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여의도에 거대한 암시장이 선다” 대기업에서 대관(對官)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내뱉는 탄식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들이 대기업 총수나 임원들을 국회에 불러내려 하면, 기업측에서는 사생결단으로 이를 막기 위해 `장마당`을 열어 뒷거래를 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나오는 장관 후보자나, 국감장에 불려나오는 증인들은 “국회의원이 염라대왕”이다. 평생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는 `망신살`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국감장에 불려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업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는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는 미국의 경우 의회와 경제계의 관계는 甲乙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상시국감을 통해 기업에 해명할 기회를 충분히 준다. 그러나 한국의 국회는 항상 甲이라, 기업총수나 임원을 불러 호통도 치고 망신 주는 것으로 끝이다. “의원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겨 다시는 같은 실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이렇게 넘어가는 것이 `정답`이라, 근본적 문제해결과는 아무 상관 없다.
`국감 암시장`에서는 “의원님의 선거구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의원님이 가입된 시민단체와 함께 사회공헌재단을 만들겠다” “의원님이 추천하는 인물을 채용하는 등 무슨 요구든 수용하겠다” 등등의 `거래물품`이 등장한다. 재래식 장마당 암거래는 북한에만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