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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만 최초 女총통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60) 주석이 총통에 당선됐다.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이고, 총통 선거사상 최고득표였다. 차이 당선자는 푸첸성 객가(客家·변방의 소수민족) 출신이다. 중국의 국부 손문, 개혁개방의 원조 등소평, 싱가포르 중흥 총리 이광요 등도 客家人이다. 차이 당선자의 아버지는 기업인으로 신용과 겸양이 몸에 밴 사람이고 그 성품이 딸에게 전승됐다. 그녀는 대만대 법학과, 미국 코넬대 법학 석사,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를 역임했다. 2000년 정계에 입문한 그녀는 2008년 민진당 주석이 됐다. 당시 천수이벤 총통이 부패로 낙마했고, 민진당의 지지도는 밑바닥권이었으며, 다들 당 주석직을 사양했다. 한국 한나라당이 `차떼기정당`이란 오명을 쓰고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당시 박근혜 의원이 대표를 맡아 `천막당사 정신`으로 당을 회생시킨 것과 같이 차이주석도 청렴하고 진실된 이미지로 당을 살려냈다. 당내 파벌싸움을 잠재우고, 9차례의 선거에서 7번의 승리를 이끌어내 `선거의 여왕`이란 말도 들었다. `파우스트`의 “구원은 여성성에 있다”는 말이 실증된 것.차이 당선자의 이미지는 소박·검소·진실·원칙·청렴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는 단발의 생머리였고, 옷은 늘 수수한 이웃집 아줌마 같았다. 다른 후보자들처럼 고래고함 사자후를 토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설득하면서도 단호하고 명료한 어투에서 신뢰성이 더 묻어났다.그것은 “저런 총통은 적어도 부패에 휘말리지는 않을 것”이란 믿음을 주었다. 그녀는 당선 후 첫 발언에서 “내 롤모델은 독일 메르켈 총리”라 했다. 동독 객가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유럽 전역이 경제위기에 처했을 때 유일하게 `남을 도울 수 있는` 호황을 이뤄냈다.차이 당선자의 양안(兩岸·대만과 중국) 정책은 소삼통(小三通·항공편, 우편거래, 교역)으로, 중국대륙과는 독립성을 유지한다. 한국과 대만은 여성 지도자를 두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친구를 얻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9

이승만 국부(國父) 논쟁

제2차세계대전 당시 터키는 독일 편에 붙었다. 터키의 케말 파샤 장군은 연전연승했지만, 독일이 워낙 죽을 쑤는 바람에 패전국이 됐다. 그러나 케말 파샤 장군은 악착같이 버티면서 협상을 이끌었다. “터키를 독립국으로 남게 해달라. 그러면 서양의 문명과 제도와 종교를 받아들이겠다”는 조건이었다. 연합국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그러나 그는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터키는 이슬람국가였다. 그런 나라가 서양의 기독교를 허용하겠다 했으니 이슬람 원로들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했다. 이때부터 혹독한 숙청이 시작됐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이슬람 원로들부터 잡아 죽인지 1년 여가 지나자 안티(anti)가 사라졌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케말 파샤 장군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약속을 지켰다. 종교의 자유와 선거제도, 3권분립 등 서양의 정치 행정 제도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국회는 `국가원수 모독죄`를 만들었다. 그것은 거의 `신성 모독죄`에 버금가는 법이었다.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이 4·19 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 분이었고, 그 공로를 결코 잊어서 안된다”했고, “그의 과(過)만 말해서 안 되고 공(功)도 인정해야 한다. 역사를 공정하게 양면을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그러나 좌파들은 결코 공을 보지 않는다. 강남좌파라 불리우는 조국 교수는 “한상진 교수는 (이승만을)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라는 맥락에서 국부라 했는데, `1948년 건국설`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북한은 `건국`이고, 남한은 `정부 수립`이라는 것이다. 결국 정통성 있는 국가는 북한이고, 남한은 `반동 정치집단·미해방구`란 소리다.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유엔군을 불러들여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바람에 적화통일을 못한 그 원한 때문에 국부를`원수`로 여기고, 북한과의 경제 격차를 크게 벌여놓은 박정희 국가중흥 대통령을 줄기차게 비난하는 세력을 어찌해야 하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8

상처 받은 뇌(腦)

과거 산업혁명 초기에도 아동학대는 심각했다. 몸피가 작은 아이들에게 굴뚝청소를 시켰다. 그을음과 재를 뒤집어쓴 채 굴뚝 속에 매달려 있었다. 산타할아버지가 굴뚝을 통해 들어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준 이유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는 아이들이 양탄자를 짜고, 채석장에서 돌을 깨고, 쓰레기를 뒤지거나 버스 차장 노릇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린이 노동 금지법`이 있어서 `노동학대`는 없어졌지만, 비정상적인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신체적·정서적 학대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뇌가 빨리 자라는 유년시절에 받은 학대는 두뇌의 성장을 방해하고, 학대받은 사실이 뇌에 기록된다. 뇌의 부피가 작아지고, 뇌파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소견이 나타난다. 뇌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해마`는 감정 조절, 학습, 기억에 관여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감정조절이 잘 안 되고, 기억력이 떨어진다.노인 치매는 `해마가 작아지는 현상`이다. 자율신경에도 문제가 생겨서 외부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엉뚱한 행동`을 해서 학대를 자초한다.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여자아이가 2년간 집에 갇혀서 얻어맞고 굶주리다가 2층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와 수퍼에서 과자를 먹다가 발견돼 지금 보호를 받고 있는데, 그 아버지란 사람도 어릴때 학대를 받은 `비정적 뇌`를 가졌고, 어머니는 이혼 후 자취를 감췄고, 가족처럼 살고 있는 여자는 아버지의 동거녀였다.충남 논산에 사는 한 여성은 `원하지 않은 출산`으로 낳은 갓난아기 6명을 돈 주고 사서 기르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그녀는 어릴때 어머니를 잃었고, “어미 잃는 날이 애비 잃는 날”이란 속담처럼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자랐으며, 지능지수는 `지적장애 경계선`인 80 안팎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이를 매매해서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어머니 없이 자란 한`을 영아 키우는 일로 풀기 위함이었다고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사후약방문이 아니라, 아동학대를 예방할 사회적 감시망이 더 촘촘해져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5

