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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 만섭이 오빠!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만섭은 연세대에 입학했지만 곧 6·25가 터졌고, 공군사관학교로 학적을 옮겨 생도회장이 됐지만, 임관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벌어진 학내 다툼에 책임을 지고 자진 퇴교 후 연대로 돌아갔다. 그는 링컨처럼 턱수염을 길러 `털보 응원단장`으로 유명했다. 유난히 키가 컸던 그는`키다리 아저씨`란 별명까지 얻었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가 된 그는 자유당정권 시절이던 1960년 5월 국회의사당 기자석에서 `보안법 파동`을 지켜보면서 “야, 이 자유당 나쁜 놈들아!”고함을 질러 국회의장으로부터 “이만섭 기자는 조용히 하시오!” 주의를 받은 것이 국회속기록에 남아 있다. 5·16 후 윤보선 당시 대통령이 “군사정권은 조속히 정권을 민간에 이양해야 한다”라고 한 말을 썼다가 육군형무소에 갇히기도 했다.그는 동향의 박정희 대통령과는 애증(愛憎)의 관계였다. 박 대통령이 울릉도를 시찰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그는 군함속에 몰래 숨어 들었고,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뽑아냈다. 그때 그는 박대통령의 확고한 민족의식과 사심 없는 조국애를 알게 됐고, 정계로 나갈 결심을 굳혔으며, 63년도 전국구 의원이 됐다. 그리고 14대와 16대 국회의장이 돼 `법안 날치기 통과 금지`와 `국회의장의 당적 포기` 국회법을 이뤄냈다.“국회의장은 집권당 마음대로 법을 통과시키는 하수인이 아니다”란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여당 의원이었지만 그는 `여당속의 야당`이었다. 그는 `대통령 3선 개헌`에 반대하면서,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의 퇴진”을 조건으로 내걸어 관철시켰다. 그러나 그 괘씸죄로 8년간 낙백생활을 했지만, 80년도 신군부 등장과 함께 국민당을 창당해 총재가 됐고, 두 번씩 국회의장을 지내면서 국민들로부터 “만섭이 오빠”란 애칭을 얻었다.`날치기 통과`를 가로막고, `국회의장 당적 포기`를 만들어낸 공로였다.그 만섭이 오빠의 영결식이 오늘 국회에서 열린다. `일 안 하는 국회`가 너무 보기 싫어 서둘러 떠난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8

개 짖는 소리

새정연 이용득 최고위원은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원외(院外) 지명직 최고위원이다. 그는 `험한 입`으로 유명하다. 유승희 최고위원에게 반말을 하다가 항의를 받자 “XX, 내가 (네게)반말도 못하냐”상소리를 해서 말썽을 일으켰고, 한 달 후 “나잇값도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사과했다. 또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정부 여당을 향해 “독립운동가들이 쇠파이프를 휘두를 대상”이라 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 전부 미쳤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가 청년 일자리 부족(결혼 포기)에 있다.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하자, “결혼도 안 해보고 출산도 못 해본 대통령이 저출산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물이 웃을 일”이란 막말을 내뱉었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절대 출산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겠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미혼의 여성 대통령에게 애도 안 낳아봤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은 선출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새누리당 전국 여성의원협의회 정순천 상임대표(대구시의회 부의장)는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11일 새정련 지도부 모임에서 이용득 최고위원이 박 대통령에게 결혼 안 해보고 출산 안 해보고 애를 안 키워본 여성대통령이 출산대책을 말하는 것은 동물이 웃을 이야기라 한 것은 여성을 폄훼하는 사고가 머릿속에 가득차 있기때문이니, 새정련은 성차별적 발언을 한 그를 엄중히 징계하라”했다.미국 사우스데이토나에 사는 케이티 브라운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 닥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란 제목으로 사진 한 장과 글을 올렸는데, 애완견의 입을 테이프로 묶어놓은 사진이고 “개가 너무 시끄럽게 짖어대서 테이프로 1분간 입을 감아놓았더니 이후론 짖지 않았다”며 `아이디어`를 공개했다.“길이 아니거든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거든 듣지를 말라”는 속담도 있는데, 막말 험구를 일삼는 입을 테이프로 붙여놓는 법을 만들 수도 없고, 개짖는 소리는 대충 무시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7

여성 참정권

세계 최초로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준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였고, 다음이 그 옆의 호주였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마오리족들이 가장 먼저 양성평등을 쟁취한 것. 핀란드(1906) 등 북유럽의 나라들이 차례로 뒤를 이었고, 미국(1920) 영국(1928) 등 서유럽이 뒤따라갔으며, 한국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에 도입했다. 가장 늦은 곳이 중동의 이란(1963) 등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12월 지방선거부터 여성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여성참정권의 노정(程)이야말로 피로 얼룩진 길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참정권 요구 시위와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감옥에 갇히고, 단두대에 서기도 했다. 뉴질랜드도 여성 3만명이 2년간의 투쟁끝에 간신히 선거권은 얻었으나 피선거권을 획득하는데는 26년이나 걸렸고, 의원에 선출되기까지는 14년이 더 걸렸다.마호메트는 여성을 `보호`할 조치를 취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족쇄`가 됐다. 눈만 내놓은 검은 자루(아바야)를 뒤집어써야 하고, 집안 남자의 허락을 얻어야 외출을 할 수 있고 차를 운전하는 일은 아직 금지돼 있다. 여성이 유권자로 등록하거나 입후보하려면 남편이나 아버지와 함께 선거관리소에 가야한다. 또 출마한 여성은 남자들 앞에서 선거유세를 할 수 없고, 남자 투표소와 여자 투표소가 구분돼 있는데, 여성의 것은 수가 적어서 여자들은 먼 길을 걸어가야 했다.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지방선거에서 여성 투표율이 82%로 남자투표율의 갑절을 넘었고, 여성 당선자가 20여 명이었다. 이슬람의 종주국 사우디에서 그것도 이슬람의 성지 메카, 제다, 리아드 등에서 여성 당선자가 나왔다는 것은 여성지위 격상의 신호탄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 것이다. 올해 초에 사망한 압둘라 국왕은 개혁적 인물이고, 서방세계의 충고를 받아들여 “2015년 선거부터 여성참정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을 후예들이 공약(空約)으로 돌리지 않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6

