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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파격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10-17 02:01 게재일 2016-10-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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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극작가이고,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란 묘비명을 스스로 지어놓고 간 버나드 쇼와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사이가 나빴다. 처칠은 쇼를 보고 “그런 재미 없는 연극을 누가 보나” 했고, 쇼는 처칠을 보고 “저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서는 친구도 없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어느날 쇼가 처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연극 입장권 두 장을 보내니 친구와 같이 오시오. 만약 친구가 있다면”이란 메시지와 함께, 처칠은 바로 엽서를 보냈다. “첫날 공연에는 못 가겠고 다음날 갈게요. 만약 다음날까지 막이 열린다면”

둘은 다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쇼는 수상자로 결정된 후 한 번 사양하다가 1920년에 받았다. 처칠은 문학인이 아니면서 1953년 상을 받았다. `제2차세계대전 회고록`이 수상작인데, 회고록으로 노벨상을 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그해에는 마땅히 줄만한 문인을 찾을 수 없었고, 또 처칠은 당시 총리여서 상당한 권력자였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서 사회주의 국가들을 납작하게 해준 공로도 있었다. 처칠은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말도 안 돼” 했지만 사양하지는 않았다.

문학전문가들이 추천한 200명의 후보군 중에서 위원회가 1차로 20명을 추리고 2차로 5명을 뽑은 다음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하는데, 뜻밖의 수상자가 심심찮게 나온다.

역사학자·철학자·철학소설가 등이 뽑히기도 하고, 지난해에는 `전쟁에 참전했던 여성들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실록기자`가 문학상을 받았다. 올해는 미국 운동권 가수 밥 딜런(75)이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는 수상 소식에 쓰다 달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남의 일 보듯 소감 한 마디 입 밖에 내는 법이 없는데, 남들이 더 입방아를 찧어댄다. “문학의 외연을 넓혔다” “이건 노벨코미디상 감이다”

밥 딜런은 작사 작곡 노래 혼자 다 하는데, 가사는 훌륭한 반전·평화의 詩다. 우리나라도 서광이 보인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가객(歌客)이 많았고, 한대수·김광석·양희은·김민기·세시봉 등이 다 음유시인들이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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