중국의 선택

`한반도신뢰프로세스`는 북의 수폭(水爆)실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북이 온건·유화로 나오면 우리도 그렇게 대응하고, 북이 강경·도발하면 우리도 그에 맞서면서 차츰 신뢰를 회복해가자”하는 취지다. “핵은 남의 재앙이 아니라 나 자신의 재앙이고, 핵무기를 통해 얻는 것은 고통뿐이다” 하는 자각과 후회에 도달하고, 이란 처럼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신뢰프로세스의 길이다. 과거 YS가 “땅이 고통이 되게 하겠다” 해서 `놀리는 땅에 세금`을 매긴 것과 엇비슷하다. 옛 소련이 핵무기가 없어서 해체된 것이 아니다. 핵을 `사용`하는 순간 얻는 것은 자멸(自滅) 뿐임을 알았기 때문이다.평등사회를 지향한다는 북한에는 5개의 계급이 있다고 한다. 성골은 김일성 가계인 백두혈통, 진골은 빨치산 혁명 세대, 3두품은 김일성교 광신도, 4두품은 충성스러운 일반국민, 그리고 마지막 최하 계급은 출신성분에 흠결이 있는 가정인데, 월남자가 있거나, 재일교포 출신이거나, 노동교화소에 갔다 온 가정이 이에 속한다. 이 `제5계급`은 그동안 숨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살았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 상황이 반전됐다. “탈북자 가족은 부자”란 소문이 퍼진 것이다.탈북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만 “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낸다”고 응답한 사람이 71%를 넘었다. 1년에 100만~200만 원을 보내는 사람이 가장 많았고, 연간 1천만원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중국인 브로커에게 송금하면 그는 북한에 있는 화교에게 연락해 북한 가족에게 돈을 전하면서 수수료를 먹는 시스템이 형성돼 있다. 이 `탈북자의 송금`은 북한 가족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중국에서는 한국화폐가 통용되고 북한에서는 중국 위안화가 인기여서 이런 `송금루트`가 개척된 것이다.중국도 북핵실험에 상응하는 응징을 해야 할 것인데, 가장 좋은 선택이 `탈북자 북송 중단`이다.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잡아 북한 보위부에 넘기는 것은 잔인한 짓이다. 굶어죽지 않으려고 목숨 건 탈북자들이 불쌍하지도 않은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4

북핵 코미디

막 퍼주기 논란을 빚은 햇볕정책으로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 DJ는 2001년 이런 연설을 했다.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만약 북에 핵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퍼준(?) 100억 달러를 밑천으로 북은 2003년 “우리가 핵실험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3년마다 한 번씩 핵실험을 하다가 지난 6일 4번째로 수소탄 실험을 했다. DJ는 그 후 무슨 `책임`을 졌나. 한바탕 코미디로 끝났을 뿐이다.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중국은 불만을 나타냈는데, 이번에도 중국은 국경감시를 강화해 밀무역이 중단됐고, 북·중 교역량도 급감했다. 최대 무역도시 단둥(丹東)의 통관절차가 까다롭게 됐고,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발길을 끊었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가 중요 관광루트인데 핵실험 후 여행사들이 다 문을 닫았다. 중국도 국제여론이 무서워서 “북한의 핵 보유를 강력히 반대한다”란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제재는 `잠시·소극적`이었다. 말 안 듣는 사고뭉치 동생에게 `꿀밤` 한대 주는 정도다.그러나 북한은 이제 중국을 겁내지 않게 됐다. `북핵 반대`와 `경제 제재`에 대한 불만 표시가 노골적이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서열 5위 상무위원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한 것이다.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참혹하게 처형했던 장성택은 자료화면에서 한동안 지우지 않았는데, 류윈산은 사정 없이 `편집`했다. “중국도 수 틀리면 핵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협박이고, “빨리 경제 제재를 풀라”는 압박이다.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최신호 표지에 `전쟁무기를 가지고 노는 철부지 김정은`의 만화를 실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과거에 저질렀던 사고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또 사고를 쳤다”는 설명을 달았다.DJ의 코미디 연설이나, 미국 주간지의 표지 그림이나, 북핵을 무슨 아이들 장난감으로 보는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3