알바생을 부탁해

`임상시험 알바`란 것이 있다. 몸을 생체시험에 내놓는 아르바이트다. 고지혈증약도 먹고, 전립선 비대증 약도 먹는다. 한 번 투약에 40만원에서 60만원을 받는다. 100만원 받는 것도 있는데 바로 우울증 약(항정신성 약물) 투약이다. 지원자가 적어서 단가가 높다. 약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가 피를 뽑고 집에 가면 되니 힘들 것은 없지만, 실험용 모르모트가 된 `더러운 기분`,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오래 간다. “매혈(賣血)로 등록금 마련하는 고학생들도 있는데….”라며 마음을 달랜다.`냉동창고 알바`도 있다. 힘들고 위험해서 시급(時給) 2만원까지 준다. 한 박스에 15~30㎏ 되는 냉동수산물을 차에서 내려 냉동창고에 옮기는 일이다. 며칠 하면 허리가 끊어질듯 아프고 피곤해서 냉동창고에서 잠깐 조는 경우가 있는데, 5분쯤 졸다 일어나도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진다. 동상에 걸린 것이다.`애인 대행 알바`도 있다. 애인 노릇을 해주면 하루 15만원을 주고, 스킨십을 포함하면 30만원까지 받는데 외모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결혼식에 같이 가주는 일, 교외 드라이브를 하는 일 등 종류도 많다.아르바이트생에게는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몸이 아파서 하루 결근을 해도 해고될 수 있고, 업주의 개인 심부름을 할 때도 많고, “첫날 하루는 교육시간이므로 보수가 없다”며 하루치를 깎는 일도 많다. 그래서 `본인 확인서`에 적힌 금액과 실제 받는 금액이 다르다.국민권익위원회가 아르바이트생 피해 관련 자료를 분석했더니, 임금체불이 가장 많았고, 법정 최저임금 이하로 주는 것이 다음이었다. 乙의 입장이라 폭행 폭언 성희롱을 당해도 참아야 하고, 부당해고를 당하는 일도 많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 악덕 업주가 알바세계에 득실거린다.대출 받아 등록금 댄 대학생들이 졸업후에 취업을 못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계속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버는데, 그 가련한 사람들을 등 쳐먹는 자들이 적지 않다. 사법 당국에 `알바생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5

테러방지법

IS가 국가(State)로 자칭하는 것은 허풍이 아니다. 나라꼴을 얼추 갖추고 있다.`국가 3요소`는 주권·영토·국민인데, 여기저기 `점령지`가 영토이니, `다국적 국가`인 셈이다. 행정조직도 정비되어서 점령지의 국민에게 세금을 거두니 `주권`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국가예산`인데, IS의 연간 예산은 2조원 규모로 캄보디아 1년 예산과 맞먹는다.예산의 절반 가량은 `점령지 예금 뺏기`에서 나온다. 지난해에는 10억 달러 정도였다. 다음이 `세금`이다. 소득세는 10%, 법인세는 10~15%, 간접세는 2%, 예금을 찾을때도 5%를 뗀다. 또 신도들에게 `종교헌금`을 강요하고, 조폭처럼 `보호세`도 거둔다. `원유 밀매`는 총예산의 4분의 1 정도. 연합군이 유전을 폭파하고 원유 운반차를 습격하니 그 수입은 점점 줄어든다. 돈은 주로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 구입에 쓰고, 조직원들에게 월급도 준다, 전사(戰士) 1인당 400~1천200 달러, 이들의 배우자들에게는 1인당 50달러, 그 자녀들에게는 25달러씩 지급한다.IS의 행정조직도 비교적 촘촘하다. 중앙정부는 16개 부처로 구성돼 있는데, 보건, 교육, 인사, 천연자원 관리 등을 담당하고, 지방정부는 무기, 생필품, 식품공장 등을 설립해 자생능력을 갖추어간다. 세계 곳곳의 불만계층이 IS의 온상이다. 중국이 바싹 긴장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줄기차게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 등 신장 위그루족이 IS와 손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각처의 희망 잃은 청년층들이 IS전사로 줄을 서는 것도 이때문이다.“깨어나라 무슬림 형제여 / 노예였던 기억을 떨쳐내고 무기를 들고 저항하라”는 내용의 `애국가`는 이들을 유혹한다.우리나라는 `테러 취약 국가`다. 국가 간 정보공유가 필수적인데, 한국은 `자격`이 없다. 다른 나라들이 다 가진 테러방지법이 한국에는 없다. “국정원의 권한이 많아진다”는 이유로 야당이 반대한다. 북한은 테러·암살 조직을 강화하는데, 우리는 무장해제 상태다. 꼭 당해봐야 `소아병`을 고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4

