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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의 뜻·국민의 뜻

11세기 유럽은 전국(戰國)시대였다. 교황 우르반 2세는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까 고민하다가 `공동의 적`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교황은 정치권도 가졌으므로 `최고 존엄`이었다. “우리의 성지 예루살렘이 이교도들의 점령하에 있다. 참을 수 없다. 그 성지를 되찾는 일은 신의 명령이다” 이 칙령에 의해 로마 가톨릭 국가들은 `한 깃발` 아래 뭉쳤다.십자군은 예루살렘을 향해 진군했는데, 그 길목에 있던 이슬람의 나라 시리아가 `초장 마수거리`로 초토화됐다. 오늘날 시리아가 IS의 근거지가 된 것도 다 `원죄`가 있다. 유럽 전쟁의 방향을 중동지역으로 돌리는 일에는 십자군이 일단 성공했지만, 본래 목적은 이루지 못했다. 150년이나 이어진 긴 전쟁이 남긴 것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골 깊은 원한`이다.이번 파리 테러의 배후 인물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무슬림을 공격하는 십자군을 응징하는 것은 신의 뜻이고, 신의 선택으로 유럽에 입성했다”고 말했다. 파리 참사현장 총구멍에 장미 한 송이와 쪽지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뭐? 신의 뜻이라고?”. 어떤 신이 수백명의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하라고 시키더냐, 지구상의 종교전쟁은 모두 신의 뜻이냐는 항변을 짧게 표현한 글이었다.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평화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신의 뜻`을 팔아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정치하는 사람들은 툭하면 `국민`을 판다.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이 심판할 것이다” 정당들은 모두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강정책을 수립한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당신들이 말하는 국민은 대체 어떤 부류의 국민인가?”라는 항변도 나온다. 좌·우 이념으로 갈라져 팽팽히 맞서 있는 분단국가에서는 `국민의 색깔`도 나뉘어지기 때문이다.쇠파이프, 쇠사다리, 고무새총, 벽돌로 공격하는 불법폭력 시위대에 대응할 경찰 장비를 보완하기 위한 예산을 야당은 대폭 깎겠다고 한다. 이것도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인가. 어떤 국민이 찬성하겠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20

소도(蘇塗)

2000년 전 삼한(마한 진한 변한)시대에는 종교권과 국가권력이 양립돼 있었다. 하늘에 제사 지내는 제사장 천군(天君)이 있고, 나라를 다스리는 군장(君長)이 있었는데 천군이 있는 곳을 `소도`라 했다. 이곳은 신성한 장소여서 국법이 범접할 수 없었다. 죄인이 소도에 들어오면 내보내지도 않고 잡아가지도 못했다. 지금도 그 흔적으로 `솟대`가 있는데 “여기는 천군이 다스리는 신성한 지역이다”란 표시였다.고려의 국교는 불교였는데 나라가 망할 무렵에는 종교도 타락했다. 세금과 노역을 피하기 위해 사찰에 농토를 헌납하고 소작인이나 노비가 됐고, 군역(軍役)을 피해 절간으로 도망 간 범죄자들로 사병(寺兵)을 만들었는데 그 도망자를 공권력이 체포할 수 없었다. 절간은 국법이 못 미치는 소도였다. 그래서 정도전은 `불씨잡변`에서 “사찰은 범죄자의 소굴이었다”라고 썼다.과거 명동성당과 조계사는 `시위꾼들의 은신처`였는데 명동성당은 “이 사람들 보호할 이유가 없다” 해서 내보내고 다시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조계사가 유일하게 `소도` 구실을 한다. 종교단체라 해서 국법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옛 상고시대의 습속이 아직 남아서인지 공권력도 눈치만 본다. 불교도들의 표가 엄청나니,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 2008년 광우병파동때 이석형 민노총 위원장. 2013년 12월 철도파업때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의장 등이 조계사에 은신했었다. 그리고 지난 14일에 있은 서울 도심의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도 지금 조계사의 보호를 받고 있다.한 위원장은 선동연설에서 “언제든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뒤집을 수 있고, 전국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했다. 그리고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했다. 그는 세월호 추모집회때 불법시위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있지만 계속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계사는 언제까지 방조자가 되려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9

동티모르 군악대

세계 최초의 군악대는 1299년에 창설된 터키의 메흐테르(Mehter)이다. 당시 세계 최강 오스만투르크 군대다웠다. 진군할 때 맨 앞에 서서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고, 적의 간담을 서늘케했던 군악대는 천둥 벼락이 치는 소리를 냈다. 이 메흐테르 군악대가 연주한 곡은 그 후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에 영향을 미쳤다. 1, 2차 대전 후 희망을 잃고 맥 풀려 있는 유럽 국민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곡을 이들 음악가들이 만들었다. 전쟁이 없는 시대에도 이 군악대는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고, 외국 원정도 다니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경주 `실크로드 2015`에 와서 `원조 군악대`의 위용을 과시했다.동티모르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살다가 1975년 독립했지만 9일만에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의 침공을 받아 다시 25년간 압제를 받은 불운의 나라이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한국이 4강에 오르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던 해에 동티모르도 독립해 나라꼴을 제대로 갖추었다. 그리고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내기도 했다. 외교장관과 총리를 거쳐 2대 대통령으로 5년간 나라를 이끈 라모스 오르타. 그는`동티모르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다.한국은 `동티모르 군악대의 스승`이다. 기타줄을 퉁겨보거나 북을 쳐본 일 말고는 악기를 접해본 경험이 없는 군인들로`왕초보 군악대`를 만든 후 한국에 보내 교육을 시킨 것. 악기도 처음 만져보고 `콩나물 대가리 악보`도 처음 보고, 말도 안 통하는 군인들이 오직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 들고온 것이다. 매일 코피 터지는 강행군이 이어졌고, 40일만에 비로소 4개의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순군선열 묵념곡, 동티모르 독립군가, 그리고 아리랑이다. 이 군악대는 28일 국가기념일에 `첫선`을 보일 것이다.1901년 2월 고종황제는 독일인 군악교사 에케르트를 초빙해 서양식 군악대를 처음 만들었다. 나팔수와 고수(鼓手) 32명이 중심이었다. 그랬던 우리 군악이 이제 남의 스승이 되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8