레인 맨

1988년에 개봉된 미국 영화 `레인 맨`은 천재 자폐증 환자를 다루었다. 사회성이 없어서 어디에도 적응 못하지만 비상한 기억력과 분석력, 남이 보지 못하는 변화를 봐내는 사람 이야기다. 레인 맨은 흩어진 수백개의 성냥개비의 수를 단숨에 계산해내고,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다 외우고, 한 번 본 숫자를 오래 기억한다. 이런 재능을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 하는데, 조선조 도화서 화원들은 카메라가 없던 시절에 사진사 구실을 했다. 그들은 통신사를 수행하며 외국의 문물을 기록했다.이스라엘 9900부대는 `레인 맨`들이 일하는 `영상분석팀`이다. 정찰기가 찍은 항공사진을 들여다보면서 그 `미묘한 변화`를 읽어낸다. 일반인들이 감지 못하는 변화를 그들은 천재적 암기력과 분석력으로 봐낸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세력 하마스가 한 운동장에 비밀무기를 몰래 묻었는데, 레인 맨들이 사진 판독을 통해 이를 알아내 폭파시켰다. 군은 인재를 얻고, 자폐증 환자는 직업을 얻은 것.학교 공부에는 별 재주가 없지만 불경(佛經)은 한 번 읽으면 그대로 다 외우는 스님도 있고, 어떤 길고 복잡한 곡도 한 번 들으면 피아노로 완벽하게 재현하는 모차르트가 있었고, 시각장애와 뇌성마비를 앓은 메슬리 램키도 그런 천재 음악가였다.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말레이시아의 화가 펑리안(21)은`색채의 마법사`라 불리운다.우리나라에도 자폐증 환자로서 화가의 길을 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남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를 독창적으로 그려낸다. 예술이란 독창성을 생명으로 하는 `창작`이기 때문에 가능하다.`아인슈타인 병`이란 것도 있다. 다른 것은 다 서툰 `발달장애`인데 꼭 한 분야에서만은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김홍식(18)군은 연도와 날짜를 대면 1초도 안 돼 요일을 계산해내는`수학과 컴퓨터 천재`이다. 김군은 올해 3월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다. 이런 천재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개천의 용`을 발굴하는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2

트럼프와 북핵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핵`에 몰두해왔고 최근 `핵포기·경제제재 해소`를 이끌어 냈으나, 북한의 핵문제가 새로 불거졌다. 미국이 잠시 정신을 파는 동안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갔다. 그래서 미 공화당은 집권 민주당을 겨냥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북한이 오늘날 핵 보유국이 됐다” 면서 “클린턴의 실패한 외교정책이 오바마를 거쳐 힐러리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공격한다.미 대선을 앞둔 지금 `뜨는 후보`가 공화당의 트럼프인데,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돈키호테였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우산 밑에서 무임승차했다” “테러를 막기 위해서는 무슬림의 입국을 전면 통제해야 한다”는 말을 내뱉었고, 여성 비하, 인종 차별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저서 `불구가 된 미국`을 마이애미주의 한 대형서점은 `유머코너`에 배치했다. 그의 튀는 발언은 `괴짜 부호의 해프닝` 취급을 받았지만, 지지율 40%로 꾸준한 선두 자리를 지킨다.트럼프는 `말 없는 다수`가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을 대변해 주는데, 그것은 권태로운 일상과 판에 박힌 정치관행에 지친 사람들에게 작은 변화라도 주고, `TV 앵커`를 지냈던 경력을 십분 살려서 국민들을 `재미 있게` 해준다. 그는 3조원 대의 재산을 가진 대부호인데, 미국인들은 부자를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부자를 부러워하면서도 미워하는 한국인과는 다르다. 국민을 속 시원하게 해주고, 변화와 재미를 주고, 존경의 대상이 되니, 막말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지지를 받는 것이다.트럼프는 김정은을 향해 거침없이 “미친놈!”이라 했고, “북핵을 저지할 나라는 중국 뿐”이라 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관세장벽을 높이고, 무역거래를 중단하면 중국은 2분 안에 무너진다”는 개그 같은 막말도 했다. 미국은 이란 핵 해결에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효과를 봤다.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을 제재한 것이다.어찌됐건 김정은의 통치자금줄을 바짝 죄지 않고서는 대북제재의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11

무능 부패 공무원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이 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공무원을 하고 싶은 사람이 공직에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행정권력이나 휘두르면서 `군림`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공직자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2006년 무능하고 부패한 고위공무원을 걸러내는 제도를 마련했다. 5단계의 평가등급 중에서 2차례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직권면직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10년째를 맞는 지금까지 잘린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팔이 안으로 굽는 온정주의 때문이다.그러자 지난해 10월 새 제도를 또 내놓았다. 직권면직의 범위를 많이 넓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최하위 평가 2번`뿐 아니라, `최하위 평가 1회+무보직 6개월` `무보직 1년에 해당할 경우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올 경우` 등이 추가됐다. 또 가이드라인에는 정책실패(대규모 예산 낭비와 혼란 야기), 태도와 자질 미흡(복지부동 등 소극행정, 업무 조정능력 부족), 개인 비위(금품 향응 수수와 공금횡령) 등이 담겼다.실·국장급 고위공직자의 권한은 막강하다. 수백억원 짜리 사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자리다. 20대에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신분보장의 우산 속에서 세월만 가면 자동승진 되고, 사고만 치지 않고 장·차관의 비위만 잘 맞춰주면 잘리는 법이 없다. 빗나간 엘리트의식에 무사안일까지 겹쳐서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물에 물 탄 공직자”가 되어서 `대접받는 일`에만 익숙하고, 인허가권을 미끼로 `업자 등쳐 먹기`를 당연하게 여기는 그런 무능·부패 공무원은 나라를 좀먹는다.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부패 척결을 특히 강조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성과를 갉아먹는 적폐나 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아파트를 특별 분양받은 세종시 공무원 중에 `집 부자`가 많다고 한다. 일반 국민은 하늘의 별 따기인데, 공무원은 2채씩 분양받아 차익을 남기고 되판다. 이런 양심불량자부터 첫 모델 케이스로 응징해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8

