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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추가 맵다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0-13 02:01 게재일 2016-10-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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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가 지금은 부자지만, 과거 한때는 남의 나라 전쟁을 돕는 용병(庸兵) 노릇을 했다. 그런데 그 용병이 스위스의 명성을 드높였다. 교황청 스위스 근위병은 전원이 전사하면서 교황을 지켰고, 그래서 “교황청 근위병은 영원히 스위스人으로 한다”란 교황의 칙령이 나왔다. `용병의 의리` 못지 않게 `용병의 용맹 `또한 남달랐다.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은 스위스를 침공하지 못했다. “국민 모두가 군인이고, 내가 선 곳이 요새다” 이른바 `고슴도치 작전`에 호랑이가 덥썩 물지 못했다. 요즘 스위스는 중국과 FTA를 맺고 관광수입이 늘었지만, `공짜`는 없다. 의존도가 높을 수록 `보복의 효과`도 매워서 어영부영 `속국`이 돼버린다. 스위스 경제당국은 이 점을 늘 경계한다.

싱가포르는 인구 560만 밖에 안 되는 도시국가지만 그 경제영토는 대단하다. `인간자원 양성` 위주로 나라를 이끌어서 그 인재들이 세계 각국에서 활동한다. 이 나라가 거대 중국과 맞짱을 뜬다. “중국이 남중국해를 강점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다” 맞대놓고 성토한다. 국제회의 때 마다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라!” 고래고함을 치는 통에 중국은 허파가 뒤집어져서 “우리나라에 팔아먹는 것이 얼만데, 망령되이 헛소리를 하느냐” 호통은 치지만 함부로 경제보복을 가하지는 못한다.

필리핀은 중국에 망고를 많이 파는`약점` 때문에, 그리고 미국이 인권문제를 들어 잔소리를 하는 통에, 반미·친중으로 돌아서는 곡예외교를 하고 있지만, 남중국해문제를 국제중재재판소에 제소해서 이긴 나라가 필리핀이다. 인도네시아 공군은 최근 나투나제도 해역에서 2주간 모든 공군력을 동원해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중국군이 나투나제도를 점령한 상황`을 가상해서 이를 탈환하는 훈련이었다. 남중국해의 일부는 인도네시아의 영해인데 이를 중국이 다 차지하려 하니, 군사훈련으로 항의하는 것이다.

`작은고추들`이 뭉치면 엄청 맵다. 국제사회는 약소국 편을 들어준다. 중국이 섣불리 힘자랑을 하다가는 `덩치만 큰 멍청이`가 된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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