4대강의 복권(復權)

철구조물 전문가 에펠은 파리 만국박람회 기념물로 철탑을 세우려 했지만 반대론이 빗발쳤다. “이 아름다운 파리에 철탑이라니….” 문화계가 극렬히 반대했고, 특히 소설가 모파상은 “그 재수 없는 물건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이사 가겠다”고 했다. 에펠은 “라디오 송전탑으로 사용하다가 20년 후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 에펠탑은 오늘날 “모나리자와 에펠탑 중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면, 모나리자를….”이라 할 정도의 `국가브랜드`가 돼 있다.모파상은 “철탑이 보이지 않는 곳은 탑 아랫동네” 라면서 에펠탑 바로 옆으로 이사를 했다.우리 속담에 “침 뱉고 돌아선 샘물 다시 마신다”고 했고, “석산에 외도끼도 쓰일데가 있다” “눈 먼 자식이 임종한다”란 속담도 있다. `막말`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과 원수를 맺지 말라. 인생이 어디서든 만나지 않으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면 피하기 어렵다”란 명심보감의 말씀도 있다.`4대강`은 저주받은 이름이었다. 독일에서 `나치 히틀러`가 금기어로 돼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정부 공식문서에 4대강이란 표현은 보이지 않는다. “부형(父兄)을 부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처지와 닮았다. 2009년 민주노동당은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악의 토건사업이며, 최대의 사기극이 틀림 없다”고 했고,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은 “4대강은 세금 먹는 블랙홀이자 생명 파괴 사업”이라 했고, 박지원 의원은 2013년 국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기극`이므로,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손학규 당시 민주당 재보선 후보는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로 이어지는 대재앙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가뭄이 극심해지자, 정부·여당이 대책을 내놨는데, `4대강 봇물을 끌어다 쓰는 도수관로 공사`가 대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4대강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정치하는 사람들이야 본래 `악담·막말 선수`들이지만, 정부·여당까지 한치 앞을 못 보고 `부평초`처럼 흔들리는 꼴이 한심스럽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7

친구 되려는 노력

기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얼굴무늬 수막새`. 영묘사터에서 발견됐고, 일제때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씨가 한 고물상에게서 구입했고 1972년 당시 박일훈 경주박물관장이 “하나뿐인 한국의 보물이니 부디 돌려달라” 간청해서 `귀향`했으며 지금 `신라의 미소` `천년의 미소`란 별명으로 경주의 대표 브랜드가 돼 있는데, `진품시비`에 휘말려 아직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있지만 이경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품”이라고 단언한다.턱이 조금 떨어져 나갔지만 순진무구한 미소는 “신라가 얼마나 평화로운 국가”였는지를 잘 말해주고 우리가 기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골기와집은 보면 아래에 깔린 넙쩍한 기와(암키와), 위에 얹힌 반원통형 기와(수키와)가 있으며 처마끝 부분을 마무리한 막새기와가 있는데 암막새와 수막새에는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연꽃 당초문 비천 인면 등 `가정의 행복`을 기원하는 상서로운 그림들이 있는데 당시 기와장(匠)들은 그림·조각 솜씨를 잘 갖췄던 모양이다.일제때 한 사업가가 한국에서 고기와를 수집했고 그 작품들이 몇 사람의 손을 거치다가 1964년 일본인 내과의사이고 기와연구가인 이우치 이사오에게 넘어갔고, 최근 그 중 중요한 2천2백여점이 고향에 돌아왔다. 고구려시대부터 조선조까지 기와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분류됐고 무늬와 제작기법의 다양성과 독창성은 `공예품`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 중국 일본은 다 기와집을 짓고 살았으니 기와야 말로`동양 3국을 연결하는 DNA`라 할 수 있다.임진왜란 직후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조선은 12차례 일본에 통신사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유물을 남겼다. 공식문서, 필담(筆談), 서예, 그림, 병풍 등 300점의 `조선통신사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할 계획인데, 한국과 일본의 사학자들이 공동으로 추진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민간인들은 이렇게 `친구 되려는 노력`을 하는데 `정부차원의 일`은 자꾸 삐걱거린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6