신이 전쟁을 가르쳤나

서기 632년 선지자 무함마드가 타계한다. 그는 아들이 없고 딸만 있었는데,`후계자 지정 원칙`을 정해주지 않고 죽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가지 주장이 맞섰는데, “원로회의에서 칼리프(지도자)를 뽑자”는 `수니파`와 “혈통을 따져서 정하자”는 `시아파`가 갈렸다. 1대부터 3대까지는 수니파의 뜻대로 됐다. 그러나 그 칼리프들은 암살되거나 병사함으로써 30년만에 3번씩이나 바뀌었다. 4대째 비로소 시아파가 천거한 `알리`가 등극한다. 그는 무함마드의 4촌이자 사위였다. 혈통을 찾아 지도자가 정해지는가 했더니, 알리는 곧 죽는다. 암살자는 수니파의 사주를 받은 그의 아내였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알리의 두 아들 또한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두 종파는 `같은 하늘 밑에 살 수 없는` 원수가 돼갔다. 사우디에 근거를 둔 수니파는 정복사업을 벌여 세계 곳곳에 세력을 뻗쳤는데, 이란·이라크에 뿌리 내린 온건 시아파는 전쟁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85%가 수니파이고 15%만 시아파로 돼 있다. 탈레반이나 IS 등은 대체로 수니파로 알려져 있다. 이 두 종파는 간데 족족 부딪힌다.`시리아 내전`은 시아파정권에 대항한 수니파 반군이, `예멘 내전`은 수니파정권에 맞선 시아파 반군이 벌인 혈투였다.최근 이란과 사우디가 또 국교를 단절하고 전쟁상황으로 돌입했다. 사우디의 수니파가 이란의 시아파 성직자 4명을 처형한 것이 발단이 됐고, 이란의 시위대가 사우디의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불태우면서, 복수는 복수를 낳는 악순환을 거듭하다가 국교와 항공편 등이 단절되고 끝내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란은 국제사회와의 `핵협상`에서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에서 풀리고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여 시아파 국가들을 도울 수 있게 됐다. 이란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사우디는 전쟁을 벌이게 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알라신을 `한 조상`으로 섬기는 형제끼리 복수극을 반복하다가 자꾸만 원한을 더 쌓게 됐다. 神이 언제 전쟁을 가르쳤던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7

통일준비 인력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두 명의 발언이 우려스럽다. 도널드 트럼프와 마르코 루비오는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maniac)`라 불렀다. 트럼프는 “우리는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과 남한 경계선에 2만8천500명의 미군을 두고 있다”고 했다. 루비오 후보도 “급진적 이슬람 테러와 북한의 미치광이, 모스크바의 깡패 등 우리는 점증하는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이들 중 누군가가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할 것이다. 북한을 `악의 축` 혹은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이고, 우리의 평화통일 노력도 위기를 맞을 것이므로, 대응책·방어망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신년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은 시의적절하다. 그는 북한의 시장경제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연구를 더 할 계획이라면서 “우리는 다양한 무역 거래선을 활용해 북한 산 물품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중개무역을 활성화 할 수 있다”고 했다.북한을 국제사회로 불러낼 `길`을 열어줄 적임자는 `한 민족`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남과 북은 독일 통일의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당시 동독과 서독은 사람이 서로 오가고, 서신이 교환되고, 경제지원이 이뤄지고, 기초 인프라 투자가 가능했으며, 학교에서는 `통일교육`이 활발했다. 서독 각급 학교들은 `동독 친척 방문`을 과제에 넣었고, 서독 의회는 `동독 지원 예산`을 심의 통과시켰다. 그러나 남북은 많은 동질성을 가진 한 민족이지만 현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먼 나라`가 돼 있다. 그 거리를 좁히는 일을 당장 실천해야 하는데, 그 길을 닦는 것이 인적·물적교류이다.북한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6개였는데 차츰 다른 학과에 통폐합되고 남은 곳은 동국대 하나뿐이다. 졸업해봐야 진출할 직장이 없어 학생들이 외면한다. `통일을 준비하는 학과`가 사라진다는 것은 암운(暗雲)이다. `통일준비생`의 일거리 창출이 쾌청(快淸)의 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6

