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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으로 키운 딸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0-28 02:01 게재일 2016-10-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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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한 정유라(최순실의 딸)씨가 준우승에 그치자 판정시비가 일었다.

청와대는 문체부를 시켜 승마협회를 감사했다. 감사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청와대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체육국장과 담당 과장을 바꾸라 했고, 제2차관도 김종 한양대 교수로 교체됐는데 그는 `실세차관`으로 장관을 눈 아래에 깔았다. 다음해 유 장관도 옷을 벗었고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장관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1급 공무원 6명이 일괄 사표를 냈다. 최순실의 딸이 문체부 고위층의 `인사 쓰나미`를 불러온 것. 승마대회에서 정씨를 우승시키지 않은 괘씸죄였다.

이화여대에 `실세3인방`이 있다. 체육과학부 김경숙 학장, 의류산업과 이인성 교수, 대기과학공학부 박선기 전 기획처장 등이다. 이들은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과 학점 취득에 특혜를 주었던 `학자`들이다. 승마를 입학특기종목에 포함시켜주었고 경기나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는 결석을 출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하는데 `공`을 세웠다. 권력의 입맛을 잘 맞춰준 그들이 받은 혜택은 막대했다. 정부 지원 연구프로젝트를 무더기로 따낸 것이다. `정부 일감 몰아주기`였다. 결석도 출석이 되고 시험을 안 봐도 학점을 주었다. 최씨와 그 딸이 대학 하나를 공깃돌 가지고 놀 듯 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다.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쫓겨났고 `특혜3인방`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고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버티던 대학도 대통령의 `시인과 사과` 이후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최순실·정유라 모녀는 외국으로 도망가 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체포돼 올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을 남의 땅에서 숨어 살아야 할 처지다. 돈과 권력으로 잘못 키운 딸 하나.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겨우 20세 나이에 인생 저무는가.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매 한 대 더 주라 했거늘….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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