버마의 헌법

1962년 버마 군부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1989년 나라이름까지 미얀마로 고쳤지만,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화세력은 결코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수치를 지지하는 미국 조야(朝野)도 `미얀마`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수치정당이 `실질적` 정권교체를 이룬다면 `미얀마`는 서둘러 `버마`로 돌아올 것이다.여기서 `실질적 정권교체`라 한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버마의 선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선거와는 다르다. 1990년 총선에서 수치 여사의 NLD가 압승했지만 군부가 선거무효(헌법위반)를 주장하며 정권을 넘겨주지 않았던 전력(前歷)이 있다.그동안 서방세계가 군사정권을 집중 공격하고, 유엔사무총장이 항의성 방문을 하고,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비난하는 국제적 압박을 견디지 못해 군사정권이 2011년부터 개혁개방을 시작했고, `국제감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번 총선을 치렀지만, 미얀마의 헌법은 여전히 `군사정권의 막강 요새`가 되고 있다.이 나라 헌법에는 “외국인 자녀를 둔 국민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희한한 조항이 있다. 수치 여사는 영국인 남편과의 사이에 `영국국적의 아들` 둘을 두었으니, 이 조항은 `오직 수치의 대선 출마`를 막고 민주화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방어벽이다. 또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군부가 상·하원 의석 25%를 할당받는다”란 기상천외한 규정도 있다. 그러니 헌법 개정도 쉽지 않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30%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대부분의 나라들은 대통령이 군통수권을 갖지만, 미얀마 헌법은 `군총사령관`에게 그 권한을 주었다. 비록 “군 총사령관은 국가안보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란 헌법규정이 있지만, 위원회 위원 절반이 군부 인사기 때문에 사실상 군부가 총사령관을 지명하는 꼴이다. 또 국방 경찰 내부 등 안보장관 3명을 총사령관이 임명하도록 돼 있으며, 중요 기업들을 모두 군부가 장악하고 있으니, 버마의 민주화는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3

좌뇌 인간들

18세기 영국 작가 대니얼 디포의 삶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전반기는 좌(左)뇌를 주로 사용해서 협잡 사기꾼으로 살았고, 후반기는 우(右)뇌가 발달해서 `로빈슨 크루소`를 쓰는 등 모범시민으로 살았다. 디포는 많은 재주를 타고났다. 말재주, 글솜씨에 정치협상가의 기질도 가졌다. 권력 주변을 맴돌다가 거액의 정부 돈을 횡령하고 6년 징역을 살았다. 그러나 말년에 들어 `철`이 들었다.한 스코틀랜드 해적이 무인도에 버려졌다가 혼자 살아간 이야기를 듣자, 상상력과 문장력이 발동, `로빈슨 크루소`를 낳았다. 이 소설은 유럽을 해양강국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청소년들은 바다를 무대로 한 모험을 꿈꾸게 됐고, 그 개척정신이 바탕이 돼 `바다를 넘어 식민지를 개척한` 바이킹의 나라 서·북유럽이 탄생했다.왼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알렉산드대왕, 스탈린, 마르크스, 레닌, 히틀러 등이고, 오른쪽 뇌가 발달한 사람은 소크라테스, 플라톤, 예수, 공자, 간디 등을 들 수 있겠다. 혁명이나 전쟁을 통해서 순식간에 목적을 달성하려는 사람을 `급진 좌파`라 하고, 순리를 따라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는 사람을 `온건 보수`라 부르는 것도 그 근원이`좌뇌 우뇌`에 있다. `인문학 교과서`를 지어낸 춘추전국시대의 성인들이 추구한 과제는 “좌뇌와 우뇌를 조화시켜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중동을 `영원한 화약고`라 하는 것은 이 지역이 `지속가능한 무기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중동의 분쟁이 없어지면 선진국 무기상들이 파산한다. 지금 시리아에서는 3개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정부군을 지원하고, 미국은 반군을 도와주고, 그 틈새를 파고든 IS(이슬람국가)는 `인질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자생한다. 아덴만의 해적과 탈레반이 숙질만 하니, 시리아가 `전쟁무기 소비처`로 등장했다. 또 필리핀에서는 납치산업이 `창업`단계를 지났는데, 작년과 올해 한국인 9명이 납치 살해됐다. 무기상인들이 `좌뇌 인간`을 자꾸 만들어내지만, 우뇌를 살려낼 성인은 안 보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2

황금마차상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소설 `의사 지바고`를 보면 “러시아는 철도의 나라”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는 `눈 덮인 평원을 달리는 열차`가 배경이다. 추리 영화 `오리엔탈 특급`도 그렇다. 예로부터 이 노선은 `초원의 길`이라 불렸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며 한반도까지 이어지는 그 무역로에 `철길`이 놓여진 것이 바로 유라시아철도. 이 기찻길을 건설한 주역이 러시아였다. 러시아는 2005년 세계 유일의 철도賞인 `황금마차상`을 제정했다. 철도산업 발전에 공헌한 기업이나 개인에 주는데, 올해 우리 코레일은 9개 부문중에서 3개를 휩쓸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 개인이 받은 `최고철도CEO상`을 비롯, 흑자경영을 이룬 철도기업에 주는 `최고철도기업상`, 사고를 가장 적게 낸 `철도안전상`, 이렇게 3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최 코레일 사장은 철도관련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철도전문가`이고, 올해 2월의 철도노조파업을 강·온 양면전략으로 큰 부작용 없이 해결하는 수완을 보였다.코레일은 그동안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눈꽃열차` `정동진 관광열차`등 산간벽지 노선, 과거 일제가 우리의 산림을 수탈할 목적으로 건설했던 철도를 관광자원으로 변모시켜 `철도산업 진흥과 산촌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레저산업이 붐을 일으키는 시대에 `철거위기`에 처한 철도를 관광수단으로 승화발전시킨 코레일의 공로는 `황금마차상 3개 부문 석권`으로 돌아왔다.최연혜 사장은 또 다른 큰 꿈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코레일이 앞장서서 준비하겠다”는 포부이다. 과거 동서독은 냉전시대에도 7개의 철도노선이 계속 운영됐고, 이것이 독일 통일의 마중물 구실을 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경우 경의선은 도라산역에서 끊어졌고, 바다를 낀 동해선은 해방과 함께 건설이 중단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바로 이 끊어진 철길을 이어서 `초원의 길`을 달려보자는 것이다. 이번 황금마차상 수상을 계기로 `동해중부선`의 건설이 실현됐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1