관(冠) 쓴 원숭이

宋나라 때 저공(狙公)이 원숭이 수백 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마리 수가 자꾸 불어나고 먹이 조달이 점점 어려웠다. 도토리를 하루에 7개로 줄어서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꾀를 냈다. “너희들에게 도토리를 주는데,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하니 원숭이들이 화를 냈다. 그래서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겠다”하니 좋다고 했다. 여기서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말이 생겼다. 얄팍한 잔재주로 남을 속이고 현혹 시킬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열대지방 사람들은 원숭이를 이용해서 야자열매를 딴다. 원숭이를 나무 위에 올려놓고 밑에서 돌을 던진다. 원숭이는 맞서 싸운다면서 야자를 따 사람에게 던진다. `서유기`에서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천도복숭아를 훔쳐 먹다가 들켜서 호되게 벌을 받는데, 서역으로 불법을 구하러 떠나는 현장법사가 구해주어서 동행을 하지만 원낙 변덕이 심하고 심술 궂어서 현장법사는 `안전장치`를 설치했다. 구리테를 원숭이 머리에 씌웠는데 녀석이 말을 안 듣고 장난을 치면 테가 조여들어서 두통을 일으킨다. 그리고 “네놈이 날아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란 정신 교육을 시켜서 함부로 날뛰지 못하게 했다.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자연서식하지 않는 곳이 한반도이다. 열대지방에 사는 짐승이라, 한반도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고, 사람들도 “인간이 되려다가 자질 미달로 떨려난 후 사람에게 해코지를 한다” 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했다. 연산군은 일본에서 원숭이를 선물로 보냈으나 “우리는 이런 경박한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돌려보냈다. 송강 정철도 권주가 `장진주사` 끝귀절에서 “하물며 무덤 위에 잔나비 파람 불제 뉘우친들 무엇하리”라 해서 음산한 분위기에 등장시킨다.`관(冠) 쓴 원숭이`란 말은 “잔재주로 백성을 속이고, 눈앞의 작은 이익만 노리면서 경박하게 굴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탐관오리”란 뜻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국가 경제가 위기상황인데, 나라 살릴 법안 심의에는 관심조차 없는 `국회 나으리`들이 올해에는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5

잔나비의 지혜

중국 남북조시대의 이야기다. 군인들이 배를 타고 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인근 숲에서 원숭이 새끼 한 마리를 잡았다. 그때 큰 원숭이가 배를 따라 오기를 100리나 하다가 죽어버렸다. 군인들이 죽은 원숭이를 배에 실었는데, 나이 든 군인이 “이 원숭이는 분명 이 새끼의 어미일 터인데, 배를 한 번 열어보자. 틀림 없이 창자가 끊어져 있을 것이다” 했다. 해부를 해보니 사실 창자가 토막 나 있었다. 단장(斷腸)이란 낱말이 이 고사에서 나왔다. 새끼를 뺏긴 어미 원숭이는`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속에서 죽어갔다. 이로써 원숭이는 모성애의 상징이 됐다.대하소설 `서유기(西遊記)`는 원숭이를 `손오공`이라는 극존칭으로 불러주었다. 여의봉을 들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현장법사의 호위무사로 활약한다. 손오공은 민첩하고 재주 많고 영리하고 지혜로운 존재다. 그래서 중국과 인도 여러 곳에서는 `원숭이 궁전`까지 지어 먹이를 주면서 숭배하기도 한다. 동양3국 중에서 원숭이가 서식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원숭이 그림이 들어오고, 일본에서 애완용으로 들여와 집에서 기르는 사람도 많다.중국은 오래 산아제한을 해왔다. 인구 팽창이 골치거리여서 `한 자녀 갖기`정책을 폈고, 더 낳으면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호적에 없고 통계에 잡히지 않는 `뜬 인구`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붉은 원숭이띠`의 해 병신(丙申)년을 앞두고 `두 자녀까지 허용` 정책을 새로 내놓았다. “붉은 원숭이띠 해는 지혜로운 아이가 태어나는 해”라는 믿음 때문에 수 많은 부부들이 `기획출산`을 하고, 산아제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조선 후기의 그림 중에 `안하이갑도`가 있다. 원숭이가 솔가지를 들고 게 두 마리를 낚는 그림이다. 조선시대의 그림은 반드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 그림은 소과와 대과 두 관문을 통과해 등과하라는 기원이 담겼다.출산장려운동이 한창인 지금 잔나비띠의 해를 맞아 `지혜로운 아이 낳기` 분위기가 더 확산됐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1-04

독소 있는 사람

T 브렛베리 박사는 저서 `감성지능 2.0`에서 “공기 물 음식에 독소가 들어 있을 수 있듯이 사람에도 독소가 들어 있다”했다. 매사 부정적인 자, 끊임 없이 불평하는 자, 늘 비난할 대상을 찾고, 자기는 항상 옳고 가장 똑똑하다고 착각하고, 욕심과 질투심과 우월감에 빠져 교만하고,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봐 뒤에서 험담하고, 자기가 독을 가진 사람임을 절대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당신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거든 그냥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충고한다.요절한 미국 작가 데이비드 F 월러스는 어느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뇌에 디폴트로 세팅돼 있다”고 하면서 “조금만 덜 오만해지자”고 조언했다. “제 잘난 멋에 사는 게 인생”이란 대중가요 노랫말이 있지만, 열등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은 더 열심히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그 열등의식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을때 사람은 공격적이 되고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2분법적 사고방식과 편가르기`에서 내내 벗어나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대화와 타협과 절충은 `변절`이나 `회색분자`로 간주하고, 대결과 투쟁을 `선명성 있는 노선`이라 생각한다. `감세`나 `경제살리기 법`은 대기업에 특혜 주는 법으로, `테러방지법`은 인권탄압이나 국정원 권한을 강화하는 법으로, `노동법 개정`은 근로자를 쉽게 해고하고 봉급을 깎는 법이라고 트집을 잡는다. 긍정적인 면은 애쓰 외면하고 부정적인 생각만 열심히 머리속에 굴린다.“아직도 80년대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느냐”라는 말이 나온다.“어느 사회단체는 운동권 출신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 술 먹으면 지각하고 근무를 자기 마음대로 한다는 것이다” 오래 전에 노회찬씨가 한 말이다. 아직 `우국지사의 틀`에 갇혀서 해독(解毒)을 못한 사람이 많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31

