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체부를 시켜 승마협회를 감사했다. 감사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청와대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체육국장과 담당 과장을 바꾸라 했고, 제2차관도 김종 한양대 교수로 교체됐는데 그는 `실세차관`으로 장관을 눈 아래에 깔았다. 다음해 유 장관도 옷을 벗었고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장관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1급 공무원 6명이 일괄 사표를 냈다. 최순실의 딸이 문체부 고위층의 `인사 쓰나미`를 불러온 것. 승마대회에서 정씨를 우승시키지 않은 괘씸죄였다.
이화여대에 `실세3인방`이 있다. 체육과학부 김경숙 학장, 의류산업과 이인성 교수, 대기과학공학부 박선기 전 기획처장 등이다. 이들은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과 학점 취득에 특혜를 주었던 `학자`들이다. 승마를 입학특기종목에 포함시켜주었고 경기나 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는 결석을 출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학칙을 개정하는데 `공`을 세웠다. 권력의 입맛을 잘 맞춰준 그들이 받은 혜택은 막대했다. 정부 지원 연구프로젝트를 무더기로 따낸 것이다. `정부 일감 몰아주기`였다. 결석도 출석이 되고 시험을 안 봐도 학점을 주었다. 최씨와 그 딸이 대학 하나를 공깃돌 가지고 놀 듯 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다.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은 쫓겨났고 `특혜3인방`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내걸렸고 “어떤 특혜도 없었다”고 버티던 대학도 대통령의 `시인과 사과` 이후 완전히 꼬리를 내렸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최순실·정유라 모녀는 외국으로 도망가 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 체포돼 올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평생을 남의 땅에서 숨어 살아야 할 처지다. 돈과 권력으로 잘못 키운 딸 하나. `한낮이 지나면 밤이 오듯이` 겨우 20세 나이에 인생 저무는가.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아이 매 한 대 더 주라 했거늘….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