여성파워

남자는 말을 타고 앞서 가고, 여자는 짐봇따리를 메고 뒤 따라 걷는 것이 아랍지역의 일반적 모습인데, 걸프전 이후 좀 바뀌었다. 여자가 짐을 메고 앞서 가고, 남자는 말을 타고 뒤따라 간다. 여성의 위상이 좀 높아졌나 해서 물어봤더니 “전쟁때 미군이 사막에 지뢰를 많이 묻어놔서….” 이슬람과 적대하는 서방지역 유머.인도의 국법에는 카스트가 금지되지만, 오랜 전통이 쉽사리 바뀔 리 없다.한 마을에서 있은 실제 이야기다. 낮은 카스트의 처녀와 높은 신분의 총각이 눈이 맞았는데, 결혼은 결코 허락되지 않아 둘은 도망을 갔다. 마을 원로회의가 둘을 처벌하는 재판을 했는데, “처녀의 여동생을 대신 처벌하되, 나체행진을 시키고, 아무나 성폭행을 해도 좋다”란 판결이 나왔다. 남자측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21세기에 이런 곳도 있다.캐나다의 43세 된 젊은 총리 트뤼도는 취임식에서 파격적인 여성우대 정책을 내놨다. “장관 수를 남녀 동수로 하겠다”는 것인데, 실제 남녀 각 15명씩의 국무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특히 원주민 여성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이 의미 있다. 캐나다에서 과거 `원주민 여성 1천여명의 실종·살해 사건`이 있었는데, 자유당은 선거운동때 “이 사건의 진상을 반드시 규명하겠다”고 공약했었다. 백인들이 인디언족·에스키모족을 멸종시키려고 원주민 여성들을 몰래 살해한 홀로코스트가 `원주민 법무장관`에 의해 단죄될 것인지?우리나라 인사혁신처는 최근 “여군의 수를 대폭 늘리고, 여군에 대한 처우도 파격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여군파워`가 막강해질 것이니, 상관에 의한 성범죄 피해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고,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108년전 국채보상운동 당시`패물폐지부인회`를 구성해 귀금속을 내놓았던 그 `구국여성운동`의 전모를 밝히고, 그 중심인물들의 명단을 완성했다. 남자들은 `담배 끊고 모은 돈`을 냈지만 여성들은 패물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역사는 `남성 위주`로 기록됐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10

`만복스럽다`

7세기 수(隨)가 무너지고 당(唐)이 설 무렵, 이세민은 형과 동생을 죽이고 황제가 됐다. 태종은 형 이건성의 참모 `위징`을 잡아왔다. “당신이 나를 쳐야 한다고 했다지?” “태자께서 내 말을 진작 들었다면 당신의 자리는 거기가 아닐 것이오” 위징은 본시 수나라 총신이었으나 수양제가 실정하는 것을 보고 반군 이연의 편에 섰고, `쓴소리의 황제`란 소리를 들었다. 당태종은 위징을 재상으로 삼았다. `한신`은 본래 초나라 항우 휘하에 있었으나, 미천한 신분의 벽에 막히다가, 한나라 유방에 귀순하면서 눈부신 전공을 세웠다. 그는 항우가 죽은 후 초나라 왕이 됐으나, 유방은 그를 두렵게 여겨 반란죄로 체포했다. “아, 괴통의 말을 들었더라면…” 무심코 내뱉은 그 말 한마디에 `괴통`이 잡혀와 심문을 받았다. “네놈이 한신에게 역모하라고 부추겼다지?” “그렇습니다”망조 든 진(秦)나라를 두고 초와 한이 팽팽하게 겨루고 있을 때 괴통은 한신에게 건의했다. “장군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됩니다. 장군은 중립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3국이 `세발 솥`처럼 정립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신은 그 건의를 듣지 않고 유방을 도왔고, 결국 토사구팽됐다. 그러나 괴통은 살아남았다. 말 한마디 잘한 덕분이었다. “왜 그렇게 했느냐?” “도척의 개나 폭군 걸왕의 개가 요임금·순임금을 보고 짖는 것은 그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의 주인은 한신이었고, 폐하를 몰랐습니다”국정원에 공채로 들어가 32년간 정보업무를 하다가 노무현정권때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씨가 몰래 새누리당에 입당한 후 선거때 새정련 후보를 지원했으며, 2007년 대선 전날 북한의 대남총책 김양건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 확실”이란 고급정보를 주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가 2년만에 사퇴했다. 그의 행보가 요즘 심심찮은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위장 전향이냐? 고단수 전략이냐? 야당 공천으로는 국회의원 하기 틀렸다고 판단한 것인가?아무래도 위징이나 괴통 같은 인물은 아닌것 같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09