효도 각서

“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란 말이 나온지 오래다. 부모 형제라는 혈연단위가 무너지는 시대를 잘 표현한다. 옛 성현들은 “사람과 짐승의 차이”를 열심히 가르쳤다. 보통 5살때 `천자문`을 외우고, 이어서 `동몽선습` `명심보감`을 읽는데, “천지지간에 인간이 가장 귀하니, 그것은 충효를 알기 때문이다. 사람이 충효를 모르면 짐승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는 말이 동몽선습(童夢先習) 첫머리에 나온다. 교과서 대부분이 효(孝)를 거듭 강조한다.왕조시대에는 `불효죄`라는 조항이 있었는데, 살인죄에 버금가는 중죄였다. 부패관리들에게는 이 죄목이 손오공의 여의주였다. 다짜고짜 아무나 잡아와서 형틀에 묶어놓고 곤장을 치면서 “네 죄를 알렸다!” 닦달을 하는데, 그 죄목이 바로 불효죄였다. 별 수 없이 가족들은 땅 마지기라도 팔아서 속전(贖錢)을 낼 수밖에 없었으니, 법이 겁나서라도 효도를 해야 했다. 오늘날 그 불효죄가 육법전서에서 사라져서 그런지 `돈이 피보다 진한 현상`이 자꾸 일어난다.중국은 지금 초등학교에서 고전(古典)을 읽히기 시작했고, 명문대학들은 불효죄를 만들었다. 필기시험 합격자 중에서 불효자를 가려내 낙방시키는 제도다. 합격자 명단을 공개해 놓고 “이 사람들 중에서 불효한 자들이 있으면 누구라도 신고해 주시오” 방을 붙이는데, 여기에 걸리면 합격이 취소된다. 실정법에는 불효죄가 없는 시대지만 `제도적으로` 불효자를 걸러내는 것이다. “효도는 사람과 짐승을 구분하는 기준”이라는 고전의 가르침을 맞다고 본 것이다.부모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자식들이 많다. “집을 물려주면 잘 모시겠다” 각서까지 써놓고 막상 집을 주니 `안면 바꾸는` 자식에게 법원이 “집을 부모에게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효도각서`를 받지 않았다면 돌려받지 못했을 집이다. 그냥 `증여`와 `부담부 증여`는 천지차인데, 각서를 받아야 `부담부 증여`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자식 간에 효도각서까지 받아야 하는 세상! 자꾸 짐승세상이 돼 간다. 고전읽기를 시작해야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30

경북의 농산물 외교

중국 최고위층들이 먹는 음식은 특수 재배한 무공해 식품이다. 농약이 날아오지 않는 외딴 청정지역에서 기른 벼와 채소만 식탁에 오른다. 계란도 가짜를 만들고, 우유도 색깔만 허연 `물우유`를 만들어 파는 나라지만, 최고위층과는 상관 없다. 외국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중산층도 수입산을 좋아한다. 한국은 법이 엄격하고 단속이 삼엄하기 때문에 가짜가 없다 해서 `유커`들은 쇼핑 목적으로 한국에 온다.`중국 중산층 용 쌀과 김치`가 중국으로 대거 수출될 모양이다. 조류독감이 중국을 휩쓸때 “한국 김치를 먹고 효과를 봤다”는 말이 퍼져 한국 김치가 팔리기 시작했다.자존심 상한 중국 정부가 까다로운 위생기준을 만들어서 김치 수입을 막았는데, `100㎏당 대장균 30마리 이하`라는 기준을 통과하려면 김치를 볶거나 삶아야 한다.그러나 한·중 정상회담 이후 위생기준을 국제 식품 규격에 맞추면서 김치 수출이 지난달부터 재개됐다. “한중 관계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란 분위기에 김치가 덕을 봤다.지난 10월 말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한국 쌀을 수입하기로 합의하면서, 최근 중국 검역관 4명이 한국에 왔다. 경기도 이천쌀·충북 청주쌀·충남 서천쌀·전남 해남쌀·강원도 철원쌀 등의 보관상태와 품질을 돌아보았다.유커들로부터 “한국 쌀밥맛이 좋더라”란 입소문이 났고, 가격도 일본산 쌀보다 싸고, 수송거리도 일본보다 가까우니 여러모로 한국에서 사가는 것이 덕이다. 중국 검역관들은 이번에 6곳을 점검한 후 4~5곳을 낙점할 예정인데, 유감스럽게도 `경북의 쌀`은 후보군에서 빠졌다.경북의 농산물 외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서라벌이 실크로드의 시발점이다”란 행사를 벌일때 중국 시안(西安)인들은 “어이 없다”며 비죽거렸다.실크로드에 무임승차하려다가 중국 수출열차를 놓친 것은 아닌지. 13억 황금시장이 너무 아깝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9