통기타 펀드

1090 평화와 통일운동이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10대부터 90대까지 온 국민이 가입대상이다. 영화배우 이혜영씨는 부친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만추`가 국내에는 없어졌지만 평양 김정일 서재에는 복사본이 있다고 했다. “가축을 잘 기르는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 “북한의 민둥산을 초지로 바꿨으면 좋겠다” 등등 다양한 의견도 제시된다. 6·25 흥남철수때 피난선 빅토리호 선실에서 다섯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 중 2명이 이번 모임에 참석했다. `경원선 침목나눔`은 정부가 서울~원산 철도 중 남측 9.3㎞에 놓을 침목을 기부하는 사람의 이름을 새겨주는 사업이다. 사찰에서 기와 기부자 가족들의 이름을 써주는 그런 식이다. 최근 `한국철도학회`가 학술대회를 치르고 남은 돈과 모금으로 300만원을 만들어 침목기부를 했다. 철도학회는 `통일의 첫걸음은 철도로부터`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하나되는 철길` 등의 주제로 봄 가을 세미나를 연다.`통기타 펀드`란 것이 있다. (재) 통일과 나눔과 코레일이 남북 철도 협력사업에 쓸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데 `통일은 기차를 타고 온다`란 말을 줄인 이름이다. 전국철도공상회 회원 1008명은 매월 받는 원호금 중에서 3만원씩을 떼내 모은 돈 3천여만원을 최근 통기타펀드에 기부했다. 철도공상회는 업무중 부상한 철도공무원들의 모임이다. 1975년 박정희 대통령이 관련 `국가유공자 특별법`을 만들었고, 홍익회에서 매월 100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회원중에는 6·25때 피란민과 전쟁 물자를 수송하다가 다친 이도 많고, 이산가족도 여럿이다. 공상회의 기부금을 전달받은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철도 후배로서 너무나 감사하다. 선배님들이 낸 3만원은 그냥 3만원이 아니다”라며 “소중한 뜻을 깊이 새겨 잘 이어가겠다”고 감격어린 인사를 했다.`동해중부선 철도`는 포항에서 시작된다. 금강산을 거쳐 나선까지 달릴 동해안 `통일철도`를 생각할 때, 포항지역에서 `통기타 펀드`기부운동을 적극 펼쳐 동해중부선 조기착공을 유도했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1

좌파 붕괴 도미노

남미 북단 베네수엘라는 3가지로 유명하다. 앨 시스테마, 미인국, 좌파 포퓰리즘. 빈곤층 아이들을 모아 세계적인 음악가로 만드는 앨 시스테마는 이 나라가 원조다. 또 미인학교가 수천 개 있고, 국가가 운영하는 성형외과병원도 수백 개 있다. 여기서 만들어진 미인들이 세계미인대회를 석권한다. 차베스가 장기간 독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석유 구리 같은 지하자원으로 포퓰리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공짜에 취해 있었다. `자원의 저주`란 말이 있는데, `자원`이란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자원의 가격도 폭락할 때가 있는데, 그런 고비를 만나면 나라가 주저앉는다. 사회주의 좌파 일색이던 중남미 국민들이 요즘 다투어 우파정당에 표를 주는 것은 바로 그 자원의 저주를 만난 탓이다.석유값이 폭락하고, 지하자원이 과잉 공급되니, 국가 재정이 반토막난다. 공짜가 점점 줄어들고 실업자가 늘어나고 사는 형편이 자꾸 궁색해지니, 아차! 공짜가 독이구나! 비로소 깨닫고, 우파 대통령을 뽑아 나라경제를 살려보려는 것이다.지난달 아르헨티나가 12년간의 좌파시대를 끝내고 우파 정당의 마크리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그 전에는 중미의 과테말라에 우파정권이 들어섰다. 브라질은 사상 최악의 인플레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되고 있다. 한때 `칠레의 어머니`로 칭송되며, 지지율 85%에 달했던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최근 20%대로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이란 `물러섬`이 허용되지 않는 특성을 가졌고, 물러서는 순간 정권이 무너진다. 남미 좌파 정권들이 지금 도미노식으로 붕괴하는 것은 바로 재정파탄과 물러선 복지가 원인이다.최근에 있은 프랑스의 지방선거에서도 우파정당이 약진한다. `이슬람에 대한 온정주의 정책`이 `대형 테러`로 돌아오자, “좌파 포퓰리즘으로는 안되겠다”란 자각에 이른 것이다. 지난달 폴란드와 스위스 총선에서도 우파정당이 이겼다. 좌파 붕괴 도미노가 지구촌의 대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10

황우석의 꿈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란 신조어를 만든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연구는 시간경쟁이고, 과학의 세계에서는 2등이란 의미가 없으니, 황 박사팀은 휴일 없이 연구에 매진했었다. 그러나 `인간 유전의 세계` 연구에는 커다란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것은 신의 세계를 넘보는 일이니 기독교계로서는 `불경스러운 연구`다. 아슬아슬한 시간싸움을 이어가던 중 마침내 `돌풍`을 만났다. 연구원 중 한 명이 “논문이 조작됐다”는 내부고발을 한 것.당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은 조사위원회를 만들었고, 황 박사는 모교에서 교수직을 잃었다. 한국 과학계의 영웅이었고, 노벨과학상의 유력한 후보였던 그는 일순간에 국제사기꾼이 되고 말았다. 그때 그는 “To be, or not to be”의 기로에 섰다. 국정원은 그가 자살할까봐 강제로 입원시켰다. 그에게 힘을 준 사람은 제자 20여 명이었다. 연구실에서 쫓겨날때 제자들은 황박사를 믿고 따라 나왔다. 한 기업인이 연구비를 대주었고, 불교계는 “우리는 당신을 믿는다”고 성원했다.모국과 모교가 죽인 그를 되살려낸 것은 외국인들이었다. 카다피의 초청으로 리비아에 가서 2년간 연구를 계속했고, 미국의 한 재벌이 “나의 죽은 애완견을 복제해달라”고 주문했다. 동물복제 중에서 개복제가 가장 어려운데, 황박사팀은 유일하게 그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5마리의 애완견을 복제해 미국에 보냈고, 그 일은 미국 TV에 방영됐다. 그것을 계기로 개복제 주문이 밀려들어왔고, 연구원들은 비로소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최근 중국정부가 농촌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대단위 소복제공장을 세우면서 황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중국소는 질이 안 좋은데, 한우를 복제해서 대량생산을 할 계획이다. 황박사는 이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그 꿈이란 `유전병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인간난자 이용 금지법`이 연구를 막고 있다. 그는 국적(國籍)을 바꿔서라도 이 연구를 하려 한다. 한 천재가 `다른 나라 사람`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을텐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9