바둑외교

`한·중 위안부 소녀상`이 나란히 앉았다. 두 나라 조각가들이 각각 만든 것이다. 한복 입은 단발머리 소녀와 치파오 차림에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소녀상을 같이 앉히자고 제안한 중국인 영화제작자 레오스융(54)씨는 “중국도 한국과 같이 일제의 피해국인데, 한국 소녀상만 혼자 있어 너무 외로워 보였다”고 했다.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말한 것. 두 동상 옆에는 빈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동남아 다른 피해 여성들을 앉힐 자리다. 여러 나라 위안부상들이 줄을 잇게 되면 그 또한 `일본의 아픔`이 될 것이다. 독일과 달리 반성을 모르는 자에 대한 징벌이다.한국과 중국은 공동으로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난징대학살 기록은 최근 등재됐다. 일본은 갖은 방법으로 방해하다가 실패하자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 중단을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분담금을 2년 이상 내지 않으면 총회 의결권도 사라지고, 회원국의 혜택도 없어진다. 그러니 `지급중단` 협박은 별 효과가 없다.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은 관련국이 공개토의를 거쳐 결정하지만 `기록유산`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로 결정한다. 가해자 일본은 당연히 참여하지 못했다.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는 다 바둑 애호가들이고, 급수가 상당하다. 한국은 바둑을 `두뇌스포츠`라 하는데, 중국은 `정신수양의 한 방법`이고, `처세의 교훈`이라 여긴다. 세상의 이치가 바둑판 위에 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중 양국 정상이 만날때도 석불(石佛) 이창호 9단과 중국 국수 칭하오 9단을 불러 자랑으로 삼는다. 심지어 자개 박은 나전칠기 `바둑알 담는 통`을 국빈선물로 주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과 `핑퐁외교`로 죽의 장막을 열었고, 한국과는 바둑외교로 `새동무`의 정을 두터이 한다.한·중·일 동양 3국은 다 바둑문화를 가졌다. 북한도 다르지 않다. 남북이 공통분모를 찾는다면 그것은 단연 바둑이다. 한중일에 북을 포함시켜 4국 바둑경기를 개최하는 것도 추진해볼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06

양귀비꽃(poppy)

11월 한 달 간 영국 전역은 양귀비꽃으로 덮인다. 온 국민이 가슴에 양귀비꽃을 달고, 운동선수들은 꽃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뛴다. `1918년 11월 11일`은 4년 4개월 간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이다.독일이 영국에 항복했고, 그 날 오전 11시에 영국 전역은 축포를 쏘며 승전기념식을 연다. 영국의 국화(國花)는 장미지만 양귀비꽃은 영국인의 자부심이다. 양귀비열매는 아편 원료인데, 19세기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두 번씩이나 중국 대륙을 이겼다. 그리고 제1차세계대전과 양귀비꽃은 특별한 일화를 남겼다.1915년 봄 플란더스 들판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양측 진영은 참호속에 몸을 숨기며 대치했다. 잠시 전투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을때, 참호 밖으로 목을 내밀고 들판을 바라보던 헬머 중위는 갓 피어난 양귀비꽃을 보고 그만 마음을 뺏겼다. 무심코 몸을 내밀어 꽃을 만져보는데, 독일 저격수가 그를 쏘았다. 그의 시신은 양귀비꽃이 만발한 들판에 묻혔고, 존 맥크래 중령은 “플란더스 들판에 양귀비꽃이 피었네/줄줄이 서 있는 십자가 사이로”로 시작돼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플란더스 들판에 양귀비꽃이 자란다 해도”로 끝나는 시를 바쳤다. 이 시는 언론에 발표돼 국민을 감동시켰고, 한 교사는 종이꽃을 만들어 팔아 전쟁고아를 구호했는데, 이 운동은 불길같이 번져갔다. 영국인들은 다투어 꽃값을 기부했고, 여왕도 꽃을 사서 가슴에 달았다. 1914년에 시작된 제1차세계대전은 이렇게 감동적 모습으로 마무리됐다.영국 총리실이 공식 페이스북에 `양귀비꽃을 단 총리의 사진`을 올렸는데, 그 꽃이 진짜가 아니라 `합성`한 포토샵이란 것이 들통났다. 캐머런 총리가 시진핑 중국 주석을 모셔 극진하게 대접을 하면서 투자유치를 한 일을 두고 “아편전쟁의 자존심을 돈과 바꿨다” 비난을 받는 와중이라, 네티즌들은 “총리가 아편꽃 살 돈이 없어서” “꽃도 그저 먹으려 한다”고 조롱했다. 총리실은 곧 진짜꽃을 단 사진으로 바꿨지만, 이래저래 스타일만 구겼다. 정치·외교는 참 어렵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05

종가(宗家)문화

우리나라에는 종가제도가 있다. 국가에 국왕이 있는 것과 같이 씨족에는 종손이 있다. 왕이 입법·행정·사법 3권을 가지는 것 처럼 종손도 한 가문의 문제를 처결할 3권을 가진다. 종손은 “이 가문을 어떻게 잘 이끌어갈 것인가”를 궁리하고 갈등이 생겼을때 판결하고 중재한다. 종부(宗婦)가 하는 일은 주로 `봉제사 접빈객`이었다. 조상 제사와 손님을 맞는 일은 `음식`과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종부는 늘 음식 잘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고 가문의 여성문제를 관리·통제했다.최근 하회마을 충효당에서 `종손 종부 취임 고유제`가 있었다. 이를 길사(吉祀)라 하는데 조상 사망일에 엄숙히 지내는 기제사와 달리 길재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이를 조상에 고하는 축제행사다. 절차는 다 같지만 길재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지낸다는 점, 복장을 `종손·종부복`으로 화려하게 차려 입는다는 점이 다르다. 류영하 공의 삼년상이 끝나면서 장남 류창해씨 부부가 종손·종부의 자리에 올랐음을 서애 선생 영전에 아뢰는 길재였다.가문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있다. 종부의 주된 일이 음식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달된 문화다. 여기서 나온 요리책으로 안동장씨의 `음식디미방`과 광산김씨 설월당 종가의 `수운잡방`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경북도는 이 `종가음식`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통요리법에 호텔 한식당 요리사의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면 `창조경제`의 한 종목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종가 음식에는 4덕이 있다. 미(味)·미(美)·정(情)·례(禮)가 그것이다. 현대 음식은 맛과 모양 위주로 만들지만 종가음식에는 `인정`과 `예절`까지 담긴다. 그것은 `예술품 창작`과 같은 혼을 넣는 일이다.최근 안동 종가음식체험관 예미정에서 4개국 외신기자들을 초청해 7첩반상과 9첩반상, 안동건진국수, 신선로, 비빔밥, 간고등어찜, 숙채콩가루찜 등을 선보였다. 항균기능이 있는 놋그릇을 쓴 것도 특별했다. 4덕을 갖춘 우리 경북의 종가음식이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가능성`은 충분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04