삼국시대로 가나

광화문 광장에 대형 국기게양대를 설치하는 일을 두고 국가보훈처와 서울시가 다투고 있다. 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높이 45.815m의 깃대를 세우려 하는데, 서울시는 “너무 높아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시대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대한다. 너무 높아서 넘어진 국기게양대가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 없고, 어떤 `시대흐름`이기에 국기게양에 역행하는지 알 수 없다. 더 솔직한 반대이유를 댄다면 `국기에 대한 경의와 애국가를 거부하는` 그 `이념`에 역행하기 때문일 것이다.박원순 서울시장은 “상시로 게양대를 설치하려면 정부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 정부 부지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최종의견을 냈다. 서울시는 정부와 따로 가는 `해방구`인가? 좌파들은 “당신들의 정권, 당신들의 정부, 당신들의 법률”이란 말을 잘 썼는데, 이 말은 `법적인 국적과 이념적 국적`이 다르다는 뜻인가. 좌파가 정권을 잡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것인가. 분단국가에서 `사상의 자유`란 너무 `위험한 자유`임을 실감하게 된다.보훈처는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업무로 마찰을 빚을 때 이를 조정하는 일종의 `심판기능`이다.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3개월에서 17개월까지 걸릴 수 있고, 결론이 난다 해도 구속력이 없으니 사법부의 재판까지 갈 수도 있다. 이 어이 없고 터무니 없는 분쟁을 정부기관이 어떻게 결심할지 `정상적 국민들`은 짐작을 하겠지만, `좌파근성`이 고분고분 따를 것 같지 않으니, 아무래도 송사로 번질 것같다.나라가 동과 서로 균열이 간다. 서쪽은 좌파, 동쪽은 우파 우세지역이다. 누리과정(3세~5세 무상보육)을 두고 서울시 교육청은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니 중앙정부가 책임져라”며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고, `청년수당` 예산만 올렸다. 유아는 투표권이 없고, 청년은 표(票)가 된다. 광주시의회, 전남도의회, 경기도의회도 누리예산을 모두 없앴다. 출산장려에 역행하는 짓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8

북한의 한계

국내파 모택동은 마르크스·레닌주의만 신봉해서 “공산주의만이 나라를 살린다”고 생각했고, 프랑스 유학파 등소평은 “누군가가 먼저 부자 돼야 그것이 확산돼 전체가 부자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수정주의자`로 찍혀 무참한 수난을 당했다. 모택동은 홍위병을 일으켜 등(鄧)의 가족을 풍비박산시켰고, 등의 장남은 척추장애인이 됐다. 그러나 모(毛)가 죽고 등이 정권을 잡으면서 중국은 본격적인 개혁개방으로 나아가 오늘날 G2국가가 됐다.북한의 김정은도 등소평 따라하기를 2010년부터 시도했다. 金도 스위스에서 유럽물을 먹어본 사람이다.한국·일본·대만이 미국과의 교류로 과학 기술 진흥, 자본축적, 선진교육을 이루었고, 중국도 미국과의 핑퐁외교를 통해 `이념적 적대관계`를 청산함으로써 국부 축적이 가능했다는 것을 金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누군가 먼저 부자가 되면….”이라는 鄧의 노선을 따라가는데, 지금 북한에는 `부자`가 자꾸 생겨난다. 무역이나 밀수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버는 계층이 두껍게 형성되고 있다. 과거에는 부자가 `감시·숙청 대상`이었으나 지금은 `외화벌이 일꾼`이다.그러나 金은 鄧처럼 성공하지 못할 우려가 높다. 김에게는 책사(策士)가 없기때문이다. 책사란 쓴소리 하는 사람인데, 공포정치는 `정권의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충고해주는 사람을 사라지게 만든다. “30대 초반의 초보가 혼자 멋대로 나라를 운전하면…”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적으로는 공포정치, 외교적으로는 미인계`라는 정책도 근래 들어 삐걱거린다.모란봉악단이 `최고존엄 찬양과 로켓 발사 자막`을 고집하다가 철수한 것이 `철 없는 짓`의 한 사례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미녀응원단을 보내 “남조선 남자들의 혼을 쏙 빼놓겠다”는 미인계도 `비용과 옹고집` 때문에 실패했었다.미국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핵무기에 막혀서 `국제 문제아`로 외톨이가 된데다가, 목숨 걸고 충고해주는 양신(良臣)은 없고 `닥치고 광신도`만 있으니, 이것이 북한의 한계다./서동훈 (칼럼니스트)

2015-12-24

혼용무도(昏庸無道)

올 한 해를 보내면서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어둡고(昏) 용렬(庸劣)한 임금이 나라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조선의 연산군이나 중국의 주·걸이 통치하던 나라꼴을 말한다.“메르스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였다. 또 청와대가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사퇴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낭비가 초래됐다”는 것이 선정 이유.“욕하면서 닮는다”는 말도 있지만, 이 사자성어는 올 한 해 교수사회를 적절히 표현한 `자성의 소리`가 아닌가 한다. 200 명 가량의 교수들이 남의 저서를 훔쳐 자신의 저작처럼 팔아먹고 교재로 삼았다. 이른바 `표지갈이`였다. 남의 책을 `자기책`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교수사회에서 `관행`이었다니 실로 `혼용무도`가 아닐 수 없다. 지금 그 교수들이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으며 조만간 교수직에서 쫓겨날 운명이다. 남의 지식을 도둑질하는 행위는 `표절` 이상의 범죄다.얼마전에는 조폭같이 잔인한 폭력을 휘두른 교수가 사법처리를 당했다. 교수직에 목을 매는 한 조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심지어 배설물을 강제로 먹이기도 했으며, 출장을 갈 때는 다른 조교에게 시켜 구타하게 하고 휴대폰 동영상으로 폭행장면을 확인까지 했다. 정상적인 정신상태라 할 수 없는 `학자`였다. 최근 11살 된 친딸을 가두어놓고 굶기고 때린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굶주려 뼈만 남고 갈비뼈가 부러진 딸은 2층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했다. 이런 부모와 다르지 않은 학자가 교수사회에 있었던 것이다.교수들의 성추행사건은 잊혀질만하면 터진다. 최근 덕성여대 미술대 A교수의 여제자 성추행사건을 당국에 신고한 시간강사 B씨는 `미술계의 유력 인사를 고발한 괘씸죄`로 교수의 꿈을 접었다고 한다. `유력한 당직자`에 잘못 보이면 공천길이 막히는 정치판과 별로 다르지 않은 교수사회. 학계의 패권주의·제국주의도 혼용무도한데, 누굴 비난하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3