천재와 천치

1775년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그는 이 기술을 나폴레옹에게 소개하면서 “훨씬 빠른 전함을 만들어 해군력을 획기적으로 키우자”고 건의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함의 동력은 `노꾼들의 노젓기`였다. “뭐? 배 밑에 불을 때어서 배를 움직인다고? 내가 당신하고 이런 농담을 하고 있을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닐세” 이것이 그의 반응이었다. 와트의 증기기관 기술은 그 후 30년 가량 묻혀 있다가 풀턴에 의해 실현됐다. 파리 센강에서 증기선은 멋지게 달렸다.나폴레옹은 전쟁천재였지만 과학기술에는 천치였다. 역사상 수많은 천재들이 있었지만 이를 알아보는 눈을 갖지 못한 천치들 때문에 빛을 보지 못했다. 1975년 코닥연구진은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다. 오늘날 카메라는 으레 디지털이지만 처음 아이디어가 나왔을 무렵에는 찬밥신세였다. 코닥 부사장은 “몇 년을 검토했지만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묻어버렸다. 천재 주변에 천치들만 있었던 것. 방사선을 이용해 외과수술 없이 종양을 파괴하는 첨단수술법을 개발한 존 애들러도 20년 간 의료기업들에게 퇴짜를 맞았다.아인슈타인은 과학자의 성공조건으로 “지독한 노력과 천재성과 무거운 입”을 들었다. `무거운 입`은 “아이디어를 발설했다가 남에게 선점당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실 상대성원리를 말하는 과학자는 당시 많았지만, 이것을 `언론풀레이`와 기고문을 통해 세상에 알린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세상은 오직 그 한 사람만 천재로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진짜 무서운 것은 `다른 과학자`들이 아니라 `천재를 알아보는 눈을 갖지 못한 천치`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 주변에는 보조예술가가 13명이나 있었고 `천지창조`는 그들과 함께 그린 명작이다. 그가 화가·조각가·과학자·시인·건축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동력은 `목숨 건 노력`이었다.그러나 그의 재능을 알아본 메디치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그의 천재성도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엉뚱하고 별난 아이`가 가진 재능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천재가 만들어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8

제3차 세계대전

아프리카 54개국 중 34%가 무정부상태다. 정부가 허약하면 테러세력이 기생한다. 사하라사막 남쪽 `사헬`은 테러집단 점령 지역이다. 소말리아는 20여년 전부터 내전이 이어지면서 `알 샤바브`가 활개치고, 제법 괜찮은 나라꼴을 갖추었던 리비아는 카다피 정권이 2011년 무너지면서 IS추종세력이 장악했고, 나이지리아도 이슬람근본주의 `보코하람`이 영토의 절반을 접수했다. 정부가 힘을 못 쓰면 경제가 무너지고, 만성빈곤 속에서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울분만 쌓이는 데, “짧게 살다가 화끈하게 죽자”며 무장단체의 소모품 전사가 된다.과거에는 중동지역이 화약고였으나, 지금은 사헬지역이 `테러 공장`으로 변해간다. 이 지역을 돕기 위해 종교단체와 자선단체의 구호요원들이 들어가는데, 테러집단들은 이 사람들을 납치해서 몸값을 요구하고, 불응하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이런 더러운 꼴 보기 싫거든 돈을 내라”는 것이다. 테러집단들은 석유생산 지역을 골라서 우선 점령하고, 그 석유를 헐값으로 암시장에 판다. 최근 터키와 러시아가 맞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IS의 원유를 실은 유조차들을 러시아 요격기가 폭격하자, 터키가 영공을 침범했다면서 격추시켰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인데, 터키는 물론 딱 잡아뗀다.프랑스 파리의 테러사건 이후 `연합군`이 구성됐다. 2차 세계대전때의 연합군에 독일이 합세하고 일본이 적잖은 전비(戰費)를 낸 것이 2차대전과 다른 모습이다. 이슬람국가들과 비이슬람국가들 간의 전쟁이란 점에서 `제2차 십자군전쟁`이라 부를만하다. 몇년 전 아프간과 이라크를 미국이 공격한 것을 두고 탈레반과 IS는 “십자군의 공격이 시작됐다. 우리는 승리한다”며 지하드를 개시했고, 최근 `IS의 수도` 시리아가 연합군 공습의 표적이 되자, 이들은 아프리카의 유전지대 리비아 등지로 번져간다.“한국도 테러 안전국이 아니다”라 한다. 정부가 무기력하고, 청년들이 자포자기하면 테러집단의 온상이 될 터.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나와 있지만 정쟁이 발목을 잡는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7