남사군도

영토분쟁은 대체로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지만 6개 나라들이 `분쟁당사국`이 되고, 다른 여러나라들이 `이해관계국`인 경우도 있다. 남사군도(南沙群島) 이야기다. 암초지대인 이 곳은 그동안`영토` 대우도 못 받았지만 근래 이 근처에서 유증(油證)이 발견되자 주변에 있는 중국·대만·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이 서로 “우리땅이다” 주장하고 나서고, 중국은 이 암초지역을 메꾸어서 인공섬을 만들고는 “확실한 우리영토”라 주장하는데, 미국은 “국제법상 인공섬은 영토가 될 수 없다”며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이 해역이 중요한 것은 온 세계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무역항로이기 때문이다. 유럽과 동남아 사이를 오가는 무역선들이 대부분 이 해로(海路)를 이용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선의 30%와 에너지 90%를 이 항로를 통해 수송한다.호주나 일본 등 수많은 나라 배들도 이 해로를 지나 다닌다. 역대로 이 바닷길의 주도권을 쥔 나라는 미국이었는데, 중국이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屈) 최근 인공섬을 건설하고 등대를 세우면서 “우리가 주인이다(起)” 하지만 미국이 “오냐. 그래라”할 리 만무하다.해상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 하는 문제는 대체로 국력(國力)에 의해 결정된다. 통일신라 후기 남해의 해상권을 쥔 나라는 신라였다. 장보고 장군이 강력한 해군력으로 해적을 소탕하고 뱃길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관청족보에도 없는 `청해진 대사`가 돼 `일본~신라~당나라` 사이의 교역로의 주인이 됐지만 `임금을 셋이나 올렸다 내렸다`하는 힘과시를 너무 한 죄로 암살을 당하면서 처절하게 몰락했다. 이후 `해양강국의 꿈`도 사라져버렸으며 신라의 멸망을 재촉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남중국해 해상권을 두고 지금 중국과 미국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 항로를 이용하는 많은 나라들은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편이냐, 중국편이냐. 선택이 곤란할 때 최선의 길은 “유엔이 주도권을 쥐고 교통정리를 하라”고 공을 넘기는 것이다.유엔이 정한 법과 원칙에 따르면 평화는 유지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03

역사 적화통일?

북한의 모든 교과서는 국정(國定)이다. 검인증이란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곳이다. 19세기적 `세습김씨조선`인 북한에서 `민간업체가 역사책을 만들고 정부가 승인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자기들은 국정을 하면서 남한쪽에 대고는 국정한다고 시비다. 좌파를 잘못 편들다가 자가당착·모순에 빠졌다. 북한교육위원회 대변인은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 자라나는 새 세대들에게 동족의 대결의식을 주입시키려고 발광하는 보수패당의 망동”이라 했다. 국정으로 가면 `역사 적화통일`의 목표에서 멀어지니 그야말로 `발광`을 한다. 그들은 또 “파쇼독재와 친미 친일 사대매국으로 얼룩진 치욕스러운 과거를 미화하고 부활 시키려는 전대미문의 역사쿠데타”라고 했다. 좌파 역사교과서를 제작한 집필진들의 주장과 흡사하다. 그러니 `북의 발언`은 `공개지령문`이란 소리를 듣는다.남북한간의 역사관은 전혀 다르다. 한국은 왕조사 중심으로 기술하는데, 북한은 민중사관에 입각한다. 홍경래난, 만적의 난, 임꺽정의 난 같은 반란사가 중심이고, 고산자 김정호 같은 벼슬하지 않은 민중 지리학자의 일대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북한 역사책을 보면 `이야기책`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집필자의 감정`이 그대로 들어 있다. 명성황후 민비에 대해서는 `여자가 감히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민비년`이라 쓴다. 민중전이 왜병에 의해 시해당한 `을미사변`과 그에 촉발된 의병활동에 대한 기술도 없다. 의병활동을 주도한 주체가 양반계급이기 때문이다.새누리당은 “종북성향과 좌파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교과서는 왜곡되고 편향될 수밖에 없다”면서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 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 한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는 이 공격에 대해 이렇게 방어했다. “북한은 우리 역사교과서에 개입하지 말라”면서 “북한이야 말로 역사 국정교과서 체제를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이것은 불가능한 요구란 것을 문 대표 자신이 더 잘 알 것인데, `공개지령문`이란 말을 덮으려는 의도인 듯./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1-02

