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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코미디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1-13 02:01 게재일 2016-01-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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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퍼주기 논란을 빚은 햇볕정책으로 2000년 12월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 DJ는 2001년 이런 연설을 했다.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우리의 대북 지원금이 핵개발로 악용된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만약 북에 핵이 있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퍼준(?) 100억 달러를 밑천으로 북은 2003년 “우리가 핵실험을 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3년마다 한 번씩 핵실험을 하다가 지난 6일 4번째로 수소탄 실험을 했다. DJ는 그 후 무슨 `책임`을 졌나. 한바탕 코미디로 끝났을 뿐이다.

핵실험이 있을 때마다 중국은 불만을 나타냈는데, 이번에도 중국은 국경감시를 강화해 밀무역이 중단됐고, 북·중 교역량도 급감했다. 최대 무역도시 단둥(丹東)의 통관절차가 까다롭게 됐고,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도 발길을 끊었다. 중국 길림성 도문시가 중요 관광루트인데 핵실험 후 여행사들이 다 문을 닫았다. 중국도 국제여론이 무서워서 “북한의 핵 보유를 강력히 반대한다”란 공식입장을 내놓았지만, 제재는 `잠시·소극적`이었다. 말 안 듣는 사고뭉치 동생에게 `꿀밤` 한대 주는 정도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중국을 겁내지 않게 됐다. `북핵 반대`와 `경제 제재`에 대한 불만 표시가 노골적이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류윈산(劉雲山) 중국 서열 5위 상무위원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한 것이다.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참혹하게 처형했던 장성택은 자료화면에서 한동안 지우지 않았는데, 류윈산은 사정 없이 `편집`했다. “중국도 수 틀리면 핵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협박이고, “빨리 경제 제재를 풀라”는 압박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 최신호 표지에 `전쟁무기를 가지고 노는 철부지 김정은`의 만화를 실었다. 그리고 “김정은이 과거에 저질렀던 사고들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또 사고를 쳤다”는 설명을 달았다.

DJ의 코미디 연설이나, 미국 주간지의 표지 그림이나, 북핵을 무슨 아이들 장난감으로 보는 것인가.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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