남북 문화동질성

남북이 다른 것은 정치이념 뿐, 문화DNA는 동족(同族)이다. 통일의 강을 건너려면 `신뢰`라는 징검다리를 먼저 놓아야 하는데, 그 다리는 문화에 있다. 점점 달라져가는 언어부터 붙잡기 위해 2004년 `겨레말큰사전` 남북 공동편찬회의가 꾸려졌다. 5·24조치로 한때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재개됐고, 이달 7일부터 15일까지 중국 대련에서 만난다. 2019년 사업이 완료되면 33만여개의 낱말이 실린 `남북큰사전`이 출간될 것이다.고려 왕궁 `만월대`는 1361년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탔다. 공민왕이 안동까지 피난왔다가 청량산에 숨어 지낸 시절이다. 7년전부터 남북 고고학자들이 만월대 발굴을 진행중이고, 발굴된 유물들로 전시회도 했는데, 최근에는 금속활자 한 개가 또 나타났다. 1377년에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直指)`는 독일 구텐베르크보다 70년 앞섰으니, 고려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국이고, 세계 최고의 인쇄문화를 가진 국가였다. 고려는 국제무역으로 세워진 부국이고, 송악은 인구 70만의 국제도시요, 만월대는 최고문화의 중심이었음이 이번 금속활자 발굴로 재증명됐다.고려의 전신이 궁예의 태봉국이다. 신라 왕족이었던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워 국호를 태봉(泰封)이라 하고, 철원땅에 도읍을 정했다. 왕건은 그 밑에서 연명하다가 13년 후 궁예를 몰아내고, 송악으로 천도(遷都)한다. 13년간의 후고구려 도읍지였던 철원에는 `궁예도성`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다. 면적 9500만㎡에 인구 20만명이 살았던 도시로 추정된다.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이 도읍지는 `남북으로 경원선, 동서로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지금은 DMZ 한가운데에 갇혀 `잊혀진 옛터`가 돼버렸다.이 궁예도성을 만월대처럼 남북 공동으로 발굴조사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의 세계 생태 평화공원화`의 가장 좋은 모델이 될 것이란 견해다. 이 일도 남북이 함께 하고, 경주 반월성 발굴조사에도 북한 학자들이 참여하면 더 좋은 `징검다리`가 만들어질 터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4

먼저 `인간`이…

동양의 바이블인 사서삼경(四書三經)의 내용은 `인성론(人性論) 3·방법론 1` 정도다. “사람이 금수와 다른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인간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연구과제였다. 사서삼경이 나왔던 때가 전국시대였으니, “인간사회의 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 또한 중요 과제였다. 제자백가(諸子百家)들이 나름대로 전개한 논리들을 집대성하고, 거기에 정신수양의 방법으로 시부송책(詩賦頌策)이라는 글짓기를 얹었다. 신라·고려·조선시대를 통틀어 그런 과목들이 인재등용의 수단이었던 것은 `인간(人間) 만들기` 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기능주의 시대에 그런 교과목들은 시험과목에서 완전히 빠졌다.`의학전문대학원`은 의술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다. 의술을 가지면 돈과 명성과 존경이 따라오니 전국의 수재들이 모여든다. 의술은 인술(仁術)을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원칙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한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이 동급생 여자친구를 2시간 동안 폭행해서 갈비뼈 2대를 부러뜨렸는데,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으나, 광주지법 형사단독2부 최현정 판사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온정을 베풀었다는 것이다. “저런 덜된 인간이 의사가 되면 여러 사람 잡겠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인성교육이 뒷전에 밀린 시대의 한 단면이다.양심(良心)을 아예 팔아버린 학자들도 많다. 남의 저서에 표지만 바꿔 자기 저서인양 둔갑시켜 책을 팔아먹은 교수가 전국 50개 대학에 200명 가량이나 된다. 이른바 `표지갈이`인데, 원저자나 표지갈이 한 교수나 다 한 통속이고 출판사도 공범이다.이런 범죄가 관행이라 하니, 우리나라 학계는 `학문조폭들의 놀이마당`이란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연구실적`도 높이고 돈도 버니 `양심을 판 불로소득`이 꽤 솔솔하다. 머리만 좋고 인성 못 갖춘 인간들이 설친다. 과거에는 대학을 상아탑이라 하고 진리의 전당이라 했었지만, 인간이 인간 답지 못하니 모든 가치가 무너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3