좌파 몰락시대

중남미에 있는 12개국 중 10개가 좌파정권이라 여기서 해방신학이 탄생했고, 도시산업선교회를 수출하기도 했으며 남미 좌파경제학을 신봉하는 교수들이 아직 있다. 그런데 이 국가들이 하나 둘 오른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3개국이 대선을 치렀는데, 좌파의 몰락이 현저하다. 1차투표에서 1, 2위를 뽑고 2차 결선에서 당선자를 가리는데 과테말라는 결선에서 우파가 당선됐고, 1차투표를 치른 아르헨티나와 아이티에서도 우파가 약진했다.브라질 현 대통령도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는 안 풀리는데 불법 선거자금 의혹으로 탄핵을 받을 처지에 몰렸다. 칠레 현 대통령도 과거 80% 지지율에서 20%로 폭락했다. 한 신문은 “경제위기에 봉착한 중남미에 권력형 부정부패까지 겹쳐 `도미노식 정권교체`가 시작됐다”고 썼다. `나눠먹기·퍼주기` 포퓰리즘이 중남미대륙을 빈곤으로 몰아간다는 반성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파이를 키우자”란 소리가 점점 높아진다.과테말라는 중미에 있는 작고 가난한 나라인데 문맹률이 60% 가깝고 빈부격차가 심하다. 국민 대부분이 커피농사로 근근히 살아가는데 상위 5%만 흥청망청이다. 이번 결선투표에서 정치경험이 전무한 코미디언 출신의 40대가 당선됐다. 대형비리를 저지른 집권세력이 스스로 주저앉은 것이다. 모랄레스 당선자의 선거구호는 “나는 도둑이 아니다. 국민이 최소한 울지는 않게 하겠다”였다. 빈곤과 부패에 신물이 난 국민들이 `말`을 갈아탄 것이다. 그는 지난 20년간 TV에서 정치풍자 코미디를 했고, 4년전 작은 도시의 시장선거에 나섰다가 나가떨어진 것이 정치경험의 전부인 `초짜`다.핏대 올리며 고래고함이나 치는 정치9단`싸움닭`들은 이제 `구식`이다. 안철수 의원이 양보나 하고 이용만 당했지만 한때 그의 `신선함`이 박수를 받았다. 이번 대통령의 시정연설때 `구호문자`를 노트북에 내걸지 않은 유인태·황주홍 의원, 연설이 끝난 후 기립해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를 한 조경태 의원 등은 시대의 변화를 잘 읽는 정치인들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0-30

좌편향 교사들

크메르 루즈정권의 폴 포트는 프랑스에서 원시공산주의를 배워 교단에 선 초등학교 교사였다. 그는 담임을 맡은 한 반을, 다음에는 한 학년을, 그리고 한 학교를 공산화시켰고, 나중에는 한 나라를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겠다며 캄보디아 국민 3분의 1을 죽였다. 그래서 `미친 공산주의자`로 명명됐으며, 국제형사재판에 제소되기는 했지만, 재판도 엉성해서 `사형` 당하지 않고 병사(病死)했다. `블루유니온`이 운영하는 `선동·편향수업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례는 지난 4년간 총 468건이다. 이승만 건국대통령과 박정희 국가중흥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수업시간에 싸잡아 비방하면서, 북한 세습 독재정치를 찬양한 교사들이 많았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박근혜 대통령은 동생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본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했다. 최근 박근령씨가 일본 한 방송사와 `친일적 인터뷰`를 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박정희는 농업을 붕괴시키고 쿠데타와 독재로 빈부격차를 심각하게 벌였다”고 했고, 한 역사 교사는 “김일성은 민족의 영웅”이라 찬양했다.신고된 사례들을 분류해보면 “이 나라에 충성할 필요 없다” “우리도 사회주의로 가야한다” “북의 민족주의를 본받아야 한다” “목함지뢰는 북한이 설치한 것이 아니다” “국정교과서는 우리를 속이는 농간이다” “일본에 감사하는 교과서가 나올 것이다” “멍청한 여자(박 대통령)때문에 괴롭다” “박정희가 박근혜를 낳기 전에 죽었어야 했다” 등등인데, 이 나라에 아직 RO(혁명조직) `이석기 키즈`들이 설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부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발목잡고 딴지 거는 자들이 바로 이들이다.역사학계도 양분돼 있다.“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역사학자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정화밖에 길이 없다”고 하는 학자가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고 명예를 회복시키려는 게 분명하다”며 국정교서를 비난하는 쪽도 있지만 “역사교육 정상화의 열쇠는 교과서에 있지 않고 교실에 있다”는 말이 가장 현실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0-29

효율성과 비효율성

홍콩은 230개의 섬으로 이뤄진 도시다. 1차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는 1841년 홍콩을 영국에 넘겨주었고, 2차아편전쟁에서 이긴 영국은 인근 구룡섬 등 몇개의 섬을 더 차지했다. 이때부터 홍콩은 영국의 주요 무역항이 됐고, 극동지역의 경제적 군사적 거점이 됐다. 1941년 태평양전쟁때 일본이 접수했으나 패전후 다시 영국 소유가 됐다. 중국이 청나라를 끝으로 황제체제에서 공화체제로 전환되다가 모택동의 혁명에 의해 사회주의체제를 굳혔던 1984년 중국과 영국은“1997년 홍콩을 중국에 이전한다”는 조약에 서명하고 그 해 7월 1일 자정을 기해 홍콩은 중국땅이 됐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던 홍콩사람들은“통제 심한 사회주의 밑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자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채택한다. 나라는 한 나라지만, 홍콩은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홍콩은 홍콩사람이 다스린다”란 원칙을 정했다. 그래서 홍콩은 지금도 `중국땅에 영국제도`를 가진 도시고 중국 젊은이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이상향이 됐다.중국과 영국은 이같은`묘한 역사`를 가진 묘한 관계다.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54조 규모의 봇따리를 들고 영국을 찾았는데, 이것은 과거의 치욕을 돈으로 갚는 일이 되었고 남중국해 해상 주도권을 두고 미국과 각축을 벌이는 와중에 우군(友軍)을 얻어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시 주석은 의사당에서 연설을 했는데, 의례적인 박수도 없었고, 연설 끝난 후의 관행적인 기립박수마저 없었다. 과거 승전국의 자존심을 버리고,`돈에 팔린 아첨외교`나 한다는 비아냥을 들은 후라`경제적으로는 아쉽지만, 정치적 자존심은 있다`는 시위였다.그러나 시 주석의 연설 마지막 구절은 의미심장하다. “영원히 강한 나라도, 영원히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강하게 만들면 강국, 약하게 만들면 약체국이 된다” 중국의 강한 통제와 효율성, 영국의 느슨한 법과 비효율성을 비교하며`늙고 병든 영국`을 조롱하는 말이 아닌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0-28

