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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비양심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5-08-27 02:01 게재일 2015-08-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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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춘 의원은 업자로부터 3억5천8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다. 국회의원은 회기중 불체포특권이 있지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그는 며칠간 집에도 가지 않고 사무실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철야기도를 하며 30년 정치인생을 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기자에게 “내 잘못이다. 경계심이 풀렸다. 돈을 받는 것이 겁이 났는데도 뭐가 씌었는지….”라고 했다. 형님 동생하는 사이이고, 아이들도 삼촌이라 부르며 따랐으며, 선거때는 아무 대가 없이 성심껏 도와줬던 한 분양대행업자가 주는 금품이라 `무심코` 받은 것이 바로 `뭐가 씌었던`것이다.

수년 전 중국의 한 고위관리가 너무 많은 뇌물을 받아 사형이 선고됐는데,“내가 처음 받은 뇌물은 담배 한 갑이었다. 그것이 차츰 불어나고, 뇌물이란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고, 마침내 억대 금품까지 받으면서도 죄의식이 없었다. 뇌물의 본성이 그런 모양이다”란 최후진술을 했었다. 뇌물은 본래`선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박기춘 의원이 그것을 깨달았는 때는 이미 `교도소 담장 안쪽`을 걸을 때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죄값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참여정부시절 국무총리를 지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된 한명숙 의원은 불법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의 판결까지 무려 5년1개월이나 끌었다. 정치인에 대한 재판은 늘 질질 끄는 것이 관례지만, 이것은 유례 없는 최장기여서 그는 국회의원 임기를 다 찾아먹었다. 그러고도 구치소에 수감될 때 검은 옷을 입고 “사법정의가 죽었기 때문에 그 장례식에 가기 위해 상복을 입었다”고 했다. 1심에서는“돈을 준 사람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다”며 무죄, 항소심에서는 유죄, 그리고 대법원 상고심은 2년 징역에 추징금 8억8천만원을 선고했다.

한명숙 의원은 이것을 `야당 탄압 정치재판`이라 했다. 5년 여를 끌며 `봐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는 전혀 없었다. “그 사람들은 본래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 생각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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