우울증과 반려견(犬)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신문 날 일`이 된다. 실제 미국 플로리다주의 37세 된 남자가 개 머리를 물어 뜯어 눈을 다치게 했고, 안과 가축병원이 없어서 실명하게 됐다. 이 남자는 술만 취하면 개를 깨무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어머니의 반려견 쿠조였다. 모친은 아들을 공권력에 넘겨 나쁜 버릇을 고쳐달라 부탁했고, 법원은 그를 동물학대죄로 1년 징역형을 선고하고, 분노조절과 알코올중독 치료를 명령했다. 중국 길림성에서 철강제판매업을 하는 왕옌(29)은 잃어버린 애완견을 찾으러 개도살장에 갔다가 참혹한 장면을 보고는 `개 쉰들러`가 됐다. 죽을 개를 사서 키우다가 `좋은 주인`이 나타나면 분양한다. 혹시 개고기 장수가 가져갈 수 있으므로 `심사`를 엄격히 하고, 새 주인은 2개월 마다 `개 인증샷`을 왕씨에게 보내 `안부`를 전해야 한다. 그는 지난 3년간 2천마리의 개를 사들이고 먹여 키우는데 총 300만위안(약 5억5천만원)을 썼다. 그는 지금 200마리를 돌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불우 개보다 불우 이웃을 도우라”고 충고하지만, “나는 전생에 개장수였던 모양”이라 했다.미국의 한 연구팀이 `어린이 독서능력`테스트를 했는데, 한 팀은 `어머니가 옆에 앉아 잘못 읽은 것을 교정해주는`그룹이고, 한 팀은 `개가 가만히 옆에 앉아 있기만 하는` 그룹으로 나눴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개를 앉혀놓고 읽기 공부를 한 그룹이 더 우수한 향상도를 보인 것이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공부 싫증`을 유발시킨 탓이라고 연구팀은 결론을 내렸다.요즘은 우울증 치료제가 잘 발달돼 있지만,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등의 약을 복용하는 노인들은 항우울제를 함께 먹을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반려견이 제격이다. 개와 텔레파시가 통하면 무언의 대화도 가능하고, 무조건 복종하니 이보다 좋은 반려가 없다.친구와 싸우는 일은 있어도 애완견과 티격태격하는 사람은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2

숨겨진 자랑거리

미국 컬럼비아대의 한 연구팀이 각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성비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나라는 중국과 인도이고, 불균형을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많을 수록 청년들의 범죄가 늘어난다” 는 결론인데, 중국과 인도에서는 `결혼자금(지참금) 마련을 위한` 강력범죄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별로 공감하지 못한다. 여성 대비 남성의 비율이 1%포인트 올라가면 강력범죄가 5~6% 증가한다는 것을 통계학적으로 증명한 연구인데, 남아 선호사상이 극심한 중국과 인도에서는 `딸을 임신했다`는 진단이 나오면 사정 없이 낙태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인디라 간디` 같은 여성 지도자를 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워낙 낮아서 `딸은 애물단지`란 인식이 강하다. 중국은 딸을 낳으면 횡재했다고 축하하는 지역도 있다. 많은 지참금을 받고 시집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중국도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이다.한국의 성비가 116.5까지 올라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상범위인 105로 내려왔다. 이것은 산아제한 정책의 부산물이다. 딸 많은 집이 아들 보겠다고 자꾸 낳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때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란 구호가 나오면서 `아들은 대를 이을 종자`란 의식이 많이 희석됐다. 또 “딸 가진 부모는 비행기 타고, 아들 가진 부모는 달구지 타고 간다”란 말도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근래에 와서는 “아들은 며느리의 남편이고, 딸은 내 자식이다”란 말이 나름대로 공감을 얻는다.필리핀의 교통경찰은 부패로 악명이 높았는데, 여성 경찰은 남자에 비해 청렴했다. 그래서 교통경찰 전부를 여성으로 교체하겠다는 정책이 나왔으나, 남자경찰들이 총궐기 폭력시위를 하는 바람에 흐지부지 됐다. 어떤 나라든 여성 공직자가 남성보다 깨끗한 것은 일반적 현상이다. 그래서 나라 마다 `여성할당제`를 채택한다. `성비 정상화`는 우리나라의 숨겨진 자랑거리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2-01

문화의 위력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 본선에서 우승할때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스승이 신수정(73) 전 서울음대 학장이었다. 조성진이 초등학교 6학년때 연주한 쇼팽을 듣고 그의 재능을 알아보았다. 음악의 길에도 실망과 절망의 고비가 많지만, “음악의 길은 기다림의 길이란다” 어떤 결과도 담담히 받아들일 것을 가르쳐주며 쓰러지지 않게 잡아주었다.신 스타 피아니스트는 6·25때 초등학생이었고, 학교에 있던 피아노로 음악을 익혔는데, 서울에서 피난 온 음악 교수가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았다. 52년 피난시절 부산 이화여고 바닷가 천막학교에서 열린 콩쿠르 초등부에서 우승했고,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 음대 3학년때 제1회 동아콩쿠르에서 우승했는데, 그때 연주한 곡이 바로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달관의 경지`를 보인 그 곡이었다. 오스트리아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외국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의 내한 공연에서 협연과 반주를 도맡으면서 `음악한국`을 세계에 알렸다.조성진의 쾌거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기현상을 촉발시켰다. 그의 DVD가 불티나게 팔렸다. 한국음악의 세계화에 기여하면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음은 물론이다. 신라때부터 한민족은 밝은 흰색을 좋아하고 노래하고 춤추기를 즐기는 민족이라는 역사기록이 많은데, 그 음악DNA가 한민족의 피속에 맥맥히 이어지고 있음이 이번에 다시 입증됐다.지난 3월에 방영된 `꽃보다 할배`가 두바이를 배경으로 하는 바람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두바이 관광청은 PD 나영석에게 공로상을 수여하고 `간곡한 감사의 인사`와 함께 한국 관광 진흥을 위해서 할 수 있는 협력을 다 할 것을 약속했다. 문화의 힘은 지구 반대편 국가와의 거리도 이웃처럼 끌어당긴다.탈북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이 만든 무언 창작극 `하나를 위한 이중주`가 독일 통일 25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아 브란덴브르크와 베를린 소극장에서 12월 초 공연을 펼친다.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목숨걸고 탈북한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문화의 위력이 통일을 앞당길 힘이 되리라 믿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30