史家의 편향성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77)의 `고조선 연구`를 보면 광대한 만주땅이 한민족의 영역이었다. 윤 교수는 지난 40년간 조선 고대사 연구에 몰두했다. 그는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원 시절 중국 사서와 북한쪽 사서를 접하고 아연실색했다. 2천300여년의 `고조선` 역사를 처음 발견하고, 기절초풍한 것이다. 윤교수는 저서 서문에 “고조선이야 말로 한민족 사회와 문화의 원형을 지니고 있다”고 썼다. 그러나 우리는 그 `뿌리`를 잃어버린 역사를 배워온 불쌍한 민족이다.`규원사화`는 조선조 숙종시절 `북애노인` 이라는 재야 사학자가 평생을 바쳐 수집한 자료를 취합해 써낸 한국고대사서. 그는 서문에 “먼 훗날 동지를 만나 훼손되고 왜곡된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데 쓰인다면 넋이라도 한없이 기뻐하겠다”라고 썼고, 책의 마지막 장에 “역사를 바로잡아 자주성을 되살리지 않으면 조선은 인접국가에 의해 패망할 것”이라 예언했는데, 그 말이 적중했다.일제가 우리의 고대사서 20만권을 모아 불태울때 양주동 선생이 이 책을 입수해 `국보처럼` 감추어둔 덕분에 우리의 고대사를 복원할 기틀이 됐다.우리의 역사는 중국과 동일한 5천년이고, 일본의 역사는 고작 1500년에 불과하다. 3분의 1도 안 되는 역사를 가진 나라가 유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를 속국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초등학생이 대학생을 가르치는 격`이니, 그 `역사 열등의식`때문에 조선고대사 말살에 광분했던 것이다. 여기에 이병도의 진단학파가 거들어 고조선의 역사를 `신화`로 만들었고, 우리 학생들은 아직도 `역사의 원형이 없는 역사` `자랑스러운 2300년이 사라진 역사`를 배우고 있는 것이다.지난 24일 한문화연구회(회장 제갈태일)가 `한국고대사 다시 써야 한다`란 주제로 제7회 포럼을 개최했다. 잃어버린 고조선을 되찾아 민족자긍심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다. 친일 사가(史家)들은 고대사를 죽이고, 친북 사가들은 6·25 전범들을 찬양하니, 이래저래 우리 역사는 걸레가 돼간다. 최소한 편향성 없는 역사교과서라도 만들어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0-27

노벨동산을 바라본다

중국인으로서 노벨과학상을 받은 사람은 모두 8명이다. 올해 수상자 투유유는 `순종`이지만 다른 7명은 `중국계 미국인`이다.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찾아 이민을 택한 과학자들이다. 투유유는 저온추출법으로 말라리아 치료제를 만들어냈다. 키니네 같은 약에는 이미 말라리아균이 내성(耐性)을 가졌으니, 개똥쑥 치료제가 요긴했다. 해마다 모기에 물려 죽는 사람이 50만명이고, 그중 90%는 아프리카인이고, 또 그 중 80%는 5세 이하의 아이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똥쑥은 이름이 좀 그렇지만 `인류에 끼친 공로가 지대한`풀이다. 일본인의 노벨상 수상자가 올해 21명을 넘었다. 일본은 20세기 초 명치유신을 통해 적극적으로 서양의 선진문물을 배워 국가체제를 바꾸고, 과학 연구에 상당한 국력을 기울였다. 그 성과가 오늘에 나타나는 것이다.그에 비해 우리는 일본에 합방돼 출발도 한참 늦었지만, 분단상황과 6·25 전쟁을 치르며 `먹는 문제` 해결에 급급했고, 남북 체제경쟁과 이념분쟁에 휘말려 노벨상은 먼 나라 이야기였다.그러나 올해부터 정부가 노벨과학상을 겨냥한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매년 젊은 과학자 100명씩을 선발해 5년간 연구비를 지급하는 정책을 향후 10년간 지속한다. `30대 안팎의 과학자`를 지정한 것은 `지난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 논문`을 분석해보니 그 절반이 `20대·30대에서 수행한 연구업적`이었다. 그래서 과학계에는 “40대는 이미 환갑”이라 한다. 새로운 것을 이뤄내려는 열정이 많이 감소한 나이이기 때문이다.울산과학기술대에는 `9개의 무명 다리`와 노벨동산이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면 그 이름을 붙일 다리이고,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 강연하면서 기념식수를 한 곳을 노벨동산이라 이름 붙였다. 포스텍에도 노벨동산이 있고, `미래의 한국 과학자`라 새겨진 `빈 좌대`가 있다. 수상자가 나오면 그의 흉상을 올려놓을 자리이다. `젊은 과학자에 연구비 지원 정책`을 보면서, 우리는 포스텍을 바라본다. 더 힘을 내주기 바라면서…./서동훈(칼럼니스트)

201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