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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견의 노후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4-30 02:01 게재일 2015-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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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사람에 비해 후각은 1만배, 청각은 40배, 시각은 10배 우수하다. 그래서 군과 경찰에서 요긴하게 이를 활용한다. 순수혈통의 종견(種犬)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3개월째부터 신병훈련소에 입소한다. 앉아! 서!, 물어! 놓아! 뛰어! 돌아와! 같은 명령어를 알아듣는 기초훈련을, 7개월부터는 작전훈련에 돌입한다. 1년여 훈련을 이수하면`적격 심사`를 받는데, 10마리 중 2마리가 통과한다.

군견에는 세퍼트가 80%이고, 말리노이즈가 20%, 리트리버가 2% 정도 있는데, 용맹한 진돗개는 실격이다. 충성심이 너무 많아서 고락을 함께 했던 군견병이 제대를 하면 따라가겠다고 떼를 쓰고, 오래 그를 잊지 않고 있다가 기회를 봐서 탈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퍼트는 친화력과 넉살이 좋아서 짝꿍이 바뀌어도 일주일만 같이 있으면 그 군견병과 친해진다. 세퍼트가 가장 많은 이유다.

군견도 상징적 계급이 있는데 보통 부사관급으로 대우해준다. 그런데`소위`에 추서된 군견이 있다. 제4땅굴 발견 당시 북한군이 매설해놓은 지뢰에 몸을 던져 1개 분대병력을 살려내고 산화한 `헌터 소위`가 그 충견이다. 제4땅굴 입구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고, 예쁜 묘지도 있으며, 헌터의 행적과 공적을 새긴 동판과 `충견`이라 쓴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기습했을 당시 숨어 있는 공비를 찾아내 사살하는데 큰 공헌을 한 군경 `린틴`은 `인헌무공훈장`을 받았다. 군견이 받은 최초의 훈장이다.

가장 가슴 아픈 일은 군견병과 군견의 이별이다. 군견병이 예편할 때, 군견이 8세가 되어 제대하고 안락사 당할 때이다. 전에는 제대한 군견은 실험용으로 가거나 안락사를 시켰다. 안락사테이블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몸부림치는 군견을 차마 보지 못해 눈물을 펑펑 쏟는 군견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이 개정되어서 반려견으로 기증돼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됐다. 12살된 폭발물 탐지견 `평화`가 제대하고, 새 주인을 만났다. 평화로운 노후를….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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