페론주의의 종말

1945년 무렵, 우리는 광복과 함께 남북 이념대결로 6·25의 싹을 키우고 있을 때,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주의가 시작되고 있었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지나 여배우로 인기를 얻어가던 24세의 에비타가 상처(喪妻)한 40세의 후안 페론 대령을 만나 에바 페론이 됐고, 후안 페론은 46년 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 당시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맹주였다. 2차세계대전으로 태평양 서쪽 지역 국가들이 식량난에 허덕일 때, 광활한 토지와 막대한 곡물을 가진 아르헨티나는 이를 수출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페론 부부는 이 돈으로 `페론주의`를 만들었다. 노동자, 여성, 빈민에게는 모든 것이 무료였다. 재난을 당한 주변 여러 나라에 아낌 없는 지원도 했다. 매일 매일이 `막 퍼준데이`였다. 당시 패전국이었던 일본도 페론의 돈을 얻어 썼다. `페론병원`이라 써붙인 진료차를 전국에 돌려 무료진료를 했다. 이를 주도한 사람이 아내 에바 페론이었고, 그녀는 `가난한 자들의 성녀`가 되더니 곧 `아르헨티나의 구세주`로 불리었다. `에바 자서전`을 스페인어 교재로 썼고, 초등학교는 매주 페론 부부를 찬양하는 글짓기를 했다.에바 페론은 유방암으로 8년후 세상을 떴고, 후안 페론은 12년 집권을 끝으로 물러났지만, `페론주의`는 깊은 뿌리를 내렸고, 그것이 결국 나라경제를 거덜내면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이달 23일에 치러진 대선에서 아르헨티나는 “페론주의와의 결별`을 고했다. `우파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노동자들도 기업인 출신의 마크리(56) 후보를 찍었다. 가난은 깊어가고 일자리는 줄어들다가 마침내 굶주림만 남은 포퓰리즘 정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선자는 자동차회사 사장도 했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도 지낸 `경영인 겸 행정가`였고, 이번 대선에서 “바꾸자!”란 단 한 마디 구호로 승리했다. 인기영합주의를 종식시켜 `공짜의식`을 없애고,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개혁 개방의 길을 간다. 중남미에 우풍(右風)이 거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7

YS는 못 말려

독일 통일의 기초를 놓은 헬무트 콜 총리는 `국민의 친구`였다.`머리가 많이 비었고, 좀 멍청한 총리`라며 놀려먹기도 했다. 그래서 콜 총리를 주제로 한 유머집이 발간됐는데, 책을 사서 본 그는 “내가 봐도 재밌다” 며 낄낄 웃었다. 사회주의 체제의 동독 주민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고 존엄을 웃음거리로 삼아도 좋은 `서독의 자유`가 부러워서 자꾸 탈출을 했다.YS는 공직자의 부정부패에는 엄청 무서운 대통령이었지만 국민들에게는 한 없이 부드러운 친구였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국가원수 모독죄가 `큰 죄`였지만, 문민정부시절에는 국민들이 대통령을 조롱해도 좋았다. 그래서 `YS는 못 말려`란 유머집이 발간됐고, 대통령도 책을 사서 읽고 낄낄 웃었다.실로 `백성과 함께 즐거워한(與民)`지도자였다.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YS는 기본적인 영어 인삿말을 배웠다. 우리측이 “하우 아 유?” 하면, 저쪽에서 “아이 엠 파인. 생큐, 엔드 유?”하고, 우리는 “미 투”하면 된다는 것. 그런데 막상 클린턴을 딱 만나니 그만 헷갈려서 “후 아 유?” 해버렸다. 클린튼은 아하 이 사람이 농담을 하는구나 생각하고 그도 농담으로 받았다. “저는 힐러리의 남편 되는 사람이오만….” 그러자 YS는 연습한대로 “미 투” 해버렸다는 유머도 있다.대통령이 “서울과 강원도를 간통하는 터널을 뚫어 삼척시를 세계적인 강간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연설을 하자, 외무장관이 듣다 못해 “강간이 아니라 관광이고, 간통이 아니라 관통입니다” 고쳐주자, 자존심이 상한 YS는 “애무장간은 애무나 잘 하소”되받아주었다는 이야기도 유머집에 나온다.YS가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자 축하전화가 왔다. “손 여사께서 마침내 퍼스트 레이디가 되셨네요” 하자, 그는“우리 맹순이는 세컨드 앙이데이” `YS의 애인` 루머가 떠돌던 무렵의 유머.오늘 26일 YS는 서울현충원 영면의 집(幽宅)으로 들어간다. 국민을 속 시워하게 해주고, 즐거움까지 준 `친구 대통령`으로 내내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6

