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향해 불어대는 확성기 방송은 지난 11년간 중지됐었다. 마이크도 철거됐다. 그것이 목함지뢰 사건 이후 다시 설치되고 방송이 시작됐는데 북의 핵무기보다 무서운 남측의 고성능 방송임이 입증됐다. 폐쇄체제와 거짓말정치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진실의 전달`이다. `최고존엄 원수님`의 치부(恥部)와 초라한 실체가 고스란히 폭로되니 대북방송은 체제를 뒤흔들고, 세습독재체제의 허약함을 여지없이 까발기는 `가공할만한 무기`란 것이 이번에 알려졌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이다.
굶주리는 북한 전방 군인들이 한국의 발전상을 알면 탈북을 결심할 수 있고 한국 K-POP 아이돌들의 자유분방한 공연에 눈이 뒤집힐 것이니 `전방 장병들의 탈북행렬` 때문에 휴전선이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듯이 그래서 확성기 방송이 핵무기나 미사일보다 무섭다. 절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돈뭉태기를 주어야 유감표명 정도 하는 북한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순순히 “확성기 방송을 중지해주면…”이란 조건으로 “북측은 유감으로 생각하며…”란 합의문에 서명했다.
방송은 중지하되 마이크를 철거하지는 않았다. 북쪽을 향하여 염라대왕 처럼 버티고 서서 “도발만 해봐라. 또 불어제킬터이니” 한다. 북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대북 전단지보다 힘이 없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