저녁에는 문상을 갔다. 95세의 할머니는 정정하게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마지막 순간까지 피부가 좋고 총기가 좋았다고 70세 상주가 회고한다. 영정사진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망자의 인생을 빛나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염려를 본질로 하는 인생에서도 행복감이 그녀의 인생을 빛나게 한다. 6남매를 모두 훌륭하게 키우시면서 인생을 밝게 살고, 고통을 참으며, 남의 허물을 덮어주고, 가족들을 향해 베풀었던 부단한 사랑이 행복의 원천이었다. 사랑은 모든 염려를 이기게 하는 힘이다. 인생을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곽규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