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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인지, 재앙인지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9-03 02:01 게재일 2015-0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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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태안군 마도해역은 예로부터 난행랑(難行浪·지나기 어려운 뱃길)이라 불렸다. 중국-조선-일본-페르시아 등지를 다니는 무역선과 나라에 바칠 물품을 실어 나르는 조운선이 숱하게 침몰된 해역이었다. 그래서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보물 건져올리기`가 빈번해지고 `수중고고학`이라는 분야가 새로 생겼다. 경주시를 `야외 박물관`이라 부르는 것같이 태안해역을 `바다박물관`이라 한다. 침몰한 배에서 고려 청자가 무더기로 발굴됐는데, 최근에 건져올린 `마도4호`에는 조선 백자가 잔뜩 실려 있었다.

이 마도4호선은 조선 태종과 세종시대에 세금으로 받은 쌀과 보리를 실어나르고, 남해안 지역에서 구워진 분청사기를 중앙정부에 공납(貢納)하는 일을 하다가 침몰한 조운선이었다.

도자기와 먹글씨로 씌어진 죽간(竹簡)물목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고스란히 `보물`이 됐다. 지금까지 인양된 선박은 모두 14척인데, 고려시대의 것이 10척이고, 2척은 중국 선박이었다. 당시 중국은 도자기가 발달해서 사기그릇을 실은 무역선이 남해에 왔다가 많이 침몰됐다.

최근 폴란드에서 `황금열차`가 발견됐다. 나치 독일은 폴란드와 러시아, 그리고 유대인들로부터 약탈한 미술품과 황금 300t을 이 열차에 실어 독일로 반출하려다가 전세가 불리하자 산악지대 터널에 기차를 몰아넣고는 양쪽 입구를 막았던 것인데 이 일에 참여했던 한 노인이 생을 마치는 순간에 그 비밀장소를 알려주었다. 폴란드정부는 땅속을 투시하는 레이더로 현장을 조사했고, 약 100m 길이의 화물차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보물이 재앙이 될 조짐이 보인다. “약탈 문화재는 본국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국제규약이 있으니, 러시아와 유대인단체가 “내것 내놓아라”하고, 폴란드는 “어림 없다”고 한다. 당시 독일이 러시아 왕궁에서 약탈한 호박(琥珀)장식품은 약 4천500억원 어치나 되고, 유대인들에게서 뺏은 미술품들은 그 이상의 값이 나가니, 이 보물들을 두고 국제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보물이 재앙으로 돌변하는 것은 잠깐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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