정답의 역설

지금의 교육이 2천500년 전의 것보다 못하다. 소크라테스는 “교사란 산파(産婆)”라 했다. 애기 낳는 임산부를 도와주는 사람인데, 그는 계속 질문을 던져 학생이 스스로 생각해서 진리를 출산하게 돕는다. “정의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도의란 무엇이냐?” “사람과 동물은 어떻게 다르냐?” “예절과 법의 다른 점은?” 등등 `생각`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을 죽이고 `암기`만 강요하는 교육으로 타락했다.`서울대 최우등생의 공부비법`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교수의 강의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필기하고 암기해서 시험지에 옮겨놓는 것”이 그 비결이었다. 자기생각을 곁들이면 감점된다. 교수의 강의와 다른 답안을 적어넣는 것은 `반역`에 해당한다. 중 고등학교식 방법을 대학이 그대로 답습한다. 이른바 `정답주의`다.엘런 랭어 하버드대 교수는 `정답의 역설`을 설명하면서 “정답이 정해지면 사람들은 그 이상을 찾으려 하지 않고 생각을 멈춘다” 했다.왕조시대의 과거(科擧)는 `경서 외우기` 위주였으나, 최종시험은 책문(策問)이었다. 현안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안을 말해보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은 그 책문으로 장원급제자를 선발해 집현전에 배치했고 그 학사들이 문화융성시대를 열었다. 지금 우리는 세종시대의 찬란한 업적을 찬탄할 뿐 그 방법을 배우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질 친다. 우리가 GNP 2만불대까지는 고속 질주해왔지만 선진국 문턱에서 허덕이는 것도`정답의 역설`이란 함정에 빠진 교육이 한 원인이다.`공부중독`이란 책이 나왔다. 정신과 의사와 사회학자의 공저이다. “명문대 입학·안정된 직장·높은 사회적 지위를 갖기 위한 정답 찾기 암기교육에 매몰돼 학생들의 생이 망가진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실시된다. 대구 영남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영어 해설사` 수업을 하고 있다. 역사를 수집해서 영어로 번역하고 외국인들에게 문화재를 해설해주는 과제를 수행한다. 여기에는 `정답의 역설`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2

김일성 자서전

미 전쟁전공 케스린 웨더즈비 교수는`다시 본 한국전쟁`에서 “김일성은 스탈린에게 49년 초부터 `남조선 적화`를 자신하며 남침을 승인해줄 것을 무려 48차례나 요청했다”하고, 스탈린과의 면담이나 서신을 통해 “전쟁 발발시 미국은 남한을 도울 시간적 여유도 없고 돕지도 않을 것이다. 북한이 공격을 시작하면 남한 내부에 봉기가 일어나 순식간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 했고, 박헌영은 `남조선 노동당`을 들먹였다.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남노당 봉기`는 미미했고, 6·25 발발 10일만인 7월 5일 일본에 있던 미 24보병사단 예하 `스미스 부대`가 참전했다.김일성은 당황했고, 미군 참전 3일만인 7월 8일 그는 스탈린에게 친필서한을 보냈다. “소련군 군사고문단을 우선 25~35 명 정도 보내달라”는 내용.당시 북한군에는 `공군`이 없었고 `현대전`을 치를 능력도 없었다. 그들은 이승만의 외교 능력을 과소평가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즉시 미 행정부를 움직였고, 미국은 바로 UN 안보리를 소집했으며, 프란체스카 영부인은 조국 오스트리아에 전투기를 요청했고, 대구 경북의 학도병은 인민군을 낙동강·형산강에 묶어놓아 인천상륙작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어주었다.김효선(60) 건국이념보급회 사무총장의 별명은 `이승만의 딸`이다. 그녀는 인터넷을 보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온통 이승만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돼 있었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언론자유와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만으로도 초대 대통령은 존경받을 자격이 충분한데, 그를 분단고착의 원흉이라며 욕하고 조롱하는 짓은 결코 정상이 아니라 생각하며 `이승만 연구`에 착수, 매달 포럼을 열고 있다.지금 좌파들의 필독서는 `김일성 자서전`이다. 이 책을 그들은 바이블로 여기며 숭앙하지만, 이승만이 감옥에서 쓴 역사서 `독립정신`이란 책에는 관심도 없다. 교도소에 갇혀 있은 RO(혁명조직) 조직원에게 김의 자서전을 다른 소포로 위장해 반입하기도 했다.남침 전범(戰犯)을 숭배하는 `이념전쟁`이 끝날 날은 언제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