YS와 DJ

YS는 경남 거제도 부잣집에서 태어나 일찍 대통령의 꿈을 키웠고, DJ는 전남 하의도에서 태어나 상고를 나온 후 일찍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YS는 최연소 최다선 기록을 세웠지만, DJ는 여러번 낙선하다가 늦게 국회의원이 됐다. 둘 다 연설의 명수여서 대단한 군중을 몰고 다녔다. 둘은 군사정권과의 투쟁에는 운명적 동지였으나, 대통령직을 두고는 정적(政敵)이었다. 둘은 죽을 고비를 많이 넘겼는데, DJ는 중앙정보부장에 납치돼 수장(水葬)될 뻔했고, 내란음모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후 김수환 추기경의 구명운동으로 목숨을 건졌다. YS는 단 한 번도 감옥살이를 하지 않았지만, `인도 간디 옹도 못 세운 단식기록`을 세웠다. 장기간의 가택연금 중에도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집안에서 꾸준히 조깅을 했고, 민주산악회를 만들어 `군화` 대신 `등산화`란 말을 만들어냈다.1978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쟁취했지만, 후보단일화를 두고 둘은 적이 됐다. YS는 “나는 정계 선배이고 최다선이다”고 했고, DJ는 “내가 자네보다 3살 많다”며 양보 없이 버티다가, 그해 12월 대선에 둘이 다 출마하는 바람에 노태우 후보가 당선,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92년 대선때 YS는 3당 합당으로, DJ는 제1야당 후보로 정면승부를 펼쳤고, YS가 여유있게 당선됐다. DJ는 정계은퇴 선언을 했으나 97년 대선때 복귀해 `국민회의`를 창당, `YS정권 말기의 IMF`를 맹렬히 비난하면서 마침내 대권을 잡았다.둘은 사석에서는 말을 놓고 지내는 친구였다. “니는 와 그래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노” “거짓말 한거 아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뿐이랑게” DJ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두고 YS는 “노벨상의 가치를 형편 없이 추락시켰다”고 비난했다. DJ는 YS를 두고 “어려운 일을 쉽게 생각한다”고 했고, YS는 DJ를 두고 “쉬운 일을 어렵게 생각한다”고 했다. YS는 정면돌파형 직사포였고, DJ는 우회형 곡사포였다.JP는 말했다. “대통령 해서 뭣혀. 다 물거품이여”/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5

YS의 발자취

중학생 시절부터 책상 머리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 써붙였던 야심가. 25세에 2살을 올려 27세로 만들어서 국회의원에 최연소 당선, 최다선인 9선 정치가. `여름 한 철 성충이 되기 위해 10년 가까운 세월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하는` 매미처럼 `오랜 투쟁과 고난의 세월`에 `짧은 영광의 시간`을 보냈던 대통령. 23일이라는 최장기 단식 시간에 강제입원으로 생명을 이어갔던 `독하디 독한 싸움닭`. 군사정권에 의해 가택연금이 되자,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1997년 11월 22일 IMF 구제금융을 요청한 후 임기를 마쳤던 그는 2015년 11월 22일 같은 날 생을 마감했다.당선 초기 80% 넘은 지지율이 물러날때는 5%로 떨어졌던 영광과 치욕이 겹친 `대통령 임기`를 보냈고, 어느 누구도 못할 일을 투쟁적으로 해냈다.금융실명제는 `돈의 검은 고리`를 끊은 혁명적 결단이었고, 고위공직자 재산 등록과 그 공개 또한 엄청난 반대와 저항에 부딪힐 일이었지만 그는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전광석화처럼 성공시켰다.`군사정권과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박정희 대통령과의 악연을 만들었다. 경부고속도로와 포항제철소 등 박통이 하려던 일은 사사건건 반대했고, 대선 당시 박태준 포스코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면장이나 할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라는 문전박대를 당했고, YS가 당선되자 박 회장은 5년간 일본으로 미국으로 `도망자 신세`로 떠돌아야 했다. 지난 대선때 김현철씨는 문재인 후보 편에 서서 “독재자의 딸”이라며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면서`대를 이은 악연`을 연출했다.YS의 청렴정치는 한국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아들 현철씨를 한보 비자금사건에 연루시켜 구속하자 손명순 영부인에게 “아들을 감옥 보내려고 대통령됐습니까?”라는 피맺힌 원망을 듣기도 했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세상을 경악시킨 일`을 벌이기도 했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YS의 의지는 청사에 기리 빛날 발자취가 되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4

날뛰는 말

고노(78) 일본 전 관방장관은 1993년 “위안소는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됐고, 위안소의 설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옛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그리고 최근 한·중·일 기자들 앞에서 아베정권의 위안부정책을 비판하며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며 “일본군이 인도네시아에서도 네덜란드 여성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자국 법정의 판결이 있었다”고 했다. 이시하라(83) 전 도쿄도지사는 최근 산케이신문에 칼럼을 기고했다. 위안부에 대해 “역사의 이름을 빌린 보복의 조작”이라면서 “당시 조선 인구는 2천만명 정도인데 20만명이나 되는 젊은 여성을 관헌이 정말로 납치했다면 당시 조선 남자들은 그것을 보고만 있다는 것이냐”고 했고, “일본의 조선 통치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회가 결정해 스스로 소망해서 이뤄진 합병이며, 그로 인해 조선의 근대화가 진전하고 러시아의 속국이 되는 것을 면했다”고 했다. 그는 전부터 “일본은 조선을 침략한 적 없고, 위안부는 돈벌러 제 발로 왔다”고 한 `교활한 일본의 상징`이다.아베정권의 망동은 갈수록 심해진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을 심판한 도쿄재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중국 난징대학살문제와 현행 평화헌법 성립 과정 등을 `검증`하겠다고 나선다. 역사적 사실을 뒤집어버리겠다는 뜻이다. 또 무슨 망언 망발 요설 궤변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역사의 죄를 `치매` 수준으로 덮고 잊어버리겠다는 의도다. `평화헌법`을 `전쟁헌법`으로 개헌하고, 군국주의로 회귀하겠다는 속내가 아주 노골적이다.1971년 중국 주은래 총리와 미국 키신저 대통령 보좌관이 비밀회동을 했다. 그 회의록이 최근 공개됐다. “일본은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어요” “미국이 제어하지 않으면 일본은 날뛰는 말이 될겁니다” “맞습니다”그런데 최근 오바마정권과 아베정권이 밀월시대를 열면서 `미국의 일본 제어`는 물 건너갔고, 일본은 바야흐로 `날뛰는 말`이 돼 버렸다. 비양심이 양심을 덮어 누르는 양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