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중국의 한 고위관리가 너무 많은 뇌물을 받아 사형이 선고됐는데,“내가 처음 받은 뇌물은 담배 한 갑이었다. 그것이 차츰 불어나고, 뇌물이란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억대 금품까지 받으면서도 죄의식이 없었다. 뇌물의 본성이 그런 모양이다”란 최후진술을 했었다. 뇌물은 본래`선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박기춘 의원이 그것을 깨달았는 때는 이미 `교도소 담장 안쪽`을 걸을 때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참여정부시절 국무총리를 지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한명숙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의 판결까지 무려 5년1개월이나 끌었다. 정치인에 대한 재판은 늘 질질 끄는 것이 관례지만, 이것은 유례 없는 최장기여서 그는 국회의원 임기를 다 찾아먹었다. 그러고도 구치소에 수감될 때 검은 옷을 입고 “사법정의가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 위해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1심에서는“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무죄, 항소심에서는 유죄, 그리고 대법원 상고심은 2년 징역에 추징금 8억8천만원을 선고했다.
한명숙 의원은 이것을 `야당 탄압 정치재판`이라 했다. 5년 여를 끌며 `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는 전혀 없었다. “그 사람들은 본래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 생각난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